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0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03화(30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03화
성신전(13)
단 하나의 안건을 위해 모든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안건 내용은 지금까지 다뤘던 것 중에서도 가장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세현시를 개인의 손에 넘겨주어야 하는가, 아닌가.
유성우에게 받은 태블릿의 내용, 세현시를 둘러싼 조약의 내용은 날강도나 따로 없었다.
적어도 유성우가 세현시를 대한민국 정부에서 구매하는 방법이라면 고려해 볼만 하지만, 유성우 쪽에서는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한민국이 자신의 입에 세현시를 넣어주기를 바라며 입만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개인의 손에 도시를 넘겨주자니!”
“그렇소! 도시가 개인의 손에 넘어가면, 그건 더는 대한민국이 아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잖소!”
여야 할 것 없이 고성이 오고 갔다. 대부분 반대하는 의견을 표출했다.
국회의원 가운데에서 이야기를 듣던 대통령의 안색은 계속 나빠져만 갔다.
좋은 이야기를 들고 가야만 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결정을 뒤집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가장 시끄러워야 할 세현시장이 입을 열었다.
“…저는 넘겨주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말도 안 되는 소리! 당신 자리를 꿰차겠다는 건데, 그걸 그냥 넘겨주겠다고?!”
“예. 그렇습니다. 제가 사퇴하더라도 그게 맞습니다.”
세현시장은 세현시가 완성되고 난 뒤, 시장직을 연임하며 세현시를 부흥으로 이끌었다.
성공적인 계획도시가 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셈.
그런데 그런 그가 세현시를 넘겨주는 게 맞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더욱 심해질 때, 세현시장이 입을 열었다.
“저는 세현시장으로써 누구보다도 많은 다이버들을 접해왔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만난 다이버들은 어떤 이들이었습니까? 법안 개정을 위해 로비하는 이들? 전사보다는 정치인에 가까운 다이버들?”
“그게 무슨 소리요! 그 말에 책임져야 할 거요!”
“지죠, 책임.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현장에 나가보질 않았으니 현장을 모르는 겁니다. 당신네들은.”
세현시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일반인이고, 각성한 이도 조금 있다.
그러나 등급은 그리 높지 않고 어딘가 어비스로 사냥을 나간 적도 없는 이들이다.
그에 반해 세현시장은 현장에 자주 나가는 편이었다.
세현시는 다이버들을 위한 도시라고 보아도 무방하기에, 그들을 위한 방향으로 도시를 발전시켜왔다.
“현장에서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다이버들이란 죽음을 무릅쓰고 괴물들과 싸우는 자들입니다. B급만 되어도 일반인들은 당해낼 수 없다는 걸 모르지는 않잖습니까?”
그리고, 세현시장은 유성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짧은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유성우는 그야말로, 그런 다이버들마저 초월해 있었다.
원래 다른 다이버들보다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이상이다.
모든 걸 초월해 버린 듯한 분위기.
마치 인간의 세계를 떠나 신이 된 듯한 분위기.
실제로도 그럴 터였다.
현재 세계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신들의 실재를 증명하는 성신전.
그들은 하나같이 유성우를 원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지금 하시는 말들, 유성우 앞에서 하실 수 있으십니까? 말도 못 꺼내시겠죠. 그러니까 대통령께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들고 오셨겠지요.”
거침없는 세현시장의 말에 대통령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말 그대로였다.
유성우를 마주하는 순간 압도되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홀린 듯이 태블릿을 들고 돌아왔으니.
세현시장이 덧붙였다.
“게다가, 그의 곁에는 유능한 정보원들이 많습니다. 돈도 많죠. 겉으로 드러난 재산만 해도 여기 여러분들이 가진 걸 전부 합쳐도 안 될 겁니다.”
게다가, 유성우는 ‘메테오 인더스트리’의 대표이사인 유지우의 오빠다.
메테오 인더스트리는 오로지 유지우가 일궈낸 걸출한 기업.
“그가 국외로 유출되지 않는 것만이 대한민국의 최선이 아니겠습니까? 저희 태도가 이러면 그는 언제든 한국을 뜰 겁니다.”
세현시장의 판단은 냉철했다.
물론 유성우가 세계를 이루기 위해 한국에 계속 주재할 거라는 건 알 수 없었기에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이지만…….
그들은 선택해야만 했다.
유성우는 현재 세계에서, 아니 지구에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중요 전력이다.
그가 깨부순 적들만 몇인가.
일본에서의 행보는 어떠하였는가.
그것들을 한데 그러모아 빚어낸다면 그야말로 ‘신화’가 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침음을 흘렸다.
여전히 개인에게 국가의 주요 도시를 넘겨준다는 사실이 아니꼬운지, 여기저기서 ‘그래도…….’, ‘이건 아니지…….’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끝끝내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저 또한 세현시를 넘겨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보았던 그는… 보는 것 자체로 경건함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만약 그가 대한민국 내에서 독립이라도 선언하면, 그게 더 큰일이 될 겁니다.”
대통령의 정치 감각이 경종을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유성우를 만나고 나서 줄곧.
그는 한국의 대통령 정도는 얼마든지 갈아치울 능력이 있었다.
자신이 이번 안건에 실패한다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이미 여러 안건으로 그는 국가적 영웅이 되었습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어비스를 공략하거나, 엘프 토벌에서 잘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그 일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유성우가 직접 고등급 어비스에 들어가 수십 분만에 클리어하고 나온 적도 있고.
특히나 자신을 암살하려 한 엘프를 몰살시키기도 하지 않았던가.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그때 엘프들에게 줄을 댔던 정치인들도 목이 날아갔다.
엘프들에게 군수품을 빼돌렸던 군인도 자택에서 목을 매고 자살했다.
그만큼, 유성우의 영향력은 대한민국 정도는 손쉽게 주무를 수 있을 정도라는 거다.
“이렇게 된 이상, 그를 명실상부한 한국의 영웅으로 만들어 버립시다. 그러면 한국에서 떠나지도 않을 테니.”
한국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어라? 성우 님, 정부가 꽤 순순히 요구 조건을 받아들였네요?”
“협상할 것까지 생각해서 그냥 통으로 넘기라고 한 건데, 꽤 겁을 먹었나 보다.”
유성우가 피식 웃었다.
세부 조건은 조율해야겠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그의 요구안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여차하면 유성우는 세현시의 땅을 전부 사버릴 생각까지도 하고 있었다.
돈이라면 썩어 넘치니까.
그의 소유인 부동산과 재산을 합치면 국가 예산을 훌쩍 뛰어넘으리라.
“쓸데없는 지출이 줄어서 다행이네요. 그럼 요구안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마녀회와 마교에서 답신이 도착했어요. 둘 다 긍정적인 답변이네요. 마교는 편한 날짜만 통보해주면 된다고 하고, 마녀회는 장로회의를 열 거라고 하네요.”
“마녀회가 내 의중을 알아챈 모양이군.”
역시 눈치가 빠르다.
그런 눈치가 있으니 이런 시대가 올 때까지 살아남은 거겠지.
마녀회도 이제 줄을 잘 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가장 빠른 날짜로 잡으라고 해라. 내가 직접 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열심히 일하니까 기분이 좋은데요?”
“그러냐? 앞으로 더 열심히 해라.”
“열심히 하면 상이라도 주시나요?”
“원하는 게 있으면 가능한 선에서 하나쯤은 들어주지. 너도 꽤 오래 일했으니.”
유성우의 말에 유월이 귀를 파닥거렸다. 그게 정말이냐는 듯 유성우를 빤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약속하신 거예요?”
“그래.”
아주 나중이 될 테지만.
동기부여로는 충분하리라.
***
마녀회의 장로회의, 발푸르기스의 밤은 한국에서 열리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마녀회의 장로직을 맡은 마녀가 셋이나 한국에 있는 데다가.
이번 일은 성역을 완성하기 위한 중요한 일.
“이번 입구는 여기에요.”
“언제 설치한 거냐?”
마녀회의 장로 중 한 명인 잔느가 안내한 곳.
이번 마녀회 장로회의가 열리는 장소로 향하는 입구는 엉뚱하게도 검혼 길드 타워의 16층의 탕비실이었다.
유성우의 언짢은 시선에 잔느가 고개를 돌리고는 탕비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안쪽에 탕비실이 아닌 은은한 빛으로 가득 찬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원탁.
그곳에는 마녀회의 장로들이 둘러앉은 채였다.
유성우와 함께 들어온 세 명의 마녀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유성우는 홀로 빈 자리에 앉아 마녀들을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
“오랜만이에요.”
둘러보는 그를 향해 메데이아가 인사를 건넸다.
마녀회의 회주이자, 가장 오래된 마녀.
그리스의 바람탑주이기도 한 그녀는 뻔뻔한 얼굴로 유성우를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뻔뻔한 얼굴이로군. 메데이아.”
“원래 뻔뻔하지 않으면 못 해 먹는 직업이거든요. 마녀라는 게.”
“그럴 것 같더군.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좋은데. 다들 잘 지낸 모양이군.”
“전보다 더욱 여유가 생기셨네요. 강자의 여유라는 건가요?”
“강자의 여유라기보다는 조금 마음을 느긋하게 먹기로 한 거지.”
유성우는 다리를 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부르게 된 건 예상하다시피 성신전을 설립하기 위해서다.”
성신전을 설립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여럿.
첫 번째인 ‘땅’은 준비가 된 상태고, 두 번째로는 땅 위에 새길 ‘신성’이다.
성신전의 세계는 강력한 신성으로 보호받고 있다.
옥황궁도 그렇고, 타카마가하라도 그러했다.
세계에 새겨진 강력한 신성이 세계를 유지하는 원동력임과 동시에 외부와의 단절과 보호를 도맡는다.
“나 혼자는 성신전의 신성을 감당할 수 없지. 하지만, 그건 창조한 세계일 때의 이야기다. 마녀회의 도움을 빌어 지상의 땅, 세현시에 신성회로를 새기고, 성신전을 건립할 생각이다. 그 정도면 내 신격으로도 충분히 감당 가능할 터.”
“신성회로를 지상의 땅 위에 새긴다라, 확실히 그 정도 기술을 가진 건 마녀회밖에 없죠! 잘 찾아오셨어요. 하지만, 그 대가는 싸지 않을 겁니다.”
사근사근하게 말하던 메데이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유성우를 돕는다는 건, 다른 성신전들과 척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메데이아, 너도 오래 살았으니 알겠지. 가장 오래된 마녀여. 여러 신화가 지상에 도래하기 시작한 만큼,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말이다.”
“…….”
마녀회.
단순히 마녀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마녀들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단체.
그들 또한 목표는 성신전의 설립이었다.
장로직에 있는 열두 마녀가 모두 신격에 오르고 나서야 실현 가능한 미래였지만.
“마녀회는 여러 신화가 뒤섞인 이들의 집단이 아닌가. 메데이아, 너는 그리스의 마녀고 잔느는 프랑스의 수호성인이 아닌가. 바토리는 흡혈귀.”
“저는 왜 그냥 흡혈귀에요?! 적어도 진조 뱀파이어 정도라고 해주면 안 돼요?!”
“아직 모기 정도면서 무슨 소리를.”
“그, 그래도 고유세계 펼칠 수 있는데…….”
바토리의 꿍얼댐을 유성우는 간단하게 무시하고는 말을 이었다.
“메데이아, 내가 만들 성신전은 온갖 신화가 뒤섞인 곳이 될 거다.”
그러니까 부디, 힘을 빌려주었으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