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8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83화(38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83화
결(結)(3)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
이런 장난감으로 사람을 농락하려 든 시점에서… 승천교주와의 협상의 여지는 사라졌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가짜라고는 하나 제 어미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리다니… 인정사정없는 손속이로구나.”
“…….”
승천교주의 말에, 유성우는 무언으로 답했다. 그에게서 발산한 기파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주변에 있던 것들을 모조리 썰어버렸다.
서 있던 천사들은 제 몸을 지키지 못하고 한 줌의 핏물로 변했다.
멀쩡한 이들은 다시금 차를 마시는 승천교주를 비롯해 그를 수발드는 대천사들이었다.
물론 대천사들이라고 완전히 멀쩡하지는 않았다. 여기저기 베여 피를 흘리는 모습은 쓰러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
대신격, 그 너머를 넘보는 유성우에게 대천사들 정도의 신격은 별것 아니었다.
신 하나를 잡는데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검사는, 이제 수많은 것을 발아래에 두게 되었다.
검계의 가장 높은 곳.
별들이 가득한 우주와 맞닿은 그곳에서, 유성우는 붉은빛을 뿜어내며 검을 굳게 쥐었다.
그의 감정에 호응한 일생이 따라 더욱 짙은 붉은빛을 퍼뜨렸다.
“…자네가 협력하지 않겠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가 없구나. 시작하게.”
승천교주가 그리 말하며 손뼉을 치자, 나팔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검계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팔 소리와 함께 열리는 하늘의 문. 열린 하늘의 문에서는 천사들이 쏟아지며 각 나라를 공격했다.
인간이고, 신격이고 구분할 것 없이 습격하는 지상을 대상으로 한 대전쟁이 시작되었다.
“모든 걸 되돌리기 위해서는 백지가 되어야겠지. 하지만 더럽혀진 도화지를 희게 만들기는 어려우니, 전부 검게 칠하면 백지와 마찬가지일 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유성우는 시선을 곳곳으로 돌리며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확인했다.
지진과 해일, 홍수와 천둥벼락이 동시에 지구를 부숴버릴 기세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정도라면 이겨낼 수 있다. 인간은 많이 강해졌고, 신격들이 지상에 내려온 이상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동료라고 생각했던 신격들이 승천교의 교리를 읊으며 내부에서부터 반란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조용히 숨어 있던 승천교의 세작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 흐르듯이 진행되는 전쟁에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준비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올림포스에서도 내분이 일어났어요. 당신이 미리 말해둔 덕에 몇 명은 걸러낼 수 있었으나, 전부 거르지는 못한 모양이에요.
-로키입니다. 반 애시르 신족이 움직이기 시작했더군요. 당신의 말이 맞았습니다.
-형제여, 타카마가하라의 하층에서부터 신격들이 떼거리로 몰려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검계를 지키는 병력 몇을 물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외부에서는 천사들이 공격하고, 내부에서는 같은 신격들이 공격한다. 검계를 지키는 신격 몇이 빠져나가 자신들의 성신전을 지키기 위해 돌아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타인의 성신전보다는 지신들의 성신전이 더욱 중요한 데다가.
후불로 보수를 지급하기로 한 게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이야.
다행히 검계는 내부에서부터 반란은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병력이 빠져 버린 이상 방어에도 문제가 생길 게 확실했다.
유성우가 검계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의 단호한 음성이 검계 전체로 퍼져 나갔다.
“버텨라, 어떻게든 버텨라. 불리하면 도망쳐서라도 살아남아라. 절대로 죽지 마라.”
자신이 승천교주를 죽일 때까지.
유성우가 허공을 박차며 승천교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앞길을 대천사들이 막아섰으나.
“비켜라.”
유성우가 몸을 비틀며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대천사들은 무기 채로 목이 베여 허물어졌다.
대천사들을 일격에 쓰러트린 그는 곧장 승천교주에게 달려들었다.
바닥을 쓸 듯이 몸을 낮추었다가, 단박에 검을 올려 쳤다.
승천교주의 옆구리에서부터 어깨까지 그어버리기 위한 일검이 공기를 가르며 놈의 몸을 향해 솟구쳤으나.
카아앙─!!
어처구니없게도 청명한 소리와 함께 검의 궤도가 뒤틀렸다.
투명한 방어막에 막힌 일생이 애꿎은 허공을 가르고, 그들의 발아래에 있던 짙은 먹구름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개 같은 새끼!”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방금의 일검으로 유성우는 자신과 승천교주의 차이를 깨달았다. 승천교주는 신격만 강대한 게 아니었다.
방금의 방어막이 결집되는 속도와 강도는 단순한 신격의 덩어리가 아닌, 끊임없는 탐구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오랜 시간 천지를 뒤엎을 준비를 하면서도 자기단련을 놓지 않은 강자의 면목이었다.
하지만, 유성우는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과 적의 차이를 깨달았다고 해도, 멈추지 않는다.
그의 검이 순식간에 수백 번이고 휘둘러졌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조차 나지 않고, 검의 궤적 또한 보이지 않았다.
아로새겨지는 것은 승천교주의 방어막 위를 긁는 소리와 찢어 발겨지는 먹구름의 형태뿐이었다.
“이계!”
일생을 놓은 유성우가 이계를 불러들였다. ‘절(絶)’의 힘을 담은 이계를 양손으로 잡은 그가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휘둘러지는 한 쌍의 쌍검은 유성우의 무리(武理)를 토해내고, 검학(劍學)을 쏟아냈다.
보이지 않는 검격이 승천교주를 뒤덮었으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채 가만히 방어막만 일으킨 채였다.
“흑사, 육망!”
두 개의 검을 더 불러냈다.
이계를 공중에 띄워 승천교주를 공격하도록 내던진 그가 흑사와 육망의 손잡이를 잡고는 두 검의 힘을 충돌시켰다.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었다.
흑과 백, 서로 뒤엉키며 태극을 그리는 음과 양.
흑사가 뿜어내는 죽음의 기운과 육망이 흘려내는 창조의 상반된 기운은 섞이는 것을 거부하듯 주변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며 떨어지려 들었다.
유성우는 억지로 두 개의 힘을 섞어 둥글게 뭉치고는, 강력한 반발을 일으키는 흑백의 구를 그대로 승천교주에게 내던졌다.
날아간 흑백의 구체가 승천교주의 방어막에 닿으며 폭발했다.
우주 공간을 뒤엎는 흑과 백의 운무(雲霧)가 나선을 이루며 세상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럼에도 폭풍의 중심에 선 승천교주는 건재했다. 그저 손가락을 한 번 움직이는 것으로 폭발을 물려 버리고는 말했다.
“자네의 힘은 모두 파악했네. 여덟 개의 검. 여덟 개의 세계… 그 어느 것 하나도 내게 닿지 않을 걸세. 지금이라도 협력하는 게 좋지 않은가? 백색의 세계, 올바름만이 존재하는 질서의 세계. 그것이야말로 정합한 천체(天體)가 아닌가.”
“장황한 개소리라고 했다.”
숨을 짧게 들이켠 유성우가 다시금 달려들었다. 허공을 박차며, 전신에서 붉은 오러와 빛을 뿜어냈다.
그의 공격에 승천교주는 이번에는 직접 받아주겠다는 듯, 방어막을 풀고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승천교주의 손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단순히 눈을 가리는 빛이 아니라, 모든 것을 불태우는 태초의 빛이었다.
빛을 마주한 순간 성경의 구절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태초에 하느님이 ‘빛이 있으라(Fiat lux)’라 소리치니 빛이 생겨났다는 구절.
승천교주가 꺼내 든 것은 그러한 태초의 빛이었고, 검은색으로 가득하던 하늘을 찬란한 오색빛으로 가득 채웠다.
지구상을 뒤덮는 빛이다. 피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빛을 전신으로 받아낸 유성우는 불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오랜 세월 동굴에서 살다가 처음 지상으로 나온 동굴 속의 괴인이 이러할까.
따스한 태양 빛 아래에 놓인 흡혈귀가 이러할까.
그러나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터져 나오려는 소리를 집어삼키며 신격을 분출해 빛을 밀어냈다.
억겁과도 같은 시간 속에서 태초의 빛이 한 차례 전신을 쓸고 지나가자, 유성우의 몸에서는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전신이 불타 죽은 것만 같은 형태에 승천교주는 그를 쳐다보다 몸을 돌렸다.
이제는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이.
그러나, 그가 몸을 돌린 순간 시체처럼 보이는 형태가 조용히,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이 들렸다. 그의 양손에 들린 흑사와 육망은 태초의 빛에 충격을 받았으나 녹아내리지는 않아 날은 여전히 날카롭게 벼려진 채였다.
유성우가 조용히 한 발자국을 떼었다. 그의 의지를 깨달은 검들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고, 그는 기어이 두 발자국을 내디디며 양손의 검을 교차하여 휘둘렀다.
고요 속에서 찾아오는 죽음과도 같은 일검이 승천교주를 덮쳤다.
흑사의 어둠, 육망의 빛.
마신검의 죽음, 광염신검의 창조.
두 개의 더없이 완벽한 검격이 유성우의 의지를 따라 극점(極點)을 완성해 자신들의 의지를 한 점에서 폭발시켰다.
흑과 백, 죽음과 탄생이 어우러지며 새로운 세계를 펼쳐냈다. 소리도 기척도 없는 불의의 기습에 승천교주는 방어막을 뒤늦게 펼쳤으나. 그의 공격은 이미 방어막을 꿰뚫고 그에게 상처를 입혔다.
커다란 폭발로 인해 승천교주의 팔 한 짝이 날아갔다. 그러나 날아간 팔과 폭발의 여파는 시간을 되감듯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승천교주는 처음으로 불쾌한 티를내며 유성우를 쳐다보았다.
허공 위에 선 그가 흑사와 육망을 놓으며 머리를 털자, 그의 모습 또한 불탄 시체에서 인간의 형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타버린 옷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계에서 지구로 막 돌아왔을 때처럼, 알몸이 된 그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한 번 더 해봐라.”
“뭐라고?”
“아까 빛 쏘는 거. 한 번 더 해보라고 새끼야.”
승천교주는 그런 유성우의 말이 오만이라고 느껴졌다. 반응도 못 한 주제에, 자신이 태초의 빛을 꺼내 든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또 한 번 터져 나오는 찬란한 오색빛. 유성우를 불태우기 위한 태초의 빛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 순간, 아주 찰나의 시간.
유성우는 눈을 감은 채 검을 쥐고 있었다.
자신의 빛과 같은 시뻘건 검신의 일생을 든 채, 위에서 아래로 깔끔한 상단 베기를 선보였다.
그 모습을 본 승천교주는 조소했다. 빛을 검으로 가른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하지만 그는 곧이어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태초의 빛이 반으로 갈라져 흩어졌다. 그것은, 승천교주가 간과한 점이었다.
유성우는 지금까지, 한 번 본 기술에 두 번은 당한 적이 없었다. 그의 재능, 무수한 노력과 경험으로 쌓아 올려진 결정체.
모든 것을 꿰뚫는 검사의 눈. 직시하는 것만으로 검술의 형식과 형성구조를 깨우치는 비전(祕傳).
그것이야말로 지금의 유성우를 만들어내는 데 크게 공헌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유성우는 빛을 베었다.
태초의 빛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그 힘을 발휘하는지, 그 원리를 직감적으로 깨달아 중심의 흐름을 검으로 베어버린 것이었다.
빛을 가르며, 지상의 구름마저 다시금 반으로 갈라버린 그가 검을 어깨에 얹으며 내뱉었다.
“더 해봐라. 아, 혹시 뒈지면 부활쇼도 보여줄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