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95)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94화(295/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94화
성신전(4)
“지금이 몇 년도인데 대일본제국 같은 소리를 하는군.”
시대가 이렇게 변했다고 진짜 모두가 자기 발밑에 있는 천황인 줄 아나.
유성우는 어이가 없어 손을 털레털레 털고는 시체가 되어버린 세이지를 내려다보았다.
“이놈, 천황 아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자기 아들한테 이런 걸 심어두다니 어지간한 미친놈이 틀림없군. 관동으로 간다.”
“예?!”
“관동으로 가서 천황을 죽이고 일본의 정의를 바로잡을 생각이다. 내가 지옥에서 비슷한 일을 한 번 해본 전적이 있다.”
“지옥에서 뭘요?”
유성우는 지옥대혁명의 숨겨진 실세. 그와 비슷한 일을 이번에는 일본에서 할 계획이었다.
유성우는 어이가 없어 얼이 빠진 나기를 보며 말했다
“너희도 그런 놈이 천황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건 꼴 보기 싫을 것 아닌가? 게다가 승천교라, 일석이조인 셈이지.”
“그렇긴 합니다만, 지금 전력으로 관동을 치기에는…….”
나기도 천황을, 관동을 치는 일에는 동의했다.
그녀도 이전에 탑주회의에서 승천교에게 당한 기억이 있기에, 복수하고 싶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관서의 전력을 끌고 관동으로 가기에는 수습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유성우가 말했다.
“관동으로 가는 건 네 명이다. 나랑 저 둘. 그리고…….”
유성우의 시선이 한 명에게서 멈춘다. 나기의 뒤편에 있는, 코유키에게로.
“너까지 네 명이다.”
“에, 엣? 저, 저요?”
“그래. 준비해라. 지금부터 관동으로 간다. 목표는 천황의 암살이다.”
***
오사카에서 천황의 황궁이 있는 도쿄까지의 거리는 수백 킬로미터.
그 거리를 한순간에 이동할 방법은 없었고, 결국에는 어떠한 이동수단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어요. 비행기랑 기차는 모조리 결항이고, 차를 타고 가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어요. 벌써 도로를 통제한다는 정보가 있어서.”
“방법이 없기는 왜 없나?”
유성우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방법으로 관동까지 간다는 말인가?
뛰어서 간다는 말은 아닐 테고.
유성우가 말을 이었다.
“듣기로, 나라에는 특급 어비스의 입구가 있다더군.”
“네, 그렇죠? 그런데 특급 어비스가 대체 무슨 상……?”
“관동에도 특급 어비스 입구가 하나 있고.”
“잠, 잠시만요, 지금 특급 어비스를 통해 관동까지 가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어디 잘못된 게 있나?”
유성우는 특급 어비스를 통해 한국에서 중국까지 다녀온 경험도 있다.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쓸 뿐이고.
하지만 코유키는 특급 어비스를 통로 정도로 쓰겠다는 전대미문의 말을 부정했다.
“그건 불가능해요! 특급 어비스에 대체 뭐가 있는 줄 알고…….”
S급 다이버들도 들어갔다가, 쉽사리 살아 나오지 못하는 곳.
그곳이야말로 특급 어비스다.
그런데 그런 곳을 그저 통로로만 사용하겠다는 말을 믿고 어떻게 들어가겠는가.
“뭐가 있는지 알고 있으니 들어가겠다는 말이지. 그리고 너한테는 훌륭한 길잡이가 붙어있는데 무슨 걱정이지?”
유성우의 말에 코유키의 치마 밑에서 뿅, 하고 빠져나온 여우가 캥! 하고 크게 짖었다.
이나리 신이 자신을 길잡이쯤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냐 묻는 듯했다.
유성우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특급 어비스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도 않지만, 유성우에게는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느껴졌다.
여러 전투를 겪으며 어비스가 무엇인지, 개중에서도 특급 어비스는 무엇인지 깨달았으니.
“결정됐으면 가지.”
“저, 저는 간다고 한 마디도!”
코유키가 거부하려고 했으나, 여우가 코유키의 바짓자락을 물고는 끌어당겼다.
가자는 뜻이었다.
제 신의 의지에 반하는 일은 할 수 없었기에 결국 그녀는 특급 어비스로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특급 어비스의 입구.
지금 같은 사태에도 엄중히 관리되고 있던 특급 어비스의 입구에 있는 다이버들이 코유키를 알아보고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러려고 코유키를 데리고 온 것이기도 했다.
“그럼 가자.”
유성우가 먼저 특급 어비스로 진입했고, 뒤따라 슈아넬과 홍서화가 망설임없이 발을 들였다.
홀로 남은 코유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가, 이내 검은 통로로 몸을 던졌다.
검은 문을 통과하자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삭막하기 짝이 없는 사막이었다.
항상 별이 가득히 뜬 밤인 데다가, 기온은 영하 수십 도를 자랑하는 한랭사막(寒冷沙漠)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급 어비스다운 극한의 환경.
유성우는 사막 위에 제 손으로 불러들인 팔성을 꽂았다.
그러자 물 한 방울 없던 사막에 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용의 머리가 되었다.
유성우는 그 위에 서더니 다른 이들까지 태우고는 전진을 시작했다.
물로 된 용을 타고 사막을 횡단한다. 온천수이기라도 한 건지 용의 머리는 따뜻해서 사막의 냉기도 침투하지 못했다.
‘젖지도 않고.’
코유키가 신기하게 두리번거리는 동안, 슈아넬은 자리를 깔고 누웠고 홍서화는 검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광경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건 코유키 혼자뿐이었다.
“이나리, 방향을 안내해라.”
유성우의 말에 코유키의 품에 안겨있던 이나리가 뛰어내리더니, 인간 모습으로 변했다.
어비스는 지구보다는 신격의 제한이 느슨한 공간.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가, 마지못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유성우는 곧장 방향을 틀어 용두를 몰았다.
자연스러운 광경에 코유키도 자리에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그러던 와중, 앞쪽에서 이나리와 유성우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서 말 좀 해 보거라. 타카마가하라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별일 없었다. 지옥에서 슈텐도지랑 만나 타카마가하라로 향해서, 신 좀 죽인 다음에 스사노오까지 죽여버린 거지.”
“슈텐도지를 만나? 너, 너 이 자식! 내가 슈텐도지를 죽이라 했지 언제 협력하라고 했느냐!”
“내가 죽이긴 했지. 순서의 문제지 결과적으로는 문제없다.”
“……!”
열이 머리끝까지 뻗쳤는지 이나리가 유성우를 향해 뭐라 뭐라 소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고어(古語)라 무슨 소린지는 알아들을 수는 없는 말이었다.
유성우도 마찬가지인지 대충 흘려넘기며 웃었다.
“아마테라스한테 인정받고, 츠쿠요미랑 형제 먹기도 했지. 그렇게 치면 이제 일본의 삼귀자 중 한자리는 내 차지군.”
그가 ‘내가 너보다 위에 있다’를 대놓고 이나리에게 말하자 그녀는 더욱 길길이 날뛰었다.
유성우는 듣기 싫었는지 엉덩이를 걷어차 용의 머리 위에서 쫓아냈다.
이나리가 거대한 여우로 변해 용의 머리를 쫓아 달리는 자그마한 프닝도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 일 없이 출구에 도착했다.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아 출구에 도착하자 코유키는 조금 어이없기까지 했다.
어째서, 특급 어비스를 지나가는데 괴물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
한랭사막은 방한 대책이 되어있지 않는다면 몇 걸음 내디디지도 못해 얼어 죽는 곳이고.
차가운 땅속에서는 드래곤만 한 벌레들이 우글거린다.
일본에서도 몇 번인가 공략을 시도했으나, 모두 벌레밥이 되고 말았는데.
그녀는 출구 앞에서 대기하던 이나리에게 물었다.
“이, 이나리 님. 왜 괴물이 한 마리도 습격해 오지 않는 건가요?”
“모르고 있었느냐? 저놈이 땅속에 있던 걸 모조리 죽였는데?”
“예?”
“그것뿐만이 아니느니라. 괴물이야 괴물.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는 놈들까지 전부 죽여 버리더구나.”
“…….”
코유키는 좀 더 유성우의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나리는 다시 여우의 형태로 변해 코유키의 품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녀는 떨어지려는 눈물을 삼키며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간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
“천황 폐하, 말씀하신 대로 모든 조치를 완료했습니다. 그들이 관동으로 올 일은 없을 것입니다.”
길게 내려진 가림막 너머.
실루엣만이 드러난 현 일본의 천황인 세이지 코즈미.
그는 수하들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관서에 귀신처럼 나타난 존재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평소에는 잘 운행되던 기차와 비행기를 모조리 결항시켰고, 도로도 통제에 들어갔다.
놈들이 관서에서 관동까지 올 방법은 없다.
온다고 하더라고 몇 날 며칠이 걸릴 터.
비행기를 타고 온다고 한들 곧장 미사일로 격추할 준비까지 끝마쳤다.
‘유키무라, 이 멍청한 놈.’
관서로 향한 유키무라가 일만 잘 끝마쳤어도 이런 일은 없었으리라.
유키무라가 관서 정벌만 잘했어도…….
‘쓸모없는 놈. 그나마 괜찮은 놈이었는데 그렇게 죽어버릴 줄이야.’
코즈미의 자식은 여럿이었다.
아들이 셋, 딸이 둘.
하지만 개중 아들 하나(유키무라)와 딸 하나가 죽어 셋만이 남았다.
“…아직, 아직 모자라다.”
승천을 위해서는 더욱 많은 것이 필요하다.
그 전에 먼저, 관서의 그놈을 몰아내야만 한다.
“아직 그놈에 대해 알아낸 것은 없나?”
“죄송합니다! 천황 폐하! 지금 정보부의 인력을 총동원해서 알아보는 중입니다!”
“쓸모없는 것들! 내 시간을 얼마나 주었는데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라는 말이냐!”
코즈미가 역정을 내었다.
그가 계획한 일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했다.
그렇기에 관서의 알 수 없는 놈을 처리하는 건 필수불가결한 일.
그는 자신의 힘을 심어두었던 유키무라가 죽을 때 느끼었다.
유키무라에게 손을 뻗었던 그 인간은 너무나도 위험하다고.
일부나마 승천을 이루어 신격을 얻은 코즈미여서 그런지,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관서에 있는 건 예사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신화시대의 신들은 현계에서 그 힘을 휘두르지 못한다. 힘을 허락받은 것은 나와 같은 일부 예외들뿐…….’
그러니까, 관서의 그놈 또한 ‘예외’에 해당하는 존재라는 뜻이리라.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놈인지 그 연원을 알아내야만 했다.
만약 그놈이 관동으로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테니까.
보고를 위해 들어와 있던 수하가 나간다.
홀로 남은 코즈미는 기다란 담배를 피웠다.
연기를 내뱉으며 생각을 갈무리하기를 잠깐.
이내 등 뒤의 기다란 날개를 활짝 펼치며 웃었다.
“이제 곧, 곧이다.”
완전한 승천이 이루어지리라.
그리 중얼거리며 음흉하게 웃고 있을 적, 나갔던 수하가 긴급히 들어와 머리를 조아렸다.
“천, 천황 폐하! 급보입니다!”
“무엇이더냐.”
“아키하바라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특급 흑문을 통해서!”
“특급 흑문에서 튀어나왔다고?”
“예! 신원불명자가 셋, 한 명은 관서의 이나리 신을 모시는 무녀, 카미노 코유키입니다!”
“……!”
수하의 보고를 듣는 순간 코즈미는 놈이 왔음을 알아차렸다.
해로와 육로, 공로까지 봉쇄했는데, 설마 특급 흑문을 통해 올 줄이야.
코즈미의 손에 들려있던 담배가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인상을 팍 쓴 그가 말했다.
“오귀(五鬼)를 풀어라.”
“아키바에 아직 민간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상관없다. 천자(天子)를 위한 것일진대, 그들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존명!”
수하가 다시 나간다.
홀로 남은 코즈미는 날개를 펄럭이며 검은 깃털을 흩뿌렸다.
“죽여주마.”
그리고 그 힘을 제 것으로 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