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77)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76화(277/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76화
천국행(2)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오랜 시간 일본 열도에 군림한 명실상부한 최고신.
다른 신화의 주신들과 맞먹는 신격을 지닌, 대신격임이 틀림없다.
쌓인 신격을 갈무리하고 처음 상대하는 게 성신전의 대신격이라니.
‘태양신’은 어디 신화에서나 최고신의 대접을 받는다.
이집트 신화의 ‘라’도 그렇고.
아마테라스가 검지를 길게 뻗은 손을 들자 하늘에 빛무리가 모여들어 원형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어서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집약과 발산.
원형의 빛무리에서 기다란 빛줄기가 유성우를 향해 쏟아져 내린다.
광휘열선(光輝熱線)
그 속도가 그야말로 빛과 같다.
유성우는 자신의 모든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겨우 반응해 낸다.
휘두른 일생으로 몇 개의 광선을 쳐내고 한 발짝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급가속.
시간을 잘라내듯 나아간 유성우가 아마테라스의 앞에서 회전하며 검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마테라스 또한 대비하고 있었다.
유성우의 비상식적인 속도는 이미 겪어본 바 있으니, 그에 맞춰 부드럽게 회전하며 검로에서 벗어났다.
‘심상치 않은 검이니 괜히 막다가는 다칠 수도 있겠지.’
검을 피한 그녀는 유성우의 옆구리를 걷어차기 위해 맨발을 쭈욱 뻗었다.
하지만 그는 비어있는 손을 뻗어 도리어 아마테라스의 발목을 쳐내 위쪽으로 힘의 방향을 바꾸었다.
발이 유성우의 옆구리가 아닌 천장으로 쭈욱 뻗어져 하늘을 두들긴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박투(搏鬪)도 꽤 한다네!”
아마테라스는 씩 웃으며 하늘로 뻗어진 발을 그대로 내리찍었다.
빛의 속도로 내리 찍힌 발이 대지를 두들겨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든다.
구경하며 술을 마시던 슈텐도지도, 앞에서 검을 휘두르던 유성우도 공중으로 떠올랐다.
유성우는 높이 떠오른 잔해를 발판 삼아 빠르게 이동했다.
아마테라스는 여전히 땅에 선 채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했다.
‘어중간한 건 안 통하겠지.’
계속해서 이동하던 유성우는 속도를 높였다.
더욱 높이 올라가, 안 그래도 작은 아마테라스가 더욱 작게 보일 때쯤 하강을 시작했다.
떠오른 잔해들을 재차 발판 삼아 속도를 높인다.
일생을 양손으로 굳게 쥐고 잔해들을 각력으로 부숴버리며 가속을 더해, 한 줄기의 붉은 선이 되어 아마테라스를 향해 떨어졌다.
“흥!”
그녀는 양손을 모아 빛무리를 모으더니, 거대한 빛의 기둥을 만들어 쏘아냈다.
유성우는 빛의 기둥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던졌다.
빛의 기둥 속으로 자신의 신격을 그러모은 검을 내지르며 쇄도했다.
아마테라스의 대지마저 태워버릴 강렬한 태양빛과.
유성우가 자아내는 일직선의 붉은 흉성(凶星)이 부딪친다.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는다.
아마테라스는 물러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유성우는 이것을 베어내지 못한다면 대신격에게 도전할 자격조차 없으리라 생각했다.
유성우가 그러쥔 일생의 오러와 신격이 일점(一點)으로 모여 돌파구를 그려낸다.
‘여기다.’
빛의 정중앙.
모든 흐름이 시작되는 곳.
그곳을 타격한 유성우의 검 끝이 빛을 갈라낸다.
빛을 좌우로 가르며 떨어져 내린다. 아마테라스의 위치에서는 유성우가 그저 빛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지만.
옆쪽으로 보던 슈텐도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호…….”
저것이 정녕 인간의 검이란 말인가? 신광(神光)마저 베어내는 그 누구도 닿지 못하는 경지에 다다른 인간이란 말인가.
유성우가 점차 떨어져 내린다.
아마테라스가 이변을 눈치챈 건 더욱 나중.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고 했으나, 그의 검 끝은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반응하기에도 늦었다.
유성우의 안광이 번뜩이며, 붉은 검신이 거대하게 다가왔다.
쿠우웅!
그와 아마테라스가 부딪치는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솟구쳤다.
대지가 찌이잉 하고 울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충격량.
흙먼지 속에서 유성우와 아마테라스는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몸이 포개지듯이, 아마테라스는 바닥에 딱 붙은 채였고, 유성우는 그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성우의 검은 아마테라스의 목에서 몇 센티미터 벗어난 곳에 박혀 있었다.
자신의 검이 아마테라스의 목을 꿰뚫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유성우가 곧장 검의 방향을 틀어 그녀의 목을 베려고 했으나, 그것보다 아마테라스의 발이 솟구치는 게 빨랐다.
뻐억!
큰 소리와 함께 유성우의 몸이 공중에 살짝 떠올랐으나, 그는 검을 땅에 박아넣은 채 버텼다.
지금이 아니라면 아마테라스의 목을 벨 기회가 없었으니까.
아마테라스는 유성우를 보며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의 안광에서, 검에서 풍겨 나오는 짙은 살기.
그는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 들고 있고, 진심으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 지금까지 누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 누구도 아마테라스를 상대로 그런 불경한 생각을 품은 이는 없었다.
아무리 대요괴라도 그녀의 앞에서 굴복하기 일쑤였고.
타국의 신들도 그녀를 함부로 보지 않았다.
“이 불경한 놈이!”
“죽어.”
유성우의 검이 다시금 아마테라스의 목덜미를 노리고 뱀처럼 움직인다.
기묘한 움직임에 아마테라스는 결국에는 양손을 들며 소리쳤다.
“졌다! 내가 졌다! 이 미친 인간아! 그러니까 위에서 좀 비키는 게 어떻냐?”
그제야 유성우의 검이 멈추었다.
그는 분노를 가라앉히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줄곧 삼키고 있던 피를 한 바가지 입에서 쏟아내며, 옷소매로 입가를 닦았다.
“퉤.”
고인 피까지 모조리 뱉어낸 그가 아마테라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슈텐도지, 술 한 잔만.”
“어어, 그래.”
전투가 끝났음을 확인한 슈텐도지가 어기적어기적 걸어와 술을 담은 술잔을 유성우에게 내밀었다.
그는 반은 입에 머금었다가 뱉었고, 나머지는 쭉 들이켰다.
뜨끈한 술이 몸 안을 달구니 진탕되었던 속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았다.
“자네, 정말로 대단한데? 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께서 항복이라는 말을 하실 줄이야.”
“…….”
유성우는 슈텐도지의 칭찬에 인상을 찌푸렸다.
일본의 최고신에게 승리했으니 기뻐해야 하겠지만, 오히려 그는 격차를 더욱 느껴버렸다.
아마테라스는 전력을 내지 않았다.
저 후줄근한 츄리닝 모습이 진체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즉, 아마테라스는 힘을 제한한 모습으로 나타나 슈텐도지를 이틀 동안 신나게 두들겨 팼고,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한 번이라도 실수했다면 아마테라스의 강렬한 태양빛에 휩싸여 타죽었으리라.
그녀가 진짜로 자신을 죽여버릴 생각이었다면 태양신인 만큼 태양을 소환해 타카마가하라가 날아가더라도 그냥 죽여 버렸겠지.
슈텐도지도 이틀 동안 가지고 노는 게 아니라 단박에 죽여 버렸을 테고.
“갈 길이 멀군.”
그가 작게 중얼거리는 와중, 아마테라스가 제 옷에 묻은 흙을 털털 털며 다가왔다.
그녀의 목에는 유성우가 두 번째로 새긴 생채기가 길게 남아 피가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그것을 자신의 열로 상처를 지져 막고는 입술을 댓 발 내민 채 말했다.
“슈텐, 미친놈을 친구로 사귀었구나. 정말로 이 나를 죽이려 드는 놈은 처음이다.”
“하하, 아마테라스께서 그렇게 당황하신 건 처음 봅니다.”
“어디에서 온 놈이냐? 척 보니 일본 놈은 아니고…….”
아마테라스가 보기에 유성우는 무척이나 이질적인 존재였다.
생긴 건 옆동네인데, 몸에서 풍기는 신격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이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계의 신격.
“아마테라스 님, 그것 때문에 온 친구입니다. 그, 왜 스사노오께서…….”
“아.”
아마테라스는 슈텐도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얼마 전에 스사노오가 자신에게 쓸만한 화신이 생길 것 같다고 자랑하러 온 적이 있었다.
스사노오는 야마타노오로치를 죽인 공로를 인정받아 ‘용살(龍殺)의 신격’을 얻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화신을 용으로 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는데, 이런 세상이 되었어도 용인(龍人)은 세상에 흔하지 않다.
더군다나 일본은 용에 대한 전승이 적다.
가장 유명한 전승이 야마타노오로치였는데, 그건 또 용이 죽는 전승이었으니.
그렇다고 다른 나라로 가자니 그곳은 스사노오라도 섣불리 건들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 스사노오가 화신으로 점찍은 아이의 아비라도 되는 거냐?”
“비슷하다.”
“흠.”
잠깐 고민하던 아마테라스가 입을 열었다.
“스사노오의 화신이 되는 건 영광에 가까운 일이다. 일본의 삼귀자의 화신이 될 수 있다고 하면 제 자식을 제물로 바칠 이도 한가득이지. 아이를 스사노오의 화신이 되도록 둘 수는 없는 건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지 모르겠군. 어떤 미친 새끼가 갑자기 자식새끼를 데려가서 자신의 화신으로 삼으려고 하는데…….”
유성우가 진심으로 경멸하는 표정으로 아마테라스를 쳐다보았다.
아마테라스의 입장에서는 스사노오는 일본의 삼귀자.
그의 화신이 된다면 순식간에 신격에 오를 수 있을 것이며, 그 누구보다 강한 화신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회를 거부하고 있으니.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 없을 따름.
“말로는 해서 안 들어 처먹을 것 같으니 내가 타카마가하라까지 온 거다. 나한테는 정당한 복수의 권리가 있어.”
아마 지금도 녹스는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을 터였다.
스사노오가 만들어내는 환상과 싸우며 말이다.
녹스는 강한 아이니 그런 유혹에 지지는 않을 테지만, 오래 둔다고 좋은 것도 없었다.
“…….”
아마테라스는 유성우의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걸 꿰뚫어 보았다.
자식을 걱정하는 아비의 마음.
태어나기를 신으로 태어난 아마테라스는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지만, 그가 품은 감정이 어떠한 형태인지는 알았다.
자신도 패배 선언을 해버린 만큼, 더는 유성우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녀는 잠시간 말이 없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자네를 더는 막을 수는 없겠군. 스사노오까지 향하는 길을 열어줄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 제 발로 나아간다면 얼마든지 허락하겠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적당히 죽여라. 팔백만 중에서 뭐 몇십 명 죽는다고 티도 안 나겠지만… 분위기가 있지 않나.”
타카마가하라에 유성우에게 죽임당한 신령들의 원념들이 떠돌아다니면 분위기가 너무나도 흉흉하지 않은가.
명색이 신역인데.
“죄다 억울하게 죽어서 원념만 가득하던 걸 내가 직접 정화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얼마나 귀찮고 지치는 일인지 아나?”
“알 리가. 하지만 그게 네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유성우의 퉁명스러운 말에 아마테라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미친놈한테 괜히 져줬나, 싶은 얼굴이었다.
슈텐도지도 살짝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러다 아마테라스가 빡돌아서 유성우를 죽여 버리면 어떡하나… 같은 얼굴.
유성우는 들고 있던 술잔을 슈텐도지에게 돌려주고는 일생도 돌려보냈다.
‘…이제 거리낄 건 없겠군.’
조금의 준비만 더 끝마치면 스사노오를 사냥하러 향할 것이다.
타카마가하라의 가장 높은 곳.
삼귀자의 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