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29)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28화(329/390)
운명(8)
유성우가 검계로 귀환했다.
남들 모르게 나갔다가, 남들 모르게 들어온 것이라 성대한 환영은 없었지만, 그가 무엇을 위해 올림포스로 향했는지 아는 이들은 제레미아와 함께 돌아온 그를 환영해 주었다.
“이번에도 무사히 돌아왔네. 다행이야. 오빠.”
가장 먼저 뛰쳐나온 유지우가 유성우를 꼭 끌어안았다.
뒤이어 달려온 녹스가 주변을 돌다 폴짝 뛰어 그의 등에 달라붙었다.
유성우는 둘의 반응에 천장을 한 번 봤다가 천천히 떼어냈다.
“누가 보면 죽으러 간 줄 알겠다. 징그러우니까 연기는 그만하고.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아, 들켰나?”
“네가 그럼 그렇지.”
“그래서 이번에는 뭐 가져왔어? 언니가 말하기로는 올림포스를 아주 줘 패고 왔다던데?”
“소문이 벌써 퍼졌나. 신들 입 싼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이미 들었다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어차피, 유지우에게는 알려줄 생각이었으니까.
“넥타르 원액이다. 이전에 올림포스가 보냈던 거랑은 농도가 다른 진품이랑, 암브로시아. 그 외에도 이것저것. 배상금을 꽤 많이 뜯었거든.”
“오빠! 사랑해! 내가 말 안 했지!”
“아, 아저씨 저도요!”
유성우는 진심으로 녹스가 유지우를 닮지 않기를 바랐다.
조금 늦은 것 같기도.
“그리고 막 돌아온 참에 미안한데, 며칠간 수련에 집중할 생각이다. 검계 내부에는 있을 테니 마녀회랑 상의해서 너희도 열심히 수련해라.”
“수련? 나도?”
“그래. 모처럼 좋은 재료가 생겼으니까. 노력한다면 신격의 끝자락에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쓰읍…….”
유지우는 영 내켜 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할 터.
“전면전이 벌어질 거다. 검계는 아직 미운털이 박힌 성신전이니까. 나는 그런 전쟁에서 너희들이 죽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전면전…….”
“신은 인간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고,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놈이 더 많다. 그들과 대등해지기 위해서는 신격을 손에 넣는 것이 첫걸음이다.”
신격을 얻기 위해서는 신화가 필요하다.
신격에 도달하기 위한 업적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며, 기연마저 필요하다.
그럼에도 신격을 얻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먹는 것만으로 인간을 신으로 만든다는 넥타르 원액이 있다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는 일.
유성우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나는 지금에 만족할 생각은 없다. 더 강해져야 해.”
“…오빠.”
“그러니까 이제 좀 수련할 생각이 드나?”
“폼 좀 그만 잡아. 진짜 이상해.”
유성우는 결국 유지우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아픈 딱밤이라 유지우는 바닥에 엎어져 이마를 부여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제대로 수련해라. 나는 너희들이 죽는 꼴은 못 보니까.”
나를 믿고 따라와 준 동료들이.
가족들이 더 죽는 꼴은 못 본다.
잃어야 할 것들은 이미 충분히 잃었으니.
이제는 채운 것들을 손에서 놓지 않을 생각이었다.
“내가 검계에 없는 동안 별 일은 없었고?”
“별일은 없었지. 한국이랑은 완전히 독립된 나라가 되어서 외교에 조금 문제가 생기기는 했지만.”
“외교에 문제가 생겼다고?”
“적국이 조금 늘어난 것 같던데? 어디서 우리가 소규모 성신전이라고 소문이라도 났나 봐.”
그런 소문은 진작에 났다.
검계의 탄생은 성신전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였으니까.
“그래서, 어느 나라가 적국이라고 선포한 거지?”
대형 성신전이 속한 나라라면 조금 곤란하다.
중국, 아니 일본 정도만 돼도 지금 전력으로 상대하기는 어려우니.
“그게…….”
유지우는 여러 나라의 이름을 줄줄 읊었다.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들이었으며, 대한민국이었을 시절에도 별 연관 없던 나라들이었으리라.
미국, 과거에는 하나의 나라였던, 지금은 분열해 버린 나라의 몇몇 주에서도 적대를 표했다.
‘대충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 알겠군.’
이제 슬슬 간만 보던 시기는 지났다 이거지.
소규모 성신전들은 새로 탄생한 성신전을 집어삼켜 세력을 넓힐 좋은 기회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검계 정도는 쩜쪄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성신전들이 선전포고를 해온 것.
자신들이 자리 잡은 땅의 인간들의 입을 빌려서.
그들이 직접 움직이는 건, 비효율적이었으니까.
인계에 현현하는 건 올림포스나 이그드라실 같은 신격이 남아도는 놈들이 하는 짓이다.
“별 같잖은 짓을 하는군.”
하지만 검계는 그런 소규모 성신전에 당할 정도는 진즉에 지났다.
애초에 결계를 설계할 때 그런 놈들이 공격해 올 것을 상정하고 설계했다.
수천 년을 살아온 최고의 마법사들이 머리를 모아 완성한 신조차 뚫지 못하는 결계인데.
대신격도 아니고, 고작 신격들이 모인 소규모 성신전들이 결계를 뚫을 수 있을 리가.
잠시 생각하던 유성우가 말했다.
“…좋은 기회기도 하지.”
그의 말에 유지우는 불안함을 느끼고, 듣기 전에 도망가려 했으나 어느새 그녀의 뒤에는 검 한 자루가 공중에 떠서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모두 불러라. 놈들이 쳐들어왔을 때 전투할 엔트리를 한번 짜보자고.”
***
유성우가 수련에 들어가기 전, 불러모은 사람들은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거기에 마녀회의 장로들이 추가되어 스물이 좀 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다들 잘 지내고 있나? 별로 불편한 점은 없고? 있으면 말해라.”
“말하면 왠지 골로 갈 것 같은데요…….”
“없나 보군. 아무튼, 수련은 거르지 않고 하고 있겠지. 각성한 능력에만 의존하다가는 골로 가기 십상이다.”
교장선생님 훈화 같은 유성우의 훈수가 이어진다.
저도 모르게 구구절절 떠들고 있던 유성우는 이내 헛기침을 하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알 놈은 알겠지만, 머지않아 여러 성신전이 검계를 공격하려 들 거다. 너희들은 그때 전투요원으로 나서게 될 거다.”
“결계 안에서 검계를 방어해 내는 역할입니까? 자신 있습니다!”
“뭔 소리냐? 결계 바깥으로 나가서 싸워야지.”
백우현이 당당하게 말했다가 돌아온 답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격들이 알아서 죽으러 와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나?”
없다.
신격과의 전투는 중요한,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되리라.
앞으로 상대해야 하는 건 그런 놈들이니까.
신격과 싸우는 도중에 무언가 깨닫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고 말이다.
“죽을 걱정은 하지 말되, 죽을 각오로 싸워라. 팔다리 한두 개쯤은 날아가도 다시 붙일 방법은 있으니까.”
여기저기서 보낸 선물 덕분에 물자는 아주 빵빵하다.
홍서화가 손을 들었다.
“그런데 스승님, 저희 수준으로 신격을 상대할 수는 있는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안 되는데.”
“되겠냐? 당연히 안 되지. 지금 수준으로는 말이다.”
유성우가 이례적인 것이다.
인간의 몸으로 신격을 베었고, 그 신격마저 흡수할 수 있는 체질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들은 자신이 마신을 상대할 적보다 약하니, 신격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놈들은 직접 오지 않고 자신들의 화신을 부릴 거다. 직접 현현하기에는 인계에서의 신격의 소모가 상당하니까. 그러나 궁지에 몰리면 신이 직접 강림할지도 모르지.”
분명 그럴 터였다.
소규모 성신전의 신격이라고 해봤자 화신 한둘 부리는 게 정도.
화신을 만드는 데 신격을 꽤 소모하니 하나를 잃는 것보다, 직접 강림해 상황을 타개하려 들겠지.
“너희들은 그런 신격들을 사냥하는 거다. 판은 메데이아가 깔아줄 거고,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싸우다 보면 뭔가 깨닫는 게 있겠지.”
원래 인간은 죽음 앞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는 법이다.
유성우는 면면을 주욱 둘러보았다.
마녀회의 마녀 중에서 고유세계를 펼칠 수 있는 건 한 메데이아와 바토리뿐.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 중에서 고유세계를 펼칠 수 있는 건 베로니카밖에 없다. 그것도 아직 불완전하고,
언젠가는 베로니카뿐만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승천교가 언제 움직이는지 알 수 없는 지금, 한시라도 더 많은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튼, 쳐들어오면 죽여 버리면 된다, 그거죠? 스승님.”
“정확하다.”
“그럼 대장, 대장은 그동안 뭐 하려고? 혼자 쉴려고?”
“나도 수련해야지. 베로니카, 여기서는 네가 제일 강…하지는 않군. 애들 좀 보살펴줘라.”
“나, 나보다 강한 사람이 있어?!”
베로니카가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둘러보자 메데이아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번에 완전한 신격으로 거듭난 그녀는 다른 이들과는 격이 다르다.
베로니카가 그런 그녀를 보고 호승심이 솟았는지, 당장에라도 검을 뽑을 기세였다.
유성우는 손가락을 튕겨 베로니카의 이마에 오러 덩어리를 맞춰 자리에 앉혔다.
“적당히 해라.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
유성우는 자신이 참 사고뭉치들만 모아뒀다 싶었다.
언젠가 사고를 한번 거하게 칠 것 같은 불안한 느낌.
“메데이아,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는 아낌없이 써라. 창고에 있는 것들을 전부 써도 좋아. 어떻게든 얘네들을 굴려서 강하게 만들어.”
“알겠어요. 이것저것 실험해 볼 수 있겠군요.”
“…실험은 적당히 해라.”
“후훗.”
알아서 조절하겠지.
그럴 것이다.
유성우는 다시금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많이들 성장했다. 여러 전투를 겪으며 강해져 타국의 S급 다이버들은 상대도 되지 않으리라.
“흠, 몇 명 더 불러볼까.”
이왕이면, 아군이 될 사람들을 불러서 좋은 경험을 시켜주는 게 좋겠지.
“유월, 남산탑과 마교에 연락을 넣어라. 이나리 신사와 야사카탑에도. 오고 싶은 놈들만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몰려올 물고기들을 위한 통발을 천천히 만들어보자.
얼마나 대어가 낚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배불리 먹을 수는 있을 터였다.
“즐거운 시간이 되겠군.”
자신이 그런 즐거운 일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지만.
앞으로는 더 재밌는 일이 많이 생길 터였다.
그리 생각하며 미소 짓던 중, 잔느가 슬그머니 손을 들고 물었다.
“다 좋은데, 그렇게 안 웃으면 안 돼요? 저희가 악당 같잖아요.”
“내버려 둬. 대장 가끔 저래. 저렇게라도 웃어야지. 아니면 또 언제 웃겠어?”
갑자기 아픈 곳을 찔러온다.
유성우는 표정을 무표정으로 돌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절대로 쪽팔려서 도망치는 게 아니다.
그리고 3주 뒤 검계가 모든 준비를 끝마쳤을 때, 유성우의 말대로 검계 주변에 정체불명의 세력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검계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내부로 피난시켰고, 출입할 수 있는 문은 모두 닫았다.
남은 것은 전쟁뿐.
“성우 님에게 연락할까요?”
“아니요. 이 정도는 우리가 해내야죠. 언제까지고 오빠한테 기댈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유월은 생긋 웃고는 검계 곳곳에 위치한 드론으로 적들을 파악했다.
화기로 중무장한 세력도 있고, 갑주와 무기만을 든 채 모여든 이들도 있다.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검계를 집어삼키고 싶어 하는 소규모 성신전들의 화신들.
“대략적인 숫자는 이백 정도인가요?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저희 숫자는 스물을 좀 넘는데요?”
“한 명당 열 명씩 잡으면 충분한 거죠.”
유지우는 생각했다.
유월은 유성우에게 물들었다고.
유월이 말했다.
“그럼 작전을 시작해 봅시다! 성우 님에게, 승전보를 알려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