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화(3/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화
귀환(3)
얼마쯤 되더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적어도 천 이상은 되었다.
“오빠 사라지고 얼마 안 돼서 사망신고를 했거든. 그러면 집안 재산이 다 내 게 됐잖아.”
“내가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구나.”
“……그건 미안한데, 어쩔 수 없었어! 유산 상속하려면 그게 제일 빠르고 편한 길이었단 말이야. 돌아오면 호적은 어차피 부활할 테고.”
“그래서?”
“유산이랑 오빠가 남긴 돈 전부 어비스 관련 주식에 박았지. 망하면 나도 그냥 오빠 따라가려고.”
“이 미친 기집애가.”
“아! 남겨진 사람 생각도 좀 해보라고! 엄마랑 아빠 죽고, 오빠까지 사라졌는데 열일곱인 내가 무슨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겠어!”
“듣고 보니 그렇군.”
당시의 유지우는 너무나도 어렸다.
유일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던 유성우가 사라졌는데,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할 리가 없었다.
아무리 어른이라고 해도.
그래서 거의 홧김에 일을 저질러버렸고.
“그런데 주식이 대박이 나더라고. 무슨 코인 하는 줄 알았다니까 그때.”
“대체 얼마나 불렸길래 그래?”
“날이 갈수록 불더라고. 분산투자해서 계속 사들이다 보니 대충 사천 퍼센트 정도…….”
유성우는 자신이 기억하는 유산의 금액을 합쳐서 셈을 했다가, 이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평생 월급쟁이로 일해서는 절대로 벌 수 없는 금액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돈 벌어서 뭐, 회사라도 세웠나?”
“응.”
“……내 동생이 10년 만에 CEO?”
“그리고 조금 특이한 일도 있었지. 나도 그 와중에 각성했거든.”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유지우는 그것을 증명하듯 세현시에 있는 커다란 빌딩의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주차장에 차를 댄 그녀는 유성우에게 따라오라 손짓하며 말했다.
“자본금이 꽤 있었으니까. 어비스 사업은 계속 발전할 거고, 각성도 했겠다, 계속 공부해 왔으니 한 번 도전했는데 이게 또 잘 되더라고.”
“무슨 사업을 하는데?”
“다이버들 굴리고, 어비스에서 나오는 것들 가공해서 팔아먹는 사업. 이래저래 신재생 에너지니, 그런 게 많거든. 어비스에 있는 다른 종족이랑 교섭도 하고 있어. 세현시에 있는 사업체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내 동생이 이렇게 멋있어 보일 줄이야.”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유지우의 등은 예전보다 커다랗게 변해 있었다.
“회사 이름은 뭔데?”
“……메테오 인더스트리.”
Meteor Industry.
메테오는 유성이라는 뜻이 있었다. 유성우는 회사 이름을 듣고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아무래도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주차장에서 회사 건물로 들어서자 건물 내부의 사람들이 유지우를 향해 허리를 접었다.
잠깐 유성우를 보고는 놀라는 티를 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메테오 인더스트리는 어비스 관련 회사. 엉뚱한 차림의 이가 한둘 정도 돌아다녀도 이상할 건 없었다.
게다가 유지우가 직접 데려온 것 같았으니 뭐라 말을 붙이지도 않았다.
“다녀오셨습니까, 대표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괜히 인사하지 말고 가서 일이나 해요.”
인사를 건네는 이들에게 유지우가 가볍게 일갈하자 저 멀리에서 정장 차림의 여성이 다가오더니 그녀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표님. 오늘 임원 회의가…….”
“일단 오늘 일정은 전부 취소해요. 더 바쁜 일이 생겼으니까.”
“더 바쁜 일입니까?”
“그래요. 내 뒤에 보이죠?”
“예. 보입니다.”
“저 인간 오늘 사람 만들어줘야 하니까 전부 취소해요.”
“시청에 가셨던 이유가 저분 때문이시군요.”
정장 차림의 여성이 유성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가 고개를 까딱, 하자 여성은 고개를 깊게 숙였다.
아직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상사인 유지우가 직접 데려왔다는 건 범상치 않은 이라는 뜻이었으니.
“우리 오빠예요. 이제 막 이계에서 귀환한 리터너죠.”
“측정실을 비워둘까요?”
“그렇게 해요. 근처 옷가게에서 옷도 좀 사 오고. 그냥 가장 큰 거 몇 벌로. 오빠, 속옷은 있어?”
“없는데.”
“대충 사 와요. 가장 큰 걸로.”
“알겠습니다.”
척하면 척.
꽤 오랜 시간 같이 일을 해왔는지 눈치가 아주 빠른 여자였다.
그녀가 곧장 자리를 떠나자 유지우는 유성우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리고 향하는 곳은 지하에 있는 측정실.
다이버들을 고용하는 회사의 필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어비스로 향하는 이들을 위해 제 힘의 한계를 측정하는 측정실은 회사 입장에서도 고용한 이가 꽝인지 대박인지 판단하는 중요한 설비였다.
“오빠, 그거 알아? 이계에 있던 귀환자들은 말이야 꽝 아니면 대박이라는 거.”
“그게 무슨 소리야?”
“정신적인 트라우마만 가지고 귀환하는 사람도 있고, 이계에서 힘을 얻고 업적을 세운 채 돌아오는 사람도 있어.”
“그래서 내가 꽝인지 대박인지 알아보겠다는 거냐? 그게 이제 막 이계에서 돌아온 오빠한테 할 짓이냐?”
“오빠의 안전을 위해서라고도 생각해 둬. 지금 급속도로 성장하는 우리 회사를 견제하는 사람들이 많거든. 오빠가 있다는 걸 알면 약점으로 잡으려고 할지도 몰라.”
“우리 지우가 적이 많구나…….”
유지우는 유성우의 가슴팍을 손등으로 툭 두들겼다.
과거 어렸던 고등학생 여동생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지금 눈앞에 있는 건 늠름한 회사의 CEO밖에 없었다.
자신의 아래에 있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훌륭한 보스였다.
둘이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가 지하 5층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광경은 ‘측정실’이라 쓰인 새하얀 방이었다.
방 안에는 또 방이 여러 개 있었고, 그 안에는 여러 신체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구들이 방마다 놓여 있었다.
“일단 근력부터 측정할까?”
“무슨 기준 같은 거라도 있나?”
“근력 측정기는 일반적인 펀칭머신이랑 비슷한데…… 800점 이상이면 A급. 1000점 넘기면 S급. 측정기 조작은 내가 할 테니까 저 방 안에 들어가 봐.”
근력 측정기는 일반적인 근력을 측정하는 기구가 아니었다.
각성자가 다루는 힘인 마나, 내공, 마력, 카르마 따위의 힘으로 강화된 각성자의 최대 근력을 측정하는 기구.
그녀는 딱히 깊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유지우의 말에 유성우는 로브를 대충 바닥에 벗어던진 채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방문이 닫히더니, 유지우의 목소리가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전력으로 치면 돼. 신소재니까 부서질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전력으로?”
-응. 전력으로.
‘순수한 신체능력을 보는 걸까.’
유성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깨를 풀며 펀칭머신 앞에 섰다.
유지우가 바깥에서 버튼 몇 개를 누르자 펀칭머신의 쿠션 부분이 쿵, 하고 올라왔다.
꾸우욱. 유성우는 주먹을 말아쥐고는 숨을 짧게 들이켰다.
마력 없이, 전력으로.
철컥, 철컥. 발목에서부터 허리, 어깨에서 팔로 이어지는 흐름. 검을 휘두를 때와 마찬가지로, 주먹도 그 결은 같다.
회전과 힘의 흐름을 타고 내지르는 것.
공기를 찢으며 나아간 그의 주먹이 측정기의 쿠션을 두들김과 동시에.
뻐어어억!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큰 소리가 울려 퍼진다.
띠리리리리리링.
측정기의 점수가 끝없이 올라간다.
그리고 결국에 멈추는 수치는 1001.
유지우가 말한 전력이란 마력까지 사용한 수치를 말했는데, 유성우는 기어이 순수 완력만으로 1000점을 넘어섰다.
그가 순수 완력만으로 측정기를 두들겼다는 사실을 모르는 유지우는 바깥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1001점이면 아슬아슬하지만, S급 확정이라고 봐도 되겠어. 경호는 안 붙여도 되겠네.’
아직 말은 안 했지만, 유지우 또한 S급 다이버였다.
그녀가 회사를 커다랗게 키워낼 수 있었던 건 강력한 각성자인 덕분이기도 했다.
자신의 전력으로 측정기를 두들기면 1020점에 가까웠고, 다른 측정에서도 1000점에 가까운 판정을 받아 S급 다이버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유성우가 진짜 ‘전력’으로 후려쳤다면 측정기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측정기를 후려친 유성우는 손목을 털레털레 털며 강화유리 너머에서 지켜보는 유지우에게 말했다.
“한 번 더 할까?”
-어…… 해볼래?
“그래.”
측정기가 다시금 올라오고.
유성우가 후려쳤다. 이전처럼 굉음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떠오르는 점수는 이전보다 오른 1012점.
“음, 이 정도인가.”
어깨를 빙글빙글 돌린 유성우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아무래도 좀 지친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면 찜질방에서 좀 쉬었다고는 하지만, 마신을 쓰러뜨린 직후 지구로 돌아온 거라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다.
수일 동안 밤낮없이 싸워댔으니 며칠간은 회복기를 가져야 하리라.
순수한 신체 능력만으로 이후에 다른 측정실에서도 A와 S를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유성우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달궈진 몸을 식혔다.
그가 측정실에서 나오자 바깥에서 측정한 수치를 확인하며 기다리고 있던 유지우가 말했다.
“오빠, 장난 아닌데? 바로 S급 다이버로 활동해도 될 수치야.”
“별로 활동할 생각은 없는데.”
“하라고는 안 했어. 그냥 굉장한 수치라는 거지. 이 정도면 국내에서 10위권에는 들겠는데.”
“10위라…….”
유성우는 유지우의 말에 입맛을 다셨다.
세상에 그렇게 강자가 많다는 말인가?
“뭐 특수능력 같은 건 없어?”
“특수능력이라고 하면 마법 같은 거?”
유성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법은 배우려고 시도를 해보긴 했는데, 자신과 적성이 맞지 않아 일찍이 포기했다.
그러자 유지우는 아쉽다는 듯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이어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양손에 쇼핑백을 잔뜩 든 유지우의 비서가 다가왔다.
“마침 좋을 때 왔네. 오빠, 이거 가지고 저기 탈의실 있으니까 알아서 대충 갈아입어.”
“고맙다.”
유성우는 양손에 쇼핑백을 든 채 기묘함을 느꼈다.
과거에는 자신이 사다 준 옷을 군말 없이 입던 동생이 이제는 턱턱 이런 걸 사주고…….
그가 쇼핑백을 들고 탈의실로 사라지자 유지우가 여성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언니, 이것 좀 봐봐.”
“대표님.”
“둘밖에 없잖아. 대충 넘어가.”
“알겠습니다. 이건 오빠분의 측정치입니까?”
그녀는 화면에 떠오른 각종 수치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심상치 않은 수치. 지금 당장 S급 다이버로 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강함을 자랑했다.
유지우가 이 수치를 자신에게 보여준 이유가 무엇인가.
진의를 생각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회사 다이버로 고용하실 생각이신가요?”
“그건 아니야. 한다고 해도 본인이 하고 싶어 해야지. 그냥, 언니만 알아두라고.”
“알겠습니다.”
“오빠랑 인사도 해둬.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
“다 입었다.”
둘의 대화가 끝남과 동시에 탈의실에서 유성우가 나왔다.
꽉 끼던 찜질방 옷에서 벗어난 그의 모습은 셔츠에 면바지, 그리고 구두.
찜질방 복장에서 단정한 차림이 되었다. 살짝 끼는 것 같으면서도, 사이즈가 딱 맞았기에 어디 근육질 모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다.
“오빠, 머리도 좀 잘라야 할 것 같은데.”
“많이 길긴 하지…….”
그가 눈을 가릴 정도로 내려온 앞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자, 유지우의 비서가 그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유지우 대표님의 개인비서 서연정이라고 합니다.”
“동생이 신세 지고 있군요. 유성우입니다.”
“아닙니다. 제가 더 신세를 지고 있지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예.”
유성우는 이런 분위기가 참으로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이계에 있을 때 종반에는 만나는 놈들마다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