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73)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72화(273/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72화
지옥행(3)
세츠나는 두 명의 초월자의 전투를 지켜보며 헛숨을 들이켰다.
그녀도 오니인 만큼 어느 정도의 강함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두 명의 전투는 그녀의 인지를 뛰어넘어 진행된다.
유성우가 검을 휘두르고, 지옥공무원 12계급 중 진(辰)급 공무원인 타이후가 주먹을 휘두른다.
둘의 공격 모두 그녀의 눈으로는 좇을 수 없었다.
공수의 전환이 빠른 데다가 공격 하나하나가 빛살처럼 뻗어져 인식의 범위를 넘어선다.
둘의 공격이 허공에서 부딪칠 때마다 폭음이 고막을 두들겨대며, 흙먼지로 이루어진 폭풍이 휘몰아쳤다.
“…대체 누구지?”
유성우는 아직 자신의 이름을 세츠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녀는 유성우의 몇 가지 특징만으로 추측해내는 수밖에 없었다.
도가 아니라 검을 들고 있으니 외국에서 왔을 터이고, 어마어마한 검 실력을 가지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검 실력은 분명히 일본의 대검호, 미야모토 무사시를 능가하리라.
‘게다가.’
서서히 밀어붙이고 있다.
그녀의 눈에 전투는 읽히지 않으나, 분위기는 읽을 수 있다.
서서히, 타이후가 밀려나고 있다는 것을.
유성우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나 타이후의 얼굴에는 불쾌함으로 가득했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은 얼마 가지 않아 패배하고, 바닥을 구르게 되리라고.
붉은 섬광이 번뜩인다.
세계를 가르는 듯한 서늘하고 아름다운 빛이었다.
그것이 한 차례 대지를 휩쓸었을 때는 타이후의 목이 어깨에 붙어있지 않은 뒤였다.
***
유성우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죽어버린 지옥공무원을 내려다보았다.
거대하던 몸뚱어리는 이미 망신창이.
카리스마 넘치던 정복도 여기저기 찢어져 볼품없게 변했다.
일생을 돌려보낸 그가 숨을 길게 토해내며 자신에게로 쏟아져 들어오는 신격을 느꼈다.
‘정답이군.’
여기는 신격 노다지다.
지옥은 아름다운 곳이다.
여섯 번째 검, 육망을 해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지옥과 타카마가하라 공략을 끝내고 난 뒤, 일곱 번째 검을 꺼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건 별로 꺼내고 싶지 않은 검이지만… 언젠가는 쓸 일이 있기는 하겠지.’
언젠가는 말이다.
잠시 그대로 신격을 소화하며 서 있자 떨어져 있던 세츠나가 다가왔다.
다가온 그녀는 곧장 유성우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외국의 신격께서 어찌 지옥을 방문하셨는지 다시금 묻고 싶습니다.”
“왜 이래? 원래 하던 대로 가자고. 내 목적은 말했듯이 타카마가하라다.”
“방금 모습을 보고 높디높은 곳에 계시는 분이라는 걸 깨달았는데 그럴 수는 없지요.”
높기는 개뿔.
아직 뒈지지도 않은 살아 있는 인간이다.
유성우는 세츠나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키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까지 할 거 없다. 하던대로 해라.”
“알겠습니다.”
유성우는 저 멀리 보이는 한 무리의 오니를 지켜보았다.
고키를 필두로 시작했던 백귀야행이, 천귀(千鬼)가 되었고 만귀(萬鬼)에 가까워졌다.
말했던 대로 다른 지옥까지 쳐들어가 싸그리 오니들을 모아온 모양이었다.
좀 머리가 모자란 만큼 분위기에 휩쓸리기도 하는 모양.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거대해졌으니, 이제 세 번째 단추를 끼울 때가 되었다.
첫 번째는 선동.
두 번째는 행진.
그렇다면 세 번째는.
오니들을 모아둔 고키가 쩌렁쩌렁 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의 목소리에 요력까지 쏟아부으며.
“지금 이 자리에서 ‘지옥노동조합’ 설립을 선포한다! 우리 오니들도 좋은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옥노동조합은 지옥노동청에 환경개선을 요구할 것이다!”
“오오오오오오─!!”
“지옥노동조합! 지옥노동조합!”
지옥에 노조가 설립되는 순간이었다. 주6일 12시간 굴려 먹는 건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하지 않았나.
얘기를 들어보면 월급도 적던데.
유성우는 점점 살기 좋은 지옥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 짓고는 중얼거렸다.
“지옥에는 노조가 필요하지. 그 어느 곳보다.”
지옥노동청에 꽂아버릴 거대한 폭탄이 완성되었다.
강자존, 약육강식의 세계인 지옥.
강한 놈들은 높은 직급에 앉아 권력을 휘두르지만, 약자인 오니들은 닥치고 일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뭐 하는 건가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세츠나가 물었다.
유성우는 속성으로 고키에게만 이론을 주입했기에 세츠나는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그는 간단하게 답했다.
“좀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단체지. 대충 뭐, 너희들 더 살기 좋게 만드는 그런 거다.”
지옥노동청은 저 거대한 폭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저 무리 사이에는 방금 싸운 타이후 같은 강한 놈들도 몇몇 섞여 있었다.
배우지 못해서 그렇지, 뒤집어엎을 능력은 충분히 되는 놈들.
그럴 마음은 없었더라도 이미 고키의 선동은 사람… 아니, 오니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그런 게 있었으니.
“자, 이제 지옥노동청으로 가볼까?”
지옥에 혁명이라는 탄환을 꽂아버릴 시간이다.
***
“와, 얘들아, 저게 뭔지 아는 놈 있나?”
슈텐도지는 부하들이 드는 가마에 탄 채 술을 마시다 오니들의 행렬에 입을 떡 벌렸다.
그가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이런 장면은 처음 보았다.
백귀야행은 무슨.
만귀야행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만한 숫자의 오니들이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
그들이 들고 있는 넝마를 엮어 만든 거대한 깃발에 펄럭이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地獄労働組合(지옥노동조합)’
처음 들어보는 개념의 단어였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이런 개념을 전파하고 이런 행렬을 일궈냈을까.
정답은 간단했다.
그도 알고 있는 인간이 한 걸 테니까.
“하, 허, 하하하, 허허허…….”
기묘한 리듬감으로 웃은 슈텐도지는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유성우는, 그는 정말로 타카마가하라를 뒤집어버릴 인간이 분명했다.
아버지를 죽였던 빌어먹을 스사노오의 목을 따버리고, 요리미츠 사천왕마저 쓸어버릴 수 있을 인간.
슈텐도지가 말했다.
“자, 가거라, 우리도 저 대열에 합류하자꾸나.”
***
지옥노동청에는 비상이 떨어졌다.
팔열지옥, 팔한지옥의 오니들을 관리하는 지옥에서 재판소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기관이 바로 지옥노동청.
어떻게 된 일인지 팔열지옥과 팔한지옥의 오니들이 모조리 파업을 때렸다.
“아니 이 멍청한 놈들이 파업이라는 건 또 어떻게 안 거야?!”
오니들은 파업이라는 개념을 모르고 있었다.
강자에게 복종하는 계급사회라, 까라면 까는 요괴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건지.
“팔열지옥, 팔한지옥에 파견한 공무원들이 모두 당했답니다!”
“아오! 그놈들이 뭐라고 그걸 처리를 못 해?!”
“노, 놈들의 무리 규모가 상상 이상인지라… 당해낼 수가 없다는 마지막 연락이 있었습니다!”
“오합지졸이 아무리 모여봤자 오합지졸이다! 진 이하 공무원들 모조리 모아서 잡아 버리라고 그래!”
지옥노동청장은 쉴 새 없이 들어오는 보고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시위 진압하라고 보낸 공무원들은 모조리 역으로 당하기만 하지, 어디서 승전보를 올리는 놈이 하나도 없었다.
“이 무능하고 쓰레기 같은 놈들! 타이후는 이럴 때 또 어디로 간 거야?!”
“보고 들어왔습니다! 진급 공무원 타이후, 사망 확인되었습니다!”
“아오 미치겠네 진짜!”
그리고, 타이후의 죽음이 확인된 직후 지옥노동청 빌딩 바깥으로 개미 떼처럼 오니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수만 명. 아니, 수십만의 오니다.
지옥에서 일하는 오니란 오니는 모조리 끌고 왔는지 그들은 형형색색의 깃발을 든 채 행진하는 중이었다.
깃발에 쓰인 한자는 모두 똑같았으니,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 거겠지.
이 미친 머저리들을 어떻게 한마음으로 만든 놈의 얼굴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쿠우우웅─!!
“이, 이건 또 뭐야 미친?!”
“알 수 없는 비행체가 날아와 건물 옥상에 꽂혔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뭔데!”
지옥노동청장의 다그침에 부하가 곧장 확인했고, 지옥노동청 옥상에 꽂힌 미확인 비행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게 뭐야?”
“술잔처럼 보이는데요.”
“내가 몰라서 묻냐! 이 미친, 이딴 거대한 술잔을 들고 다니는 놈이 어디에 있다고 그래! 자, 잠깐 이 요력, 어디서 느껴본 것 같은…….”
옥상에 박힌 건 거대한 붉은 술잔이었다. 누가 들고 다니던 것처럼 손 때가 탄…….
지옥노동청장이 옥상에서부터 스멀스멀 내려오는 요력에 눈을 가늘게 떴다.
요력은 요괴들에게 일종의 지문과도 같았다.
마법사마다 내뿜는 마력 파장이 다른 것처럼 요괴들도 비슷했다.
지옥노동청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 속에서 요력의 주인을 끄집어냈다.
“……부처됐다.”
***
슈텐도지는 지옥노동청에서 귀빈을 접대할 때 사용하는 귀귀귀빈실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술을 들이켰다.
그의 손에 들린 붉은 술잔은 아까 지옥노동청 옥상에 박혔던 것.
그걸 아는 지옥노동청장은 잔뜩 긴장한 채 슈텐도지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슈텐도지 옆에는 지옥노동조합장 고키가 앉아 있었다.
고키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유성우에게 처맞은 뒤 오니들을 선동하다 보니 자신이 진짜 뭔가 된 것 같아서 내심 가슴이 뛰었는데, 지금 눈에 들어오는 이들은 진짜 괴물들이었다.
지옥노동청장은 시왕 바로 아랫줄에 있는 오니였고.
옆에 앉은 채 생글생글 웃는 슈텐도지는 이야기로만 들었던 전설과도 같은 오니였다.
모두가 선망하는 대요괴 야마타노오로치의 자식이자 관서를 덜덜 떨게 만들었던 오에도 산의 괴물.
지금은 타카마가하라에서 신으로 군림하는 요리미츠 사천왕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역사 속의 요괴.
“내가 얘 이야기를 좀 들어봤는데 너희들이 무리하게 일을 시키고 있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중재역으로 자처해서 왔는데 괜찮나?”
“무, 물론입니다. 슈텐도지 님.”
지옥노동청장은 양손을 싹싹 빌었다. 그가 아무리 시왕 아랫줄의 오니더라도.
슈텐도지급에 비빌 수는 없었다.
지옥노동청장이면 뭐 하나.
슈텐도지는 일본 삼대 악귀에 해당하는 괴물이다.
지금은 술을 마시며 웃고 있어도 언제 저 술잔으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칠지 모르는 오니.
“자, 할 말 있으면 하거라.”
슈텐도지가 고키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고키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심호흡까지 했다.
벌렁대는 심장을 진정시킨 고키가 미리 유성우에게 받아왔던 요구 서류를 내밀었다.
지옥노동청장은 서류를 받아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뜨고 중얼거렸다.
“주 4일 근무에, 하루 여섯 시간 근무, 점심시간, 휴식 시간 제공, 식대 제공, 유급 휴가 연 20일 이상 보장…….”
그게 끝이 아니었다.
“출산지원금에 산후조리지원금, 휴가 여행비 지원에, 출장비 지원, 미래채움공제? 이건 또 뭐야…….”
요구하는 목록만 해도 거의 칠십여 가지는 된다.
말도 안 된다.
이런 것들을 전부 지원해 주다가는 지옥이 망해 버릴 터였다.
고키는 자신의 옆에 슈텐도지가 있는 걸 믿고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이 요구안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지옥노동조합에 소속된 천만 오니는 모두 파업을 할 거다! 받아줄 때까지!”
슈텐도지는 살기 좋은 지옥이 되어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