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86)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85화(286/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85화
스사노오노미코토(4)
스사노오라는 신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태초부터 타카마가하라의 신이었으며, 바다를 관장하면서도 무력이 뛰어난 군신이다.
그와 더불어 정치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신이라는 오명을 뒤집었으나 현대 사회에서 그 신격만큼은 진짜였다.
태양과 달, 그리고 바다.
일본은 섬나라이기에 바다의 존재는 태양이나 달과 다름없다.
그러니까, 유성우는 일종의 자연을 상대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자연을 상대로 싸우는 인간.
“크아아아아─!!”
유성우의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일생이 수직으로 떨어져 내린다.
검에서부터 솟구친 거대한 붉은 검기가 세계를 가른다.
하늘에서부터, 대지까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세상을 수직으로 양단하는 검격이 스사노오의 폭풍을 깨부순다.
고작 그 정도의 풍파로는 자신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폭풍이 공간 채로 반으로 갈라지자, 스사노오는 또 다른 폭풍을 끌고 왔다.
섬을 통째로 날려 버릴 듯한 기세로.
하지만 유성우는 몇 번이고 검을 휘둘러 폭풍을 가른다.
이 정도 폭풍에 꺾일 검이 아니라며, 의지를 내보이며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다.
“신격도 완전히 이루지 못한 인간 주제에! 어디서 삼귀자인 나와 맞먹으려 드는 것이냐!”
유성우는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검을 휘둘렀다.
온 신경을 모조리 검을 휘두르는 데 쏟아붓는다.
야마타노오로치의 신격을 흡수했다고 해도, 전부 흡수한 건 아닐뿐더러 여전히 신격의 총량도 적다.
그에게는 스사노오를 정면에서 상대하는 건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가깝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목이 날아가는 스릴 넘치는 줄타기.
하지만 그에게는 늘 해오던 것이었다.
“후읍!”
숨을 짧게 들이켜며, 다가오는 폭풍을 여러 갈래로 쪼갠다.
쪼개진 폭풍은 멈추지 않고 다른 궤도를 그리며 유성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유성우는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겁 없이 폭풍 속으로 들어서며 실낱같은 크기의 빈틈 속으로 몸을 비집어 넣는다.
그러고는 검을 뻗는다.
자신의 검을 폭풍 속으로 집어넣더니, 폭풍의 흐름을 이끌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스사노오는 제어권을 빼앗긴 폭풍을 가져오려고 했으나, 유성우는 오히려 폭풍을 더욱 제 쪽으로 끌어들여 크기를 키웠다.
회전을 거듭해 이내 모든 폭풍을 자신의 검으로 통제하고는 그대로, 스사노오를 향해 내지른다.
폭풍폭류검(爆風瀑流劍)
폭풍을 다루는 검술.
특수한 환경에서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검술이지만, 스사노오가 아주 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유성우가 그러모은 폭풍은 스사노오가 쏘아냈던 것보다 더욱 강렬한 폭풍이 되어 공기를 찢으며 스사노오를 향해 나아갔다.
스사노오는 황급히 다른 폭풍을 불러일으켜 상쇄하려 했으나, 이미 하나의 생물이나 마찬가지인 유성우의 폭풍이 그를 찢어발긴다.
폭풍으로 이루어진 칼날에 휩싸인 스사노오가 전신에서 피를 흩뿌리며 뒤로 날아간다.
“크헉!”
처음으로 듣는 비명까지.
바닥에 처박혀 몇 바퀴 구르고 일어난 그의 얼굴에는 분노로 가득했다. 자신의 주특기에서 밀렸다는 당혹감과 수치심.
그런 것들이 표면에 떠올라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유성우는 그런 스사노오를 한 번 쳐다보고는 비웃었다.
“폭풍의 신이라더니… 내가 더 잘 다루는 것 같은데.”
그의 비아냥거림에 스사노오의 전신에서 증기가 솟구쳤다.
가득하던 상처들이 순식간에 낫더니, 이빨을 뿌득 갈며 말했다.
“적당히 봐줘서는 안 되겠구나. 너 같은 놈에게 쓰는 건 아깝지만…….”
그리 말한 스사노오가 오른손을 높게 들자, 하늘에서 빛줄기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의 앞에 떨어져 땅에 박힌 것은 한 자루의 검.
신격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그 검은, 검 자체로 어마어마한 격을 지니고 있었다.
‘저게 슈텐도지가 말했던 아메노하바키리(天羽々斬)인가?’
일본 신들의 아버지, 이자나기가 스사노오에게 주었다는 신검.
스사노오는 저 검을 들고 야마타노오로치의 목을 베어 죽였다고 한다.
충분히 신을 베어 죽일 수 있는 신격이 담긴 신살(神殺)의 검이다.
따지자면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미스틸테인이나 예수를 찔러 죽인 롱기누스의 창과 동급의 무기.
“그 검, 마음에 드는데.”
유성우의 중얼거림과 스사노오가 검을 뽑아 들자 그의 신격이 순식간에 증폭한다.
삽시간에 증폭한 신격은 이내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세계의 법칙을 다시 쓴다.
유성우는 찰랑거리는 감각에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발밑에 해수(海水)가 찰랑거리고 있다.
야마타노오로치 때와 똑같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야마타노오로치는 강물이었고 스사노오는 바닷물이라는 것이었다.
해신(海神)이자 군신(軍神), 스사노오노미코토가 자신의 전력을 드러내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
“죽여 버리겠다─!!”
스사노오의 외침과 함께 얕은 바다가 출렁이더니 파도가 몰아친다.
나무를 베며 다가오는 날카로운 파도가 대지를 집어삼킨다.
유성우는 검을 휘둘러 파도를 갈라내고는, 파도 사이로 찔러 들어오는 스사노오의 검을 받아친다.
“큭!”
받아치는 것만으로 알 수 있는 어마어마한 격차.
신검을 쥐고 있지 않을 때의 스사노오와 신검을 쥐고 있을 때의 스사노오는 완전히 다른 신이었다.
“템빨 미쳤네 이 새끼!”
뒤로 황급히 물러나며 저릿저릿한 손목을 확인한 유성우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검과의 상성이 좋은 것인가.
자신이 예상했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몇천 년간 놈이 더 강해졌을 것을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해왔는데.
‘…하지만 아예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야마타노오로치와의 전투에서 보았던 놈의 검을 쥐는 방법과 휘두르는 방식.
스텝과 사소한 습관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무식하게 힘만이 강해졌다고 해도 좋다.
다가온 스사노오가 검을 휘두른다. 군신답게 어느 정도 검술을 익힌 건지.
파도처럼 강맹하면서도 유려한 곡선의 검로가 허공을 그으며 다가온다.
그러나 유성우에게는 그의 검로가 똑똑히 보였다.
그가 바다와 폭풍, 그리고 군을 관장하는 신이라면.
유성우는 오로지 검술로 이루어낸 업적으로 신격에 다다른 인간이었으니까.
야마타노오로치와의 전투에서 보았던 스사노오의 검술.
유성우는 그것들을 낱낱이 꿰뚫고 있다. 그의 눈동자가 돌아감과 동시에 한 걸음을 내디딘다.
“여기다.”
스사노오의 검로에서 벗어나 파고들 수 있는 유일한 한 걸음.
아메노하바키리가 일생의 검을 긁으며 빗겨나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유성우의 일검.
오러를 극한으로 압축해, 아래에서 위로 올려 베는 일수.
그러나 유성우의 검은 스사노오의 가죽만 긁으며 허공을 가른다.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 스사노오는 바닷물로 자신을 잡아당겨 거리를 벌린 것이었다.
“이 자식이!”
“아깝군.”
유성우가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나 일생을 양손으로 잡고는 자세를 잡는다.
스사노오는 이빨을 뿌득 간 채, 검을 쥔 손에도 꽈악 힘을 주었다.
“후우.”
짧게 숨을 내뱉은 유성우가 이번에는 공세에 들어갔다.
무릎까지 들어찬 바닷물을 걷어차며 손을 뻗는다.
일생으로 바닷물을 퍼 올려 시야를 가리고, 퍼 올린 바닷물과 함께너머의 스사노오를 베어버린다.
그러나 그곳에 있던 건 물로 된 스사노오의 형체뿐.
진짜는 위쪽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해신류(海神流)
하파랑(下波浪)
위에서부터 아래로 떨어지는 날카로운 파도.
유성우는 뒤로 훌쩍 뛰어 피했으나, 스사노오의 검술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해신류(海神流)
좌파랑(左波浪)
아메노하바키리의 검 끝이 유성우를 쫓는다.
파도가 부자연스럽게 꺾이며 휘몰아친다. 그를 죽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자연의 흉폭함.
스사노오는 유성우가 받아치지 못 하리라 생각했는지 입가에 미소를 띠었으나.
유성우는 착지하자마자 검을 앞으로 내밀며 검술을 선보였다.
언젠가, 과거.
동생인 유지우에게 가르쳐주었던 ‘해월검(海月劍)’을 펼쳐낸다.
바다 위에 뜬 달처럼, 고고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유검(柔劍).
일생의 끝으로 스사노오의 파도를 찍으며, 그대로 부드러운 원을 그린다.
자신의 의도대로 바닷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신격과 힘은 스사노오가 위일지라도, 극강의 부드러움은 무식한 힘을 제어할 수 있는 법이니.
‘기술은 내가 더 위다.’
그리 말하듯이, 유성우는 스사노오의 검술을 상처 없이 흘려내고는 일생을 바닥에 찍었다.
그러자 바닷물이 사방으로 파문을 치다 이내 고요해졌다.
달이 뜬다.
바다 위에 고고한 달이 뜬다.
해무(海霧) 해월(海月)이 모습을 드러내며 일대를 장악해, 바다의 제어권을 빼앗는다.
유성우는 스사노오에게 빼앗은 바다, 그 중심에 서서 일생을 다시 뽑아 들고 자세를 잡았다.
“다시 해봐라. 네놈의 파도가 나의 검을 뚫을 수 있는지.”
“이 개자식이! 나는 해신(海神)이다! 고작 그 정도의 얕은 바다로 심해의 폭풍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내가 얕은지, 네가 얕은지. 그건 해봐야 알겠지.”
분노의 끝에 다다른 스사노오가 신격을 그러모아 해일을 만든다.
그의 등 뒤에서부터 몰아치는 해일에 뒤덮여, 물로 된 커다란 몸을 드러낸다.
빌딩 크기를 훌쩍 뛰어넘는 스사노오가 검을 휘두른다.
검 또한 웬만한 건물의 크기에 육박했다. 검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그렇게 나오시겠다.”
유성우는 피식 웃으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발바닥에서부터 그러모은 힘을 무릎으로, 무릎에서 골반, 허리, 어깨에서 팔까지.
각각의 회전을 거쳐 도달한 회전력으로 자신의 바다를 퍼 올린다.
얕은 바다를 일생이 긁으며 하늘로 베어 올리자, 검 끝을 따라 역방향의 용오름이 솟아올랐다.
해월검(海月劍)
용오름 – 역행(逆行)
원뿔 형태의 소용돌이의 날카로운 끝부분이 스사노오의 검을 막아 세운다.
-이까짓─!!
그러나 스사노오의 육중한 검은 용오름을 간단히 깨부순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유성우가 노리고 있던 것.
스사노오의 시선이 용오름에 쏠린 순간, 사방에 가득한 물방울을 가볍게 밟으며 도약했다.
스사노오의 시선에서 벗어나, 놈의 머리보다 높은 곳으로 향해 검을 그러쥐었다.
스사노오의 머리가 한 박자 늦게 들렸다.
빠르게 제 검을 위로 들어 올리려 했으나, 크기가 거대한 만큼 속도가 느렸다.
공중에서 유성우는 곧장 밑으로 떨어져 내리며 검을 휘둘렀다.
해월검
낙월(落月)
그의 검 끝에 걸린 커다란 보름달이 떨어져 내린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내리 벤 일생이 스사노오의 검에 닿는다.
그 순간 스사노오의 검이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바닷물이 비산했다.
“아직이다!”
유성우는 한 번 더 회전했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스사노오의 뚝배기를 깨버리기 위해 검의 끝과 함께 보름달이 곡선을 그리며 회전했다.
보름달이 스사노오의 머리를 터트려 버림과 동시에 안에서 작은 몸체가 튀어나와 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쳐들었다.
“반드시, 반드시 죽여버리……!”
그런데, 스사노오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 쓰러져 일어나지 않았다.
유성우는 그 모습을 보곤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해치웠나?”
그럴 리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