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41)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40화(341/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40화
강자
“개털이군.”
“개털이네요.”
유성우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들이 배상금이랍시고 가져온 물건들이 형편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마존 강을 기반으로 한 성신전.
그들도 일단 성신전인만큼 무언가 쓸 만한 걸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실망이군. 이걸로는 부족한데.”
돌을 깎아서 만든 의자에 앉은 유성우가 인상을 쓴 채 다른 신격들을 쳐다보았다.
자신들의 목숨이 걸려 있는데도 이런 것들을 내놓다니.
어지간히 개털이거나, 아니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세우는 걸 수도 있지.’
역시 신이라는 놈들은 몇 명을 제외하면 싸가지가 없는 놈들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세우려 들다니 말이다.
그의 태도가 상당히 불편했는지, 결국 한 신이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다.
“빌어먹을 놈이! 언제까지 그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리 소리치며 무기를 꺼내 들고는 유성우를 향해 달려든다.
그가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신격을 폭발시키며 단번에 다가왔다.
“어처구니가 없군.”
유성우는 피식 웃으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신을 향해 손가락을 휘둘렀다.
그러자 달려오던 신의 목이 그대로 떨어지며 바닥을 굴렀다.
손가락 하나로 신의 목을 떨어트린 유성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굴러다니던 목을 주워 들었다.
그러고는 분노에 찬 얼굴 그대로 죽은 신의 머리를 대충 바닥에 내던지며 말했다.
“아직도 너희는 자신들의 처지를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유성우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보지 못한 이들이 더욱 공포에 질리고, 유성우가 말한다.
“나는 너희들에게 부탁이 아니라 요구를 하고 있는 거다. 너희들은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을 벌였고, 거기다 패배까지 했지. 정말로 꼴사납지 않나? 직접 올 자신은 없어서 화신을 동원했으면서…….”
현계에 현현할 만한 신격은 없어 화신들을 보냈다.
검계는 그들을 모조리 쓰러트렸고, 유성우는 여기 말고도 돌아야 할 성신전이 서너 군데는 더 있었다.
그런데 첫 번째부터 이런 모양이라니.
“내가 베풀고 있는 건 자비다. 너희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수 있음에도 내가 그러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나?”
그의 물음에 대답하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미친놈의 생각 따위 알 게 뭐람.
“나는 쓸데없는 살생은 안 하는 주의라 그렇다. 너희들도 이유 없이 죽여 버리고 싶지는 않다.”
지금 와서 이들의 신격을 흡수한다고 해서, 간에 기별조차 가지 않는다.
이미 대신격을 이룩한 데다가, 자신의 신격에 비하면 이들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흡수해 봤자 오히려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지금은 다른 신격을 흡수하기보다, 자신의 신격을 다듬어야 할 시기였다.
“그러니까 순순히 있는 거 다 털어라. 저 대가리 굴러다니는 놈이랑 똑같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그에게서 살기가 피어오른다.
수틀리면 전부 죽여 버리겠다는 그의 의지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성신전 내부가 그의 의지로 가득 찰 정도로.
“자, 그럼 알았으면 전부 들고와라. 너희들의 목숨과 배상금. 저울질을 잘 좀 해보라고.”
***
첫 번째 성신전을 털어먹은 유성우는 그 이후로도 세 개의 성신전을 더 돌아 온갖 보물을 챙겼다.
여전히 반항하는 놈들은 죽여 버리고, 남은 놈들은 공포로 굴종시켜 더는 덤비지 못하게 해주었다.
자존심 강한 신들이라지만,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굽힐 수밖에 없었다.
죽음의 공포를 모르는 놈들은 죽음을 알려주었으니…….
대충 일을 해결하고 검계로 돌아온 그는 회수한 보물들을 이번에 수고한 다이버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아무래도 성신전에서 털어온 것들이라 그런지 유성우에게는 별 쓸모없는 물건이라도, 그들에게는 최고급품이나 다름없었다.
온갖 무구와 장비, 여러 소모품.
세간에서 아티팩트나 마도구라 불리는 것들이 한가득하였다.
그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검계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어때, 이번 전투로 뭔가 깨달은 놈은 있나?”
하지만 검계에는 여전히 고유세계를 펼칠 수 있는 신격이 한정적이다.
이번에 쳐들어온 놈들이 고만고만한 놈들이라 검계의 다이버들이 상대할 수 있었지만.
만약 고유세계를 펼칠 수 있는 놈들이 몰려온다면 그대로 무너지고 말 테지.
신격들이 현계에서 행사할 수 있는 힘에 제약이 없었다면 검계는 벌써 무너졌으리라.
그렇기에 현재 가장 절실한 건 검계의 다이버들이 강해지는 것이다.
유성우는 제 말에 아무런 대답이 없자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
“다른 놈들은 그렇다 쳐도, 베로니카 너는 왜 아무 말도 없지? 내가 확인했을 때 고유세계를 펼친 흔적이 남아 있던데.”
“그, 그으게…….”
베로니카는 여전히 제 고유세계가 부끄러운 건지, 우물쭈물, 유성우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런 모습에 유성우는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방금까지 베로니카의 삶을 보고 오기도 했기 때문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기로 했다.
“됐다. 별로 질책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냥 좀 궁금했을 뿐이지.”
그 외에는.
유성우는 사인방을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좋은 거 처먹고, 열심히 훈련도 했으니 당연히 무언가 성과가 있어야 하리라.
하지만 네 명 전부 유성우의 시선을 슬금슬금 피했다.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유성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에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언젠가는 너희도 제 몫을 하겠지.”
유성우는 이들을 빠르게 성장시킬 방법이 없나 생각했다.
지금까지 하던 방식은 유지하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가해야 할 것 같았다.
이를테면 강자와의 전투라던가.
유성우 자신이 대련을 해주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도 너무 익숙해지면 위기감이 줄어들 터.
“흠.”
이들이 원정대원들만큼의 실력만 갖추어도 신격에 도전해 볼 법한데.
‘가장 좋은 건 견본을 보여주는 건데.’
백우현이나 홍서화는 어찌저찌 된다고 해도, 최아연이나 유지우는 익숙하지 않은 검술이라 가르치기 힘들다.
그렇다면, 외부강사를 초빙하는 수밖에.
“메데이아, 잠깐.”
그의 부름에 메데이아가 귀를 가져다 대고, 유성우가 여러 질문을 했다.
그리고 이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재밌는 걸 보여주도록 하지.”
***
유성우가 재밌는 걸 보여주겠다고 한 지 일주일 뒤.
네 명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아니, 대체 뭘 보여주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요?”
“난들 알겠냐. 하지만 뭐, 개고생 할 거라는 건 확실해.”
홍서화의 말에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성우가 재밌는 걸 보여준다는 건, 뒈지도록 굴릴 거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당해온 것이 몇 번인가.
셀 수도 없이 많다.
재밌는 거라면서 어비스 속에 집어 던지고, 저주 들린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훈련을 시키지 않나.
이래저래 당한 게 많았던 그들은 대체 유성우가 뭘 들고 올지 두렵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걸 따라서 열심히 하다 보면 강해지기는 하지 않습니까? 저는 좋다고 봅니다만.”
“그렇긴 하죠. 저도 인정합니다. 조금 힘들긴 하지만…….”
“조금은 개뿔! 존나게 힘들어! 저번에 한 투기장 뺑뺑이도 진짜 뒈질 뻔했는데!”
홍서화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유성우를 따르기는 하지만, 이런 식의 훈련은 아주 곤욕이 따로 없었다.
착실히 강해지기는 하는 것 같으나 할수록 점점 죽을 것 같다는 게 흠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진이 다 빠져서 죽어버릴 거야. 진짜로.”
“이번에는 특히나 심상치가 않아요. 대체 뭘 준비하는 건지, 마녀회의 마녀들이 아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요.”
“그게 혹시 뭔지는 알아보지 않으셨습니까?”
“오빠가 함구령을 내린 것 같더라고요. 아무리 캐물어 봐도 저희 네 명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 대답만 돌아와요.”
“대체 무엇을 준비하셨길래…….”
그들은 유성우가 뭘 준비하고 있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마녀들이 잔뜩 동원되는 걸 보면 마법적인 걸 텐데,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단서를 얻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다가오는 미지의 공포에 벌벌 떨고 있을 때쯤, 그들의 스마트폰에 토끼 문양이 떠오르며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분, 호출이에요. 길드 타워 지하 7층 A-5 룸으로 오시면 됩니다!
“우왁?! 이게 뭐야?”
“이, 이런 걸 설치한 기억은 없는데요.”
-이번에 세종시가 검계로 개편되며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스마트폰을 해킹해서 다운로드해둔 행동 보조 애플리케이션입니다.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십니다…….”
아무튼, 그들은 유월의 부름에 따라 길드 타워의 지하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서자, 그곳에는 마녀들과 유성우가 서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불길해 보이는 수십 개의 마법진이 회전하고 있었다.
유성우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 왔나? 어서 와라. 이제 막 완성된 참이다.”
“오, 오빠, 이게 뭐야?”
“너희들이 들어가야 할 마법진이다. 어때, 멋있지 않나?”
“안에 들어가면 믹서기처럼 우리를 갈아버린다거나…….”
“그럴 리가 있겠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유지우를 붙잡은 유성우가 그녀를 먼저 마법진 안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뒤이어 나머지 세 명도 처넣고는, 뒤늦게 도착한 베로니카와 유성우도 함께 마법진 안으로 들어섰다.
유지우가 불안한 눈빛으로 유성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최, 최소한 이게 뭔지 설명은 해줘! 너무 불안한데?!”
“마녀회의 장로들이 설계한 마법진이니 위험하지는 않을 거다. 아마도.”
그의 말에 유지우는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마법진이 빛난다.
그리고, 주변의 풍경이 단번에 바뀐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방에서부터, 드넓은 평원으로.
갑자기 풍경이 바뀌자 네 명은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최아연이 중얼거렸다.
“공간이동…?”
“아니. 공간이동은 아니고, 내 기억을 방에 투영한 것뿐이다. 너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서.”
유성우가 발걸음을 옮기고, 그 뒤를 베로니카가 뒤따른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가 얼굴에 화색을 띠며 말했다.
“대장, 여기는…….”
“그래, 너도 기억하고 있을 거다. 베로니카.”
유성우가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고, 그 뒤를 따라서 올라온 이들은 언덕 아래쪽에 펼쳐진 드넓은 대지와 지평선을 보고는 탄성을 내뱉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었으니.
“어, 저기 뭔가 있습니다.”
눈이 좋은 최아연이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몇 개의 천막이 처져 있는 캠프.
베로니카는 캠프를 보고는 자리에서 펄쩍 뛰었고, 나머지 이런 곳에 생뚱맞게 있는 캠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장, 대장! 저거! 진짜야?!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야?!”
“마법의 힘이지. 자세한 건 나도 모른다. 마법사들이 아주 잘 해줬어.”
이 마법진을 구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재료가 들어갔는지.
아티팩트도 몇 개 갈아 넣었다.
이렇게 완벽하게 기억 속 풍경을 구현하다니.
유성우는 캠프를 한동안 바라보다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검혼 원정대의 캠프에 온 걸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