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83)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82화(283/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82화
스사노오노미코토
유성우는 내면세계에서 스사노와 야마타노오로치의 전투를 몇 번이고 지켜보았다.
그의 곁에는 야마타노오로치가 앉아있었고, 어느새 둘 외에도 다른 존재들이 자리해 전투를 지켜보았다.
서서히 주변을 채운 것들은 유성우의 검들이었다.
어느새 날아와 곁에 누워 있거나, 꽂혀 있는 일곱 자루의 검.
붉은 검신의 일생, 두 자루가 한 쌍인 이계.
대검인 삼정과 마검인 흑사.
용의 이빨을 담금질해 완성한 오월과 마검 같은 성검인 육망.
그리고 거기에 한 자루가 추가되어 여덟 자루가 되었다.
곁에 앉아 있던 야마타노오로치의 모습이 검으로 바뀌었다.
천총운검의 이름의 검은 유성우의 여덟 번째 검이 되었다.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의 일곱 번째 검을 포함해서 말이다.
“…….”
유성우는 반복 재생되는 신화 속의 전투를 쳐다보다가 주변에 널브러진 검들을 하나둘 주워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검에 둘러싸인 형태가 된 유성우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건 너희들 덕분이겠지. 덕분에 몇 번인가 역경을 넘어설 수 있었으니까.”
몇 놈은 빼고.
흑사라던가.
육망이라던가.
흑사라던가.
육망이라던가.
아무튼.
그는 손을 뻗어 무명천 하나를 만들어냈다. 이곳은 그의 내면세계,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외에도 기름이나 솔 등 검을 관리하기 위한 용품들을 만들었다.
“오랜만에…….”
그러고는 일생부터 시작해서, 검을 정성스레 닦기 시작했다.
유성우의 검들은 그의 영혼에 뿌리를 내린 순간부터, 관리할 필요가 없는 검이 되었다.
더러워져도 돌려보냈다가 소환하면 다시 깔끔해지니.
하지만, 그러기 이전에는 유성우는 검을 애지중지했다.
처음에는 그런 중요성을 모르고 많이 부러트려 먹거나 잃어버리고는 했지만…….
잘 관리된 검, 좋은 검은 언젠가 한 번은 목숨을 살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실력이 호각이라면 검 상태가 더 좋은 쪽이 이길 테니까.
검을 정성스레 닦고 있으니 과거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이 검들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이 검들로 누구를 물리쳤는지도.
“…참 많은 일이 있었지.”
일생에 이어 이계, 삼정.
흑사도 웬일로 조용했다. 칠흑색의 검신을 무명천으로 부드럽게 닦아주자 기분 좋다는 듯 부르르 떨기만 할 뿐.
-죽음이다!
“이 새끼가.”
그럼 그렇지.
손가락으로 흑사의 검신을 두들기고는 옆에 내려놓은 그가 다음으로는 오월과 육망까지 닦아주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새로 합류한 천총운검까지.
“천총운검, 그렇게 부르기에는 이름이 너무 기니 따로 붙여줘야겠군.”
일곱 번째 자리의 검은 따로 있다. 그러니 일곱의 이름은 줄 수 없으니…….
잠시 고민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팔두룡, 야마타노오로치가 벼려낸 검이니 팔의 자리가 딱 맞겠군. 너는 앞으로 팔성(八星)이라 부르겠다. 아무래도 팔룡(八龍)은 너무 노골적이니까.”
손질을 마친 유성우가 손가락으로 천총운검, 팔성의 검신을 튕기자 팔성이 부르르 떨었다.
검들의 손질을 마친 그가 눈을 감은 채 명상을 시작했다.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머릿속으로는 환영 속의 스사노오와 지금의 자신을 맞붙이는 중이었다.
전투 시뮬레이션.
지금까지 반복해서 보았던 스사노오의 움직임을 심상 속에서 재현해 낸다.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것은 자신.
여러 자루의 검을 바꿔 들며 가장 유효한 수단을 찾았다.
스사노오가 약할 검로를 찾아 수십, 수천, 수만 번이고 검을 휘둘러 대(對) 스사노오용 검술을 천천히 완성해 간다.
그리고 이 행위는 신격을 담금질하는 행위와도 이어졌다.
유성우의 신격은 본질적으로 ‘검’이었기에, 끊임없이 휘둘러 자신을 증명하는 것은 그의 신격의 정순함에 이어진다.
그가 끝없이 머릿속의 스사노오와 전투를 벌여 검술의 개념을 정립하는 것은 격을 더욱 높이는 일.
심상 속에서 스사노오와 싸우고, 검을 새로이 단련할수록 신격은 날카롭게 변한다.
무엇이든 벨 수 있는 검처럼.
유성우는 그런 흐름 속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냈다.
지상과 타카마가하라의 시간 흐름은 다르고, 현실과 내면세계의 흐름 또한 다르다.
느리게, 더욱 느리게.
내면세계를 더욱 가속하며 현실과의 시간 괴리를 늘리고 수련할 시간을 늘렸다.
지금의 그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신격을 얻기 전에도 종종 했던 일이니…….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
***
“결계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한가한데…….”
슈텐도지는 자진해서 동굴의 앞을 지켰으나, 찾아오는 이는 없었다.
야마타노오로치가 설치해 둔 결계가 워낙 견고해 아무리 4층의 신들이라도 찾아낼 수 없었다.
“…무시무시하군.”
슈텐도지는 뒤쪽의 동굴을 슬쩍 돌아보고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지금 안에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길래, 흘러나오는 기운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었다.
야마타노오로치의 결계가 아니었다면 단박에 들켜버렸겠지.
“이제는 나는 상대도 안 되겠는데.”
그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이제 결판을 볼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유성우가 신격의 수습을 끝내고 나면, 타카마가하라 5층으로 그를 안내한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할 수 있는 남은 일이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는 나날만 며칠이 지났을까.
간간이 하늘 위로 몇 신이 지나가기는 했지만, 결계 덕분에 눈치는 채지 못한 듯했다.
그때마다 마음을 졸이던 슈텐도지는 어서 유성우가 수습을 끝내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흐르고, 체감상 아침이 찾아왔을 때.
쿠우웅─
야마타노오로치의 결계가 굉음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곤잠을 자고 있던 슈텐도지는 황급히 일어나 결계의 경계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신들의 식신으로 보이는 이들이 결계를 부수기 위해 부딪히는 중이었다.
“어떻게 안 거지?”
그 정답은 금방 알아차렸다.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유성우의 신격이 너무나도 강대해져 있었다.
야마타노오로치의 결계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아직 제대로 된 신으로서의 각성은 끝마치지 못한 것 같은데, 그 전 단계만으로도 전신에 전율이 일었다.
그가 만약 자신의 세계를 완성하고 진정한 신으로써 자리매김한다면… 대체 어떤 괴물이 탄생하는 것인지.
“이럴 때가 아니지.”
유성우를 지켜야한다.
신들이 직접 온 게 아니라 식신이라면 자신도 막을 수 있을 터.
그리 생각하며 요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야마타노오로치의 결계가 산산이 부서졌다.
“저기에 있다!”
“잡아라!”
인간 형태의 식신들이 쏜살같이 날아온다.
그들을 향해 슈텐도지는 자신의 술잔을 내던지고, 곧장 요력을 쏘아냈다.
거대해진 술잔이 식신들을 덮치고, 뒤따라 날아온 요력이 폭발하며 일대를 뒤덮는다.
그러나 식신들은 술잔을 깨부수고, 폭발 속에서 상처 없이 튀어나와 슈텐도지를 향해 쇄도했다.
“이런, 단단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역시 타카마가하라 4층에 거주하는 신들의 식신들인가.
슈텐도지는 요력을 담은 주먹을 뻗어 응수했다.
그의 주먹이 빠른 속도로 쏘아지고, 가장 앞에서 내달리던 식신 둘을 쓰러트린다.
그러나 뒤따라 날아오던 식신들이 금세 그 자리를 채운다.
그리고 잠시 주먹질을 이어 나가는 사이, 쓰러졌던 식신들이 일어선다.
대체 신격을 얼마나 받아 처먹고 온 건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끝이 없겠군.’
쓰러트려도 다시 일어서고.
시간을 오래 끌면 신들이 직접 찾아올 터였다.
아마테라스의 도움을 두 번이나 기대하는 건 주제넘은 생각일 테니…….
그리 생각하며 다시 요력을 그러모았을 때, 동굴 쪽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칼바람이라고 불러도 좋을 날카로운 바람.
그리고 다음 순간 슈텐도지의 앞에서 무기를 든 식신들의 몸이 수십 조각 나더니 종이로 변해 사라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동굴 속에서 사람이 한 명 걸어 나오고 있었다.
한 손에는 푸르스름한 색을 지닌 검 한 자루를 든 채, 느릿하게.
“…오래 기다렸나?”
먼 거리에서, 일격에.
슈텐도지도 애를 먹는 식신들을 단번에 정리해 버린 유성우가 숨을 길게 내뱉곤 말했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끝을 볼 시간이다.
***
일본, 교토, 후시미 이나리 신사.
아직 타카마가하라로 돌아가지 않은 이나리는 여우의 상태로 햇볕을 쬐는 중이었다.
신으로서의 일은 내팽개치고 뒹굴뒹굴 굴러다니면서 쉬는 게 어찌나 안락한지.
‘슬슬 죽었으려나?’
아무리 유성우라도 타카마가하라를 돌파해 스사노오에게 도달한다는 건 무리일 터였다.
아직도 지옥을 헤매고 있겠지.
그리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코유키가 편지를 하나 들고 왔다.
“이나리 님, 이나리 님에게 편지가 도착했는데요?”
“킁킁, 벤자이텐(弁才天)이 보낸 편지인가 보구나. 이리 줘보거라.”
코유키가 공손하게 편지를 내밀자 이나리는 앞발로 붙잡고 이빨로 편지를 뜯었다.
그리고 편지를 펼쳐 보고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이나리 님……?”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더냐……?!”
벤자이텐, 변재천이라고도 부르는 신이 보낸 편지에는 여러 신들의 이름과 함께 충격적인 내용이 쓰여 있었다.
지옥에서 올라온 것 같은 살아 있는 인간이 타카마가하라를 휘젓고 다닌다는 내용.
3층에서 수십의 신이 죽었고, 4층에서는 야마타노오로치가 자취를 감추었다.
이 일에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관련 있는 것 같다는 추측까지.
편지를 읽은 이나리는 양 앞발로 제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뇌했다.
‘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지금까지 아무런 이변도 없던 타카마가하라에서 이런 일이 터진 이유는 하나밖에 없을 터였다.
상대가 신이라고 한들 두려워하지 않고 덤벼드는 검을 든 미친놈.
그런 미친놈을 타카마가하라에 풀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화신을 인질로 잡혔다고는 하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나리가 말했다.
“타카마가하라로 돌아가 봐야겠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구나.”
“다녀오세요.”
그리고 이나리가 타카마가하라로 돌아가는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코유키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낀 이나리가 발걸음을 멈춤과 동시에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음성.
그리고.
“시, 신사가 공격받고 있다고요?!”
퍼엉─!!
퍼엉──
퍼어어어엉──
이어서 그것을 증명하듯 여기저기서 폭음이 들려왔다.
코유키는 폭음이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곳곳에서 불타오르는 교토를 볼 수 있었다.
전화에서의 소식은 계속 이어졌다. 교토 이외에서도, 관서에 있는 신사 곳곳이 불타고 있다고.
그녀가 휴대전화를 툭, 하고 떨어트렸다.
지금 그녀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막으려고 애쓰던 것이었다.
어떻게든 막아서 일본을 지키고 말겠다고 생각했던…….
끔찍한 풍경이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그리고 모두가 일개 다이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기도 했던…….
쿠단의 예언이 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