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8)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8화(8/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8화
수림지옥
메테오 인더스트리, 지하 단련실.
어비스에서만 나오는 특수 합금을 이용해 제작한 단련실은 웬만한 충격에도 꿈쩍하지 않는 튼튼함을 자랑한다.
유성우는 그곳에 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은 채였다.
전신을 맹렬하게 회전하는 커다란 기운.
그의 몸속에서 휘몰아치는 기운은 마치 폭풍과도 같았다.
그러나 유성우는 그 기운을 완벽히 제 통제하에 두었고, 이내 갈무리해 내며 가라앉혔다.
방금까지 몰아치던 기운은 잔잔한 수면이 되었다.
그제야 눈을 뜬 유성우가 붉은 숨을 길게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나쁘지 않아…….”
인간의 몸은 대단하다.
마신과의 전투에서 그렇게 몸을 혹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벽하게 회복했다.
유성우의 회복력이 남들과는 다른 덕분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신과 한 번 더 싸울 마음은 없었다.
만약 지구에 마신이 나타난다면 그때는 모르지만.
“이제 들어와도 된다.”
유성우가 말하자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장비를 차려입은 유지우가 들어왔다.
그녀는 유성우에게 갑작스럽게 불려왔다.
단련이라는 명목으로.
“뭐 하고 있던 거야?”
“기운을 다스리는 수련이다. 너희들, 각성자와 마법사들이 말하는 ‘마력’을 좀 더 정밀하게 다루는 수련이지.”
“아, 각성자들의 서클이구나.”
“서클?”
“응. 각성자들이 나타난 지 10년이나 되었으니까.”
각성자.
심연 속으로 발을 들이기 위한 최소 조건을 갖춘 자들.
그들은 각성할 때 두 가지의 분류로 힘을 얻는다.
자신의 몸을 강화해 뛰어난 신체 능력을 얻는 무투계와 마력을 외부로 방출해 ‘초능’과도 같은 ‘마법’을 다루는 마법계.
각성자들은 단순한 각성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힘을 향상할 계획을 꾀했다.
개중, 판타지 소설 작가 중 한 명이 각성한 후, 판타지 소설에서 자주 쓰이는 ‘서클’의 개념을 확립.
재능있는 이들의 손에 의해 개량된 ‘서클론’은 꾸준한 수련을 통해 다룰 수 있는 마력량을 점점 늘려가는, 각성자들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처음에는 D급으로 각성했더라도 꾸준한 수련을 통해 한두 단계 정도는 올라갈 수 있다.
유지우 또한 처음부터 S급은 아니었다.
첫 각성은 A급이었고, 이후 수련을 통해 S급으로 재판정을 받았다.
“뭐, 나라에 따라 다르게 부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마법계는 서클, 무투계는 무공이라고 불러.”
“흐음. 그럼 검술 같은 거나, 체계적인 마법이라든가, 그런 것도 있나?”
“응, 있긴 하지. 괜히 대한민국이 사교육의 나라겠어? 무투계에서는 본국검회(本國劍會)가 제일 잘 나가고, 마법계는 오색무당회(五色巫堂會)가 인기가 많아.”
“너는?”
“나는…… 무투계랑 마법계 둘 다 겸하고 있거든. 희소종. 마법계는 마탑에서 잠깐 배운 게 전부야.”
“마탑?”
“영국의 마법 교육 기관. 마법도 분류가 많아서 자기 적성에 맞는 걸 찾아야 하거든. 나 같은 경우에는 마탑에서 가르치는 속성 마법이 적성에 맞더라고.”
“그런가. 그렇다면 내가 무투 쪽을 보강해 주면 되겠군.”
유성우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일생을 꺼내 들었다.
그의 영혼에 새겨진 검이, 핏빛의 검신을 이루며 모습을 드러냈다.
“……나 전부터 궁금했는데, 오빠의 검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마법계에 아공간이라는 마법이 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이 검 말이냐? 이건 평범한 검이 아니고, 내 영혼의 일부다.”
“……이야기가 갑자기 복잡해지니까 여기까지 하자. 그래서 오빠가 무투를 보강해 준다고?”
“그래.”
유성우가 검을 한 바퀴 휘리릭, 하고 돌렸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바람이 몰아치더니 단련실의 바닥이 여덟 갈래로 갈라졌다.
자가 수복 기능이 달린 합금이라 갈라졌던 흔적은 금방 사라졌지만, 유지우는 놀라 눈을 깜빡거렸다.
방금 유성우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도 보지 못했고.
단련실의 바닥이 이렇게 쉽게 갈라질 재질이 아니었다.
“……좋아. 꼭 배우고 싶어.”
유지우는 이번이 좋은 기회라 확신했다.
그녀는 무투계와 마법계를 양립하는 다이버지만, 그 어느 것도 한쪽만 파고든 S급 다이버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나만 해도 대성하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
두 개는 너무나도 큰 욕심이다.
그러나 유지우는 증명하기 위해서 해내야만 했다.
어린 나이의, 어린 몸으로 메테오 인더스트리라는 회사를 세우고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실력뿐이었으니.
“단검을 쓰는구나.”
유성우는 제 앞에 선 유지우의 무장을 살폈다.
이전에 어비스에서 보았던 것처럼, 흰색 로브를 망토처럼 두르고 안쪽에는 착 붙는 재질의 슈트.
허리춤에는 스태프와 단검이 걸려 있다.
스태프로는 마법을 방출하고, 단검으로 무투를 이어가는 형식의 마검사였다.
“일단 실력을 보자. 전력으로 해봐라. 마법을 써도 좋으니, 나를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게 만들면 네 승리다.”
유성우가 그리 말하며 검 끝을 늘어뜨렸다.
그러자 유지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기운을 그러모았다.
마력, 내공, 카르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무형의 기운이 그녀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며 마법을 구현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그녀는 마력이 충분하게 달궈졌을 때 허리춤의 스태프를 꺼내 들어 휘둘렀다.
“몰아쳐라! [염탄(炎彈)]!”
입에서 흘러나오는 마법의 발동어와 함께 그녀를 중심으로 수많은 불꽃의 탄환이 쏟아졌다.
무수히 많은 불꽃의 탄환은 시야를 어지럽히며, 공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여럿에 그치지 않고, 수십에 달하는 가공할 만한 위력의 염탄이 유성우를 향해 짓쳐 들었다.
딱히 위력 조절은 하지 않았다.
유성우의 힘은 알고 있고, 전력으로 덤비라 했으니.
그녀는 전력으로 마법을 전개한 뒤 허리춤의 단검을 한 손에 재빨리 꼬나쥐었다.
“흠.”
등급이 낮은 몬스터라면 단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 위력의 마법.
유성우는 제게 다가오는 수많은 불꽃을 바라보며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어떠한 기술조차도 없는 것 같은 느릿한 검격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가져오는 결말은 유지우의 눈을 의심케 할 장면이었다.
훅-
마치 자그마한 촛불을 불어서 꺼뜨려 버리듯.
수많은 염탄이 순식간에 소멸했다.
염탄의 뒤를 따라 몸을 마력으로 강화한 채 내달리던 유지우는 염탄이 사라졌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짓쳐 든 그녀가 단검을 유성우를 향해 휘둘렀다.
쐐애액, 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를 가르는 단검.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으나 어느새 단검과 목 사이에 유성우의 핏빛 검이 끼어들었다.
챙! 하는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막힌 반발력으로 뒤로 튕겨 나간 유지우.
그녀는 곧장 자세를 추스르며 재차 달려들어 빠른 속도로 단검을 내질렀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치솟으며 급소를 노려오는 단검.
그러나 그 어느 것 하나 닿지 않았다.
마치 미래라도 보는 것처럼 단검의 모든 검로에 유성우의 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공격하던 유지우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자 유성우가 말했다.
“네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알았다.”
“흐억, 허억…….”
“너무 많아서 손 볼 곳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 있고.”
“……허억.”
“마법과 무투 사이의 균형이 어그러져 있다. 마법을 발현하고, 무투로 이어나가는 게 아니라 마법과 무투를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이다.”
“…….”
마법과 무투를 동시에?
숨을 고른 유지우는 그게 말이나 되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기를 바꿔야겠다.”
“무기를 바꾼다고?”
“그래. 단검은 맞지 않아. 최소한 숏소드를 쓰는 게 맞다. 검이 스태프와 역할을 겸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유성우는 손에 들린 검을 바닥에 꽂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몸을 만들어야겠지. 근육부터 키워야겠군.”
* * *
웨에에에에에에에엥-!
오늘도 평화로운 세현시는 어비스 출현 알람으로 시끄러웠다.
유성우가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지도 어언 2주가 지났고.
메테오 인더스트리에 소속되었던 유성우는 다시 백수가 되었다.
별달리 할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유성우가 없을 때도 잘 굴러가던 회사였고.
그가 들어왔다고 해서 딱히 바빠진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일정이 추가된 건 있었다.
메테오 인더스트리의 지하 단련실. 대표이사의 개인 단련실이다.
“평화로워서 좋은 세계야…….”
“……씨바.”
“방금 욕했어? 아니, 잘못 들었겠지. 그 착하던 동생이 욕을 할 리가 없는데.”
“씨바아아아아알-!!”
유성우는 팔굽혀펴기하는 유지우의 위에 앉아 있었다.
걸쭉한 욕지거리를 토해낸 그녀는 내렸던 몸을 힘겹게 올렸다.
유성우의 몸무게는 120㎏.
S급 다이버인 그녀에게 그렇게 무거운 무게는 아니었다.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하지 않더라도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였다.
그러나 그를 등에 지고 있는 유지우는 그가 도저히 120㎏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그작.
게다가 유성우는 유지우 위에 앉아 치킨을 뜯고 있었다.
10년이 지나 백 가지가 넘는 바리에이션이 등장한 치킨.
개중 가장 유명한 브랜드인 검제 치킨에서 출시한 ‘허니 블랙페퍼 바질 페스토 간장 뿌링클 치킨’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하고, 형언할 수 없는 맛과 야들야들한 살결이 조화롭게 춤추는 치킨.
유지우가 열심히 제 몸을 단련할 때 유성우는 그런 치킨을 등 위에서 뜯고 있었으니 얄미운 폭거가 따로 없었다.
“흠, 이제 좀 익숙해졌나? 무게를 좀 더 올릴까?”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절대, 절대 그러지 마!”
“말하는 걸 보면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군.”
유성우가 그리 말하며 닭다리를 하나 뜯는 순간, 무게가 훅, 하고 늘어난다.
안 그래도 무거운 무게가 단번에 늘어난다.
유지우는 이를 악문 채 늘어난 무게를 버텨내야 했다.
“끄으으으으윽…….”
“아주 좋아. 근육이 비명을 질러대는 소리가 들리냐? 그게 바로 근육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지우는 지금 이 순간, 오빠고 뭐고 진심으로 죽여버리고 싶었다.
유성우의 마음은 인정한다.
제 동생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런데 그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등 뒤에 대체 몇 ㎏를 짊어지고 있는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금 몇 개의 팔굽혀펴기를 해낸 유지우가 바닥을 빌빌 기었다.
“끄으으으윽…….”
그제야 등 뒤에서 내려온 유성우는 손에 묻은 양념을 혀로 슬쩍 핥으며 말했다.
“오늘은 이쯤 하지. 쉬어라.”
“이, 이러다 나 진짜 죽어.”
“안 죽는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인간은 그렇게 쉽게 안 죽더라고.”
“씨X…….”
유지우가 다시금 욕설을 내뱉었다. 유성우도 단련할 때 욕을 몇 번이고 내뱉었으니, 이 정도는 봐주자 싶었다.
그래, 욕이라도 안 하면 이 고통을 어디에 풀 데도 없을 테니까.
잠깐 바르작거리는 유지우를 내려다보던 유성우가 고개를 들었다.
“……위쪽이 좀 소란스러운데. 무슨 일이 났나 보군.”
그가 말하는 동시에 단련실의 문이 열리며 서연정이 들어왔다.
유지우가 고개만 슬쩍 들어 그녀를 바라보자, 서연정이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호출입니다, 대표님. 1급 어비스 출현 경보 발령으로 세현시의 B급 이상의 다이버들이 모두 호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