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51)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51화(51/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51화
더러운 냄새가 난다(3)
“당연히 민청운 님이 이기겠지. 괜히 S급에 탱천의 길마겠냐?”
“마력을 제한하고 순수 검술로만 싸운다고 해도 말이지. 처음 보는 다이버가 민청운을 이길 수 있겠냐?”
즉석에서 마련된 유성우와 민청운의 검술 대련.
학생들은 대부분 민청운의 승리를 점쳤다.
그것도 당연한 게, 유성우는 인지도 따위 없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민청운은 이미 저명한 S급 다이버였다.
알려진 명성 자체가 다르니 그 누구도 유성우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다.
단 세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유성우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는 홍서화.
유성에게 도움을 받은 적 있는 적룡의 다이버와 권수현까지.
권수현이 왜 유성우가 이기리라 생각하는지는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정말로 단순하게, 말 몇 마디로 자신의 검을 꿰뚫어 보았음에 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느꼈다.
자신의 검은 유성우의 말 그대로였다.
휘두르는 검에 잡념을 담지 아니하고, 올바른 정신으로 집중하여 휘두르기만 하니 정체되었다.
의지가 담기지 아니해 검의 목적성이 소실된 것이었다.
‘……저 사람은 대체 뭐지?’
대체 누구지?
그 해답은 어쩌면 유성우의 검을 보고 나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훈련장에 유성우와 민청운이 목검을 든 채 마주 보고 섰다.
유성우는 그를 잠깐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우리 길드장이 이 대련에 아주 큰 걸 걸었는데, 제가 이기면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얼마든지.”
절대 자신이 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건지, 민청운은 목검을 든 채 자세를 취했다.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디고, 검을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검 끝은 상대에게 향해 언제든 내지를 수 있는 자세.
폭하검(瀑河劍)의 기본자세.
유성우는 검 끝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민청운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그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자 민청운은 눈썹을 씰룩였다.
“선공은 양보해드리려고 했는데.”
“선공은 고수가 하수한테 양보하는 겁니다만.”
유성우의 말에 민청운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자존심을 상하게 하다 못해 찌그러트려 버리는 한마디였다.
“원하는 대로 해주지. 그럼.”
선공은 민청운이 가져갔다.
한 발을 내디디며 내지르는 군더더기 없는 검로.
공기를 우아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몰아치는 목검.
폭하검의 초식을 순차적으로 펼쳐내는 그의 모습은 언뜻 보면 공세를 점한 것처럼 보였다.
“오, 오오! 역시 민청운 다이버!”
“저 검술을 봐,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진짜 개쩌는데?”
“민청운의 독문검술이래잖아.”
학생들이 민청우가 보여주는 모습에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그러나 그런 떠들썩함과 다르게 민청운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맹수가 자신의 목덜미를 언제쯤 물어 챌까, 눈앞에서 고민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상대는 자신보다 확실히 약하고, 기술도 빈약하다.
자신의 검술이라면 얼마든지 흠씬 두들겨 팰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검이 생각만큼 뻗어 나가지 않았다.
‘마력을 제한하고 있어서 그런가.’
기운을 제한하는 룰이 아니었다면 눈앞의 남자 따위는 1초 만에 썰어버리고도 남았으리라.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민청운의 목검이 유성우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또는 피하거나 검을 쳐내며 수비태세를 굳혔다.
민청운의 공세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폭하검의 특징은 떨어지는 폭포처럼 강렬하며, 흐르는 강처럼 유연하다는 것.
연격기(連擊技)에 특화된 폭하검이 말 그대로 떨어지는 폭포처럼 몰아쳤다.
“하아아압!”
민청운의 기합성과 함께 목검이 따다닥 부딪치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유성우가 몇 발자국 물러나자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민청운이 밀어붙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따닥!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민청운의 목검이 하늘을 날아 땅에 박혔다.
정말 한순간이었다.
인식의 틈을 벗어나, 완벽한 사각에서 들어온 유성우의 목검이 민청운의 목검을 위로 쳐올렸다.
민청운은 본능적으로 목검을 다시 줍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어느새 유성우의 목검이 그의 목에 닿아 있었다.
“끝. 운이 좋았군요.”
“……방금 무슨.”
“궁금한 건 나중에 따로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유성우의 목검을 손가락으로 밀어내곤 제 목검과 유성우를 번갈아 쳐다봤다.
유성우는 목검을 대충 땅에 박아넣고는 홍서화 쪽으로 걸어가 옆에 섰다.
그러자 홍서화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얘들아! 이게 탱천 수준이다! 적룡으로 와라!”
* * *
탱천의 체면이 깎였다는 소문이 교내에 빠른 속도로 퍼졌다.
동영상 촬영은 금지되었기에 영상은 남지 않았으나 학생들에 의해 소문은 쫙 퍼졌다.
대련 후에 유성우에게 개인지도를 요청하는 학생도 있었다.
대부분은 민청운이 방심해서 벌어진 요행이라고, 패배한 본인마저도 그리 생각하는 듯했지만.
세 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성우 덕에 강의에서 대인기를 끌게 된 홍서화와 적룡의 다이버.
그리고 권수현까지.
강의가 끝나고 교실로 돌아온 그녀는 민청운과 유성우의 대련을 머릿속으로 복기했다.
처음 공세를 잡은 건 민청운이 분명했다.
아니, 처음부터 대련이 끝날 때까지 쭉 민청운이 공세였다.
그는 자신의 독문검술이라 하는 ‘폭하검’을 통해 밀어붙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유성우의 검이 기묘한 검로를 그렸다.
지금까지 수비에 집중하던 게 환상이었나 싶을 정도로.
‘안 보였어.’
게다가 유성우의 마지막 수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음에도, 검에 담긴 의지는 확실히 느껴졌다.
지금까지 줄곧 자신이 찾고자 한, 검을 휘두르는 이유.
검에 담고자 했던, 붙잡고자 했던 감각이 피부에 와닿는 듯했다.
“적룡의 다이버…….”
느껴지는 기운으로는 각성 등급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알아챈 사람은 자신밖에 없으리라 확신했다.
그의 검에 담긴 검의(劍意)를.
언뜻 보면 무정하나 정확한 목적과 의지를 담은 채 휘둘러졌다.
그 사실을 깨달은 권수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검에 대한 이해. 그 자리에서 누구보다도 검을 이해하고, 검을 휘두른다고 할 수 있는 건 그밖에 없었으리라.
권수현은 나중에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라면 정말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아 줄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
그리고.
‘탱천은 절대 안 가야지.’
* * *
“……그래서 뭘 물어보러 온 겁니까? 빨리 물어보시죠. 대답해 주고 돌아가게.”
강의가 끝난 후, 유성우는 따로 민청운을 찾아갔다.
대련에서 승리한 대가인 질문권을 쓰기 위함이었다.
졌으니까 꽁지 빠지게 도망치지 않을까 싶었으나 의외로 민청운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당신의 검술이 궁금합니다. 어디서 배운 겁니까? 저는 적룡의 검술 고문으로 고용된 사람입니다만, 당신의 검술은 어디서도 볼 수 없던 것이기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적룡의 검술고문? 처음 듣습니다만.”
“이번에 새로 고용된 윤성우라고 합니다.”
“하긴, 적룡은 좀 체계를 배울 필요가 있는 곳입니다만.”
은근슬쩍 적룡을 까는 민청운이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유성우를 쳐다봤다가 입술을 짓씹었다.
그에게 폭하검과 남청검의 대한 건 크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다.
특색 있는 검과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검술을 싸우며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려진 것뿐.
“……남청검과 제가 쓰는 검술인 폭하검은 어비스에서 얻은 겁니다.”
“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 그 외의 것을 원하는 겁니다. 폭하검, 저도 배우고 싶거든요.”
“폭하검을 배우고 싶다고.”
폭하검을 배우고 싶다는 말에 민청운의 눈썹이 씰룩였다.
유성우는 낯빛 하나 바꾸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민청운은 잠깐 무언가를 저울질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입을 열었다.
“……만약 당신에게 폭하검을 전수한다면, 탱천으로 오시죠. 당신은 아무래도 적룡보다는 탱천에 어울리는 인재 같습니다.”
‘적으로 두기보다 제 밑으로 끌어들이려는 타입인가.’
그의 말에 유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성우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죠. 폭하검을 배울 수 있다면 탱천으로 이적하도록 하겠습니다.”
유성우의 다짐에 민청운이 샐쭉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제가 직접 폭하검을 전수해 드리죠.”
* * *
“완전 쉽게 넘어오던데.”
“병신인가?”
“병신이니까 그렇겠지.”
민청운과의 밀회를 마치고 온 유성우는 홍서화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적룡의 다이버는 할 일이 있어 떠났고, 둘만이 남아 개인실이 있는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었다.
홍서화가 제 능력으로 위에서도 구워주니 고기가 익는 속도가 두 배였다.
“그거 편리하네.”
“이 정도는 스승님도 할 수 있지 않으세요?”
“고기 구워 먹기에는 가성비가 더럽게 떨어지지.”
소고기를 한 점 집어먹고 만족스럽게 입맛을 다신 그가 말했다.
“드디어 빌어먹을 놈의 낯짝 좀 볼 수 있겠어.”
“민병신에게 검술을 가르쳤다는 사람을 말하는 거죠?”
“그래. 병신 같은 놈이 병신 같은 놈에게 검술을 가르쳐서 그런지 병신 검술이 되어버렸더군.”
“아까 대련도 그렇죠?”
“병신이 아니었을 때 펼치는 폭하검은 그런 허접한 검이 아니거든.”
폭포 폭(瀑).
강 이름 하(河).
폭하검은 떨어지는 폭포처럼 강렬하며, 흐르는 강처럼 유연하다.
강렬하게 몰아치는 연격은 적이 검로에서 빠져나올 수 없도록 영역에 가둬버린다.
“그런 검을 그따위로 펼치니…… 검술이 아깝다, 검술이.”
게다가 유성우는 이번에 민청운과 다시금 붙어보며 확신했다.
민청운에게 직접 검을 가르친 것은 메이너드라고.
민청운이 서적 등의 방법으로 혼자서 폭하검을 배웠다면 메이너드의 버릇이 배어 나올 리가 없었다.
검사 고유의 습관.
유성우가 메이너드와 함께하던 시절에 몇 번이고 지적했던 부분인데 메이너드는 끝까지 고치지 않았다.
그런 버릇을 보고 배웠을 테니 민청운도 같은 버릇이 있었다.
“그, 민병신한테 검술을 가르친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이제는 완전히 이름이 민병신이 되었다.
홍서화의 물음에 유성우는 잘 구워진 고기를 한 점 더 집어먹고는 고개를 끄덕이곤 한 마디를 내뱉었다.
“잘 싸우는 놈.”
“잘 싸우는 놈?”
“그래. 잘 싸우는 놈.”
메이너드는 한마디로 축약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얼마나 잘 싸우냐면 폭하검을 통해 펼치는 위력적인 검술은 웬만한 마족의 대가리를 썰어버렸다.
메이너드에게 잘린 대가리의 숫자만 해도 무시무시하지만.
그와 동시에.
“……안타까운 놈.”
안타까운 놈이기도 했다.
그대로 잘 성장했다면 제자들과 같이 소드마스터의 칭호를 손에 거머쥐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연 배신을 하더니 인간의 적이 되었다.
옛날 일을 떠올리자니 살짝 울적해진 유성우는 소주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소주를 병째 들이켠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다시 만나지 말자고 했는데. 기어이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
비극에, 비극에, 비극이다.
희극 따위는 없는 연속에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에는 부활 못 하도록 확실하게 썰어주겠다고.
네 번째 비극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