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93)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92화(293/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92화
성신전(2)
홍서화가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해 설명했다.
두 명은 유성우의 지시대로 때맞춰 스사노오를 모시는 신사를 불태웠다.
예술(폭발)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관서에는 대혼란이 찾아왔고, 관서 전체에 있는 소방관들이 출동하고, 다이버들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했다.
이런 일을 벌인 게 누구인지 짐작하던 건 몇몇 다이버들 뿐이었으나, 섣불리 움직이지도 못했다.
홍서화와 슈아넬이 며칠간 어비스를 공략하며 보여준 퍼포먼스가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단 두 명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명을 압도할 수 있는 전력.
자신들로만은 둘을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적극적인 스탠스는 취하지 못했다.
와중에 슈아넬은 오락실에서 연전연승하며 ‘오락실 엘프’라는 별명까지 얻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별 일이 아니었으나, 상황이 급변한 것은 관서의 상황을 알고 내려온 관동 때문이었다.
관동의 다이버들이 죄다 미쳤는지 우르르 몰려와 전쟁을 선포했다.
관서를 완전히 자신들의 아래에 넣겠다는 심산으로 무력진압을 시도한 것이었다.
관서의 다이버들은 그들을 막기 위해 최전선으로 달려가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그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
코유키도 전선에 나가 있다가 잠깐 짐을 챙기러 신사에 들린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유성우는 눈을 감은 채 물길이 가져다주는 정보에 집중했다.
전쟁은 현재 진행 중.
전선이 된 나라시를 기점으로, 관동에서 온 다이버들과 관서의 다이버들이 전쟁을 벌인다.
유성우는 관동의 다이버들을 유심히 살피다,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거물이군. 홍서화, 슈아넬. 출발할 준비를 해라.”
유성우는 그리 말하고는 몸을 돌려 본당으로 들어갔다.
코유키는 겨우겨우 씩씩대는 이나리를 진정시켰다.
유성우가 그런 둘에게 말했다.
“사과 대신이라고는 뭣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을 해결해 주지. 안내해라. 이나리.”
***
“이대로 밀어붙이면 순조롭게 관서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군.”
막사 안에서 전장 곳곳을 비추는 홀로그램을 지켜보는 한 남자.
관동에서 온 천황의 아들인 세이지 유키무라.
세이지는 천황의 명을 받고 관동의 다이버들을 이끌고 관서를 침략하러 왔다.
과거, 스사노오가 그랬듯이.
관서를 자신들의 손에 넣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도쿄에 있는 정부 인사들도 허가한 일이었기에 이것은 정당한 침략이다.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관서의 기강을 잡기 위함이다.
그리 합리화한 세이지는 씩 웃으며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전장을 살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해야겠구나. 때마침 관서 곳곳에 불을 질러주다니.”
그 순간 세이지의 머릿속에 쿠단의 예언이 스쳐 지나갔으나,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여겼다.
일본 열도 전체가 불바다가 된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저 자신들처럼 관서의 행보에 불만이 있는 자가 저지른 일이라 생각했다.
‘정말 좋은 기회다.’
분명, 이런 절호의 기회는 두 번은 오지 않으리라.
이 기회를 틈타 관서를 정복하는 공을 세우면 분명 천황인 아버지도 자신을 인정할 것이고, ‘승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다른 놈들보다 내가 더 빠르게 승천에 도달할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일본 열도는 자신의 차지가 되어 영원한 통치를 할 것이다.
세이지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제 손으로 꾹꾹 눌러 내렸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니.
“그럼 쐐기를 박으러 가보실까. 이 전쟁은 관동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그리 중얼거린 세이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 바깥으로 나섰다.
바깥에는 그의 충실한 부하들이 도열한 채.
언제든 출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마친 그들이 세이지에게 경례를 바쳤다.
“출정이다! 관서 놈들을 쓸어버리러 가자!”
***
유성우가 전선에 도착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교토에 있었고, 전선은 그 옆인 나라에 형성되어 있었으니까.
정확하게는 사슴들이 돌아다니는 나라 공원을 기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코유키가 벌벌 떨며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도착한 유성우가 내리기 전에 말했다.
“위쪽으로 우회하는 놈들이 몇 있다. 사람을 배치하는 게 좋겠군.”
“아, 알겠습니다!”
코유키가 곧장 연락을 돌리고, 유성우는 홍서화, 슈아넬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조금 높이가 있는 언덕이었다.
전장의 현황이 훤히 보이는, 마법사가 지휘를 위해 만들어준 지형이었다.
“흠.”
전장을 한번 슥 훑어본 유성우는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의 지시로 슈아넬과 홍서화가 온갖 곳에 있는 신사에 불을 질러댄 턱에, 그걸 수습할 여력도 없는데 전쟁까지 해야 하니.
지금 전쟁의 선두에 선 이들은 죄다 하나같이 불 지른 놈을 욕하고 있을 것이다.
유성우가 뒤를 돌아보며 둘에게 말했다.
“너희는 오래 살겠군.”
“…? 예 감사합니다?”
“엘프는 원래 오래 산다. 바보.”
칭찬을 해줘도 꼭.
유성우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하늘에서 사람 한 명이 날아와 유성우의 옆에 내려앉았다.
“반갑습니다. 마스터 유성우.”
“마탑주인가. 듣기로는 네가 전쟁의 지휘관을 맡고 있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그의 곁에 착지한 것은 일본의 야사카 탑주, 나기 세오였다.
“관동에서 온 다이버들이 계속해서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저쪽의 사령관은 현 천황의 아들 세이지 유키무라입니다. S급 다이버만 여섯 명이고, 그 휘하에는 A급과 B급 다이버들이 사백에 달한다는 보고입니다.”
“흠.”
“S급 다이버 몇은 일본 다이버 관리청에 등록되지 않은 비등록 다이버로…….”
“됐다. 더 들어봤자 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나기는 유성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그래, 그는 이런 사람이었지.’
나기는 유성우의 힘을 목도한 전적이 있었다.
탑주들이 힘을 합쳐도 상대할 수 없던 적을 쓰러트리고, 절망적인 상황을 한 자루의 검으로 깨부수던 괴물.
게다가 지금은 그때보다 더 강해진 건지, 힘의 끝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마치 인간계에 내려온 신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
그리고, 그것도 틀리지는 아니하리라.
잠깐 전장을 지켜보던 유성우가 말했다.
“다이버들에게 전부 물러나라고 해라. 한 번에 해결해 줄 테니까.”
유성우의 말에 나기는 지체없이 명령을 전달했다.
이 전쟁이 누구 때문에 벌어졌는지는 고사하고, 지금 이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건 유성우밖에 없을 테니까.
나기의 명령에 관서의 다이버들은 의문을 표하면서도 빠르게 후퇴했다.
관동의 다이버들은 그들이 후퇴하기 시작하자 기회라고 여기기라도 한 건지, 전진을 시작했다.
유성우는 전진하는 그들을 쳐다보다가 이내 검을 한 자루 불러들였다.
비늘을 얼기설기 쌓아 만든 듯한 칼자루.
그리고 그 위에 우뚝 솟은 아름답기 짝이 없는 검신.
야마타노오로치가 자신의 남은 세월을 벼려 만든 검이자, 스사노오를 베고 진정한 신검으로 거듭난 팔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에서부터 느껴지는 신격에 그의 주변에 있던 이들이 헛숨을 들이켰다.
무슨 검이 저리도 흉악한가.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검은 대체…….”
“새로 얻은 검이다. 너희들에게도 익숙할, 천총운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
나기는 유성우의 대답에 눈을 크게 떴다.
천총운검, 아메노무라쿠모츠루기는 스사노오의 검이 아니던가.
그런 나기의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유성우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스사노오가 사용하던 검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좋은 검이지.”
스사노오가 사용하던 것을 베어버리고, 스사노오의 목마저 베어버린 검이니.
유성우는 팔성을 뒤집어 바닥에 꽂았다.
그러자 세계가 출렁인다.
팔성에 담긴 신격이 주변에 있는 물길을 조종하기 시작한다.
유성우의 의지대로 곳곳에서 솟구친 지하수나 강물들이 거대한 용머리의 형태를 취했다.
관동의 다이버들은 갑자기 물로 이루어진 용의 머리에게 포위당하자 당황해서 마법과 능력을 난사했으나.
그것들은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용의 머리들은 인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힘, 신격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니 당연한 이치.
“야, 야마타노오로치……?”
“단번에 알아보는군.”
이번에는 코유키의 중얼거림이었다. 연락을 돌리고 유성우에게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전장을 내려다보았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대하면서도, 흉악한 용의 머리들이 관동의 다이버들을 휩쓸어버린다.
육지에서 해일이 몰아치며 인간들을 마치 벌레처럼 쓸어버리니, 이것이 신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좀 지쳤지만 이 정도는 별로 어렵지 않지…….”
‘이, 이게 지친 상태라고?’
‘여전히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코유키와 나기는 그가 보여준 광경이 전력이 아니라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유성우는 타카마가하라에서 스사노오를 베어 죽이고 귀환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사이 조금 회복은 했으나 여전히 만전은 아닌 상태.
그럼에도, 신격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별 볼 일 없는 전력들을 단번에 밀어버리는 건 식은 죽 먹기에 불과했다.
“역시 스승님이십니다! 저런 떨거지들 몇백이 몰려와도 스승님이 나서면 전부 한 방이죠!”
홍서화가 옆에서 아부를 떨어대자, 유성우는 귀찮다는 듯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밀어버리고는 말했다.
“전부 죽이지는 않을 거다. 교묘하게 세뇌당한 것처럼 보이니… 저대로 조금만 내버려 두면 알아서 정신들 차리겠지.”
전장은 현재 강물로 들어차 세탁기처럼 되어있었다.
그 안에 빨래처럼 돌아가는 건 관동의 다이버들.
저대로 여기저기 부딪히다 정신을 잃고, 탈수까지 되어 깨어나면 세뇌는 풀리겠지.
“게다가, 상대해야 할 건 저런 잔챙이들이 아니라…….”
유성우가 손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강물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곳에, 일련의 무리가 서 있다.
하나같이 흉흉한 기세를 내비치는 그들은 자신들의 동료들이 세탁기의 빨래처럼 세탁되고 있음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들의 가장 뒤에 서 있는 것은 나기가 말했던 천황의 아들, 세이지 유키무라.
“승천교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신격을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수 있게 되면서, 승천교와 아닌 자의 구분을 더욱 뚜렷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승천교주의 힘이 닿은 놈인지, 아닌지…….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놈은 확실히, 승천교의 손이 닿은 놈이었다.
‘일본 천황이 승천교였나?’
그렇다면, 일본 온 김에 겸사겸사 천황 얼굴도 보고 가야겠군.
앞으로 뭘 어떻게 할지 대충 가닥을 잡은 그가 둘을 불렀다.
“홍서화, 슈아넬.”
“옙!”
“왜?”
“오랜만에 실력 좀 보지. 저기 있는 놈들은 전부 승천교다. 말단 정도로 보이긴 하는데 전부 죽여도 상관없고… 대장만 살려서 데려와라. 몇 가지만 물을 테니까.”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귀찮아…….”
한 놈은 기강이 너무 들었고.
한 놈은 기강이 너무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