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56)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56화(56/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56화
철산
“야, 너 이거 써라.”
유성우와 함께하는 S급들의 즐거운 훈련하는 날.
그는 검을 든 채 땀을 뻘뻘 흘리던 백우현에게 허리춤에 달고 있던 검을 던져 주었다.
“이걸 제게 왜?”
“쓸 만한 검이 없다며. 너 쓰라고.”
백우현은 고민 끝에 도가 아닌 검을 선택했다.
앞으로는 전천도객이 아니라 전천검객으로 불리게 되리라.
하지만 아직 그의 성질에 맞는 검이 없었기에, 평범한 철검을 들고 수련하던 중이었다.
그는 유성우가 준 검을 내려다보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걸 정말 자신이 받아도 되나, 해바라기 씨를 잔뜩 선물 받은 햄스터 같은 표정으로 검과 유성우를 쳐다보았다.
그는 기대감 넘치는 얼굴로 가죽 검집에서 검을 꺼내 보았다.
짙은 바다를 연상케 하는 파란색 검신.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일직선의 곧은 검은 보는 순간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백우현은 검을 보는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어디서 많이 본 것만 같은…….
“이거, 남청검 아닙니까? 탱천의 길드마스터인 민청운의…….”
“맞는데? 뭐 문제 있나?”
“……아주 많다고 생각됩니다만. 민청운은 지금 실종상태인데, 제가 이 검을 들고 나가면.”
“어차피 죽은 놈이다.”
“민청운이 죽었나요?”
“민청운이 죽었다고요?”
“말 안 했나?”
그의 말에 홍서화까지 다가와 물었다.
민청운이 실종되었다는 소리에 내심 죽었구나,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일에 관련된 본인에게 직접 듣는 것만큼 확실한 건 없었으니까.
유성우는 둘에게 대충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둘이 어디 가서 말할 사람들도 아니고.
‘죽기 싫으면 알아서 잘 처신하겠지.’
“아니, 무슨 그런 일이.”
“그럼 이거 장물이라는 소리잖습니까? 게다가 괴물이 쓰던 거라고요? 이런 검이?”
“옛날엔 괴물이 아니었거든.”
오히려 미모와 실력으로 추앙받던 전설이었지.
유성우는 뒷말은 일단 삼켰다.
그러고는 백우현의 손에서 남청검을 빼앗아 들더니, 손가락으로 검신을 퉁, 하고 두들겼다.
티잉- 하는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만으로도 이것이 명검의 반열에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깐이지만 신이 쥐었던 검이다. 미약하지만 신격이 깃들어 있으니 전력 상승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
“……신이 쥐었던 검이요?”
“그래. 장물이지만 뭐…… 네가 안 쓰겠다면 어쩔 수 없지. 다른 사람을 찾는 수밖에.”
“제가 쓰겠습니다. 제가 꼭 쓰게 해주십시오.”
역시 줬다 뺏는 게 제일 잘 먹힌다.
유성우는 다시 남청검을 백우현에게 건네주고는 말을 이었다.
“남청검은 기본적으로 수기(水氣)가 가득한 검이다. 듣기로는 백 년 넘게 커다란 폭포 아래에서 잠들어 있던 철을 제련해서 만든 검이라는데…… 사실 여부는 둘째 치고 물과 관련된 힘을 쓰면 그 힘이 증폭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마지막, 남청검을 든 메이너드가 폭하검을 사용했을 때.
그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주변의 폭포수와 강물이 용처럼 몰아치며 자신을 찢어발기려 들지 않았던가.
쓰러뜨렸던 마신보다는 못했지만, 만약 메이너드가 거기서 조금만 더 강했다면 이길 수 없었던 싸움일지도 몰랐다.
유성우의 말을 들은 백우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저는 물이 아니라 번개를 사용하는데…….”
“번개와 물이 상극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보통 그렇지 않습니까? 오행적인 의미에서 보아도.”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 물에 번개를 뿌리면 어떻게 될 것 같나?”
“……물을 통해 전류를 흩뿌리는 겁니까? 이 검에 그런 기능이?”
“그런 기능이 있으면 명검이 아니라 신검(神劍)이지. 검이 어느 정도 도와주기는 할 테지만, 세세한 조절은 네가 해야 할 거다. 그러니까 즉, 너는 이제부터…….”
유성우는 잠깐 말을 고르는 듯 말을 멈췄다가, 이내 내뱉었다.
“훌륭한 전기 뱀장어를 목표로 해라. 전부 구워버려.”
“전기 뱀장어 말입니까?”
“왜, 피카츄가 더 났냐?”
“……아닙니다. 전기 뱀장어를 목표로 해보겠습니다.”
“그래. 본국검법은 딱히 상성을 타지 않는 훌륭한 검법이나 잘 융화시켜 보라고.”
“스승님, 스승님. 저는 뭐 주실 거 없나요? 불 나오는 검이라든가.”
백우현만 검을 받은 게 좀 신경 쓰였는지 홍서화가 옆에 서서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기도 뭐 하나 달라는 눈이었기에 유성우는 잠깐 눈을 찌를까, 고민하다 이내 손가락으로 이마를 밀어내며 말했다.
“나중에 뭐 줍게 되면 주지. 지금 너한테는 그 검으로 충분한 것 같으니까.”
그리 말한 그가 홍서화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다.
일생보다는 아니지만, 옅은 붉은색이 감도는 직검이었다.
명백히 화기(火氣)를 머금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이는 검.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드는군. 좀, 꺼림칙하달까.’
대체 뭐로 만들었으면.
“잠깐 그 검 좀 줘봐라.”
갑자기 궁금해진 유성우는 홍서화에게서 검을 넘겨받았다.
검을 햇빛에 비춰보고 있자 그녀가 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어비스에서 얻은 건 아니고요, 지구에서 만든 물건입니다. 재료로 쓰인 건 용광석(鎔鑛石)과 드래곤의 비늘이고요.”
“용광석?”
“중국에 있는 1급 어비스인 ‘불타는 대지’에 화산지대가 있는데 거기서 드물게 채취할 수 있는 광석이에요.”
“그리고 드래곤의 비늘이라.”
“네, 그건 예전에, 대재해 때 지구에 나타났던 적룡이 떨구고 간 비늘입니다.”
“비싼 것들만 잔뜩이었겠군.”
유성우는 손가락으로 검신을 두들겼다.
그러자 남청검과는 다른, 좀 둔중하면서도 잔잔한 소리가 고막을 두들겼다.
“미완성인 검인가.”
“예? 미완성이요?”
“좋은 검이기는 하지만 완성도가 조금 아깝군. 검을 만든 장인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소재로 이 정도의 검이라는 게 정말로 아쉽다.”
홍서화의 검은 ‘적룡검’이라고 해서, 맞춤 제작을 한 검이었다.
그녀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한 A급 다이버이자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역작.
하지만 유성우는 그런 검을 미완성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그럼 그걸 조금 더 좋은 검으로 만들기 위해서 할 만한 게 있을까요? 꽤 오래 쓰기도 했고, 정도 들은 검이라.”
“음.”
검을 더 좋게 만드는 방법?
유성우는 잠깐 생각했다.
이미 완성된 검을 녹여서 새로 만드는 방법도 있고, 뭔가를 추가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검의 상태로 봤을 때 녹여서 다시 만드는 건 불균형을 유발할 가능성이 컸다.
“가장 좋은 건 드래곤의 피에 담갔다 빼는 거겠지. 그것도 적룡의 피에.”
“피에 담갔다가…… 빼요?”
“그래. 이 검이 미완성인 이유는 드래곤의 비늘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유성우는 이계에서 많은 검을 보았다.
급할 때는 손에 잡히는 아무거나 써먹어 보기도 했고, 이것저것 많이 부러뜨려 보기도 했다.
개중에는 명검과 마검, 그리고 신검이라 불리는 것들도 있었다.
그런 경험에서 미루어볼 때 홍서화의 적룡검은 미숙했다.
검사도 미숙하고, 검도 미숙했다.
“드래곤은 자기주장이 강한 놈이라 말이다, 비늘 하나만 들어가도 지랄이 좀 세지. 어딜 감히 나를 쓰려 드느냐, 그런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가끔 검을 휘두를 때 저항감이 있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멀쩡히 잘 썼던 것도 신기한 일이지. 그러니까 마력이 농축된 적룡의 피에 담갔다 빼서, 강화함과 동시에 ‘이 새끼는 내가 죽였으니까 말 좀 들어라’ 하고 검을 굴복시키는 거지.”
가끔 그런 검이 있다.
자아가 강한 검이.
마검이었던 제론도 그렇고, 신검 같은 이름을 달고 있는 검들은 죄다 그랬다.
하나같이 지랄 맞아서…….
특히 드래곤 같은 소재로 만든 검은 더욱이.
“드래곤을 직접 죽이면 더 좋고.”
“……그건 좀.”
“그 정도는 해야 한 사람 몫을 하는 검사로 거듭나는 거다.”
유성우의 말에 홍서화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기준에서 한 사람 몫의 검사라는 게…… 용을 죽일 수 있어야 한다니 빡빡한 조건이 아닌가.
유성우는 살짝 안 좋아진 백우현과 홍서화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빠, 나는 줄 거 없어?”
유지우가 당당하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번 일로 더럽게 고생했으니 뭐라도 내놓으라는 투정이었다.
그런 동생의 투정에 유성우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다음에 좋은 거 발견하면 너한테 줄게. 제일 좋은 걸로. 아니면 어디, 1급 어비스라도 들어가서 재료라도 캐와?”
“……응. 그래 줬으면 좋겠는데.”
“뭐?”
“이번에 메테오 인더스트리가 참가하는 특급 어비스 원정이 있어. 거기에 채취팀 호위로 참가해 줬으면 좋겠는데.”
유성우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팠다는 걸 깨달았다.
* * *
며칠 뒤, 유성우는 유지우의 부탁대로 특급 어비스로 향하게 되었다.
여러 개의 길드가 합동으로 주최한 원정으로, 어비스 내의 자원을 채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특급 어비스는 입구부터도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했다.
세현시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천안.
한국에서 들어가는 특급 어비스의 입구는 그곳에 있었다.
“하암.”
유성우는 작게 하품하며 어비스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원정대가 향한 곳은 철산(鐵山)이었다.
산 전체가 광물로 이루어진 특이지형.
미끄러져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두개골이 박살 나는 위험한 곳.
그래서 채굴을 위해 온 인력들은 전부 머리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특급 어비스로 분류되는 곳들의 내부 환경은 굉장히 넓었다.
일반적인 하급 어비스는 동굴 등, 폐쇄된 공간이고.
중급이나 상급쯤 되면 작은 산이나 섬 정도의 크기다.
그 이상의 공간으로 나가려 하면 어느새인가 다시 나갔던 장소로 돌아오게 되는데, 특급은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지리학자 등이 추측하기로는 특급은 대륙이라 불러도 될 정도의 크기라고 했다.
특급 어비스로 들어가는 입구는 지구 곳곳에 있었고, 지역마다 남아 있는 이름 모를 종족의 흔적은 그들의 생활상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다른 곳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비슷한 특징이 발견됐다.
그런 점에서 특급 어비스의 입구를 통해 향한 곳은 하나의 대륙이라는 것을 파악해 냈다.
“더럽게 넓긴 하군.”
기감을 퍼트려 거리를 확인해 보니, 기감을 아무리 넓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다녀왔던 어비스와는 확실히 다른 크기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모양이지만, 무시무시한 것도 잠들어 있는 듯하고.
‘내가 나설 일은 없겠군.’
“저, 방독면은 안 쓰십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아 네…….”
특급 어비스, ‘철산’ 지역은 가혹한 환경이었다.
산 전체가 광물로 이루어져 있어 미끄러지기 쉬워 아이언을 착용해야 했고.
대기 중에 떠다니는 쇳가루 때문에 일반적인 호흡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방독면이나 산소탱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얼마 가지 않아 안구와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유성우는 그런 것도 필요 없이, 태연하게 철산을 걸어 오르고 있던 것이다.
‘저 사람 누구야? 처음 보는데.’
‘대표님이 데려온 다이버래. 등급은 비밀이라던데.’
‘장난 아니네…… 저러다 갑자기 쓰러지는 거 아니지?’
그런 모습 덕분에 채취팀이 웅성거렸다.
게다가 이번에 메테오 인더스트리의 호위로 온 건 유성우를 포함해 단 세 명뿐.
그 둘 또한 유성우처럼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다.
유성우는 주변을 경계하며 제 뒤를 따르는 두 명을 힐긋 보곤 입을 열었다.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