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7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73화(27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73화
지옥행(4)
결과는, 지옥노동조합의 승리였다.
요구안 대부분을 지옥노동청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고키 혼자만 왔다면 어떻게든 협상을 하던가, 으름장을 놨겠지만.
협상이 끝날 때까지 옆에서 생글생글 웃는 슈텐도지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하염없이 술만 마시고 있었으나, 원하는 걸 들어주라는 압박이 분명히 있었기에.
지옥노동청은 지옥노동조합의 탄환을 버텨내지 못했다.
아니, 대포알을.
“감사합니다! 슈텐도지 님! 슈텐도지 님과 같은 대요괴를 만나 뵙게 돼서 정말로 영광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구나. 그럼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마.”
“예!”
고키의 진심 어린 인사를 받으며 슈텐도지는 가마를 탄 채 점점 멀어져갔다.
고키는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개를 숙인 채 허리를 들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오니들도 마찬가지.
오니들은 오늘 처음으로 ‘노동권’이라는 것을 손에 넣었다.
***
“자네답지 않은 짓을 하는군. 타카마가하라가 먼저 아니었나?”
가마에 탄 채 술을 마시던 슈텐도지가 툭 내뱉었다.
가마에는 그 한 명밖에 타지 않고 있었음에도.
그러나 대답은 확실히 들려왔다. 가마의 위쪽, 천장의 위였다.
“이나리가 말하길 지옥과 이승의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고 하더군. 여기도 힘든 놈들이 많아 보여서 조금 도와준 것뿐이다. 너도 그럴 생각까지는 없었지 않나?”
“같은 오니로서 동족들의 생활이 나아진다면 나쁠 건 없지. 그런데, 조금이라기에는 그들의 생활을 완전히 뒤집어놓았지. 몰아칠 후폭풍이 두렵지는 않은가?”
“거기까지는 내 알 바 아니지.”
그의 말에 슈텐도지가 푸하하 웃었다. 역시, 제대로 미친놈이었다.
다시금 그가 미친놈이라는 걸 확인한 슈텐도지는 술잔에 담긴 술을 쭈욱 들이켜고는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구나. 생자와 망자의 경계는 다른 법. 자, 그럼… 타카마가하라로 출발하자.”
슈텐도지가 그리 말하며 술잔을 들어 올리자, 가마의 오니들이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로 타카마가하라로 향할 시간이었다.
***
타카마가하라로 가는 길은 꽤 걸렸다.
유성우와 슈텐도지는 불순분자.
신들이 이용하는 타카마가하라와 지옥을 연결한 다리는 사용할 수가 없었기에, ‘뒷구멍’을 통해 들어가야만 했다.
“여길 들어가야 한다고?”
“그래.”
그들이 향한 곳은 팔열지옥 중, 규환지옥(叫喚地獄)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규환지옥의 형벌은 거대한 가마솥에 물을 끓인 뒤 거기에 죄인을 집어넣어 육수를 우려내는 것이다.
하지만, 유성우와 슈텐도지가 서 있는 가마솥은 좀 특별했다.
가마솥에 끓고 있는 게 그냥 물이 아니라, 똥물이었으니까.
욕 중에 ‘똥물에 튀겨 죽일 놈 같으니!’라는 욕이 있다.
그 욕이 바로 지옥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둘의 앞에는 고약한 똥물이 가마솥 한가득 끓고 있었다.
“미치겠군.”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타카마가하라로 가는 길이 이 가마솥 가장 밑바닥에 있는 걸 어떡하나?”
슈텐도지는 술병과 술잔을 자신의 품속에 꼭꼭 욱여넣었다.
저 똥물에 한 방울이라도 닿게 하지 않겠다는 그의 어떠한 신념이 느껴졌다.
“그럼 출발하지. 잘 따라오라고.”
그리 말한 슈텐도지가 먼저 전신에 똥물이 닿지 않도록 요력을 두른 채 똥물 지옥으로 다이빙했다.
10점 판정이 줄줄이 튀어나올 환상적인 다이빙.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통감한 유성우 또한 평소보다 더욱 두껍게 저신에 오러 아머를 둘렀다.
소드마스터가 오러 아머를 사용할 때는 두 가지 상황이 있다.
첫 번째는 전투할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고.
두 번째는 똥물에 닿지 않기 위해서였다.
차라리 피로 된 호수에 다이빙하라고 하면 할 텐데.
똥물은 무리였다.
짙은 갈색 액체 속으로 다이빙한 그는 뜨거운 열기와 똥물을 오러로 밀어내며 먼저 앞서가는 슈텐도지의 뒤를 따랐다.
똥물 안에는 참 많은 게 있었다.
형벌로 인해 고통받는 죄인들이 가득했고, 인골(人骨)이 여기저기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물질들…….
유성우는 이내 생각을 그만두었다. 오러 아머 안에서 토라도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얼마간을 빠르게 헤엄치자, 가마솥의 밑바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마솥의 밑바닥은 가장 열기가 강한 곳이었다.
두꺼운 철 아래 있는 건 시왕의 신격으로 유지되는 불꽃이었으니, 아무리 유성우와 슈텐도지라 하더라도 오래 버티기는 힘들었다.
슈텐도지가 주먹으로 가마솥의 밑바닥을 두들긴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부서지지 않는지, 유성우에게 뭔가 좀 해보라고 손짓했다.
‘미안하다, 일생. 나중에 깨끗하게 닦아주마.’
유성우는 마음속으로 일생에게 사과하며 일생을 불러냈다.
-미친 새끼야! 하지 마! 하지 마!
‘아 나중에 닦아준다고.’
-대충 물에 넣고 휘적휘적할 거 다 안다 이 새끼야! 다른 놈 불러! 싸가지없는 흑사 새끼 부르라고!
‘미안, 이미 소환 끝났다.’
-개새끼야아아아아─!!
유성우의 손에 붙잡힌 일생이 똥물을 가르며 휘둘러진다.
그러자 슈텐도지의 주먹으로는 부서지지 않던 가마솥의 밑판이 사각형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몰아치는 강렬한 지옥불의 열기.
이어서 찾아오는 환한 빛.
타카마가하라로 향하는 빛이었다.
유성우와 슈텐도지는 길게 끌 것 없이 곧장 몸을 던졌고, 찬란한 빛이 그들을 감싸 다른 차원으로 이끌었다.
시야를 회복하니 눈에 들어오는 건 맑은 물이었다.
더럽고 더럽던 똥물이 아닌 투명하기 짝이 없는 맑은 물.
유성우는 마찬가지로 깨어난 슈텐도지와 함께 수면으로 솟구쳤고 높은 물기둥을 세우며 근처의 뭍으로 향해 물을 털어냈다.
“죽는 줄 알았군.”
“동감이다.”
규환지옥의 똥물 가마솥은 둘에게 끔찍한 기억을 남겨주었다.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똥물에 들어가서 헤엄을 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테니.
혹시 몸에 냄새라도 뱄을까, 둘은 옷까지 맑은 물에 깔끔하게 빨았다.
깔끔해져서 기분이 좋아지기라도 했는지, 슈텐도지는 술잔에 술을 다르며 말했다.
“환영한다! 자네가 타카마가하라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 살아 있는 인간이다!”
“진입 방식이 이따위인데 제정신인 인간은 올 생각도 안 하겠지.”
“하하하! 그도 그렇군.”
슈텐도지는 술잔의 술을 쭉 들이켜고는 말을 이었다.
“떨어지는 아름다운 폭포와 투명하기 그지없는 못… 보아하니 이곳은 타카마가하라의 3층에 있는 신수(神獸)들이 몸을 씻으러 오는 ‘신수폭포(神獸瀑布)’인 모양이군.”
유성우는 타카마가하라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오는 동안 슈텐도지에게 들었다.
타카마가하라는 총 5층으로 이루어진 다중 차원이고, 높은 층으로 갈수록 높은 격을 지닌 신이 머무르고 있다.
1층이 가장 낮은 곳이고, 5층이 가장 높은 곳.
유성우와 슈텐도지가 목표로 하는 스사노오는 일본의 최고신 중 한 명이다.
그렇기에 5층에 도달해야만 그 낯짝을 볼 수 있을 터.
그래도 3층이면 스타트가 나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1층의 변두리에서 시작할 수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스사노오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유성우 또한 시간이 필요했다.
“나쁘지 않아.”
“그래! 나쁘지 않은 시작이지.”
유성우는 품속에서 단탈리안이 저술한 살생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슈텐도지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여기에 쓰인 놈 중 3층 이상에 있는 놈이랑, 죽여도 상관없는 신의 거처의 안내를 맡겨도 되겠나?”
그가 해야 할 것은 ‘밑작업’.
스사노오는 폭풍과 바다의 신이자, 전쟁을 관장하는 군신이기도 하다.
일본의 토속신들은 모두 유기적인 전승의 소유자다.
일본 신화는 대부분이 정치적 이유에서 탄생한 신화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그러니까, 스사노오와 연결된 전승을 가진 신들을 모조리 죽여버리면 자연스럽게 스사노오의 힘 또한 약해지리라.
유성우가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스사노오의 밑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그 신격을 취하는 것.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스사노오의 목 끝에 자신의 검이 닿겠지.
유성우의 그런 마음을 알아챈 건지, 슈텐도지는 웃으며 말했다.
“좋다! 따라와라! 타카마가하라에 피바람을 한번 불러일으켜 보자꾸나!”
***
“흐아암.”
“이나리 님… 괜찮을까요?”
유성우를 보내주고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이나리는 드는 코스트가 적은 여우의 모습으로 코유키의 허벅지 위에 엎드려 있었다.
마루에 해가 잘 들어서 따사로운 날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코유키는 여전히, 두려움에 젖어 있었다.
유성우가 보여주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나리가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자신의 목이 날아갔을 그 상황은 머릿속 깊은 곳에 트라우마로 남아버렸다.
“괜찮을 리가 없지. 살겁을 몸에 가득 담은 광인(狂人)이 걷는 길에 흔적이 남지 않을 리가 없잖느냐.”
이나리는 냉소적으로 답했다.
타카마가하라, 지옥으로 가는 길을 자신이 열어주기는 했지만, 분명 지옥에서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터였다.
자신의 앞길을 막는 놈이 있다면 베고, 그 수급을 한 손에 들고 당당히 걸어갈 놈이니.
지옥에 많은 피가 흐를 것이다.
오니의 피건, 죄인의 피건.
시체로 산을 쌓아 올리고 피로 바다를 만들겠지.
“지옥에서 일하는 공무원놈들도 꽤 당황스럽겠지…….”
“지, 지옥에 공무원이 있어요?!”
“당연하지. 일은 더럽게 많이 하지만 월급은 적은 박봉 공무원이지. 코유키, 만약 네가 죽으면 지옥에 공무원으로 취직시켜 주겠노라. 케헤헤.”
“돼, 됐습니다…….”
이나리는 몸을 말며 눈을 감았다.
지금쯤 유성우는 어디에 닿았을까.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 지옥에서 타카마가하라로 가는 길을 찾아 헤매고 있겠지.
지옥에서 타카마가하라로 올라가는 길은 하나뿐.
‘…하나밖에 없었나?’
그러고 보니 예전에 개구멍이니 뭐니,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러나 이나리는 이내 생각을 그만두었다.
지금 여우의 머리라 뇌가 잘 안 돌아가기도 하고.
여기서 늘어지게 한 잠 때리고 타카마가하라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었다.
‘…아니다, 아예 다음 주까지 이러고 있어야겠구나. 그 미친놈이 혹여나 타카마가하라로 올라와 깽판치다가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
신격은 꽤 소모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유성우는 그만큼 피하고 싶었다.
타카마가하라에서는 전력을 쓸 수 있으니 죽이는 건 일도 아니겠지만.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굳이 부딪쳐서 상처가 나기라도 하면 그것만으로도 손해였다.
“코유키, 등 좀 주물러 보려무나.”
“네.”
“어어, 그래, 거기, 시원하구나…….”
***
푸슉!
붉은 검신이 ‘고인형주신(藁人形呪神)’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일본의 토속신 중 하나인 짚 인형을 매개체로 한 저주의 신.
죽여도 별로 상관없는 신이라는 뜻이었다.
이미 온갖 저주를 몸에 담고 있는 유성우에게는 별다른 해를 가할 수도 없는 신이었고.
“…이걸로 세 놈째.”
“이번에도 훌륭한 검 솜씨였다! 지켜보는 내내 술이 정말 달았다.”
“앞으로 더 달아질 거다.”
유성우는 신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검보랏빛 기운을 지켜보다 말을 이었다.
“더 볼만할 광경이 많아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