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65)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64화(265/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64화
녹스(7)
누레온나의 몸뚱이가 토막 나 잘려 나간다.
바닥에 육중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육편은 유성우를 옥죄고 있던 누레온나의 몸이었다.
유성우는 옷에 붙은 먼지를 툭툭 털며, 상반신과 하반신 일부만 남은 누레온나를 쳐다보았다.
놈은 믿기지 않는다는 제 사라진 하반신과 유성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누레온나의 300미터 가까이 되는 하반신은 삶의 상징.
기다란 몸은 수많은 인간을 잡아먹고 키워온 그녀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그 몸뚱이가 이제 300미터는커녕, 10미터도 남지 않게 되어버렸으니.
“커허헉!”
순식간에 많은 힘을 잃어버린 누레온나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양발이 잘렸던 규키가 그 모습에 광분하며 유성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여 버리겠다─!!”
“방금 그 꼴을 보고도 죽으러 달려드는구나.”
돌진하는 규키에 맞서 유성우가 검을 뻗었다.
홍서화는 놈을 흘려내는 것에 그쳤으나, 유성우는 달랐다.
그의 검에서 붉은 오러가 번뜩이며 달려들던 규키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인간을 수십 명 먹어 치운 괴물이 사방으로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유성우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쓰러진 누레온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 여보…….”
누레온나는 아련한 얼굴로 규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끝내라.”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홍서화가 무방비한 누레온나의 목에 검을 박아 넣어 길던 생을 끝내주었다.
그러자 손목의 여우가 말했다.
-규키와 누레온나의 영력 소멸을 확인했습니다. 남은 목표, 사토리와 슈텐도지입니다.
***
사람의 마음을 읽는 요괴, 사토리는 일본의 나라시에 있었다.
검은 털에 뒤덮인 원숭이 같은 외형의 사토리는 사람의 적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놈이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자신에게 겁을 먹으면 그대로 잡아먹어 버리는 괴물이기도 했다.
“여긴가.”
사토리도 마찬가지로 어비스에서 벗어나 산에 자리를 잡은 요괴였다.
일본의 세계 문화유산 중 하나인 카스가 대사(春日大社)의 뒤편, 카스가 산 원시림(原始林).
그곳은 비와호와 마찬가지로 출입 금지가 되어있었다.
어비스가 붕괴하며 튀어나온 사토리가 산에 자리를 잡고 사냥을 해대는 탓에 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이번에는 좀 까다로운 사냥이 될 거다. 놈은 적의에 민감하다고 하는데, 감지 반경이 키로 단위라고 하니까.”
유성우가 손가락으로 손목의 여우 문양을 툭툭 두들겼다.
규키와 누레온나를 잡은 뒤, 곧장 나라시로 넘어오니 어느새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었다.
더군다나 그들이 있는 곳은 산이었기에 조금만 더 지나면 완전한 어둠이 내려와 사토리를 잡아 죽이기는 불리한 상태가 되리라.
홍서화가 손을 들며 물었다.
“내일 아침에 오면 안 됩니까?”
“안 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
어딘가 조급한 감이 없지 않아 보이는 유성우의 모습.
실제로도 그는 조금 초조해하고 있었다.
녹스라면 문제없이 잘 깨어날 테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는 숨을 길게 내뱉어 몸의 긴장을 풀어내며 말했다.
“몰이를 할 거다. 어차피 놈이 있는 곳은 산이니, 산 끝자락으로 몰아버리면 도망갈 곳도 없을 테니.”
“그럼 몰이꾼은 누가 합니까?”
“내가 한다. 그렇게 살기에 민감하다면…….”
유성우가 씩 웃었다.
“몰이는 무척이나 쉽겠지.”
***
사토리(覚).
일본의 구전에 등장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요괴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사람이 하려던 말을 먼저 내뱉는 것으로 유명한 요괴다.
장난을 치는 것 말고는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재해 이후의 사토리는 그렇지 않았다.
대재해 당시 어비스에서 빠져나와 몰래 산에 슬쩍 자리를 잡았다.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되거나, 자신에게 겁을 집어먹은 인간을 잡아먹어 그 힘을 키워간 것이었다.
그렇게 점점 힘을 키운 사토리는 힘도 강해지고, 지능도 높아졌다.
그저 한낱 짐승에 가까웠던 사토리가 진정한 요괴의 자리에 올라선 것이었다.
인간의 마음을 읽는 걸 넘어서 검을 들고 인간의 기술을 익혔다.
상대의 수를 읽는 것으로는 따라올 자가 없으니,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을 토벌하러 오는 이들을 농락했다.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면 숲속 깊이 도망가 몸을 숨기고, 게릴라 작전을 펼친다.
사토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 누구도 자신을 죽일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며.
그런데, 오늘.
“흐갸악, 흐갸아아아……!!”
사토리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어두운 숲속을 내달렸다.
도망쳐야 했다. 도망치지 않으면 목이 어깨 위에 제대로 달려 있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 전체를 뒤덮는 지독한 살기다.
강렬한 적의는 그칠 줄 모르고 산속 깊숙한 곳까지 퍼진다.
더 넓게, 더욱 진하게 펼치면서도 그 한계가 보이지 않으니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대체 무엇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인가.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지?’
가야 할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살기는 넓게 펼쳐지고 있으나 명백히 자신을 노린 채 천천히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이, 이쪽이다!’
사토리는 몰아치는 살기 속에서 활로를 찾아냈다.
살기가 닿지 않는 방향, 그곳으로 무작정 내달렸다.
그것이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길이라는 것도 모르는 채.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눈앞에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손으로 검을 쥔 붉은 머리의 여자. 사토리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붉은 불꽃을 피워내며 적의를 드러냈다.
그러나 사토리는 몸을 돌려 피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인간보다 뒤쪽의 살의가 더욱 두려웠으니.
사토리는 허리춤에 꽂아둔 두 자루의 검을 꺼내 들었다.
다른 방향으로는 갈 수 없다.
눈앞의 인간을 죽이고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우끼야아아아아악─!!”
사토리는 양손에 검을 한 자루씩 쥐고는 인간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읽는다.
인간이 어디서 공격해 올지, 어떤 경로로 검을 휘둘러올지.
인간이 검을 휘두른다.
마음을 읽은 대로 인간의 검이 휘둘러졌다.
사토리는 왼손의 검으로 인간의 검을 흘려내고는, 오른손으로 검을 찔러넣었다.
인간이 공격하는 방향뿐만 아니라, 피하는 방향마저 읽어냈기에 인간의 가슴팍을 찌른다.
그러나 사토리의 검은 가슴을 뚫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온다.
“후갸악!”
“이 원숭이 새끼!”
사토리의 앞길을 막아선 붉은 인간, 홍서화는 씩 웃으며 검을 거칠게 휘둘렀다.
그녀의 검이 사방으로 불을 뿌리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정말로 마음을 읽나 보네? 아주 재밌어.”
홍서화는 규키에 이어 사토리까지 상대하게 되었지만, 얼굴에 피로는 있어도 투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불타오른다.
이것은 유성우가 자신에게 주는 기회였다.
다른 소속 길드의 마스터였기에 제대로 신경 써주지 못했다고 생각한 건지.
자신에게 성장을 위한 특혜를 준 것이다.
…라고 홍서화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덕에 그녀의 불꽃은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
“한 판 해보자고!”
***
멀리서 살기를 뿜어내던 유성우는 홍서화와 사토리가 붙은 걸 확인하곤,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살기에서 도망치는 놈이 있고, 반대로 그것을 쫓아오는 놈이 있다.
‘홍서화 쪽엔 슈아넬을 붙여뒀으니 괜찮겠지.’
왠지 일이 너무 쉽게 돌아간다 했다.
그가 고개를 돌린 방향에서는 한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한 손에는 시퍼런 일본도를, 반대 손에는 그보다 짧은 단도를 들고 있었다.
일본의 전통복장을 입은 남자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걸어오다, 유성우와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뭐 하는 놈이냐?”
“반갑소이다. 소인은 미야모토 무사시라고 하오.”
“뭐… 미아모터 사시미?”
유성우가 시대에 맞지도 않는 고풍스러운 말투에 인상을 찌푸리자 손목의 여우가 빛나며 말했다.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입니다. 과거 유명했던 일본의 검호로, 이도류를 사용하는 게 특징입니다.
“과거의 검호인데 왜 살아있냐?”
-‘진짜’가 아닙니다. 보건대 미야모토 무사시의 업(業)을 짊어진 각성자로 보입니다.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완전한 신격에 이르지 못한 준신격이 자신의 격을 이루기 위해 각성자에게 자신의 업을 대행하게 합니다.
이렇게 듣고 보니 대충 이해가 갔다. 신이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대행자를 선택해, 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구조를 이해한 유성우는 스스로를미야모토 무사시라 소개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기도는 잘 정련되어 있었다.
검을 배운 흔적이 여기저기 가득했고, 수많은 실전을 치러왔는지 흉터도 많았다.
재능도 충만해 보이니 과거의 검호가 어째서 그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진짜 이름이 뭐냐?”
“선택받은 순간 나는 내 이름을 버렸소. 지금은 그저 미야모토 무사시일 뿐이오.”
나이는 대충 스물 후반에서 서른 초반 정도로 보인다.
‘일본의 검호라.’
어떻게 알고 왔을까.
하긴, 모를 리가 없을 터였다. 공항에서 그렇게 이목을 끌었는데 말이다.
이게 다 신사의 무녀 탓이다.
“뭐 하러 왔지? 인사하러 온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당신이 유명한 검객이라 들어 실력을 겨루기 위해 찾아왔소. 물론 진검으로, 목숨을 걸고 말이오.”
“미친 새끼라는 자기소개 잘 들었다. 그럼 바쁘니까 꺼져라.”
“아니, 못 가오. 당신과 검을 겨루기 전에는.”
무사시가 그리 말하며 날 선 살기를 내뿜었다.
들고 있는 일본도처럼 서슬 퍼런 살기였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사람과 괴물들을 베어 온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검을 드시오.”
“하… 진짜 별 미친놈을 다 보겠군.”
유성우는 귀찮다는 듯이 일생을 소환했다.
그의 손에 새빨간 검신을 가진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함께 풍겨오는 짙은 혈향.
일생에 깊게 배어버린 죽음의 향기기도 했다.
그 향을 맡은 무사시는 입꼬리를 쭉 올렸다.
“지금까지는 쭉정이들만 상대해왔는데, 당신과 같은 검객을 만나게 되다니, 이리 기쁜 일이 있을까.”
“곧 죽을 놈이 말이 많군.”
“과연, 그것은 시험해 보아야 알겠지! 니텐이치류(二天一流) 미야모토 무사시, 가겠소!”
무사시가 소리치며 발을 떼었다.
눈앞에 있는 검객은 강자. 굳이 선수를 내줄 필요가 없는 실력자.
소리 없이 빠르게 쇄도한 무사시가 오른손의 기다란 일본도를 휘두르며 유성우의 목을 노렸다.
유성우는 일생으로 일본도를 간단하게 흘려내고는, 가볍게 휘둘렀다.
무사시는 순식간에 역으로 제 목을 노리고 다가오는 일생을 단도를 들어서 막아냈다.
그러나 유성우의 검은 멈추지 않는다.
반발력으로 튕겨 나가지 않고 그보다 더욱 강한 힘으로 밀어붙여, 단검째로 무사시를 저 멀리 날려 버렸다.
날아가 나무 몇 그루를 부러뜨리며 처박힌 무사시가 몸을 일으키며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칼등 자국이 강하게 남은 제 목을 매만진 그가 생각했다.
‘…도가 아니라 검이었다면 목이 베여 죽었다.’
말도 안 되는 실력과 힘.
검을 다루는 기술 또한 명백히 자신보다 우위.
하지만 그렇기에, 무사시는 웃을 수 있었다.
“나의 신격을 이루기에 부족함 없는 상대로다!”
유성우는 혼자 웃어 재끼기 시작한 무사시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동네는 왜 이리 미친놈들이 많지?”
김치를 안 먹어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