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42)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42화(42/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42화
루나(3)
신을 죽인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신격을 지닌, 신성을 형성한 신이란 지닌 신격에 달라지긴 하지만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존재라는 건 틀림없다.
유성우가 마신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건 운과 실력이 모두 갖춰진 덕분이었다.
그때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마신에게 도전한다 해도 한 가지의 변수만 생겨도 이길 수 있을지는 불확실.
이긴다고 해도 사지 멀쩡하기만 해도 기적이다.
“아직은.”
짧게 대답한 루나는 양손을 겹쳐 틈을 만들더니, 틈 사이로 유성우를 바라보았다.
“너는 일단 영혼에 난 균열부터 메꿔야 해. 그릇을 단단하게 복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해.”
유성우는 루나가 무엇을 본 건지 금방 알아차렸다.
차원을 넘어오며 생긴 영혼의 균열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그릇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 신을 향해 다가가는 첫걸음이라는 거군.”
“요즘 아이들은 이해력이 빨라서 좋아. 그럼 이제 내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은 전부 물어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도 있어 보이거든? 그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담보로 너와 나를 주선해 줬으니, 약간의 서비스는 해줄게.”
“술이라도 한잔하고 싶은 기분이군…….”
유성우가 툭 내뱉자 루나는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전부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한 얼굴.
하는 수 없이 그는 한숨을 푹 내뱉고는, 시선을 돌려 지구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푸른 별.
자신의 고향.
더러움으로 약간의 얼룩이 졌음에도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은 곳.
“다른 세계에서 죽은 이가 또 다른 세계에서 태어나는 일은 있나?”
“빈번하지.”
“……내가 아는 이들이 지구에서 태어날 확률이 제로는 아니라는 뜻이구나.”
“하지만 네가 아는 그 모습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아둬.”
“그 정도는 당연히.”
“거짓된 승천자가 되어 너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고.”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으면 그것 또한 다행이지.”
그리 대답한 유성우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앉아 있던 루나의 모습이 어느새인가 사라졌다.
그는 불현듯 느껴지는 감각에 고개를 쳐들었고, 그곳에서 저를 바라보는 거대한 신격을 마주했다.
그것은 분명, 분신체가 아닌 루나의 본체였다.
우주를 머금은 머리칼과 온통 새하얀 얼굴과 상체.
형언할 수 없는 기묘함을 간직한 천체의 구성은 그야말로 미지(未知).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전신이 덜덜 떨려올 법한 커다란 신격.
‘이 수준은…….’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자신이 죽였던 마신과 비교하면 루나에게 너무나도 미안할 수준이었다.
하위신격과 ‘달’이라는 개념을 관장하는 상위신격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내 검이 닿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만한 존재를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루나가 자신의 본체를 굳이 보여준 것도 그에 대한 배려였다.
앞으로 네가 상대하게 될 적은 이만한 존재감을 지닌 자들이라고.
꺾이지 않고, 계속해서 투쟁해 온 그의 생애를 달을 통해 보았기에.
그가 포기하지 않으리라 도출해 낸 루나가 구태여 본신을 그에게 내보인 것이었다.
그런 살짝 불안감이 스며든 유성우의 생각을 읽어낸 루나가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말했다기보다는 사념파를 머릿속에 직접 때려 박았다.
-주어진 시간은 이것으로 끝이다.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고 있겠다.
머리가 아프다.
유성우는 제 머리를 쥐어 싸매고는 고통스러워하다 이내 헛숨과 함께 눈을 떴다.
“허억.”
눈을 뜨면 보이는 건 침실의 천장이었다.
월문을 통해 마주했던 ‘루나’와의 접속이 끊어져 현실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는 땀범벅인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유월이 새근새근 잠든 채 누워있었다.
월문 의식으로 힘을 전부 소진하고 잠든 듯해서 굳이 깨우지는 않았다.
침대에서 내려온 그는 통창으로 다가가 여전히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을 쳐다보았다.
‘……달에게까지 닿을 검을 완성해야 하는가.’
과제가 하나 더 늘었다.
* * *
토월족의 일은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하룻밤 사이에 한 명도 남김없이 사라졌고, 그들의 어비스 또한 모습을 감추었다.
그 내막을 아는 이는 정말로 극소수에 해당하기에, 뉴스로 나가는 것은 ‘의문의 실종’이라는 헤드라인이었다.
“언니, 그럼 언니 가족들은 다 집으로 돌아간 거예요? 언니만 빼고?”
“그런 셈이에요. 저는 스스로 이곳에 남기로 결정한 거고요.”
“……그러면 혼자서 쓸쓸하지 않아요? 많이 쓸쓸할 것 같은데.”
“쓸쓸하기는 하지요. 하지만 새로운 출발은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이렇게 귀여운 녹스 양과 성우 님이 계시니 그 쓸쓸함은 좀 덜하네요.”
“저 귀여워요?”
“무척이나요.”
유월은 제 무릎 위에 앉은 녹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그리 말했다.
며칠이나 됐다고 이제는 스스럼없이 머리를 맡기는 녹스의 모습.
“너는 너네 집에 안 가냐? 기껏 집을 사놓고 우리 집에서 사네.”
“유지우 대표님한테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는걸요. 거절할 수가 없어서요.”
“들어보니 악명 높던데. 대통령도 함부로 못 만나는 귀하신 분이라고.”
“그건 과거죠. 저는 이제 아무런 힘도 없는 가녀린…… 소녀니까요.”
유성우는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월은 그런 그의 얼굴에도 입을 가리며 작게 웃고는 품 안의 녹스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이 되고, 유지우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의 양손에는 포장해 온 음식으로 가득했다.
“정말 이런 걸로 괜찮아요?”
“물론이죠. 차고 넘치는걸요. 지구의 음식은 뭐든 맛있더라고요. 토월족의 음식은 향신료가 그리 강하지 않고, 조리법도 단순해서요.”
유지우가 사 들고 온 건 보쌈이었다.
막국수까지 한 보따리 사 온 보쌈은 근방에서도 맛있다고 소문난 연암 보쌈이었다.
한 상 차려진 식탁에 앉은 유성우가 고기를 집어서 야무지게 쌈을 싸 먹는 유월을 보며 중얼거렸다.
“토끼는 잡식이던가?”
“……저는 엄연한 사람이거든요.”
“토끼잖아.”
아무튼.
유성우는 고기를 몇 점 집어먹으며 야들야들한 살코기를 즐겼다.
입에서 녹아내리는 부드러움.
삼삼하게 되어 있는 간은 무말랭이와 쌈을 싸 먹으면 아주 끝내주는 조합이었다.
막국수와 고기를 동시에 집어 한입에 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그렇게 식사를 즐기던 도중 화제가 ‘토월족’에 대해 흘러갔다.
유월이 현재 한국으로 이민을 왔다는 건 비밀리에 진행된 일이었다.
언젠가는 알려질 일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토월족의 이야기에 이어 다른 종족의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인간들은 아직 감을 못 잡은 것 같지만, 다른 종족은 눈치를 챘을지도 몰라요.”
“뭐를?”
“토월족이 자신의 땅을 되찾았다는 거요. 토월족이 모두 사라지고, 그리고 어비스 또한 사라졌죠. 누군가가 토월족의 구원에 성공했다는 가능성을 생각할 거예요.”
“멸망했다는 가능성은?”
“그랬으면 이미 아일랜드가 검마한테 잡아 먹혔죠.”
“그렇겠군.”
젓가락질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유월은 포크로 막국수를 배배 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다른 종족들이 성우 님을 찾기 시작할 거예요. 그들도 자신들의 힘으로 제 땅을 되찾을 수 없으니 지구에 발을 들였으니까요.”
“나약한 놈들 같으니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할 말이 없는데요.”
“너도 들으라고 한 거다.”
유성우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유지우가 적당히 하라며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찍었다.
“흐흠, 아무튼 말이죠. 어떻게든 유성우 님을 찾으려고 할 거예요.”
“찾아서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아마도요. 다들 토월족과 비슷한 처지니까…… 고향을 되찾고 싶은 마음은 하나같이 같겠죠.”
“더럽게 귀찮아지겠군…….”
유성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토월족을 도운 것은 ‘월문’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요청을 마냥 거절할 수는 없다.
강한 놈을 상대할수록 영혼의 수복은 빨라지니까.
다른 종족들의 침범당한 땅에 있는 놈들을 때려잡는 게 가장 빠른 길이었다.
토월족의 땅에서 괴물들을 때려잡은 결과 이계를 불러내서, 쌍절벽검까지 선보일 수 있었으니.
아마 지구에 있는 이종족의 땅을 전부 되찾으면 영혼을 완벽하게 수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었다.
제론처럼 일이 늘 쉽게 풀릴 리는 없을 테니까.
“그런데 정말 말 안 해주실 거예요? 루나 님과 있었던 일. 저도 직접 대면은 해본 적이 없단 말이에요.”
“말하면 천기누설이랜다.”
유성우는 루나와 있었던 일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쉽사리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일이었고, 이제 막 되찾은 땅에 그런 내막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면 기분만이 나빠질 뿐이니.
그는 녹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린이들이 젓가락질을 배우기 위한 어린이용 젓가락을 손에 쥐고 열심히 보쌈을 집어 먹는다.
얼마나 잘 먹는지 보쌈 대짜를 혼자 반을 먹었다.
‘……잘하면 부모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겠지.’
괜히 희망을 품었다가 못 찾으면 절망만 더 커질 테니까.
상실감을 줄이는 방법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니.
“……지우야, 미공략 어비스를 죄다 조사해 와라. 한 번 싹 다 털어봐야겠다.”
“미공략? 등급 상관없이 전부 다? 되게 많은데.”
“그래. 전부. 좀 더 어비스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알겠어. 내일 중으로 전부 정리해서 줄게. 아, 그건 어때? 가치가 없는 어비스는 전부 매입할게. 오빠가 정리해서 코어만 전부 뜯어와 줘. 어비스 가격 이상은 할 테니까.”
“귀찮은데.”
“……판매액은 전부 오빠 거.”
“어차피 네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네 돈인…….”
“집에서 당장 쫓아낸다?”
유성우는 하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쫓겨나기는 싫으니까.
* * *
이틀 후.
유성우는 본격적으로 어비스 조사에 착수했다.
유지우에게 넘겨받은 자료에는 꽤 많은 숫자의 어비스가 있었다.
메테오 인더스트리의 이름으로 매입한 가치가 없는 어비스들.
게다가 코어가 잘 숨겨져 있어 클로징이 불가능한 것들로 정부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어비스들이었다.
그리고 첫날, 그는 일곱 개의 어비스를 닫았다.
그렇게 여덟 개째의 어비스를 닫기 위해 서연정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올라탔더니.
“……쟤네 뭡니까?”
“……자연발생한 다이버 같습니다.”
“요즘 검은 SUV에서 종종 다이버가 자연발생한다더니…….”
“지금 저희를 무슨 버섯균쯤으로 생각하시는 건지…….”
들려오는 미성.
고개를 슬쩍 틀자 백미러를 통해 아는 얼굴들이 몇 보였다.
그들은 한창 현장에서 뛰고 있어야 할 S급 다이버 두 명이었다.
전천도객(電天刀客) 백우현과 적천아룡(赤川兒龍) 홍서화였다.
두 사람은 서로가 마음에 안 드는지 다리를 꼰 채, 칼을 한 자루씩 품에 안고 있었다.
모자에 마스크, 항공 점퍼까지 입은 착장이 비슷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커플인 줄 알 것 같았다.
“갑자기 다짜고짜 찾아와서 뒷좌석에 눌러앉으셨습니다. 곤란하다고 했는데도 말입니다.”
“예?! 아까는 괜찮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까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저는 일반인이라 S급 다이버 앞에서 곧이곧대로 속내를 말할 힘이 없어서요.”
“아니, 그게 무슨.”
“니들이 잘못했네.”
아무튼 너희들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