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57)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56화(357/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56화
옥황궁(2)
신들은 거만하기 짝이 없는 족속들이다.
지금까지 유성우는 수많은 신들의 머리를 깨버렸지만, 머리를 깨버려도 봉합은 하지 않는지 여전히, 자신들이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많았다.
깨진 머리에서 뇌수를 줄줄 흘리면서 ‘인간은 나약하다!’라고 소리치는 놈들이다. 그 머리를 깨버린 게 인간이었음에도.
“그 자신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군…….”
“너희들을 죄다 쳐죽일 때까지는 이어질 거다.”
“후후후…….”
옥황궁의 사자의 몸이 울룩불룩, 부풀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발할 것처럼 사방으로 빛을 내뿜었다.
유성우는 놈이 완전히 폭발하기 전에 손가락을 휘둘러 공간을 격리했다.
그의 오러로 이루어진 공간 안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유성우가 오러로 격리하지 않았다면 건물이 통째로 날아갔을 정도의 화력이었다.
이내 오러를 점점 압축해 제 손에 들어올 정도의 크기로 만든 그는, 구체를 꽉 쥐어 폭발의 여파마저 없애버렸다.
한발 늦게 도착한 유월과 잔느가 앉아있는 뒷모습의 유성우를 보며 말했다.
“성우 님! 괜찮으십니까!”
“방금 폭발음이……!”
어마어마한 굉음이었다. 하지만 방 안에는 폭발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유성우는 연기가 나는 손을 탈탈 털며 말했다.
“유월, 잔느. 전부 소집해라. 지금부터 옥황궁에 대한 방비를 시작한다. 놈들이 선전포고를 해왔다.”
“……! 알겠습니다.”
유월과 잔느가 다시 바깥으로 나가고, 홀로 남은 유성우는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그럼, 나도 준비해야겠군.”
미뤄두었던 의식을 치를 때가 되었다.
***
한반도 위에 존재하는 성신전은 두 개. 한반도의 이면세계에 자리한 옥황궁과 현세에 자리 잡은 검계.
옥황궁의 입장에서는 검계가 아주 까다롭기 짝이 없는 눈엣가시다.
그들의 근간은 한반도였으며, 한반도 위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신앙을 통해 구성된 신격이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검계가 한반도의 일부를 뚝 떼어 자신의 땅으로 삼았으니, 얼마나 열이 받을까.
그들의 성신전에도, 신격에도 영향이 가는 일이었다. 유성우가 다른 나라에 성신전을 세웠다면 이리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았을 테지만.
유성우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곳은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이었으며, 완벽히 손안에 넣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땅은 세현시밖에 없었으니까.
유성우는 검계의 가장 높은 곳으로 돌아왔다. 이계와 삼정의 기억을 답습했던 그 자리에 다시금 서서 검계를 내려다보고, 고개를 들어 우주를 보았다.
붉은 광채로 넘치는 그의 눈동자는 우주의 뒷면, 허수 공간에 존재하는 한반도의 성신전을 꿰뚫어 보았다.
거대한 성이 눈에 들어왔다.
일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한반도의 성신전은 건재함을 드러내며 위용을 자랑했다.
“네놈들 뜻대로 돌아가게는 두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무엇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이런 놈들을 막아서기 위함이었다. 강대한 힘을 가지고 세계를 제 뜻대로 주무르려 드는 놈들을 베어서 죽여 버리기 위해서.
잠깐 검계를 내려다본 그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고작 인간을 장기말 정도로 사용하려는 놈들에게 질 수는 없는 법 아닌가.
인간은 장기말이 아니라, 인간이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김윤주에게 연락해서 확인한바, 터져 죽은 옥황궁의 사자는 오색무당회의 박수였다.
옥황궁의 의견에 반대하는 다이버였는데, 기어이 옥황궁은 강제로 그를 지배하여 검계에 사자로 보낸 것이었다.
그런 일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유성우는 옥황궁을 철저하게 짓밟아버릴 생각이었다.
“올림포스 때처럼 일대일 대결을 벌일 수 있었다면 쉬운 일이겠지만…….”
올림포스 때와는 사정이 달랐다.
옥황궁은 처음부터 전력으로, 검계를 무참하게 박살 낼 생각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윤주의 말에 의하면 옥황궁 내에서도 파벌이 갈렸다고 하니, 완전한 전력은 아닐 터.
자신의 편에 서서 싸워줄 옥황궁의 신격도 어느 정도 있으리라.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나머지는 너무 강해진 자신의 핸디캡으로 안고 가면 된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모든 검이자신의 힘이 되어주어야 하리라.
그가 손을 들자, 푸른빛이 반딧불처럼 모여들어 검의 형태를 이루었다. 베기보다는 찌르기에 특화된 원뿔 형태의 검이다.
오월(五月), 용광(龍光)이 모습을 드러내며 부르르 떨며, 가느다란 검명을 토해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모습에 유성우는 손잡이를 굳게 쥐고는 눈을 감았다.
“그래, 네 기억을 내게 보여다오.”
네가 무엇을 품고 있는지.
내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무엇이든지 전부 받아들여 줄 테니까.
***
옥황궁과의 전쟁을 위해 소집된 자들은 회의적이었다. 처음으로 치르는 전쟁은 아니었지만, 상대는 옥황궁이었다.
올림포스나 이그드라실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대형 성신전인 곳인 데다가.
길드의 대표로 모인 이들은 모두 한반도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들이었으니까.
역사서나 위인전에 등장하는 이들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저항감이 없을 리가.
“…궁금해서 묻는데, 저희랑 옥황궁이라는 곳이랑 싸우면 승산이 어떻게 되나요?”
“10퍼센트도 되지 않겠죠? 이쪽에 신격이 좀 늘기는 했다지만, 옥황궁은 신격이 즐비한 성신전이니까요.”
“오빠가 있더라도 그런 건가요?”
“마스터 유성우는 우리 모두가 죽더라도 혼자 살아남아 옥황궁을 모조리 쳐죽일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모두 죽으면, 그걸 승리라고 볼 수 있을까요?”
메데이아의 답변에 유지우는 자신이 우문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성우가 힘을 기르는 목적은 자신의 적을 베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는 걸 새삼스레 떠올렸다.
유지우가 입을 다물자 메데이아가 말을 이었다.
“우리의 승리는 아무도 죽지 않는 거예요. 그 상태로 옥황궁을 패퇴시켜야 하는 무척이나 어려운 전쟁이 되겠죠. 마녀회 장로 몇 명이 더 신격에 도달했다면 그나마 승산은 좀 더 있었겠지만…….”
메데이아의 시선이 마녀회의 마녀들에게 잠깐 머물렀다.
몇 명이 시선을 피했다.
“뭐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죠. 검계의 결계는 견고합니다. 내부에서 누가 결계를 해제하거나, 성신전 전체를 부딪치는 게 아닌 이상 깨질 일은 없다고 보아도 좋아요.”
검계 전역에 설치된 결계는 역사상 유례없는 대결계이며, 마녀들의 지식을 총동원해서 세워졌다.
유성우의 신격을 덧씌워 그 강도는 대신격 몇 명이 몰려오더라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정도.
검계가 취할 수 있는 결계를 믿고 수성전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효과적인 전투가 불가능할 테니.
“저희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옥황궁의 반대 세력을 모을 거예요.”
“옥황궁의 반대 세력이라고 하면…….”
앉아 있는 이들은 메데이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옥황궁의 반대 세력이 대체 어디에 있다고. 다른 성신전의 신들을 끌어들이자는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메데이아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들의 세계가 끝을 고하고, 신화시대가 막을 내리며 사라진 것은 신들만이 아니에요. 신과 인간의 세계가 단절되며 이면으로 숨어든 존재들은 신들 말고도 있었죠.”
고대에는 인간과 신만이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에 가까운 존재 또한 있었고, 신에 가까운 존재도 있었다.
인간과 신,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들도 있었다.
한 인간에 의해 신들의 시대가 막을 내리며 그런 존재들 또한, 인간들에게서 멀어졌다.
신들이 성신전으로 향했듯이, 그들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면 세계로 향했다.
메데이아는 그들을 찾아내 아군으로 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찾을 방법은 있는 겁니까?”
“이미 몇 군데는 특정해 두었어요. 이제, 찾아가서 협상만 하면 되는 일이죠.”
백우현의 물음에 메데이아가 미소 지었다. 한반도에는 그런 존재들이 꽤 많았다.
도깨비라 부르는, 인과를 무시하는 힘을 사용하는 존재들과.
과거, 인간이 되고자 했던 곰과 호랑이의 후예들.
혹은 요괴라 불리는 존재들.
“그들을 포섭할 수 있다면 승산은 아주 높아질 거예요.”
인간들을 무시하던 신들에게 한 방 먹일 때가 다가왔다.
***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니, 그곳은 빛 한 점 들지 않는 아주 깊은 바닷속이었다.
심해(深海).
얼마나 깊은 바다인지 가늠조차 가지 않는 곳이다. 느껴지는 것은 중압감과 물살의 흐름, 그리고 주변을 맴도는 거대한 생물의 흔적.
유성우는 자신의 앞에 무언가 있다는 걸 깨닫고 안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서서히 드러난 윤곽은, 농구공 서너 개를 합친 듯한 크기의 거대한 구체였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곧장 알아챘다. 그것은, 드래곤의 알이었다.
“너의 기억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냐?”
유성우가 오월, 용광을 만들었던 건 드래곤을 사냥하고 난 뒤, 그 이빨을 뽑아서 만든 것이었다.
다른 광물은 사용하지 않고 이빨만을 사용해 만든 통짜 검.
그래서 그런지, 오월에는 ‘완성된 이후’의 기억이 아닌 드래곤의 기억까지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유성우는 기나긴 여정이 되리라 직감했다. 그가 사냥했던 해룡은 수천 년의 세월을 살아온 고룡(古龍)이었으니까. 삼정 때보다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몰랐다.
기억 속의 세계와 현실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니 옥황궁과의 전쟁에 늦는 일은 없겠지만…….
그 전에 유성우의 정신이 먼저 고갈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해보자고.”
엘프의 기나긴 시간 또한 버텨냈는데. 용이라고 못할 게 무어냐.
얼마나 오랜 기억이든, 전부 받아들여주리라 결심한 뒤였다.
유성우는 손을 뻗었다.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해, 안에서부터 샛노란 광채를 흩뿌리는 노란 눈의 용을 향해.
***
알을 깨고 갓 태어난 해룡의 유체는 태어나자마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해룡의 어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용이란 뛰어난 지성체임과 동시에 독립적인 생물이기에, 자식을 키우거나 하지는 않는다.
태어날 때까지만 지켜봐 주고, 태어난 뒤에는 알아서 하라는 식.
드래곤마다 개체차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방임형이었다.
그렇기에, 용이란, 드래곤이란.
태어나면서부터 고독한 생물이었다. 종의 정점에 서 있기에 나올 수밖에 없는 고독(高獨)이다.
갓 태어난 해룡의 새끼는 본능적으로 물속에서 호흡하는 법을 깨우치고, 사냥하는 법을 익혔다.
깊은 심해에는 수많은 괴물이 있었지만, 아무리 유체라도 해룡을 잡아먹을 만한 놈은 없었다.
진짜 위험한 놈들은 어미가 모두 잡아먹은 뒤였으니까.
시간이 흘렀다. 새끼는 심해의 생물들을 잡아먹으며 크기를 키웠고, 어느새 심해의 지배자가 되어 있었다.
다른 생물들에 비해 비상한 지능과 강인한 몸을 가진 해룡의 숙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룡은 고독했다.
외로움이라는 이름의 독이 해룡을 덮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