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67)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66화(367/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66화
준비(2)
3년 차면 좀 적응을 할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럼에도 이 정도 물건밖에 만들지 못한다면 재능이 없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남자를 따라올 자가 없는 듯했다. 누구보다 일찍 나와서 누구보다 늦게 돌아갔다.
그런 열정 덕분에 벤둔은 남자를 내쫓지 않은 것이리라.
실력은 마음에 안 들지만 열정 하나만으로 봐주고 있는 것이었다.
남자는 며칠에 걸쳐 검 한 자루를 완성했다. 며칠이나 걸릴 수준인가 싶었지만, 남자는 검 한 자루를 만들 때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서 만들었다.
마치 자신이 만드는 마지막 물건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완성된 미숙한 철검은 벤둔의 가게 한구석에 놓이게 되었다. 기성품 검들이 무더기로 오크통에 꽂힌 채, 언젠가 찾아올 자신의 주인들을 기다렸다.
몇 날, 며칠이 지나고 오크통에 꽂힌 검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주문제작에 실패한 검사들이 꿩 대신 닭이라고, 기성품 검들을 하나둘 사가면서 오크통에 꽂힌 검들이 점점 줄었다.
남자가 만든 검은 팔리지 않았다.
그래도 남자는 실망한 기색 하나 없이, 장사가 끝나면 검을 손질하고 다시 오크통에 넣어주었다.
지극정성. 그렇게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짚신에도 짝이 있는 법. 어느 날 찾아온 어수룩한 남자가 벤둔의 대장간을 서성거렸다.
유성우는 그게 누군지 단박에 알아보았다. 멍청한 얼굴 하고는.
“큭큭.”
작게 웃은 그가 과거의 자신을 지켜보았다. 정말로 어릴 때였다.
이계에 온 지 두 자릿수도 되지 않았을 때, 풋풋할 때다.
소드마스터는커녕, 검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할 때의 자신이다.
당연히 풋내기에 불과했으니 벤둔에게 주문 제작을 넣을 수도 없었다. 돈도 없는데 무슨 수로.
그래서 기성품을 하나 구하러 온 것이었다. 원래 쓰던 검이 있었는데, 너무 낡아서 두부도 못 썰 정도라서.
휘두르다가는 부러질 게 분명했기에, 미리 새 검을 사러 온 것이었다.
풋내기 유성우는 벽에 걸린 고급품은 꿈도 못 꾸고, 하급 기성품 검들을 뒤적이면서 마음에 드는 검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때의 자신은 검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놈이었다.
뭐가 좋은 검이고, 뭐가 안 좋은 검인지 잘 몰랐기에 뭘 골라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면 일단 비싼 걸 선택하는 게 정답이었는데, 그의 수중에는 딱 기성품 철검 하나를 구매할 정도의 돈만 있었다.
-하, 봐도 모르겠네…….
한국어로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곤란한 티를 팍팍 내자. 내부 청소를 하고 있던 직원 하나가 다가왔다.
일생을 만들었던 대장장이였다.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곤란한 게 있냐고 물어보고는, 여러모로 검을 추천해 주었다.
검은 잘 못 만들지만, 이론은 빠삭한지 청산유수였다.
-검의 길이와 무게, 그것들은 전부 어떤 검술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손님께서는 어떤 검술을 쓰십니까?
-그게…….
조금은 어눌한 제국어.
이계에 온 지 몇 년이 되기는 했지만, 쓰는 언어가 많아서 국경을 넘을 때마다 새로 말을 배워야 했다. 게다가 아직 저 때는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찌르고 휘두르는 것밖에 없었다.
살기 위해서.
그런 그의 사정을 금방 알아챘는지, 남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아직 익힌 검술이 없으시다면 무난한 직검을 추천합니다. 양날로 벨 수도 있고, 찌를 수도 있고. 길이도 적절하죠! 어떤 검술이든 무난한 무기입니다.
-그렇습니까?
-이건 어떠세요? 제가 매일 정성 들여 손질한 직검입니다. 품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도 잘 알았다. 자신이 만든 검이 그렇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유성우는 남자가 추천한 직검을 받아들었다. 매일 정성 들여 손질했다는 것이 거짓말이 아닌지, 다른 검들보다 반짝거리며 번들거렸다. 왜 이런 검이 아직 안 팔렸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겉은 멀쩡한데 안 팔린 걸 보면 하자가 있는 검이 분명했기에, 풋내기 유성우는 잠시 고민했다.
그가 좀 고민하자, 남자가 말했다.
-좀 더 고민해 보셔도 됩니다. 며칠 뒤에 오셔도 남아 있을 것 같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일단 풋내기 유성우는 대장간에서 떠났다. 남자는 왠지 그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반응을 한 이들은 다른 대장간에 가거나 했었으니까.
그러나 남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틀 뒤, 풋내기 유성우가 다시 찾아오더니, 검을 달라고 한 것이었다.
남자는 기뻐하며 유성우에게 검을 넘겨주었고, 서비스로 숫돌과 검집까지 해주었다.
자신의 얼마 되지 않는 급여에서 제해가며 말이다.
새로운 검을 손에 넣은 유성우는 남자의 배웅을 받으며 모험을 떠났다. 틈틈이 검을 휘둘러 검술을 연마하며, 몸을 단련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비교적 착한 용병들이 그에게 검을 휘두르기 위해서 어디를 단련해야 하는지 알려주었고.
풋내기 유성우는 현대의 운동 지식을 통해 필요한 부위를 단련했다. 하체를 단단하게 다지고, 검을 휘두르기 위한 체력을 키웠다.
모험가나 용병이라 불리는 자들은 일을 한탕 하면 먹고 마시는 게 기본이었지만, 풋내기 유성우는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가끔 함께해 준 동료들을 위해 한 턱씩 낼 뿐, 자신을 위해 투자했다.
그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배는 노력해야 했으니까. 죽기 살기로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계였으니까.
더군다나 가장 험한 일을 하는 용병들은 목숨을 내놓고 사는 자들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언제 죽을지 모르니 수중에 들어온 돈을 모조리 써버리는 걸지도 몰랐다.
못 쓴 돈이 있는 채로 죽으면 좀 억울하니까.
그래서 유성우는 용병들 사이에서도 별종이라고 불렸다.
돈을 그렇게 모아서 어디에 쓸 거냐며 조롱하는 놈들도 종종 있었다. 제국인도 아니었고, 실력도 별로다.
그런데 의뢰 하나만큼은 번번이 성공해서 돌아오니 좋지 않게 보는 이들도 몇 있었다.
자신들과 별반 다를 거 없는 놈이, 자신들은 실패하는 데 반해 멀쩡하게 돌아오니 말이다.
그건 그들이 뭘 모르는 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유성우는 스스로가 부족함을 잘 알고 있었고, 어떤 의뢰든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정보를 수집하고, 확신이 들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정보를 토대로 함정을 짜며 상대가 대응할 새도 없이 몰아친다.
그것이 유성우가 의뢰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는데, 그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지성으로 꼬라박기만 하면서 그를 질투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유성우는 벤둔의 대장간에서 구매한 기성품 칼을 요긴하게 잘 써먹었다.
대장장이의 미숙함이 엿보이기는 했지만, 날은 잘 서 있어 베는 맛은 괜찮았으니까.
조금 무뎌졌나 싶으면 선물로 받은 숫돌로 다시 잘 갈아서 사용했다.
검을 오래오래 쓸 수 있도록 잘 관리해 주었다. 큰 맘 먹고 산 검이었으니, 닳아서 부러질 때까지 쓰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유성우는 검 한 자루를 허리에 차고, 여러 잡동사니가 든 배낭 하나를 메고 용병일과 여행을 병행하며 움직였다.
목적지는 딱히 없는 정처 없는 여행이었다.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으니.
대륙을 돌며 차원 이동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다. 돈을 모으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차원 이동에 대한 적힌 마도서나 역사서를 구매하기 위해서.
이계에서 종이로 만들어진 책은 고급품이었으니까.
유성우의 여행은 단조로우면서도 때때로는 급박했다.
대부분은 걸어서 이동했으며, 가끔은 마차를 얻어타기도 했다.
평원에서 괴물 떼가 습격해 오기도 했고, 산을 넘다 산적을 만나기도 했다.
때로는 칼에 베이고, 꿰뚫리기도 하면서 죽음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성우는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아직 지구에 유지우가 남아 있었으니까. 자신이 사라진 뒤 홀로 남겨진 그 아이가 너무나도 걱정되어서 삶을 멈출 수가 없었다.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릴 수가 없었다. 차원이동에 대해 번번이 허탕을 쳐도 말이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매일 같이 싸우고, 죽이며 일생과 함께했다.
벤둔의 대장간에서 구매한 기성품의 검은 의외로 튼튼했고, 손질도 자주 해서 그런지 수명이 길었다.
대장간이 있는 마을에 들를 때마다 한 번씩 균형을 맞춰서 그런가.
여러 대장간을 거친 일생은 더는 균형과 무게중심이 맞지 않는 허접한 검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쯤의 유성우 또한 한 명의 검사로서 점차 완성되어 가는 중이었다.
검술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던 풋내기는 어느덧 완숙한 경지에 올라 검 한 자루를 들고 세계를 주유했다.
수년 동안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적을 쓰러뜨렸다.
넓디넓은 대륙의 절반 정도를 돌았을 때이리라.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적색 오러를 사용하며, 용병들 사이에서 ‘용병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대부분 혼자서 의뢰를 처리하면서도, 뒤탈 없는 깔끔한 처리방식에 모두가 감탄했다.
게다가 다른 이들이 처리하지 못한 높은 등급의 의뢰도 척척 처리해 버리니.
대륙 절반에 용병왕의 이름이 알려지고, 동시에 소드마스터임을 인정받았다.
대륙에 몇 없는 새로운 소드마스터의 탄생이었으며, 마족에게 대항할 새로운 칼의 완성이었다.
그러나 유성우는 한결같았다.
그는 여전히 대륙을 유랑하며, 차원이동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앞길을 막아선다면 인간이던, 마족이던, 괴물이던 가리지 않고 베어가면서 말이다.
풋내기 시절부터 들고 다녔던 일생은 그의 애병이 되었다. 수많은 피를 머금어 검신이 서서히 붉은색으로 변하기도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대장장이들도 기이한 일이라고 말하기는 했으나, 마검 같은 성질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자신의 붉은 검을 앞세운 소드마스터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십 년이고 대륙을 방랑했다.
바다를 넘어 다른 대륙에 다녀오기도 했고, 동료들을 모아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났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다. 동료가 늙어서 죽거나, 아니면 적의 손에 당하거나.
다른 대륙까지 다녀왔으나 별 소득 없이 돌아와야 했고.
전쟁을 수없이 많이 치렀다.
타국의 소드마스터들이 걸어오는 싸움도 받아주어야 했고, 여러 집단의 추격도 받았다.
그러나 그 모든 상황에서 유성우는 패배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삶을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바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왕군이 준동하고, 신탁이 내려왔다. 대륙에서 가장 커다란 성세를 보유한 ‘천지교(天志敎)’의 창세신이 유성우를 콕 집어 말한 것이었다.
‘대륙의 반대편에 있는 마왕들과 마신을 쓰러뜨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라는 신탁.
그렇게 유성우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라는 이기적인 이유로 원정대를 결성해 마계로 향했다.
자신의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목표를 함께 이루어주겠다는 바보들의 행진이었다.
개중에서 가장 바보는 단연코 유성우였고.
두 번째 가는 바보는 베로니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