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85)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84화(385/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84화
결(結)(4)
검계의 끝,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에서 세계의 명운을 결정지을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지상에 있는 이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다.
온갖 재해가 밀어닥쳤다.
지진이 일고, 홍수가 세상을 덮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레 일어난 재해에 대비도 없이 직면하게 되었다.
과거, 여호와가 인류를 쓸어버리기 위해 펼쳐냈다는 재앙이 지구상에 그대로 펼쳐졌다.
모든 것을 백지로 돌리기 위한 절대적인 절망의 재앙이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아마도 이 재앙은 검계에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리라.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겠지. 그나마 한반도는 나은 편이었다.
재앙은 대부분이 검계를 향하고 있었으니, 다른 지역은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재해일 터.
검계의 결계 위로 폭풍이 몰아쳤다. 해일이 부딪치고, 우박과 천둥과 번개가 쉴 새 없이 떨어졌다.
천둥과 번개의 일부는 천둥의 신 토르의 것이었지만, 토르가 불러내는 번개보다 먹구름에서 떨어지는 낙뢰의 숫자가 더 많았다.
그런 재해를 등에 업고, 천사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검계를 덮쳐왔다.
갖가지 무기를 든 천사들이 검계의 결계를 두드렸다. 하지만 한층 더 보강된 강력한 결계는 그들의 침입을 허용하기는커녕, 도리어 강렬한 마력을 내뿜어 모기 잡듯이 내쫓았다.
“저런 게 어딜 봐서 천사라는 겁니까?! 빌어먹을 날파리 새끼들!”
입에서 험한 말이 절로 나왔다.
백우현은 검계의 결계 바깥에서, 떨어지는 낙뢰를 자신의 힘으로 삼아 종횡무진 전장을 가로질렀다.
홍수로 인한 가득한 수분과 번개는 백우현이 날뛰기 좋은 환경.
전신에서 전뇌를 일으킨 그는 수천, 어쩌면 수만에 달할지도 모르는 하품 천사들을 베어나가며 전황을 파악했다.
검계를 뒤덮는 것은 천사들의 무리. 천사 중에는 신격과 대신격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그들은 몸을 숨긴 채 검계의 결계가 깨지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대충 상황을 파악한 그는 곧장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빠르게 검계의 결계 속으로 몸을 던져 들어간 그는 숨을 헐떡거리며 대기하던 베로니카에게 말했다.
“두 쌍 날개 천사의 숫자만 해도 백이 넘습니다. 세 쌍은 다섯, 여섯쯤 되는 것 같습니다.”
“별로 좋지 않은데…….”
날개가 한 쌍밖에 없는 놈들은 하품 천사로 신격을 얻지 못한 놈들이었지만, 두 쌍부터는 신격을 얻은 놈들로 일반 다이버들은 상대할 수 없었다.
그런 놈들이 백이 넘는다.
검계에 있는 대신격이라고 해봤자 유성우와 그의 검 정도밖에 없다.
다른 성신전에서 지원을 오기는 했지만, 신격의 수도, 대신격의 수도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결계 속에서 놈들의 숫자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밖에 없었다.
“…내가 할게.”
그러던 중, 나선 사람은 슈아넬이었다. 한 손에 고목나무 스태프를 든 그녀는 그 외에도 여러 장신구를 차고 있었다.
마력 효율 등을 올려주는, 각종 신기를 두른 그녀는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눈을 감았다 떴다.
“놈들을 전부 쓸어버리는 건 무리겠지만, 버티는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사람들의 시선이 슈아넬에게 모였다. 여기 있는 사람 중 슈아넬을 모르는 사람도 꽤 있었다.
그녀는 극도의 히키코모리였으며, 외부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도 않았다. 어딜 나가도 몰리는 시선이 불편해 마법까지 걸고 다녔으니.
대부분의 인식은 ‘유성우 옆에 붙어있는 엘프’ 정도였다.
애초에 그녀가 하이엘프라는 사실 자체도 극소수에게만 알려진 비밀이었으니.
그녀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아는 자는 적다는 뜻이었다.
전쟁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그 활약상이 크지도 않았다.
“당신은 신격도 아닌데 어떻게 막아내겠다는 거죠?”
마찬가지로 비에 흠뻑 젖은 메데이아가 물었다. 그녀를 질책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슈아넬이 무언가 설명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슈아넬은 그녀를 흘깃 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하늘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보고 있어.”
그리고 툭 내뱉은 한 마디.
그녀의 시선 끝에 존재하는 하늘에는 태양이 보이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과 번쩍이는 번개뿐이다.
“…네가 그렇게 노력하는데, 나라고 노력하지 않을 수는 없지.”
그리 나지막이 중얼거린 슈아넬은 허리춤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이마셨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것의 정체를 알아본 메데이아가 소리쳤다.
“다, 당신 지금 뭘─!”
메데이아의 말을 이어지지 않았다. 슈아넬에게서 피어오르는 압도적인 마력에 숨을 멈추었다.
그녀가 방금 마신 것은 올림포스의 황금 사과를 갈아 넥타르, 암리타를 섞어낸 비약이었다.
하나만 먹어도 막대한 상승을 가져오는 비약을 세 개나 조합해서 마신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몸은 강대한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갈 것이고,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하고 헛된 마력만이 대기를 맴돌 것이다.
그러나, 메데이아가 생각하던 결과와는 다른 풍경이 그녀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그레이트 세피로트의 가장 높은 가지.”
하이엘프 슈아넬.
이 시대에 남은 마지막 하이엘프자, 타고나기를 가장 신에 가깝게 탄생한 종족.
그녀의 새하얀 머리칼이 피어오르는 백색의 빛에 반짝이며 휘날렸다. 그녀를 감싸는 것은 현 기상에 맞지 않는 따스한 훈풍이었다.
“오라, 정령들이여.”
일반적으로는 세 영약을 합친 비약은 소화하지 못함이 분명했다.
하지만, 하이엘프는 인간과 다르다. 아무리 막대한 마력이라도 다룰 수 있고, 신이 되려 한다면 언제든지 될 수 있었다.
그녀가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허나 슈아넬은 결심했다.
그가 지키고 싶은 게 있다면, 자신 또한 함께 지킬 것이라고.
“정령들이…….”
색색의 빛이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슈아넬을 둘러쌌다.
그것은 아직 해명되지 않은 신비, ‘정령’이었다.
다룰 수 있는 자는 극소수에, 그조차도 하급이나 중급에 불과했다. 특별한 적성이 없으면 다룰 수 없다고 불리는 규격 외의 존재들.
그런 것들이 수백, 수천.
슈아넬의 부름에 모여들어 군집을 형성하더니, 이내 소용돌이치며 공간을 장악했다.
그러기를 잠시간, 뒤이어 지금까지 드러난 빛 중 가장 찬란한 빛을 내뿜는 여섯 존재가 있었다.
슈아넬은 그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대들의 힘을 빌려다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불, 물, 땅, 바람, 빛과 어둠.
세계를 관장하는 여섯 속성의 정령, 그것도 중급도, 상급도 아닌… 왕(王)급의 존재들이었다.
여섯 정령왕을 한 번에 소환한 슈아넬이 주문을 읊었다.
인간의 언어가 아니다.
엘프의 언어 또한 아니다.
그것은 신언(神言)이다.
위대한 어머니, 그레이트 세피로트의 첫 번째 가지로써 부여받은 신의 언어를 풀어놓는다.
그녀의 말에 여섯 정령이 하늘로 솟구쳐 세계에 자신들의 위용을 뽐냈다. 각각 다른 짐승의 형태를 취한 그들은 검계에 도달한 재앙들을 밀어내고, 다가오는 천사들을 찢어발겼다.
정령왕들은 대신격에 가까운 존재들. 손가락 하나 휘두르는 것만으로 하품천사 정도는 수백을 없애 버릴 수 있었다.
그런 정령왕들을 동시에 여섯이나 다룬 슈아넬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렸다.
“…쿨럭.”
그런 그녀의 모습에 몇 명이 다가서려 했으나,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사람들을 물리고는 해야 할 일을 했다.
“…고유세계, 전개.”
[고유세계] [요정삼림비망록(妖精森林備忘錄)]그녀가 바라는 것은 요정의 숲이다. 수많은 엘프가 살아가던, 그레이트 세피로트가 자리하던 거대한 숲의 비망(備望)이 모습들 드러냈다.
슈아넬을 중심으로 피어난 초목들. 자그마한 묘목들은 순식간에 쑥쑥 커서 하늘을 찌르는 거목이 되었고.
색색의 꽃들은 정령들이 밀어낸 먹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을 받아 활짝 피었다.
고목나무 스태프를 바닥에 박아 넣고, 숲속에 홀로 선 슈아넬의 모습은 극치의 아름다움이었다.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처럼, 머리칼을 휘날리며 눈동자를 깜빡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은, 유성우가 있는 곳.
검계의 가장 높은 곳, 우주와 지상의 경계선.
“…네가 나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이 목숨 또한 너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옳은 거겠지.”
너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했으나, 어쩌면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슈아넬은 주저하지 않았다. 양손을 모아 입으로 가져갔다.
그녀의 입에서 다시금 흘러나오는 것은 주문이자, 신언.
신격에 다다르지 못한 몸으로 신언을 내뱉음으로써, 그녀는 한 발짝 신에게 가까워졌다.
“내 모든 것을 줄 테니, 이 땅을… 이 세계를 지켜줄 힘을.”
그녀에게서 강대한 마력이 다시금 분출되었다. 어째서 그녀가 신격에 다다르지 못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웬만한 신들은 간단하게 압도할 대해(大海)와도 같은 양이었다.
그녀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압도적인 마력에 눈을 크게 떴다.
이것이 정녕 사람의 몸으로 다룰 수 있는 마력이란 말인가?
이런 마력을 다루려고 하면 분명히 망가지고 말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몇몇 마법사들이 소리치려 했으나, 마력의 흐름은 어딘가 기이했다.
흘러넘치던 마력이 단번에 슈아넬의 앞에 놓인 고목나무 스태프를 향해 빨려 들어가더니, 스태프가 땅에 뿌리를 내렸다.
길게 뿌리를 뻗은 스태프에서 뒤이어 가지가 자라나더니, 제 앞에 있는 슈아넬을 휘감았다.
순식간에 나뭇가지에 둘러싸인 슈아넬의 모습이 점차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탄생한 한 그루의 나무.
“잠깐, 당신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당장 그만둬요! 스스로 이 땅을 지키는 결계가 되겠다니, 그런 짓을 한들 그 사람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메데이아가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 슈아넬이 하는 짓은 자신을 제물로, 매개체로 삼아 결계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결계가 부서지면 매개가 된 그녀도 죽을 터인데, 어째서 이런 무리한 짓을 하는가.
메데이아의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이들도 사태를 이해했는지 한두 마디씩 던졌으나, 돌아오는 음성은 한 마디뿐이었다.
-그는 반드시 나를 되찾을 테니까. 그리 약속했으니까…….
한 그루의 나무가 점차 거대해진다. 그녀가 피워냈던 나무들의 크기가 우습게 보일 정도로,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높게 뻗었다.
나무는 거대해지고, 거대해졌다.
주변의 나무들마저 자신의 양식으로 삼으며 뿌리를 내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검계 전체를 뒤덮는 태목(太木)이 되었다.
나무의 가지와 이파리들이 구멍 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빗방울들을 막아내고, 뿌리는 수분을 빨아들여 땅을 굳건하게 지탱했다.
사람들은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나무를 바라보며 경건함을 느꼈다. 사람들을 지키는, 거대한 나무를 그들은 무엇이라 부르는지 알고 있었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세계수…….”
위그드라실, 신단수, 이르민술… 갖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세계를 지탱하는 나무.
슈아넬은 스스로가 세계수가 되기를 택했다. 이 땅을 지켜내기 위해서, 그가 사랑하던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
그 사랑의 범위에는 자신도 포함되어있겠지만, 이것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다.
다음을 위한 잠시간의 이별일 뿐이다. 하이엘프나, 신이나.
둘 다 수명에 구애받지 않는 존재였으니까.
“언니, 언니─!!”
세계수의 아래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자그마한 인영은 눈물을 흘리며 슈아넬을 불렀다.
밤에서 태어난 자그마한 용.
녹스가 슈아넬의 이름을 연신 불러댔으나,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는 슈아넬은 소녀에게 한마디 말밖에 전할 수 없었다.
-언젠가, 다시 보게 될 거야…….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유성우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슈아넬은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았고, 녹스는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고개를 돌렸다.
검계의 바깥에서부터, 기묘한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저앉아서 울고 있는 걸 허락하지도 않겠다는 듯이.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느꼈는지 세계수에 매료되어있던 것도 잠시, 검계의 바깥에 나타난 검은 구멍을 볼 수 있었다.
언뜻 보면 어비스의 통로처럼 보이나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욱 짙은…….
-KRUAAAAAAAAAAA─!!!
뒤이어 검계를 뒤덮은 것은 틀림없는 드래곤의 포효였다.
과거, 세계를 엉망으로 뒤집고도 유유히 빠져나갔던.
드래곤들이 검은 통로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드래곤들의 가장 선두에 선 것은 새까만 용이었다.
빛조차 반사하지 않는 깊디깊은 칠흑의 드래곤.
그 모습을 눈에 담은 녹스가 중얼거렸다.
“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