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71)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70화(271/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70화
지옥행
사람들이 으레 말하고는 했다.
너는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나는 것만 떠올려도 열 명이 넘는다.
자신이 듣지 못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은 가볍게 넘지 않을까.
유성우는 사람들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결국에는 그 사람들의 말이 옳았다.
이렇게 지옥에 오게 되었으니.
뭐, 다른 점이 있다면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몸으로 도착했다는 것일까.
유성우가 차원문을 넘어 도착한 곳은 울창한 숲이었다.
단순한 숲은 아니었다. 무척이나 날카로운 나뭇잎이었다. 손가락으로 툭 건드려보니 식물보다는 금속에 가까웠다.
나뭇잎이 검과 같은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다.
‘도엽림(刀葉林)이라고 하던가.’
지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어릴 때 웹툰이나 조금 깔짝이다가 말았지, 대충 더럽게 넓고 재판을 여러 번 받아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다.
“이걸로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는 건 확인됐군.”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지옥 아니면 천국이다.
유성우는 주변을 다시금 둘러본 다음,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도엽림에 여성이 거닐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름답기 짝이 없는 절세의 미인!
별로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유성우라도 미적인 감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기에.
“…으헤헤! 여자다! 여자다!”
“여자! 여자!”
그가 눈을 의심하던 중, 옆으로 몇 명의 걸인(乞人)들이 달려갔다.
그들은 몸이 날카로운 나뭇잎에 베여 살점과 피가 떨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그들이 여자가 있는 곳에 도달했을 때, 여자는 신기루처럼 모습을 감추었다.
걸인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다 다시 여자를 발견했는지 어딘가로 달려간다.
“…뭐지?”
역시 지옥은 지옥인가.
알 수 없는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웹툰 좀 열심히 읽을 걸 그랬다.
아니면 지옥일상 애니메이션을 좀 보던가.
“흠.”
유성우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그리고 아까부터 드는 위화감이 하나 있었다.
지옥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힘이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아, 그렇군.”
지옥과 천계는 신역(神域).
인간계보다 신계(神界)에 가까운 공간이다.
유성우의 내부에는 오러뿐만이 아니라 신격도 섞여 있다.
신격은 지상에서 휘두르기 편하지 않은 힘이지만, 그가 서 있는 곳이 신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아…….”
그가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내뱉는다.
차오르는 전능감.
신격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해방감이 그를 진정한 신격으로 각성시킨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은 많으니 깨달음은 금방이다.
그가 지금까지 진정한 신역에 발을 들인 적이 없었기에 깨닫지 못했던 단순한 사실.
인간계로 돌아가면 약화될 힘이지만, 지금이라면…….
무엇보다 가장 도움이 될 힘이다.
자세를 급격하게 굽히며 발도 자세를 취한다.
검을 쥐지도 않은 채, 그저 고요하게 서 있다.
그리고 손을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1㎜ 정도 움직였을 때 그를 중심으로 검의 폭풍이 몰아쳤다.
붉은 섬광이 번뜩이며 그의 주변에 있던 모든 걸 쓸어버렸다.
도엽림이 단번에 쓸려 나가며 휑한 공터로 변한다.
근처를 배회하던 걸인들 또한 같은 처지가 되어 사라졌다.
유성우는 자세를 풀고는 숨을 길게 토해냈다.
“이런 느낌인가. 나쁘지 않군.”
좋은 기회다.
타카마가하라로 쳐들어가 스사노오를 죽여 버리는 것 말고도.
여기저기서 신격을 수급할 기회.
지금이라면, 하급 신격 정도는 너끈하게 상대할 수 있을 기분이었다.
이계에서 죽을 둥 살 둥 싸워서 이긴 마신 정도가 상대라면.
필승(必勝).
“그럼…….”
이제부터는 타카마가하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거기에 대해서는 슈텐도지가 도움을 주기로 했는데 찾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찾아오기 쉽도록 해주면 되겠지.
지옥 지리는 그쪽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자…….”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 볼까.
***
“여기가 어디지?”
“주, 중합지옥이요!”
“그렇군.”
유성우는 잠깐 깽판을 친 뒤 숲속에서 간간이 보이던 여인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여인은 유성우가 쫓아오기 시작하자 어떻게든 도망치려 들었지만, 신역에서 한층 더 강해진 그를 따돌리기는 무리였다.
지상에서의 힘만으로도 소신좌로서 인정받았는데, 신격도 아닌 여인이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중합지옥이라…….”
“이, 이제 좀 놔주시는 게…….”
여인의 정체는 중합지옥(衆合地獄)에 소속된 옥졸이었다. 죄인들을 홀려 도엽림에서 영원히 고통받게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다.
“흠.”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합지옥의 죄인들은 여러 죄를 범한 이들이 오는 곳이라 했다.
살인, 강도, 사음(邪淫) 등…….
처음으로 떨어진 곳이 중합지옥인 게 어쩐지 이상하지 않았다.
떨어질 만하니까 떨어진 것 같다.
지금까지 죽인 사람이랑 정의로운 강도질만 해도 수백 건은 가볍게 넘길 테니까.
“너 같은 이들이 모이는 장소가 따로 있나? 계속 여기서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 아니냐.”
“다, 당연히 있지요! 안내해드릴까요?”
“그래.”
유성우는 옥졸의 뒤를 따라 도엽림을 벗어났다.
옥졸은 걸어가다 도엽림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누, 누가 이런 짓을…….”
그리 중얼거렸다가, 유성우를 흘긋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눈치가 빠른 여자였다.
그녀에게 보이는 유성우는 살아 있는 인간처럼 보이나, 인간이 아니었다.
몸에서 명백한 신격을 흘리고 있으니, 타국의 신이 잘못 흘러들어왔나 추측하는 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엽림을 벗어나자, 번화가가 나타났다.
“…이딴 게 지옥?”
유성우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교토에서 보이던 것과 흡사했다.
옛날 일본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지옥이라고 하면 상상되는 이미지는 그런 것들이 아니던가.
나찰이나 악마, 마귀들이 돌아다니며 죄인들을 벌하는 그런.
도엽림은 분명히 그런 풍경이었으나 눈 앞에 펼쳐진 건 무척이나 이질적이었다.
“중합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중합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나가던 이들이 유성우를 보고는 성대하게 환영해 주었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신격이 방문한 신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가끔 지옥을 둘러보고 싶다는 신들이 간간이 방문하는데, 유성우를 그런 부류의 신으로 보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동료인 옥졸이 데리고 오기도 했고.
유성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그를 데려온 옥졸이 말했다.
“헤헤, 요즘 지옥은 다 이렇답니다? 오니들에게도 워라밸이 중요한 법이라고요.”
“오니한테 워라밸?”
“저희도 종일 고문만 하다 보면 쉽게 지친다고요. 일과 휴식의 밸런스가 적절해야 능률이 오른다고 강하게 주장했고, 그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재밌는데.”
현재 세대가 엠지인가 엠제트인가 뭐시기로 돌아가는 만큼, 지옥에도 그런 게 찾아온 모양이다.
옥졸이 말했다.
“어디서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중합지옥에서 불편 없이 지내다 가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저는 이만…….”
“어딜 가는 거지? 좀 더 안내를 부탁하고 싶은데.”
“저, 저도 일이 바빠서요…….”
옥졸은 유성우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
그랑 엮이게 되면 분명 무슨 일이 터진다는 걸 확신하고 있기에 나오는 처세술이었다.
그러나 유성우에게 그런 처세술은 먹히지 않았다.
“연차를 내라. 워라밸이 괜찮으면 그 정도는 금방 받아주겠지.”
“그, 그렇긴 하지만.”
“그럼 결정됐군. 연차를 쓰고 와라.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좀 많아서 말이다.”
옥졸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
옥졸의 이름은 세츠나라고 하였다. 그녀는 자신이 자주 가는 술집으로 유성우를 안내해 대접했다.
술집의 오니들이 유성우를 쳐다보았다. 여기저기 오니가 있고, 자신들을 오니라 부르는 걸 보니.
불교의 지옥은 맞지만, 일본의 지옥인 듯했다.
‘나라별로 저승이나 지옥도 나뉘나 보군.’
좋은 걸 알았다.
죽을 거면 한국에서 죽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외국 저승에서는 예외 없이 지옥 고문행이겠지만 한국 저승에서는 정상참작을 조금은 해줄 테니.
…아니면 말고.
“그럼 한국의 지옥이랑도 연관이 좀 있나?”
“아, 물론이죠! 예전에는 그다지 교류가 없었는데 요즘에는 같은 불교 지옥이니 문화교류가 종종 있는 편이에요. 효율적인 고문기술이라던가, 그런 걸 논의하는 편이죠.”
“그렇군.”
그렇다면 염라대왕도 한국지부, 일본지부가 따로 있을 것 같았다.
대충 구조를 파악한 유성우가 다시금 궁금한 걸 물었다.
“타카마가하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나?”
“타카마가하라는 지옥과 연결이 되어 있긴 하지만… 저 같은 말단 옥졸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안다고 하더라도 신격이 없다면 이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흠.”
중합지옥에서 가장 높은 놈을 인질로 붙잡아 타카마가하라로 갈 생각을 했는데, 그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지옥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하면, 염라를 제외하고는… 시왕(十王)들이겠지.’
십왕이 아니라 시왕.
죽은 이들의 재판을 관장하는 그들이야말로 지옥의 실세들.
그들 또한 지옥이 탄생하고 난 뒤 수천 년이고 군림해 온 신들.
아직 자신의 신격으로는 그들을 상대하기는 무리일 터였다.
몇 가지 고민을 끝낸 유성우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야, 너 뭐야?”
근방의 지형에 대해 물으려던 때, 갑자기 유성우와 세츠나 사이에 끼어들어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내뱉는 오니가 하나 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의 오니는 유성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얼씨구, 살아 있는 인간이 중합지옥에 왔다고? 이거 미친놈 아니야?”
“고, 고키! 그게 무슨 말이야! 이 분은……!”
“넌 뭐지?”
고키는 세츠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콧김을 내뿜으며 유성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오니들의 시선 때문에 유성우는 제 기운을 대폭 줄여둔 터였다.
일부러 의식하거나, 눈앞에 있는 정도가 아니면 신경도 쓰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니까, 콧김을 내뿜는 붉은 오니, 고키는 세츠나를 보고 다가왔다가 유성우를 보고 시비를 건 것이었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폼 잡고 싶은 건 인간이나 오니나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이 자식이… 중합지옥에는 어떻게 온 거냐?! 인간 주제에!”
오니는 그런 사정으로 제대로 분간을 못 하는 것 같았다.
평범한 인간이면 지옥에 올 수 없다는 걸 알 텐데.
고키가 빨리 대답하라는 듯 얼굴을 들이밀었다.
유성우는 손으로 고키의 얼굴을 밀어내며 잠시 생각했다.
“인간 주제에!”
울음소리가 ‘인간 주제에!’인 것 같은 오니가 주먹을 휘둘러왔다.
유성우는 고개를 돌려 슬쩍 피하고는 고키의 얼굴을 강하게 저 멀리 밀어냈다.
그리고는 생각을 끝마쳤다.
“좋은 생각이 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고키에게 다가갔다.
고키는 이빨을 드러내며 주먹을 재차 휘둘러왔으나, 어느 하나 유성우를 스치지도 못했다.
그는 다리를 걸어 고키를 넘어뜨리고는 말했다.
“좀 더 좋은 지옥을 만드는 데 협력해 줬으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