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03)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02화(303/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02화
성신전(12)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뉴스는 당연히 ‘성신전’에 관련한 것들이었다.
신들이 자신들을 드러내며, 성신전에 대한 것들이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되었다.
신들은 실존했고.
이제 정말로 그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었다.
이와 같은 정보를 몇몇 정부에서는 숨기려 들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공개된 성신전의 명단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한반도 성신전 – 옥황궁(玉皇宮)
일본 성신전 – 타카마가하라
중국 성신전 – 산해경(山海經)
북유럽 성신전 – 아스가르드(Ásgarðr)
영국 성신전 – 라운드 테이블(Round table)
그리스 성신전 – 올림포스(Όλυμπος)
이집트 성신전 – 케메트(Kemet)
대표적인 성신전은 이렇게 일곱 개였고, 나머지 성신전들은 아직 숨죽이고 있거나, 준동할 준비 중이었다.
그리고 웬만한 성신전들은 모두 유성우에게 한 번씩 접촉해 왔다.
아직 그가 소속된 성신전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를 영입하려 애를 썼다.
다른 경쟁 성신전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우리 성신전에 들어오면 뭘 해주겠다, 뭘 주겠다, 아주 영업에 열심이었다.
선물도 바리바리 싸 들고 오는 전령들도 있어서 당분간은 풍족할 것 같았다.
“와, 올림포스 이 새끼들 제정신이 아니네? 뭐 이런 걸 줘?”
유지우는 유성우에게 들어온 선물들을 점검하며 어이가 없어 혀를 내둘렀다.
여러 성신전에서 자신의 성신전으로 들어오라며 보내온 선물들.
올림포스는 페르세포네를 통해 그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미리 알고 있었지만, 다른 성신전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영입하는 시늉은 해야 했다.
그런데 그 ‘시늉’을 위해 보내온 물건이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
“이, 이거 진짜지? 이거 진품이야? 짭 아니지? 도금 아니지?”
유지우는 장갑을 낀 손으로 조심스럽게 제 손에 들린 것을 살펴보았다.
그리 중얼거리는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황금 사과였다.
세 명의 여신이 한 명의 목동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르라는 미친 선택지를 종용할 때 건넸던 그 사과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던 다가오는 결과는 파멸뿐이었던…….
아무튼, 황금사과는 권위의 상징이다.
태초의 여신인 가이아가 헤라의 결혼 선물로 황금 사과나무를 선물했고, 헤라클레스의 과업 중에는 황금사과를 따오는 것도 있었다.
올림포스에서 그런 걸 보냈다는 건, 뇌물이기도 함과 동시에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 터.
유지우는 황금사과를 내려두고는 다른 선물들도 살폈다.
전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들.
S급 다이버라도 구할 수 없는 진귀한 것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새삼스레 오빠가 대단하다고 느꼈어. 이런 것들을 선물로 보내온다고?”
“내가 그 정도 급이다.”
온갖 영약, 무구들.
진품은 아니더라도 신들의 무구의 레플리카들도 몇 점 도착했다.
“…이거 내가 써도 돼?”
“넌 네 무기 있잖냐. 반명이나 열심히 써라.”
“응…….”
하지만 유성우에게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그가 대신격에 오르며 그의 검들 또한 같은 격에 올랐으니까.
그는 여덟 자루의 신검을 몸에 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약 같은 것들도 먹어도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할 테고.
치료약 정도로는 쓰이리라.
“영약은 따로 분류해놔라. 나중에 너희들이 먹을 거니까.”
“뭐? 아싸!”
“성신전에 들어오려면 최소한의 신격은 이루어야 하니, 저 영약들은 신격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다.”
“아놔.”
기뻐하던 유지우는 다시 침울해졌다. 신격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니까.
게다가, ‘신’이 된다는 개념이 아직 와닿지 않았다.
인간이 어떻게, 신이 된다는 것인가?
그다지 종교에 흥미가 있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신이라는 게 무엇인지 정의할 수도 없었다.
살아 있는 신, 유성우가 눈앞에 있음에도 더욱이.
“그런데 오빠가 신이라면, 뭐 이래저래, 전지전능한 그런 거야? 사람 마음도 읽고?”
“되겠냐? 내가 신이 됐다고 해도, 별로 감흥은 없다. 인간이나 신이나 똑같아. 인간을 벗어난 인간, 그걸 신이라고 부르는 거지.”
유성우는 그리 말하며 제 손 위에 오러로 이루어진 검을 만들었다.
그것을 가볍게 휘두르자, 창고 안에 바람이 몰아쳤다.
유지우는 바람으로 엉망이 된 머리칼을 죽상이 된 채 정리했다.
“너도 언젠가 이해하게 될 거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신격에 도달할 수 있는 건 극히 소수. 그것도 타인을 압도하는 재능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지구상에서 살아 있는 몸을 가진 채 신격을 지닌 이는 유성우 한 명뿐.
‘드러나지 않은 놈들이 몇 있겠지만…….’
그리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자신이 그들보다 더 강하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그럼 슬슬 계획을 진행해야지. 성신전을 만들어야…….”
유성우는 성신전을 설립하는데 필요한 조건들을 떠올렸다.
페르세포네는 그가 성신전을 설립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었다.
‘성신전을 설립하려면 ‘세계’가 필요하다고 했지.’
한반도의 옥황궁.
일본의 타카마가하라.
그리스의 올림포스.
성신전은 각 자신들을 대표하는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곳이 바로 신들이 모이는 곳이며, 상징이다.
성신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에 무엇보다 가장 먼저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흠.”
그리고 무릇 세계란 일종의 신계(神界)이자 성역(聖域).
신들이 자신의 힘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세계를 말한다.
그러니까 만든다고 하면 자신의 고유세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야 하리라.
그러나 유성우는 아직 자신의 고유세계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
그렇다고 검의 이야기를 빌어 세계를 만들자니, 불안정하기 짝이 없으리라.
“아니지.”
굳이, 세계를 자신의 고유세계로, 그것도 신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그냥 지상에 있는 장소를 성역화하면 되는 일이 아니던가.
발상의 전환이다.
대충 머릿속으로 계획을 짜낸 그가 입을 열었다.
“대통령을 봐야겠군.”
적어도 통보는 해줘야 할 테니까.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유지우가 말했다.
“…뭐? 누굴 봐?”
***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유성우의 위상은 정말로 ‘신’에 가까웠다.
사람들이 과거에는 그를 다이버로서 열광했다면, 지금은 살아 있는 신으로 받들었다.
왜냐하면 며칠 전 모습을 감췄던 그가 일본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수많은 사람을 이끌고 일본 천황을 처리한 일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공식석상에 드러난 그의 모습은 절로 경건함을 느끼게 했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보는 경외심이 무엇인지 한국의 모든 인간이 알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그를 대통령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튀어나왔으며, 대통령으로는 부족하다, ‘신’이라는 직급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유성우’ 신앙 또한 암암리에 퍼져 나가는 중이었기에 그의 위상은 계속해서 높아지기만 했다.
그래서 대통령은 유성우가 오라 하면 와야 했고, 가라 하면 가야 하는 그런 신세가 되었다.
유성우의 말을 거역했다가는 이제는 정말로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부르셨습니까, 유성우 님.”
검혼의 길드 타워, 최상층.
유성우를 위해 새로이 장만한 그곳에 대통령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새파랗게 어린(보기에는) 놈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웠으나.
고개를 들고 유성우를 마주한 순간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불순한 생각마저 눈 녹듯이 사라지게 만드는 신성함이 그에게 존재했으니까.
물론 유성우가 협상을 좀 더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평소보다 더욱 신격을 내보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는군, 대통령.”
예전에 본 적이 있던가.
잘은 기억 안 나지만 대통령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좀 부탁할 게 있어서 부득이하게 이 자리로 부르게 되었군.”
“예, 말씀하십시오.”
유성우는 생각보다 대통령이 저자세로 나오자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세현시, 과거에는 세종시라 불렀던 그가 현재 살고 있는 땅.
성신전을 설립하기 위해 그가 원하는 건.
“세현시를 나의 땅으로 삼겠다.”
세현시, 그 자체였다.
어디 작은 지방을 받자니 그리 넓지가 않고, 성역을 만들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세현시는 가장 많은 어비스가 등장하는 곳이라 여러 가지 자원과 신격의 수급이 보다 원활한 지역이었다.
잘 다듬기만 하면 천혜의 요새가 완성될 수도 있다.
“세, 세현시를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그, 그것이.”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라고 해도 받아들였을 듯한 대통령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세현시를 통째로 넘기라는 말이 너무나도 터무니없었기에.
유성우는 말을 덧붙였다.
“세현시의 모든 걸 가져가겠다는 뜻은 아니다. 나도 양심은 아직 있으니까. 세금이나 그런 건 걱정하지 말되, 소유를 내 것으로 삼겠다는 거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아직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유월.”
그가 이름을 부르자, 유성우의 존재감 때문에 옆에 서 있는지도 몰랐던 유월이 대통령을 향해 태블릿을 내밀었다.
그것은 유성우와 국가 간에 체결되는 조약의 내용이었다.
물론 갑은 유성우고, 을은 대한민국이었다.
“대한민국에도 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다.”
“…….”
대통령은 태블릿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아직 종이 서류가 익숙한 그였지만, 유성우의 비서(?)처럼 보이는 이가 종이 서류를 요구하면 한 대 칠 것처럼 무섭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태블릿에 담긴 내용은 그러했다.
대한민국은 세현시의 소유를 유성우에게 넘기고, 일체의 권한을 양도한다.
그리고 유성우는 지금까지 세현시가 하던 공무를 그대로 이어받아 대한민국에 세금을 납부하는 방식.
아예 말도 되지 않는 게, 세현시는 정부 주도로 세워진 계획도시였다.
토지 대부분은 정부의 것이었고, 건물들도 대부분 공기업에서 세웠기에 정부에서 세현시를 통째로 넘겨줄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이건 저 혼자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도시를 개인의 손에 넘기다니.
아무리 신격에 홀렸다지만 오랜 정치 생활로 뼈가 굵은 판단력까지 흐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작정 안 된다고 반대했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는 자명한 일.
옆 동네 일본 천황이 그렇게 죽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유성우가 말했다.
“나도 재촉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좋은 답변이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은 한다.”
사실상 넘기라는 답변을 들은 대통령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대체 어떻게 이 국면을 넘길 수 있을지.
“그럼 가봐라.”
유성우의 말에 대통령이 다시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나가자, 유월이 말했다.
“…성우 님, 옛날이랑 많이 달라지셨네요.”
“뭐가?”
“이것저것요.”
유월은 그리 말하며 웃었다.
유성우는 따라서 피식 웃고는 말했다.
“싱겁기는. 마녀회랑 천마한테 연락을 넣어둬라. 곧 전부 만나러 가겠다고.”
“알겠습니다.”
마녀회.
이번 성신전 설립에서 누구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줄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