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6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63화(26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63화
녹스(6)
“오랜만이에요, 나기 언니. 잘 지냈어요?”
“…늘 그렇듯 힘들지. 지금은 좀 괜찮아졌단다. 어때, 신주 일은 좀 할 만하니?”
후시미 이나리 신사 본당 내실.
유성우와 그 일행이 떠나고 난 뒤, 코유키는 아는 사람을 한 명 신사로 초대했다.
그녀의 초대에 응해 도착한 사람은 교토에 있는 야사카 탑의 탑주를 맡은 나기 세오였다.
이전에 있었던 탑주 회의에서의 충격을 아직 완벽히 회복하지 못한 그녀는 최근까지도 요양 중이었다.
카미노 코유키와 나기 세오는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코유키가 젊은 나이에 각성해 이나리 신사의 신주가 된 것처럼 나기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나기의 가계가 음양사 가계였기에, 그에 관련된 능력을 각성과 함께 키워갔고 ‘대음양사’라는 칭호를 얻었다.
마법과 주술은 상통하는 부분이 있기에 마법사협회에 인정받아 야사카 탑의 탑주 자리까지 얻어낸 실력자.
사람들은 으레 그녀를 두고 과거에 고명했던 음양사인 ‘아베노 세이메이’의 부활이라며 떠들고는 했었다.
“저도 똑같죠 뭐. 언니랑 어릴 때 손잡고 놀러 다녔을 때가 그리워…….”
“그때가 정말 좋았지. 괴물들도 없고, 즐겁게…….”
둘은 잠깐 아련한 추억에 잠겼다.
과거, 아무런 걱정도 없이 동네를 쏘다녔던 즐거운 나날들.
“그래서 유키, 무슨 일로 불렀니? 본당으로 부른 걸 보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나기는 그리 말하면서도 코유키가 무슨 일 때문에 자신을 불렀는지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쿠단의 예언은 일본의 유력자들에게 알려졌는데, 거기에 나기도 속해 있었으니까.
코유키는 그녀의 앞에 차 한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언니, 유성우 씨에 대해 알고 있죠? 이번에 탑주회의에서 벌어진 일, 거기에 그가 관련되어 있다면서요.”
“왜, 이나리 신께서 말씀해 주시던? 그럴 만도 하지. 신들 사이에서도 재밌는 화젯거리였을 테니까…….”
나기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갑던 속이 단번에 따뜻해지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네… 저로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그래요. 언니는 그 사람의 실력을 직접 보았을 테니,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가 일본에 입국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단다. 그리고 지금 비와호로 향했다는 것도. …규키를 사냥하러 간 거겠지? 그것 말고도 다른 요괴 사냥을 맡겼을 테고.”
“언니 앞에서는 뭘 숨기지를 못하겠네요. 네, 그는 이나리 신님과 거래를 했어요. 규키를 비롯한 여러 요괴를 처리하면 정보를 주겠다고요.”
“…흐음.”
둘은 유성우의 목적을 모른다.
이나리 신은 알고 있으나, 코유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그가 일본에 들어와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는 쿠단의 예언만을 알고 있을 뿐.
“…유키, 쿠단의 예언은 그랬지. 일본을 불바다로 만들만한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만약 네가 그를 잘 따라준다면 일본이 불바다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만큼 그가 강하다는 건가요?”
“그것도 있지만, 집착이 남다른 것 같더라. 하긴 그런 집착이 있으니 이계에서 수십 년을 보내고 돌아올 수 있었겠지…….”
만약 상대가 적대한다면, 그는 그것을 곱절로 갚아줄 것이다.
본인이 먼저 시비를 걸어놓고 그러는 싸가지가 좀 그렇긴 하지만…….
그만큼 급하다는 뜻도 있으리라.
“그래서, 규키 말고 또 어떤 요괴를 처리하러 간 거야?”
“이나리 신님이 내린 과제는 세 개였어요. 비와호의 규키, 사토리와 슈텐도지.”
규키는 비와호를 거점으로 삼아 그 힘을 불려 비와호 일대를 금지(禁地)로 만들어 버린 요괴였고.
사토리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요괴다. 그 능력을 이용해 상대의 공격을 읽는 기막힌 회피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슈텐도지.
오사카 시내에 등장한 1급 어비스의 주인으로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토벌하려고 몇 번인가 도전했으나 모두 처참한 패배로 돌아왔다.
괜히 일본삼대악귀라고 불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야마타노 오로치의 자식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는 데다가, 가히 괴력난신(怪力亂神)이라 불릴 만한 힘 또한 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 셋을 빠르게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
“글쎄…….”
나기는 차를 한 모금 더 들이켜고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유성우의 무위는 똑똑히 보았다.
허수 차원에서 도망치는 와중에 그가 휘두르는 검을 보았으며, 그가 가진 힘의 편린을 보았다.
그의 검은 분명 신에 닿아 있었다.
그런 검을 휘두르는 자라면 신에 도달하지도 못한 요괴 정도는 가볍게 베어버리겠지.
“…아무리 길어도 나흘은 넘기지 않을 거야.”
“나흘? 정말로요?”
“그래. 마탑주들을 농락한 승천교의 주교를 베어버렸으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지.”
나흘도 길었다.
유성우라면 하루 만에 모조리 해치우고 돌아올 수도 있었다.
“인간의 힘으로 신에게 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그를 보고 알게 되었단다. 혹시 이나리 신과 싸우려 들었니?”
“…네.”
“자신이 있으니까 벌인 일이겠지. 자신의 검이 신에게 닿는다는 걸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거야.”
“…….”
나기의 말을, 코유키는 믿기 어려웠다.
그를 직접 보았음에도 여전히 그의 힘을 의심하고 있었으니까.
이나리 신의 박치기를 얻어맞고 멀쩡히 걸어온 사람은 처음…….
‘아니, 이나리 신님이 박치기를 한 사람조차 처음이었지…….’
이나리 신은 관용이 넘치는 신이다. 농경과 곡물의 신이기 때문에 풍요를 관장하는 신이기도 하다.
풍요란 인간에게 내리는 관용.
그들이 살아가기에 필수적인 부분을 관장하기에, 이나리는 관대한 신이다.
하지만 그런 이나리가 분노를 드러내면서 유성우와 적대했다.
코유키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잘려나간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그때는 진심으로 겁을 먹었다.
둘에게서 흘러나오던 기세가 심상치 않아, 만약 둘이 부딪쳤다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했었다.
그럼에도, 인간이 신에게 도달한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은 깨닫지 못한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으니까.
나기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그는 신을 베어 자신의 검을 갈고 닦았을 거란다. 인도(人道)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으로서의 껍데기를 한 꺼풀 벗어던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초월을 위해 수행하는 모든 이가 바라는 결말이 아니던가.
그녀는 눈을 감았다.
“코유키, 일본이 불바다가 되지 않으려면… 다른 집단도 통제에 들어가야 할 거야. 그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명심할게요.”
***
“크아아아아아아─!!”
홍서화는 기합성과 함께 검을 휘둘러 커다란 불의 벽을 세웠다.
규키는 불의 벽을 그대로 뚫고 들어와 날카로운 다리를 휘둘렀다.
스텝을 밟으며 빠른 속도로 내리찍히는 다리를 피하고, 다시금 검을 휘두른다.
빙글빙글 돌며 검을 휘두를 때마다 불꽃이 피어오르며 주변을 불바다로 물들였다.
“이 미친, 미친미친미친미친 소대가리 새끼! 뭐가 이렇게 단단해!”
그녀도 유성우에게 받은 비약을 통해 일반적인 S급과는 다른 힘을 가지게 됐지만.
규키는 여러 S급이 모여서 사냥해야 할 만큼 강력한 괴물이었다.
“크흐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지는구나! 곧 네놈을 잡아먹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규키가 다시금 거대한 몸뚱어리를 앞세워 돌진했다.
지금까지 홍서화는 그것들을 잘 피해왔지만, 이번에는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어떻게든 흘려내기 위해 그녀가 검을 양손으로 꾹 쥔 채 전신에서 불길을 피워올렸다.
“그래, 해보자고 이 새끼야─!!”
하지만, 홍서화와 규키는 부딪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잘했다.”
아무것도 없던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낸 유성우가 한 손에 검을 든 채 떨어졌다.
그리고 공중에 그려지는 붉은 반월. 피처럼 새빨간 오러가 공중을 덧칠함과 동시에 휘둘러지던 규키의 두 다리가 하늘을 날았다.
지금까지 홍서화의 검으로 생채기만으로 가득하던 두 다리가.
너무나도 쉽게 잘려 나갔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미, 믿고 있었다고 스승님!”
바닥에 착지한 유성우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너는 훌륭한…….”
“훌륭한?”
홍서화는 두근거렸다.
드디어 제대로 된 칭찬을 듣나 싶어서.
“미끼다.”
“미끼군요!”
하지만 그런 그녀의 기대는 무참히 박살 났다.
앞다리 두 개가 잘린 규키가 비명을 질러대며 바르작거리다, 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물이 좀 멀지? 소대가리.”
홍서화는 비와호에서 점점 물러나며 규키를 유인했다.
굶주렸던 규키는 자신이 비와호에서 점점 멀어지는지도 모르고 움직였다.
그 결과, 슈아넬의 마법으로 인해 솟구친 나무 장벽이 규키가 돌아갈 길을 막아버렸다.
완전한 고립.
“우, 우어, 우어어어어─!!”
규키가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별 꼴을 다 본다 싶었다.
편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규키를 향해 검을 든 순간.
놈이 외치기 시작했다.
“여보! 여보오오오오─!! 나 좀 살려줘─!!”
“여보?”
-누가 내 남편을 건드려─!!
유성우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듦과 동시에 거대한 형체가 떨어졌다.
여자의 상반신이 달린 거대한 뱀이었다.
꼬리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고 거대하다.
놈의 모습을 본 순간 손목의 여우가 부르르 떨며 말했다.
-누레온나(濡女)입니다. 규키의 아내이자 물속에서 인간들을 홀려 잡아먹는 요괴입니다.
“누레온나… 이건 추가금을 받아야겠는데.”
거래 조건에 규키는 있어도 누레온나는 없었으니까.
누레온나가 떨어져 내리며 거대한 몸통으로 일대를 휩쓸었다.
유성우는 홍서화의 머리를 붙잡고 슬쩍 숙여 몸통을 피하고는 혀를 찼다.
“끼리끼리 만난다더니, 참 어울리는 한 쌍이지 않나?”
“한 놈은 국밥이고 한 놈은 뱀술이네요. 아저씨들 원픽인데?”
“맛은 더럽게 없을 것 같은 놈들인데…….”
유성우는 허리를 펴며 홍서화를 제 뒤쪽으로 밀어버리고는 제 앞을 막아선 누레온나를 쳐다보았다.
누레온나는 물을 뚝뚝 흘리며 흉흉한 안광을 빛냈다.
몸통만큼이나 거대한 상반신.
그는 그런 누레온나의 뒤에 숨어 벌벌 떠는 규키를 한 번 보고는 툭 내뱉었다.
“이딴 놈들을 못 잡아서 그 지랄을 냈다는 건가?”
수준이 대체…….
유성우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말했다. 어차피 한 놈이든 두 놈이든 달라질 건 없으니.
“한 번에 와라. 너희 말고도 잡아 죽여야 하는 놈들이 많거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누레온나가 몸을 스프링처럼 구부렸다가 육중한 체중을 이용해 강력한 돌진을 내보였다.
유성우는 슬쩍 피하며 검을 뻗었다. 그와 함께 누레온나의 몸에 길게 새겨지는 검흔.
“캬아아아아악!”
붉은 피가 튀었다.
유성우는 검에 묻은 피를 털며 몸을 돌려 재돌진해 오는 누레온나의 공격을 옆으로 슬쩍 피했다.
“멍청한 놈! 걸려들었구나!”
그러나 그가 피한 방향은 누레온나의 기다란 하반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몸뚱이가 단숨에 조여져 유성우를 속박했다.
뱀의 몸뚱이에 파묻혀 머리만 내놓은 유성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 슬슬 끝내지.”
그리고 다음 순간, 붉은 섬광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