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65)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64화(365/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64화
깨비깨비도깨비(5)
검계가 한창 전쟁 준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인력을 끌어모을 때, 옥황궁도 전쟁으로 한창 바쁜 상태였다.
유성우를 죽이고 검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전력 파악이 필요했는데, 현재 옥황궁은 내부 파벌 싸움으로 전쟁 준비가 늦어지는 상황이었다.
옥황궁의 전체 의견을 결정하는 것은 대신격들로 이루어진 회의인데, 대신격 몇몇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가장 나중에 대신격 반열에 추가된 이순신이었다. 다른 신격들은 현재 한반도를 살아가는 이들과 길게는 수천 년 이상 차이가 나지만, 이순신에게는 고작 몇백 년이다.
정말로 자신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땅의 후손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들도 여전히 자신을 존경하며, 화폐에 새길 정도였으니 어른 된 자로서 칼을 겨눌 수는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가 같은 ‘무(武)’의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이순신은 유성우를 두둔했다.
이전에 그가 옥황궁에 왔을 때 그가 악인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으니까.
그 외에도 여러 신격이 검계를 치는 것을 반대했으니, 결국 수뇌부들은 내부 의견을 묵살하고 막무가내로 검계를 치려고 들었다.
자신들이 일단 검계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다른 신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리라 생각했던 건지.
하지만, 이순신은 그럴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떡하면 유성우를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할 뿐.
이미 여러 신과 뜻을 모으기도 했다. 현재 옥황궁을 좌지우지하는 신들에 대항해 뭉치기로 했는데, 내부에서 공격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기에 유성우와 접촉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와 접촉해 작전을 세울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일진대, 현재 옥황궁은 외부로 향하는 길을 모두 통제하고 있었다.
강림이든 뭐든.
유성우를 조져 버리겠다는 의지가 확실하게 엿보였다.
그렇게 깊은 고민을 하던 이순신에게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충무공, 잠시 괜찮을까요?
이순신은 목소리에 입을 다문 채 대답했다. 직접 말을 걸어오는 게 아니라 염화(念話)로 말을 걸어왔다는 건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대화하고 싶다는 것일 테니.
-누구시오?
-검계의 주인이 보내서 왔습니다.
검계의 주인이라면, 유성우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순신은 눈가를 꿈틀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이전에 옥황궁으로 검계의 주인을 안내했던 자인가?
-그렇습니다. 검계의 주인의 말을 전하러 왔습니다.
이순신에게 말을 건 것은 서연정의 몸 안에 잠들어 있던 신격.
다들 유성우에게만 집중하느라, 그녀에 대한 것은 잊어버렸다.
애초에 그녀 또한 존재감이 희미한 신격이었으니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신격이었기에, 옥황궁에 숨어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말해보시오.
-그분께서는…….
* * *
검계에 도깨비들이 왔다는 소식에, 입국 요청이 쇄도했다.
도깨비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종족이었던 데다가, 살아있는 역사나 마찬가지였다.
도깨비들의 혼례식이 동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에 올라간 것을 기점으로, 각종 사학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몰려든 것이었다.
자료와 문헌으로만 존재하던 것들을 교차 검증할 기회였다.
“도화, 잠자리는 마음에 드나?”
유성우는 빌딩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검계를 내려다보던 도화의 옆에 서며 물었다.
그는 신시의 도깨비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검계의 한 구역을 그들이 살던 신시처럼 꾸며놓았다.
하지만 그들이 살던 곳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었기에, 어느 정도 불편함이 있었을 터.
“그럭저럭 괜찮았다. 신시처럼 맑은 자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옥황궁을 처리하고 나면 신시만큼 좋은 땅을 주지.”
“오, 정말인가?”
“그래.”
옥황궁을 처리하고 나면 한반도에서는 검계를 막을 세력이 없다.
도깨비들을 위해 산 하나를 통째로 준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나라에서 뭐라고 해도, 주먹 한 번 흔들어주면 조용히 입을 다물 터였다.
유성우는 도화의 옆에 걸터앉으며 말을 이었다.
“한반도에 다른 종족들이 더 있나 확인해 보았다. 몇 개 반응이 있었지만, 정작 찾아가 보면 아무것도 없더군.”
“그럴 수밖에 없지…….”
유성우는 도깨비들 말고도 다른 종족들도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 스캔 반응이 있던 곳에 사람들을 파견했으나, 전부 빈 곳이었다.
꼭꼭 숨어서 찾지 못한 걸지도 모르지만, 한반도에 남은 이종족은 도깨비밖에 없다는 게 점점 확실해지고 있었다.
도화가 말했다.
“과거에는 도깨비들 말고도 꽤 많은 이들이 있었지. 신단수를 지키는 웅녀의 자식들이나, 호족(虎族), 천호(天狐)도 있었고.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이나 지력이 풍족하고 신력 또한 넘쳐나는 곳이라, 여러 종족이 모여드는 풍요의 땅이었으니.”
그녀가 잠시 과거를 떠올리는지, 우수에 가득 찬 눈빛으로 노을로 물들어가는 도시를 내려다보다 말을 이었다.
“과거에는 신수(神獸)들 또한 무리를 지어 살았네. 하지만 인간의 숫자가 늘고, 그들과 영역 경쟁을 벌이며 서서히 사라져갔지. 호족도, 천호도, 도깨비들도. 모든 것이 신화 속으로 사라진 거야.”
“그런데도 너는 인간이 밉지 않나? 따지고 보면, 너희들이 숨어 살게 된 것도 전부 인간들 탓이 아닌가.”
“원망할지언정 증오하지는 않는다네. 원망조차도 오래가지 않고. 도깨비란 족속은 늘 변덕스러우니까.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도깨비는 변덕스럽다.
유성우는 도화의 검계행마저 한때의 변덕이 아닐까, 생각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분명 장난기는 가득하지만, 그녀의 결심은 확고해 보였으니까.
여기서 유성우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네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해주마. 옥황궁은 얼마 가지 못할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그런데 자네는 그보다 더욱 먼 곳을 보고 있는 것 같다만…….”
도화는 현왕(賢王)이라고 불리는 도깨비왕답게, 그가 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를 물어보았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그건 옥황궁을 처리하고 난 뒤의 일이다. 모든 건 때가 있는 법 아니겠나?”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도화는 기지개를 쭉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유성우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자네가 바라는 미래를 나도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 어떤 미래든, 즐거울 것 같아서 말이야.”
“…지금보다는 훨씬 괜찮은 미래라고 보장하지.”
그리 둘이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한 명이 더 옥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성우 님, 다녀왔습니다.”
“왔군.”
“저 아이는?”
“내 동생 비서.”
나타난 건 옥황궁으로 보냈던 서연정이었다.
본래 서연정은 신격이었을 때의 기억이 없었지만, 유성우가 신격을 자각하게 해주고 난 뒤 한 몸을 둘이서 번갈아 쓰는 실정이었다.
자신의 몸 안에 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서연정은 별로 당황하지도 않았다.
어릴 때부터 뭔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했다던가.
“접촉에는 성공했습니다. 생각하신 대로 옥황궁 내에서 충돌을 반대하는 파벌이 꽤 있었습니다.”
“그들과 접촉할 수 있는 자리는 어떻게, 가능하다고 하던가?”
“어려워 보입니다. 옥황궁의 출입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 다른 인격도 의념 정도만을 겨우 보냈다고 하니까요.”
“그렇군.”
효과적인 전투를 위해서는 내부 반대 파벌과 접촉해 세세한 작전을 정하는 게 좋은데, 그러기는 어려워 보였다.
결국에는 현장에서 임기응변으로 맞추는 수밖에 없다는 것.
“반대파 명단 정도는 얻어왔습니다. 여기…….”
“고맙군.”
유성우는 서연정에게서 받아든 태블릿을 들고는 명단을 확인했다.
그녀는 그새 명단에 쓰인 이름과 역사를 대조해 어떤 인물인지 정리까지 싹 해두었다.
신격의 명단을 살펴보던 유성우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가장 싸우기 껄끄럽던 조상님이 자신의 손을 들어준 것이었다.
‘믿고 있었습니다. 이순신 장군님. 그리고…….’
명단에서 발견한 또 다른 이름.
고려제일검이라 불리는 척준경. 유명한 무신(武神)이 자신의 손을 들어주었다.
역시 칼 쓰는 사람들은 뭘 좀 아는 모양이었다.
척준경이면 자신이랑 싸워보고 싶다고 반대편에 설 법도 한데.
그 외에도 익숙한 이름이 몇몇.
‘백동수… 그리고 몇몇 역사적인 무신(武臣)들이 나를 지지하는군. 대신격 중에서는 셋인가?’
대신격만 보자면 이순신 장군과 고주몽. 그리고 바리데기.
바리데기는 좀 의외였다. 일전에 자신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무당들의 시조이기에, 영락없이 검계를 칠 줄 알았는데.
삼신할미와 마고할미는 아이들이 서로 싸워 피를 흘리는 걸 볼 수 없다며 중립을 선언했다.
피를 흘리는 걸 볼 수 없으면 막아야지, 왜 중립을 선언하는지.
해모수는 귀찮음을 피력하며 싸움에서는 빠지기로 한 듯했다.
그렇다면 싸워야 할 적은, 명백히 적의를 표출한 단군왕검과 모욕을 당했던 삼사(三師).
대신격의 숫자 자체는 자신을 포함해 4 대 4로 비등비등했다. 하지만, 단군이나 삼사에 비하면 이쪽은 비교적 약한 신격이었다.
게다가 이순신이 말하길, 저쪽은 그때 대회의장에 나오지 않았던 대신격 몇몇을 동원할 것 같다고 하니, 힘의 밸런스가 좀 맞지 않았다.
도화가 있긴 하지만, 그녀는 대신격의 발을 붙잡을 수 있다고 했지 쓰러트릴 수 있다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밸런스를 좀 맞춰야 할 것 같군.”
그리고, 절대적인 신격의 숫자가 이쪽에는 부족했다.
옥황궁에 있는 신격의 숫자는 백이 좀 넘는데, 개중 6할은 단군왕검을 따르고 2할은 반대파, 나머지 2할은 중립을 선언했다.
대신격들끼리 서로 맞붙는 동안 일반 신격들이 이쪽을 전부 밀어버릴 수도 있다는 뜻.
그래서는 아니 되었기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외부 용병을 고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깨비들 말고도 다른 이종족들이 남아 있었다면 그들로 충분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도깨비들 말고는 이 땅에 남아 있는 이들은 없었다.
유성우는 태블릿을 서연정에게 돌려주며 외부 용병으로 누굴 데려와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다른 성신전 소속이면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신격들.
마음 같아서는 올림포스의 명왕을 데리고 와 전부 싹 쓸어버리고 싶지마는.
하데스가 이런 일로 움직일 리가 없으니 단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역시 가장 가까운 동네밖에 없지. 조금 꺼림칙하지만.’
“누굴 더 불러올 생각인가?”
도화의 물음에 유성우는 입맛을 다시며 대답해 주었다.
“왜놈들을 가져다 쓸 생각이다. 나한테 빚진 놈들이 있거든.”
“왜놈들? 그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구만…….”
그녀는 아무래도 좀 그런 모양이었다. 바다 건너 왜놈들이 한반도를 넘보던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 반대.
유성우가 일전에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전적이 있기에 주도권은 이쪽에 있었다.
“오랜만에 여우 얼굴을 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