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1)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1화(31/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1화
토월족(5)
“하…….”
한창 바깥에서 구조대가 꾸려지고 있을 무렵, 유성우는 늪지대에 조난되었다.
다행히 녹스는 꽉 끌어안고 있었기에 따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늪지대로군.”
습도가 100퍼센트를 넘어가는 것만 같은 축축함.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흘러내리는 후덥지근함이 전신을 뒤덮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이 환경 속에서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우리라.
“괜찮냐?”
“우, 우에엑.”
녹스는 먹었던 것들을 게워내는 중이었다.
어비스로 빨려 들어가며 마력기관에 혼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유성우는 녹스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고는 눈동자를 굴렸다.
‘늪지대, 이동에 제약이 생길 만한 혹독한 환경이다. 잘못 빠지면 그대로 빠져 죽을 늪도 꽤 많고.’
처음 보는 식생도 가득하다.
들어본 적 없는 풀벌레 소리와 공기의 흐름,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짐승들의 울림.
빠르게 정보를 수집한 그가 이제 다 게워내고 겨우 평정을 되찾은 녹스를 옆구리에 끼웠다.
“짧은 다리로는 이동이 불리하니 내가 들고 다니지.”
“업는 건 안 되나요?”
“그게 더 불편해.”
“네…….”
그리고 한 손으로는 일생을 들고 높게 점프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
나무 위에서 내려다본 광경은 광활한 정글이었다.
칙칙한 색채의 나무로 빼곡히 찬 숲은 누군가를 가두기 위한 미궁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지간한 숙련자가 아니면 숲에서 빠져나가기도 힘들겠군.”
휘말린 이상 웬만하면 사람들을 구하고 싶지만, 나무가 너무 빽빽한 데다가 생물이 많아서 인기척을 탐지하기도 어려웠다.
“흐음.”
유성우는 호흡을 조절하며 나뭇가지 위를 가볍게 뛰어다녔다.
아무래도 발이 푹푹 빠지는 늪지대보다 나무 위가 이동하기도 편했고, 늪지대 속에도 온갖 생물들이 가득했다.
“저기 네 친척 있다. 친척.”
그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녹스는 아래를 바라보았다가 인상을 굳히며 말했다.
“어딜 봐서 친척이에요!”
“도마뱀이잖아. 파충류.”
“전혀 다른 종이거든요!”
늪지대 위에서 혀를 쉭쉭 내밀며 돌아다니는 건 파충류의 모습을 한 채, 이족보행을 하는 괴물이었다.
어느 정도 문명을 갖췄는지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과 엉성한 철제무기를 갖춘 리자드맨들.
놈들은 위쪽에서 들려오는 유성우와 녹스의 목소리에 고개를 쳐들고는 손에 쥐고 있던 창을 던졌다.
“어딜.”
하지만 날아온 창들은 힘없이 유성우가 휘두른 검에 튕겨 나갔다.
“흐, 흔들려서, 또.”
“참아. 삼켜.”
녹스의 말에 대충 대답해 준 그가 가볍게 검을 휘둘러 검풍으로 창을 던졌던 리자드맨들의 척추를 박살 냈다.
단번에 절명한 그들을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던 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말했다.
“녹스, 아무래도 이놈들의 보스를 잡아야 할 것 같다.”
“……집에는 언제 가요?”
“글쎄. 입구를 발견하든 말든 해야 돌아갈 텐데, 지금 우리가 어디로 들어왔는지 모르니 말이다.”
“그럼 막 움직이지 말고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녹스의 말이 맞았다.
어비스에 휘말렸을 경우 함부로 이동하지 말고, 안전한 곳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라고 교육받는다.
그러나 유성우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 어비스에는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들어왔잖나.”
“……그래서요?”
“일부러 시선을 끌어주는 거다. 이쪽에서 털고 다니면 병력을 돌릴 수밖에 없겠지.”
이게 지금의 최선책이다.
어비스 속의 괴물이 그냥 짐승이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문명을 갖춘 리자드맨이었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지능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동료를 부르는 것 정도는 가능할 테니.
행동방침을 정한 유성우는 늪이 없는 살짝 축축한 땅에 착지한 뒤, 검을 휘둘러 나무를 몇 그루 베었다.
그러자 나무들이 도미노처럼 넘어지며 커다란 소리를 내었고.
무슨 소리인지 확인하러 리자드맨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유성우는 검을 굳게 쥐고는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 해보자고.”
* * *
“이쪽으로! 이쪽으로 오세요!”
토월족의 제사장, 유월은 유성우를 유혹할 만한 물건을 마련하기 위해 카페를 나섰다가, 갑작스럽게 출현한 어비스에 휘말렸다.
월문은 달의 소리를 듣고 많은 것을 예측하지만, 모든 걸 예지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일단 함께 휘말린 일반인들과 함께 어비스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분투했다.
“이 빌어먹을 파충류 새끼들이 어디에 손을 올리는 건가요!”
선두에 선 유월은 맨손으로 다가오던 리자드맨의 주둥아리를 잡고 양손으로 찢어버리고는 상황을 살폈다.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어비스에 들어오자마자 험한 환경에 다친 이들이 속출했고, 독충이나 독초에 당한 이도 있었다.
게다가 이곳의 환경은 가혹해서 한 발짝 떼기가 쉽지 않았다.
푹푹 찌는 듯한 더위와 무시무시하게 높은 습도.
뛰어난 토월족의 감각마저도 교란하는 이상한 감각.
발을 잘못 내디디면 그대로 끌려 들어가는 깊은 늪까지.
‘이대로는 전멸……!’
그녀 혼자서 사람들을 내버리고 도망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지켜야 할 사람도 없으니, 마음껏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녀는 긍지 높은 토월족이었고 사람들을 이끄는 제사장이었으니.
그게 다른 종족이라고 해도, 살아 있는 이들을 미끼로 두고 도망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으아아아악-!!”
선두에서 리자드맨들을 찢어발기던 중, 뒤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어느새 접근한 리자드맨들이 비교적으로 약한 후방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놈들이 내지른 뭉툭한 무기에 사람의 살이 찢기며, 피가 늪을 적셨다.
유월이 곧장 움직여 후방으로 향했으나, 이미 늦었다.
창에 꿰뚫린 사람은 죽었고 다른 이들도 늪에 끌려가거나, 놈들에게 당한 상처.
독초와 독충에 의해 죽어가는 중이었다.
살아남았던 이들이 죽음으로 한 발짝씩 가까워진다.
유월은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동족들을 비추어 보았다.
강대한 적에게 아무것도 못 한 채 아스라이 사라지는 생명을.
“이,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다고요.”
그녀는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분주히 몸을 움직여 리자드맨들을 섬멸했다.
그러나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유월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스태미너는 점점 떨어지기 마련.
그러한 상황에서 리자드맨의 숫자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나기만 했다.
주변에 동족들의 시체가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덤벼드는 모습은 광전사와도 같았다.
“안 돼-!!”
체력이 점점 떨어지면, 빈틈이 생긴다.
그녀가 주춤한 틈을 타 두려움에 질린 사람 한 명이 창에 꿰뚫렸고, 남은 사람은 이제 유월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싸기 시작한 리자드맨들을 바라보며 증오를 내비쳤다.
그렇게 전의에 휩싸여 결사항전을 준비하는데.
리자드맨들이 갑자기 고개를 일제히 돌리더니 한 방향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피로 물든 늪지대 위에 홀로 남게 된 유월은 리자드맨들을 쫓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이미 죽어버린 이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었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분에 넘치는 힘을 탐하러 왔기 때문인가?
이것은 바꿀 수 있는 운명이었던 걸까?
만약 자신의 ‘월문’이 좀 더 깊은 소리를 들었다면.
이러한 참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쳤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의 잡음들을 떨쳐낸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곤 리자드맨들이 달려간 방향을 향해 걸었다.
놈들이 몰려갔다는 것은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확인해야만 했다.
* * *
“흐아아아아아아아악!!”
“뭘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 안전하게 뒤에 숨어 있으면 된다니까.”
“아저씨가 제일 무서워요!”
“지켜주는 사람한테 그게 할 말이냐? 진짜로?”
유성우는 뒤를 흘긋 바라보았다.
그러자 녹스는 더 무섭다는 듯이 움츠러들었다.
당연했다. 현재 유성우는 리자드맨을 리자드맨을 백 마리 넘게 썰어 넘긴 영향으로, 전신이 초록색의 체액 범벅이었다.
방금 늪지대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괴물의 형상이었기에, 녹스는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그나저나 무지막지하게 몰려오는군. 기껏해야 군락 하나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야.”
계속해서 소란을 일으켜 리자드맨의 병력을 유도한다는 작전은 성공했다.
일부러 한두 마리를 살려 보내며, 동료를 데려오도록 유도해 백마리를 넘게 죽였는데도 계속해서 몰려오는 중이었다.
덤벼드는 기세가 좀 줄기는 했으나 숫자는 더 많아지는 듯하니, 이놈들의 총 숫자가 몇일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이 정도면 군락이 아니라 소도시급이라고 해도 되겠군.”
게다가 덤벼드는 놈들의 무장과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단칼에 썰려 버리는 건 변하지 않았으나…….
‘들어온 사람 중 살아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어비스에 빨려 들어간 사람이 어비스 내부에 이곳저곳, 불특정한 위치에 떨어졌다면 더더욱.
다이버가 아닌 일반인은 움직이기도 힘든 환경인 데다가.
리자드맨들의 감각은 민감하기에 침입자 정도는 금방 찾아내 죽였을 테니까.
“후읍.”
숨을 들이켠 그가 검을 크게 휘두른다.
그러자 늪지대가 뒤집어지며 커다란 파도를 일으켰고.
일어난 파도는 유성우의 이어진 검격에 의해 날카롭게 갈라지며 다가오던 리자드맨들을 양단했다.
“우, 우으…….”
“……이제 슬슬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겠군. 녹스, 이리 와라.”
“네에…….”
녹스는 벌벌 떨면서도 착실하게 유성우에게 다가가 허리춤에 끼워졌다.
허리춤에 녹스를 끼운 그는 일부러 감추고 있던 살기를 풀어놓았다.
순식간에 급증하는 유성우의 존재감.
공간을 농밀하게 채우기 시작한 기세는 동족들이 아무리 죽어도 달려들던 리자드맨을 찍어눌렀다.
힘의 차이는 원래 명백했고, 기세마저도 입장이 뒤바뀐다.
그제야 리자드맨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이 상대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뒤를 돌아 도망치기 시작한다.
유성우는 녹스를 옆구리에 낀 채 그들의 뒤를 쫓았다.
“이대로 대가리를 치러 간다.”
“대가리가 뭐에요?”
“머리.”
“머리구나.”
리자드맨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유성우는 놈들의 뒤를 쫓으며 발걸음을 옮기다, 익숙한 기척에 멈춰 서서는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늪에 몸이 반쯤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유월이 있었다.
“여기서 뭐 하냐?”
“도, 도와주세요. 몸이 빠져서 안 움직여요. 움직이는데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더니 늪에 그대로…….”
“독에 당했구만.”
유성우는 유월을 보며 안쓰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이런 환경에서 제일 주의해야 할 게 처음 보는 식생, 그것도 독이 아니던가.
그는 항상 기운으로 방어하고 있기에 독의 침입을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잠깐 쪼그려 앉은 채 유월을 바라보고 있자 그녀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뽀, 뽑아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