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89)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88화(389/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88화
결(結)(8)
신이란 어떠한 존재로 정의할 수 있는가? 누구든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지도 모르는 명제다.
누군가는 인간을 초월한 전지전능을 말하고, 누군가는 세계를 창조한 존재를 말하고, 누군가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구제책이라 말한다.
천국으로 가기 위한 열쇠이자, 극락왕생의 순환에 가담하는 존재…….
모두 틀린 말이기도 하고, 맞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들마다 가슴 속에 품은 신은 다를 것이며, 생각 또한 다를 테니까. 신이란 그런 것이다.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의지. 그런 것들이 한데 모여 신이라는 존재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성우는.
자신을 단 한 번도 신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유세계는 신으로 향하는 발판이고, 신격을 얻어 천상의 신들을 수십 죽였으나.
그는 여전히 스스로가 인간이라 생각했다.
태초의 인간, 아담은 여호와의 신성에서 탄생한 신이자 인간이었으며, 인간이자 신이었다.
신계와 인계에 장막을 쳤으나, 그 제약으로 인해 자신도 인계에서 물러나게 된…….
그렇기에, 그는 인간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였다.
신을 추앙하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었고, 모독하여 끌어내리는 것도 인간만이 가능한 것이다.
신들이 어째서 인간에게 숭배를 요구하는가. 자신들의 신격을 채우기 위함도 있으나, 신의 의미가 모독으로 퇴색되면 그 힘 또한 약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유성우는 여전히 스스로를 인간이라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숭배받지도 아니하고, 누군가에게 모독받지도 아니하다.
그는 오로지 결과로만 증명하는 인간이었다.
“─고유세계 전개.”
그는 사라진 신격을 대신해 오러를 끌어올렸다.
전신이 불탄 그의 손에 쥐어진 검은 이계, 쌍월이었다.
두 개의 검을 교차한 유성우가 숨을 토해내자, 하얀 입김이 서서히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본 승천교주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펼친 고유세계는 공허말고는 존재하지 않은 무(無)의 세계. 온도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으니, 입김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 입김은 무엇을 근원으로 삼는가?
“쓸데없는 발악이다!”
승천교주가 소리치며 경전을 다시금 펼치고는, 롱기누스를 뻗었다.
롱기누스에서 뻗어 나온 압축된 태초의 빛이 유성우의 몸 곳곳을 꿰뚫었다.
몸에 무수히 많은 구멍이 난 유성우를 바라보던 승천교주는 이내 벌어진 일에 눈살을 찌푸렸다.
한 줌의 핏물로 돌아가야 할 유성우의 육체가 산산이 흩어지더니 눈발이 되어 흩날린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공허 속에서,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송이송이 내리던 눈발은 처음에는 미약했으나, 점점 칼바람이 되어 눈송이가 승천교주를 갉아먹었다.
유성우는 그런 눈보라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불탄 육체를 이끌고, 양손에 검을 쥔 채 붉은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아직이다.
아직, 전개는 끝나지 않았다.
이계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더욱 강렬한 눈보라가 불고, 아무것도 없던 공허에 거대한 설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성우와 승천교주는 설원 위에 서 있었고, 설산의 꼭대기에는 둥그런 보름달이 떠 있었다.
이계의 고유세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유세계] [대설산비화록(大雪山祕話錄)]이계가 탄생한 순간.
설산 속에 숨은 명장의 한.
그것을 공허 속에 풀어놓은 유성우가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세계라면, 오히려 채우기 좋을 뿐이다.”
이계를 바닥에 꽂은 그가 이번에 손에 쥔 것은 삼정이었다.
삼정을 손에 쥔 순간 불탄 육체에서 새 살이 돋으며, 기다란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인간의 형태로 돌아온 그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고유세계, 전개.”
유성우의 몸이 용린으로 만든 갑주로 뒤덮이고, 설산이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협곡을 형성했다.
깊고 기다란 협곡에서 승천교주는 롱기누스를 길게 뻗으며 빛을 내뿜었다.
그의 광휘가 유일신의 위광을 내보이며 일직선으로 뿜어져 유성우를 덮쳤다.
유성우는 삼정의 뒤에 숨어 태초의 빛을 막아냈다.
그러나 태초의 빛은 지금까지 수많은 공격을 막아낸 삼정도 버거웠는지, 조금씩 녹아내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나중에 고쳐줄 테니 조금만 더 버텨 봐라.”
유성우는 그리 말하며 빛의 세례를 버텨내고는, 삼정 또한 바닥에 꽂았다.
이번에 들어 올린 검은 오월과 팔성이었다.
두 검을 교차한 유성우가 숨을 길게 내뱉으며 또다시, 중얼거렸다.
“─고유세계 전개.”
오월과 팔성이 공명했다.
둘 다 용으로 벼려낸 검이었고, 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상성이 무척이나 좋았다.
유성우의 양쪽 편에서 담수와 해수가 동시에 들이쳤다.
설산의 협곡에 두 개의 물이 흐르며 섞이고, 세찬 파도를 일으켰다.
[고유세계] [해왕고룡광상곡(海王古龍狂想曲)] [해멸팔두룡가(海滅八頭龍歌)]바다 위에 군림하던 미친 용의 노래와 바다를 멸하는 여덟 머리의 노래가 조화로이 섞이며 새로운 운율을 탄생시켰다.
몇 개의 고유세계가 뒤섞였다.
대지를 지탱하는 것은 이계와 삼정의 세계요, 그 위를 뒤덮는 것은 오월과 팔성의 세계다.
그러나, 아직 공허는 가득 차지 않았다. 네 개의 세계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 파도 위에 선 승천교주가 사방으로 신격을 뿜어내며 유성우가 펼쳐낸 세계를 깨부수려 들었다.
하지만 세계는 겹쳐질수록 더욱 단단해지니 그로서도 완전히 깨부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자신의 주위를 재차 공허로 물들이기 시작한 승천교주가 입을 열었다.
“그래, 이것이 그대가 선택한 방법인가. 신격을 잃은 인간이 신을 끌어내리기 위한 방법인가!”
“…….”
“부족한 신격을 세계로 채워보겠다고? 하지만 어림도 없다! 고작, 얄팍한 세계에 무너질 신격이었다면 진즉에 이 몸은 빛바랜 채 허물어졌을 테니!”
승천교주의 말에 유성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유성우가 검을 들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검은 육망이었다.
“고유세계 전개.”
육망의 세계를 전개하자, 흐르는 물속에서 신전의 기둥이 솟구쳤다.
소금으로 이루어진 순백색의 기둥이 승천교주와 유성우를 일직선으로 이루는 길을 만들었다.
[고유세계] [정화염성신전(淨化鹽聖神殿)]악을 처단하고, 정화하는 광염교의 신전. 빛과 소금의 세계가 유성우가 펼쳐낸 세계에 겹쳐지며 굳건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다섯으로는 부족하니…….
“─고유세계 전개!”
여섯 번째 세계를 불러낸다.
손에 쥔 흑사에서부터 흘러나온 불길한 힘이 유성우가 먼저 펼쳐둔 세계를 침범하려 들었으나, 육망의 신성한 힘이 그것을 방해했다.
둘 사이에 조금의 알력다툼이 있었으나, 유성우가 죽으면 말짱 꽝이었기에 흑사가 한발 물러났다.
대설산의 위에 걸려 있던 둥근 달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거대한 붉은 눈동자로 변했다.
흉흉한 기운을 풍기는 그것은 징그럽기 짝이 없는 마신의 눈동자. 세계를 굽어보는 파괴신의 마안(魔眼)이다.
[고유세계] [마신종말 : 결(魔神終末 : 結)]마신의 눈동자가 승천교주를 직시하며 움직임을 제한했다. 승천교주는 잠시간, 아주 찰나의 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고작, 신격도 담기지 않은 검의 세계에, 멈추었다는 사실에 승천교주는 분노했다.
“─유성우!”
“내 이름을 부르기에는 아직 이른데. 보여줄 건 더 남았거든.”
씩 웃은 유성우는 승천교주가 멈춘 찰나의 시간, 거칠을 뽑아 들었다.
거칠의 세계는 단순했다. 그저 거대한 검이 바닥에 꽂히며 승천교주의 퇴로를 막아섰다.
세계랄 것도 없는 구성이었으나, 거칠의 거대한 검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였다.
그리고 마침내, 유성우는 마지막 검을 뽑아 들었다.
자신의 첫 번째 검이자, 마지막 세계. 일생을 손에 쥔 그가 온전한 자신의 세계를 불러냈다.
유성우가 겹겹이 펼쳐낸 고유세계의 중심. 그의 등 뒤에 자그마한 블랙홀이 모습을 드러내며, 압도적인 질량으로 공허를 가득 채웠다.
[고유세계] [흑암멸절경계(黑暗滅絶境界)]인간의 의지, 신의 의지, 용의 의지가 하나가 된 유성우의 세계.
이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신격도 육체도 아닌 의지뿐이니, 켜켜이 쌓인 세계의 끝에서는 승천교주의 신격마저 퇴색되고 말아버린다.
더는 승천교주의 공허는 유성우의 세계를 물들이지 못했다.
인간의 이야기가, 용의 이야기가, 신의 이야기가.
하나의 세계가 되어 끈끈한 결속력으로 공허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공허 속에 여덟 개의 세계를, 이상(理想)을 하나로 만들어냄으로써 신성을 모독한다.
[고유세계 결집] [무신세계(無神世界)]유성우가 바라는 마지막 이상.
그것은 신이 없는 세계.
신이라는 존재에 타 존재들이 구애받지 아니하는, 신성 모독의 세계. 인간이기에 펼쳐낼 수 있던 마지막 세계 속에서 유성우는 검 끝을 승천교주에게 겨누었다.
“준비는 됐나?”
“…네놈, 이 자식, 빌어먹을 놈이─!!”
유성우가 바라는 세계가 무엇인지 알아챈 승천교주의 전신에서 가공할 만한 힘이 퍼져 나왔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임에도, 승천교주는 건재했다. 그의 힘은 신격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었으니까.
흐려진 후광을 두른 승천교주가 찰박거리는 물 위를 박차며 유성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손에 들린 경전을 내던지고, 롱기누스를 휘두르며 그가 쌓아 올린 인간으로서의 무학을 쏟아냈다.
유성우는 일생을 양손으로 쥔 채 승천교주의 창을 받아냈다.
두 개의 냉병기가 얽히며 불꽃을 튀겼고, 바닥의 물을 퍼 올렸다.
“단군보다는 낫구나!”
유성우는 웃으며 소리쳤다.
단군은 의지만이 자신을 움직이는 세계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승천교주는 여전히 승리를 위해 움직였다.
자신이 바라는 이상을, 세계를 위해 의지를 쥐어짜 창을 휘둘렀다. 의지가 힘이 되는 세계란 그런 것이었다.
“나는, 내가 바라는 바를 이루고 말 것이다! 네놈 같은 놈이 나를 막아설 수는 없다!”
“과연 그럴까.”
유성우가 한 발짝을 내디디며 승천교주의 간격 안으로 들어섰다.
일생의 붉은 검신이 롱기누스의 창대를 타고 올라갔다.
불꽃이 튀며, 둘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찰나의 시간이 길게 이어졌다.
찰나는 억겁이었고, 억겁은 찰나였다. 무기술의 극한을 이룬 둘의 공방은 찰나 속에서 억겁과도 같은 합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본이 더욱 중요해졌다. 현란한 공격이 아닌, 적의 사각을 점하며 생(生)을 노리는 기술의 기본.
롱기누스가 유성우의 왼 어깨를 찔렀다. 창끝이 어깨를 깊게 파고들어 꿰뚫어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승천교주는 창을 곧장 회수해 공격에 이어나가려 했으나, 유성우는 어깨에 힘을 주어 창의 회수를 막았다.
그 순간, 승천교주는 자신의 패배를 직감했다. 유성우의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승리를 향한 열망과 강렬한 투지로 불탔고.
자신의 창은 어설픈 빈틈을 파고든 것에 불과했으니.
결국에 승부의 승패를 가리는 것은 기술의 기본과 의지였다.
자신의 살을 내주더라도 뼈를 취하고야 말겠다는 유성우의 의지가 승천교주를 뒤흔들었다.
태어나기를 강하게 태어나 생과 사를 가르는 전투를 몇 번 겪어 본 적이 없는, 승천교주의 경험 부족.
그는 생과 사의 기로에서 생을 택했으나, 유성우는 사선을 넘어 활로를 찾았다.
창이 빠지지 않았다.
승천교주는 곧장 창에서 손을 놓았으나, 이미 유성우의 검은 허공을 가르며 승천교주의 목을 향해 다가왔다.
피륙을 가르는 감각이 검을 타고 선명하게 전해져 왔다.
목덜미의 피부를 찢고, 안의 근육과 살을 베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뼈와 신경을 지나 반대편으로 검이 빠져나왔다.
극도로 활성화된 오감이 승천교주의 죽음을 알려왔다.
승천교주의 몸이 허물어지고,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죽은 신의 신격이 늘 그랬듯이 유성우를 향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승천교주의 세계가 무너져 공허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유성우가 펼쳐냈던 세계가 공허 속으로 사라졌고, 홀로 남은 유성우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빼곡히 박힌 별들.
세계의 명운을 가로지르는 승부에서 승리한 그에게 우주가 시선을 보내왔다.
“신격이 다시…….”
승천교주의 고유세계가 사라지니 없어졌던 신격이 다시 그의 몸을 가득히 채워, 부상을 치료했다.
하지만 흉터는 남았다. 승천교주의 의지가 그의 어깨에 가장 커다란 흉터를 새겼다.
조금만 더 오른쪽이었다면 심장이 꿰뚫렸겠지.
자신의 신격, 승천교주의 신격을 한 몸에 담은 그는 잠시간 숨을 골랐다가, 마지막 할 일을 위해 일생을 쥐었다.
아직, 그가 베어내야 할 것은 하나가 더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