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389화 (완결)(390/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389화 완결
에필로그
유성우는 손에 든 검을 높이 들었다. 검계의 가장 높은 곳, 지상과 우주의 경계.
그곳에서 모든 신격을 갈무리한 유성우는 일생을 굳게 쥔 채, 아래를 한 번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높이 들었다.
그의 눈에 담기는 것은 찬란한 별들이었다. 우주를 떠도는 은하가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이계.”
그의 부름에 허공을 유영하던 이계가 산산이 흩어져 일생에 스며들었다.
“삼정.”
삼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유성우가 행하려는 일을, 검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영혼으로 이어진 영원한 파트너들.
-나는, 나는 싫드아아아아아악─!!
다음 차례인 흑사가 비명을 질렀으나, 일생이 한 소리를 했는지 잠자코 분해되었다.
다음으로 오월도, 육망도, 거칠도, 팔성도.
그의 일곱 검이 일생으로 스며들어 붉은 검신을 오색찬란하게 물들였다.
갖가지 힘이 혼재된 일생을 제 가슴께로 끌어당긴 그가 눈을 감은 채, 자신이 베어내야 할 것을 명확하게 떠올렸다.
“지상에 내려온 신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정리되지 않은 신앙은 인간을 좀먹겠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신의 힘은 필요하지 않다. 오롯이 홀로 설 수 있는 존재들이니, 신의 존재는 불필요하다.
승천교주의 마지막은 추악했으나, 그가 인간으로서 펼쳤던 지상과 신계의 분리는 옳은 일이었다.
인간은 누군가의 의존이 있어야만 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자신이 그랬듯이…….
“너희들의 힘을 빌려다오. 마지막으로… 검을 휘두를 수 있도록.”
지금 지상에 발을 디딘 신들의 숫자는 몇일까. 성신전에 있는 이들은 몇일까…….
잠시 숫자를 고민하던 유성우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별로 상관없겠지.”
그가 검 손잡이를 콱, 쥐자 일생의 검신이 서서히 길어졌다. 끝을 모르고 길어지는 검신은 이내 거칠 본체의 길이를 넘어서고, 우주에 닿았다.
검은 우주를 가로지르는 찬란한 빛의 검.
용병왕.
마족 도살자.
마신 살해자.
검의 구도자.
마왕의 대적자.
자타공인 대륙제일검.
영웅을 벤 세계제일검이자 우주제일검.
환상을 베는 섬광의 소드마스터.
유성우는 자신의 칭호와 이름을 따라, 하나의 기다란 별똥별을 그리기로 하였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은 우주의 신좌들이 다급히 적의를 쏘아냈으나, 유성우의 검은 이미 휘둘러진 뒤였다.
유성우류 검술 극의
유성우(流星雨)
그가 휘두른 검의 궤적을 따라, 무수히 많은 별이 떨어졌다.
우주를 가르는 찬란한 빛의 잔상이 우주를 가르는 유성이 되어 우주를 일주했다.
지상에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 이들은 생각했다. 저 하늘의 유성우는 별안간 어디서 나타나, 어디서 흐르는 것인지.
아름다운 풍경이 그들의 눈에 가득 담긴 순간, 검계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던 천사들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다.
나타났던 드래곤들은 고룡의 힘을 받고 성체로 거듭난 녹스가 처리했으니… 전쟁은 검계의 승리로 끝난 것이었다.
변화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지상에 발을 디뎠던 신들에게서 신격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신들은 신격이 완전히 흩어지기 전에 빠르게 성신전으로 대피했고, 대피하지 않은 이들은 신격을 완전히 잃어 인간이 되었다.
유성우가 베어낸 것.
그것은 신과 인간의 관계였다.
신앙의 주체가 되는 경계를 베어, 숭배의 연결을 끊어버린 것이었다.
신과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언젠가 다시 이어질 끈이겠지만, 적어도 유성우가 살아있는 한 그런 일은 없으리라.
그리고, 그런 위업을 이루어낸 유성우는 검계의 정상에서 검을 아래로 내린 채 떨어지는 유성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걸로 된 걸까.”
잘은 모르겠다.
자신이 한 일에 무슨 결과가 나올지. 신이 없는 인간의 세상.
도래했던 신화의 시대는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막을 내렸고, 진정한 인간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아아, 신격이 영락(零落)해 가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모든 신격을 담아 휘두른 일검이었으니, 모든 신격을 소모한 그는 이제 신도 뭣도 아닌, 인간이 되었다.
본래부터 인간이었으니,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었다.
검계의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아래로 떨어진다. 온갖 바람이 그를 감싸며, 흉흉한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이제 좀 쉬어도 되겠지.”
이제는, 평화롭게 살고 싶었다.
정신력이 한계에 달해 눈을 감았다. 의식이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누군가가 떨어지는 몸을 받쳐주었다.
손을 뻗어 더듬어 보니 딱딱한, 비늘 같은 게 느껴졌다.
유성우는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많이 컸구나… 녹스.”
* * *
신이 없는 세계.
지상에 발을 디뎠던 신들은 다시 성신전으로 쫓겨났고, 지상에 남은 신들은 신격을 잃었다.
신앙을 보급받던 통로가 닫혀 더는 신격을 휘두르지 못하게 되었기에. 한낱 인간으로 전락해 길거리를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다.
뭐, 지상에 남은 신들은 대부분 검계에 빌붙어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게다가 그들이 신격을 잃었다 해도 그 지혜와 기술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름 잘 먹고 잘살았다.
“인간의 삶도 나름 즐겁군요!”
한 손에 와인 잔을 든 채 거나하게 취한 페르세포네가 웃으며 소리쳤다.
페르세포네는 지상에 남은 신 중 한 명이었다. 검계를 지원하러 왔다가, 유성우가 저지른 일에 휘말린 한 명.
그녀는 인간의 삶을 한 번 즐겨보기 위해 일부러 남았다.
죽으면 그녀의 영혼은 다시 명계로 돌아갈 터. 신에게 수십 년은 짧은 시간이기에, 잠깐의 유희라고 보아도 좋을 터.
옆에서 술을 따르던 메데이아만 그녀의 시종으로 붙어 불쌍하게 됐을 뿐이었다.
“매일매일 술만 마시는 삶이 안 즐거울 리가 있겠습니까? 디오니소스도 그 정도는 안 마실 거예요!”
“그럼 신이 없는 세계의 새로운 주신(酒神)이 되어야겠군요!”
페르세포네가 병나발을 불고, 메데이아가 쓰게 웃었다.
메데이아는 태양이 높게 뜬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낮술이라니 평화롭군요…….”
* * *
검계에서 있던 전쟁이 끝난 지 몇 주가 지나고 난 뒤에야, 수습이 끝나고 다시 전 세계가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어비스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승천교주의 장막은 신계와 인계를 분리하는 것으로 인해 차원에 빈틈이 생겨 어비스가 생겨났으나.
유성우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격으로 빈틈을 전부 메꾸었으니, 어비스는 생겨나지 않았다.
메테오 인더스트리는 미리 어비스 사업을 접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평범한 제약회사로 돌아갔다.
그 외에는 여러 가지 제조업을 겸하기도 해서 메테오 그룹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한반도에서 가장 거대한 그룹이 되지 않을까.
“오빠! 이제 일어나!”
그리고 유성우는, 백수가 되었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유지우의 목소리에 움찔거리며 눈을 떴다.
승천교주를 죽이고, 인간과 신과의 관계를 베어낸 그는 바라마지 않던 개백수의 삶을 이뤄냈다.
평화롭기 짝이 없는, 먹고 자고 싸고의 삼박자가 완벽한 생활이다.
“일찍 깨워달라며?”
유지우는 침대에서 미적거리는 유성우의 볼을 길게 잡아당겼다.
그제야 유성우는 눈을 완전히 뜨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유지우는 그의 어깨에 가장 커다란 흉터를 힐긋 보았다.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저 흉터는 승천교주에게 입은 것이라 하였다.
유성우의 가공할 만한 치유력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한 상처.
그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업이기도 했다. 침대에서 내려온 유성우는 대충 씻고는 옷을 챙겨 입었다.
그제야 볼 만한 꼴이 된 그는 재차 하품을 쩍, 하고는 말했다.
“…녹스는?”
“학교 갔지. 출석만 하고 조퇴해서 바로 올 거야.”
“그래…….”
지상으로 돌아온 유성우는 원래도 느긋했지만, 더 느긋한 성격이 되어버렸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기 때문일까.
“그럼 가자.”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서연정이 검은 SUV를 대기시켜 두었다.
신과 인간의 경계가 갈라지며 서연정에게 깃들었던 신 또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나 서연정의 모습에 변함은 없다.
그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쭉, 유지우의 비서였으니.
유성우는 흘긋 서연정을 보곤 차의 뒷자리에 올라탔다.
유지우까지 차에 올라타자 서연정은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가 도로를 내달렸다.
처음 지구로 돌아왔을 때도 이리 서연정이 운전하는 SUV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았던가.
창밖의 풍경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기저기 부서진 도로, 저 멀리 보이는 도깨비들의 땅.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검계의 중심에 자라난 거대한 나무였다.
슈아넬이 자신의 몸을 매개로 해 펼쳐낸 세계수.
그들이 향하는 곳이기도 했다.
얼마간을 운전해 그들은 세계수의 앞에 도착했다. 세계수의 근방은 생명력으로 충만해,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나무와 꽃들이 자라났다.
때문에 세계수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녹지 공원이 조성되어 몇 주 만에 명물이 되었다.
유성우와 서연정, 유지우는 근처에 차를 대고는 공원의 가장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다른 이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결계까지 쳐진 세계수의 심처.
결계를 넘어선 그들의 앞에 정령들이 까르르 웃으며 맴돌더니, 이내 안쪽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했다.
세계수의 줄기의 바로 앞까지 도달해 잠시 기다리자 그들이 들어온 길을 따라 여러 사람이 들어왔다.
백우현과 홍서화, 최아연.
그리고 면식이 있는 마녀들도 몇몇… 조금 키가 큰 녹스도 유월과 함께 책가방을 달랑거리며 달려왔다.
“아저씨!”
녹스는 곧장 유성우에게 안겨들었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녹스의 머리를 몇 번인가 쓰다듬어주고는, 세계수를 올려다보았다.
바닥에서 튀어나온 뿌리에 손을 내밀어 만져보면, 슈아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유성우는 잠시간 눈을 감은 채 뿌리에 손을 얹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너무 평화로워서 요즘 좀 질렸거든. 슈아넬, 거기서 나와야겠다.”
그리고 그가 손을 뻗자, 그의 손에 붉은 검신의 일생이 쥐어졌다.
신격은 잃었으나, 그가 몸에 익힌 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는 신격 없이도 강한 인간이었으니까.
“잠에서 깰 시간이다.”
그가 검을 세계수의 줄기에 박아넣었다. 지상으로 돌아와 쉬는 동안 힘을 회복하면서, 슈아넬을 어떻게 해야 꺼낼 수 있는지는 마녀들의 협력을 받아 전부 조사해 두었다.
줄기를 세로로 가르고, 검을 빼낸 그에게 유지우가 물었다.
“그럼 세계수도 오늘이 마지막인 건가?”
“아니. 슈아넬이 있는 동안은 시들지 않겠지.”
영원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유성우는 자신이 갈라낸 줄기의 틈새를 쳐다보았다. 그곳에서는 익숙한 얼굴의 엘프가 눈을 감은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차고 있던 장비는 모두 신격으로 환원했던 것인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의 모습.
유성우는 미리 준비해 온 모포로 그녀의 몸을 덮으며 줄기 속에서 빼내었다.
그러고는 슈아넬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수백 살의 나이를 먹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어리게만 보였던 얼굴은 조금 성숙해져 있었다.
자신의 무한하다 할 수 있는 수명마저 당겨 쓴 탓일까.
유성우는 손가락으로 일어나지 않는 그녀의 얼굴을 조물딱대다가, 품에 안으며 말했다.
“이제 볼일 다 봤으니 다 꺼져.”
그의 말에 유지우가 뒤통수를 후려쳤다가 제 손이 더 얼얼함에 이를 악물었다.
모처럼 모인 손님들에게 이게 대체 무슨 망발인가.
유성우가 제 뒷머리를 문지르며 잠든 슈아넬을 녹스에게 보여주는 사이, 유지우가 말했다.
“오늘은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승천교와의 전쟁이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평화를 기념해 다 함께 축제라도 열자는 의미로…….”
“오호라! 축제! 연회인가요!”
마녀들 틈에 껴 있던 페르세포네가 한 손에 와인병을 들고 외쳤다.
메데이아나 다른 마녀들이 못 말린다는 듯 웃었고.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처럼 다 같이 모여서 웃는 게 대체 얼마 만일까. 지금까지 웃기는커녕, 힘든 일만 계속되었으니.
유성우의 귀환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적들과의 전투, 졸지에는 신들이 지상에 발을 디뎠고 세계는 천사들의 날개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그러한 전투와 종말은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먹고 마시는, 즐거운 축제뿐.
유성우는 웃는 이들을 둘러보다 따라서 웃었다. 자신이 원하던 풍경이 바로 이것이었다.
정말로 평화롭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바라고 바라던.
그런 풍경.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