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4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43화(34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43화
강자(4)
원정대 내에서 단검을 쓰는 사람은 티안을 포함해서 두셋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검은 암살자들의 무기라는 인식이 있기에, 위급할 때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무기다.
리치도 짧은 데다가, 검술을 펼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무기니.
“아… 귀찮슴다. 제가 그런 거 할 짬임까?”
“흔치 않은 단검잡이잖나! 그리고 다른 두 놈 상태는 네가 더 잘 알 테고.”
“하아…….”
구경만 하려던 티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앞으로 나섰다.
최아연은 허리춤에 끼워둔 단검 두 자루를 뽑아 쥐었다.
그러고는 그럴듯한 자세를 취하자, 티안은 두 자루의 단검 중 한 자루만 빼 들고는 말했다.
“쓸데없이 힘이 너무 들어가 있슴다. 가볍게, 좀 더 가볍게 쥐는 검다.”
티안은 손에서 흘러내릴 정도로 단검을 느슨하게 쥐었다.
저래서 무언가를 벨 수 있기나 할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데.
“그리고, 빠르게.”
이어서 티안이 급격하게 몸을 숙인다. 최아연의 시야에서 티안의 모습이 사라진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진 티안이 나타난 곳은 최아연의 등 뒤.
소리도 없이 휘둘러지는 단검을 최아연은 겨우 막아냈으나, 단검에 담긴 힘이 어마어마해 옆으로 밀려 바닥을 굴렀다.
“크윽!”
“반응 속도는 좋슴다. 하지만, 근력은 별롬다. 단검을 쓴다고 힘을 안 기르면 여차할 때 밀리는 검다.”
최아연은 다시 자세를 잡으며 몸을 숙였다.
한시라도 긴장을 놓으면 티안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인지하지 못하는 방향에서 공격해 온다.
“자, 다시 감니다.”
몸을 숙인 티안이 저벅저벅 걸어온다. 아무런 살기도, 적의도 느껴지지 않는 걸음걸이.
그렇기에, 최아연은 저도 모르게 더욱 긴장을 끌어올렸고, 시야가 좁아졌다.
그리고, 훅.
티안의 모습이 다시금 사라진다. 마치 바람이 불 듯이 움직인 그를 쫓아 최아연의 시선이 돌아간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 끝에 티안은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편.
“끝임다.”
티안의 단검의 끝이 최아연의 목덜미에 닿았다.
그는 뒤로 물러나 손안의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더니 말을 이었다.
“하지만 공격도 못 해보고 끝내면 조금 불쌍하니… 기회를 드리겠슴다. 들어와 보시죠.”
무시하는 듯한 티안의 말에도, 최아연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티안은 반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만약 그가 자신을 죽이려 들었다면 벌써 열 번도 넘게 죽었으리라.
전 군인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결과다.
“…그럼 가겠습니다.”
최아연은 단검을 꾹 쥔 채, 자세를 낮추었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었다.
“오, 이번 신입들은 능력이 다양하구만! 저건 암살자들의 비전인가?”
“그림자를 이용하는 건가? 흥미로운데.”
관전하던 원정대원들이 한 마디씩 내뱉고, 그녀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림자 속에 숨어 공격하는 암살자와 잘 어울리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상대하는 티안만큼은 눈을 감은 채 그녀의 위치를 가늠했다.
“어디에 있는지 다 보임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단검을 휘두르자, 그림자 속에서 날아온 단검과 부딪쳤다.
그리고 뒤이어 발을 뻗어 단검이 날아온 방향과 반대쪽에서 튀어나온 최아연의 복부를 걷어찼다.
“컥!”
바닥을 구르게 된 그녀는 컥컥대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티안은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괜찮슴까? 저도 모르게 힘을 실은 모양임다. 마지막 공격은 꽤 날카로워서 말임다.”
“…전혀 닿을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소드마스터라는 겁니까?”
“뭐, 그런 검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못 물어 봤슴다.”
“아연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티안.”
“아연? 신기한 이름임다.”
“좀 멀리서 왔기에.”
최아연은 티안의 손을 잡고 일어나, 몸에 묻은 흙을 탁탁 털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름 따로 안 지었네요?”
“뭐, 별 상관 없을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누구 씨는 라이트인데.”
유지우가 킥킥 웃었고, 백우현은 자신도 그냥 이름을 댈 것 그랬다며 후회했다.
중년의 남자가 소리쳤다.
“자자! 놀지 말고 다음! 다음은 누구냐! 아직 안 끝났다고!”
“다음은 나다!”
이번에 호기롭게 나선 것은. 홍서화였다.
앞의 전투를 보고 불이 붙었는지 검을 뽑아 들며 앞으로 나섰다.
유성우의 일생과 같은 새빨간 검신. 용의 힘을 고스란히 담아내 제련한 검이 모습을 드러내자 원정대원들이 재밌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호! 이번에는 꽤 재밌는 걸 볼 수 있겠는걸? 그래, 이번에는… 혹시, 나가볼 사람 없나?”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원정대원 쪽에서 나온 건 홍서화가 같이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를 가진 청년이었다.
쾌활한 인상의 청년은 제 몸만 한 대검을 들고나오더니 소리쳤다.
“그리프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레도라! 잘 부탁한다! 힘 조절하지 말고 전력으로!”
“앗! 그런가요?! 그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리 말한 그리프는 양손으로 대검을 쥐고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러자 그의 검이 불길에 휩싸이더니, 강렬한 열기를 뿜어냈다.
그걸 본 홍서화는 씩 웃더니 자신도 자세를 잡았다.
이어서 전신이 불길에 휩싸이며, 그리프에게 뒤지지 않는 열기를 뿜어냈다.
“오오! 번개에 그림자, 이번에는 불이냐! 신입들 장난 아니네!”
“저건 또 어디 유파야?! 그리프랑 같은 검술인가?!”
“병신아! 제대로 안 보이냐?! 불꽃의 흐름 자체가 다르잖아!”
“그딴 게 보이면 내가 소드마스터지!”
“그럼 나는 소드마스터인가?!”
홍서화와 그리프의 전투는 터프하게 진행됐다.
둘 다 한치의 물러남도 없는 전면전. 끊임없이 검을 휘두르며 불길을 토해낸다.
원정대원들이 뒤로 한참이나 물러나야 할 정도로 말이다.
“저거, 적룡염무검 아니야?”
“뭐야, 진짠가?! 어디서 배운 거야?! 전수자도 몇 없을 텐데…….”
그리고 원정대원들은 홍서화가 사용하는 검술에 흥미를 보였다.
유성우가 가르쳐주었던 적룡염무검은 특성에 의해 사용자가 무척이나 적은 검술.
그런 검술을 뜬금없이 신입이 사용했으니.
“당신, 대단한데요!”
“너도 마찬가지야!”
그리프와 홍서화의 검이 부딪치며 사방으로 불꽃을 튀겼다.
둘 사이에 적염이 몰아치며 거대한 불기둥을 만들었다.
둘은 불기둥 사이에서 아낌없이 불꽃으로 이루어진 전력을 내보였다.
앞서 빠르게 패배한 두 명의 대련과는 달리, 둘의 대련은 길게 이어졌다.
물러서지 않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대련이었으니까.
그리고 슬슬 갤러리가 지루해질 때쯤, 둘의 대련이 끝났다.
어느 한쪽도 탈진해서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다.
검만을 겨우 잡은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헉헉댔다.
그러다 동시에 기절했다.
“커흑…….”
“꼬르륵…….”
“아이고, 고작 대련인데 둘 다 너무 기운을 써버렸고만.”
중년의 남자는 실실 웃으면서 둘의 뒷덜미를 잡아 가볍게 들어 올려 근처 천막에 대충 던져두곤 돌아왔다.
“자, 그럼 남은 사람은 두 명인가? 누가 먼저 할 건가?”
“언니가 먼저 해!”
베로니카는 유지우를 밀어서 내보냈다. 아무래도 자신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건지, 어서 나가라며 재촉까지 해댔다.
하는 수 없이 유지우는 한숨을 내뱉으며 앞으로 나섰다.
“아가씨는 검사라기에는 좀 다른 분위기인데. 혹시 마검사인가?”
“어떻게 아셨죠?”
“검사랑 마력 운용법이 다른 것 같아서 말이다. 흠, 마검사라.”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좋은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레오! 네가 해보는 건 어떠냐?”
중년 남자가 고개를 돌려 원정대원들 사이에서 한 명을 불렀다.
금발 머리의 청년은 육포를 으적으적 씹어먹다 자기를 부른 거냐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 너! 인마! 예전부터 마검사가 되고 싶다고 했잖냐! 이번에 요령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저, 저 언니 좀 무서워 보이는데요…….”
“언제까지 그렇게 뺄 생각이냐? 할 때는 잘하는 주제에.”
“끄응…….”
레오라 불린 여성은 내키지 않는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허리춤의 검을 빼 들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레오니아 세르. 대련 잘 부탁해요. 언니.”
“…제인. 잘 부탁할게요.”
“자! 그럼 시작!”
남자의 선언과 함께 유지우가 곧장 자세를 잡으며 마력을 일으켰다.
그녀의 마력이 노도와도 같은 기세로 파도처럼 몰아치더니, 이내 잔잔한 수면을 만든다.
“후우우…….”
유지우의 손에 들린 반명이 마력에 반응해 검명을 토해낸다.
우우웅─ 하고 검이 떨림과 동시에 수십 종류의 마법진이 그녀의 등 뒤에 떠올라 달의 형태를 그린다.
만월의 마법진.
잔잔한 마력의 수면.
몇몇 원정대원들이 그 검술의 형태를 알아보았다.
“…해월검(海月劍).”
“진짜 해월검이다.”
“저걸 전수한 놈이 또 있었단 말이야?”
그리고 그냥 해월검이 아니었다.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해월검에 마법을 접목한, 마검사가 펼치는 해월검.
“당신은 강해 보이니까, 처음부터 전력으로 갈게요. 오빠한테 그렇게 배웠거든요.”
유지우가 마력의 수면 위에서 발을 뗀다.
그와 동시에 마법진들이 기동하며 형형색색의 마법을 쏟아낸다.
레오니아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마법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다.
그리고, 검술 또한 상당하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검 끝이 아름답다.
마치 달을 검으로 그리듯이, 다가오는 검.
레오니아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검을 강하게 쥐었다.
“그럼 나도 전력으로……!”
그녀가 쥔 검에 빛이 어린다.
어린 빛은 찬란한 황금빛.
유지우의 떨어지는 검에 맞춰 아래에서 퍼 올리는 검.
유지우는 순식간에 아래에서 휘둘러지는 검을 보고는 마법의 궤도를 바꾸었다.
자신의 힘으로 저것을 다시 아래로 떨어트릴 수는 없으니, 마법을 총동원했다.
마법과 유지우의 검.
그리고 레오니아의 검이 한 점에서 부딪치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다.
홍서화와 그리프가 그려냈던 불로 이루어진 소용돌이보다, 더욱 거대한 폭발이 둘을 감싼다.
그저 대련으로 볼 수 없는 강렬한 힘의 충돌.
유지우는 반사적으로 해월검을 펼쳐냈다.
해월검은 유(柔)와 중(重)에 치중된 검술.
상대의 공격을 받아넘기며 반격하는 것이 해월검의 본질.
그러나, 레오니아는 유지우의 반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젊은 나이에 소드마스터를 목전에 둔 검사.
사용할 수 있는 건 잠깐뿐이지만.
레오니아의 검에 다시금 금빛이 어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늘에서 떨어진 자줏빛의 일직선이 둘의 공격을 일소(一消)시켰다.
“거기까지! 더 하다가는 캠프가 날아가겠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자명윤검을 가볍게 한 손에 든 베로니카였다.
지금의 베로니카보다 길쭉하고, 좀 더 흉터가 많은 몸과 얼굴.
전투의 흥분으로 유지우와 레오니아를 진정시켜서 돌려보낸 그녀가 중년 남성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적당히 해야지! 이게 다 뭐야?! 난장판이잖아!”
“허허, 나는 모르는 일이다.”
“대장한테 이른다?!”
“어차피 유성우도 어디서 보고 있을 것 아닌가! 하하! 그보다, 다음이다 다음! 마지막!”
남자의 시선이, 지금의 베로니카.
‘올렛’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베로니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베로니카지? 내 대련 상대는 너야!”
“이 쪼끄만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