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81)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81화(81/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81화
그랜드 로터스(6)
“북유럽이나 그리스 쪽에서도 신들의 힘을 빌리는 이들이 나타난 건 아시죠? 토월족도 비슷해요.”
“그럼 토월족의 신은 누군데요?”
“루나. 하늘에 뜬 고고한 달의 이름을 지니신 분이시죠. 토월족은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그 뜻을 대행하는 종족이에요. 참고로 성우 님은 직접 저희의 신과 대면하신 전적까지 있으신, 그래, 사도와도 같으신 분인 거죠!”
“누구 맘대로 사도래. 가서 대화 좀 한 것뿐이다.”
“와, 정말요? 스승님, 직접 만나본 신은 어땠어요?”
지금까지, 신을 직접 만나본 사람은 없었다.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건 없었다.
강림이나 빙의 등이 아닌, 신격과의 직접 대면.
유성우는 그걸 직접 대면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엇비슷할 터였다.
그곳에서 정말로 루나의 신격을 느꼈으니까.
신이 어땠냐는 물음에 유성우는 곰곰이 생각했다.
딱히 대답해 주지 못할 것도 아니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너무나도 초롱초롱했다.
마치 어릴 때, 흥미진진한 동화를 듣는 듯한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아, 신은 역시 빌어먹게 강하구나,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검이 닿을까.
마신을 베었으나, 노력과 행운, 우연과 운명이 겹쳐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하지만 루나에게는 그런 게 통할 것 같지 않았다.
루나의 신격, 마신보다도 더욱 거대한 대신격을 마주한 순간 망망대해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빠는 신을 만나고도 싸울 생각부터 한 거야?”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게 그것밖에 없어서 말이다. 근데…… 지금은 견적이 안 나오더라.”
“지금은?”
“그래. 지금은.”
유성우의 눈이 가라앉았다.
자신이 아직 약하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욱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나 말고도, 너희들도 강해져야 해.”
“……쩝.”
“아무튼, 오늘 용건은 그것도 있고, 너희들이 해야 할 일도 알려주기 위해 왔다. 유월.”
유성우의 말에 고기를 씹던 유월이 꿀꺽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모두들 들어서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엘프와 승천교가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들이 정부까지 손을 뻗었으리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정부까지요?”
“예. 애초에 정부에서는 엘프의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어요. 엘프를 받아들이는 이익과 숲을 내주는 손익을 비교해 보면 당연히 후자가 더 크지 않겠어요?”
처음 엘프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한국이 어느 정도 협상해서 숲을 내주리라는 것은 예측했다.
하지만 협상은커녕, 엘프가 원하던 모든 것을 내주지 않았던가.
이미 엘프의 정령술이나 기술 등은, 러시아 등에 나타난 엘프들에 의해 여러 곳에 쓰였다.
모든 숲을 내주고 엘프가 자리 잡아 봤자 볼 이득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무엇 하나 내주기 싫어하는 한국 정부가 숲을 전부 내준다는 것도 웃긴 일 아닌가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한국 정부의 각성자, 다이버, 어비스의 법은 타국에 비해 빡빡하다.
덕분에 범죄율은 낮지만, 타협 없는 나라라는 이미지도 있었다.
세율도 좀 높고 말이다.
그런 나라가 통 크게 엘프라는 존재 때문에 숲을 전부 내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정부인사 중에, 승천교와 손을 잡은 쪽이 있을 거예요. 이번 엘프 협상에 들어간 사람은 대통령, 국토부 장관, 기재부 장관, 농축부 장관, 그리고 다이버 관리부 장관이죠. 다섯 명 중에 과반이 찬성했기에 벌어진 일이죠.”
“……국민의 의견은?”
유성우가 툭 내뱉었다.
보통 이런 큰일은 국민투표 같은 걸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국민에게 의견도 묻지 않고 다섯 명이 ‘대한민국 영토의 절반 이상을 줍시다!’ 결정한 꼴이 아닌가.
그의 기억에 따르면 아예 반발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시위가 벌어진 것 같기는 했는데, 그것들은 죄다 묵살되고 어느 순간 일은 끝나 있었다.
그 이후에는 여기저기서 이게 올바른 결정이라며 언론플레이에 선동까지 해댔으니…….
“국민이 개돼지라는 말은 언제쯤 없어질지 모르겠네.”
유지우가 그리 말하며 웃었다.
아무튼, 그들이 이제부터 해야 할 것들은 그런 결정들을 뒤집어야 할 일이었다.
“엘프들의 움직임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전국으로 퍼져 있던 엘프들이 북한산 쪽으로 움직이는 걸 확인했죠.”
북한산이라는 말을 들은 유성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패널을 통해 고기 모둠, 냉면과 옛날 도시락을 추가로 주문했다.
“북한산에는 그, 오색무당화의 천 뭐시기…… 가 있지 않았나?”
“천운선녀요.”
“그래. 천운선녀.”
유성우는 일전에 북한산의 어느 봉우리에서 오색무당회의 천운선녀를 만나 사주를 본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천신을 보았지만.
그런 놈들이 있는 곳으로 엘프가 모여들고 있었다.
“천운선녀의 봉우리는 특별한 결계가 처져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그 여자를 걱정하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 아직 쓸모가 있으니 살려둬야 하니까. ……아니, 오색무당회에 연락해서 천운선녀랑 다시 약속을 잡아봐라. 써먹을 구석이 있을 것 같군.”
유성우가 원하는 것은 엘프들의 일망타진이었다.
거기다 가능하면 승천교를 끌어내는 것이다.
아직 승천교의 규모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국내에만 있는지, 해외에도 있는지조차. 게다가 놈들의 규모는 지속적인 포교를 통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을 터였다.
“오색무당회에 곧장 연락을 넣어두겠습니다.”
“그리고 말한 대로, 기사는 뿌리고 있겠지? 본국검회는 동의했나?”
“본국검회도 어떻게든 되기는 했습니다. 저랑 스승님께서 같이 밀어주신 덕분에. 아, 여기서 스승님은 제게 본국검을 가르쳐주신…….”
“알고 있어. 그럼 이제 내 실력만 보여주면 되는 일이겠군.”
그들이 있는 방으로 점원이 들어와 고기와 냉면, 옛날 도시락을 내려두었다.
“아, 내 거도 같이 시키지.”
“말을 하지 그랬냐.”
“…….”
유지우가 말을 말자는 표정으로 패널을 다시금 조작했고, 유성우가 냉면에 식초와 겨자를 넣어 섞으며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죽을 것 같으면 도망쳐라. 괜히 싸우다 죽는 꼴은 보기 싫으니까.”
“알겠다니까.”
“알겠습니다! 스승님!”
“예, 꼭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저도요.”
네 명이 제각각 대답했다.
그리고, 다섯 명은 잔을 들었고, 이내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가 청명하게 울려 퍼졌다.
쨍그랑!
“아! 힘 조절 실패했다!”
“벌써 세 번째 깨 먹는 거 알아요? 변상 끝내주게 하시네.”
“지랄.”
“싸우지 마라. 뒈진다.”
“옙.”
“…….”
* * *
“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S급들이 단체로 돌았나?”
“그럴지도 모르지.”
유성우가 계획한 일.
자신을 놈들에 대한 억지력으로 만들기 위해선, 실력을 증명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공략되지 않은 2급 어비스를 수배하고,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2급 어비스는 S급이라도 단신으로 공략하기 어렵다.
그런 어비스를 단신, 그리고 단시간 안에 공략해 보이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었다.
S급이 된 지 하루 만에 말이다.
기자들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2급 어비스가 만만한가?
S급이라도 팀을 이루어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단시간에 공략하겠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어비스 공략은 길면 몇 주가 걸리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번 일의 주축, 새로운 S급의 동생인 유지우가 대표인 메테오 인더스트리 측에서는 한 시간 이내에 2급 어비스 공략을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메테오 인더스트리 요즘에 잘 나가더니만, 다시 기울려나?”
“……그런데 메테오 인더스트리가 왜 갑자기 잘나가기 시작했냐?”
“연달아 어비스 공략에 성공하면서……? 특급 어비스에서도 쏠쏠히 챙겼다잖아?”
“……만약 그게 새 S급이 관련된 일이라면?”
“그래도 뭐, 달라지냐? 똑같지. S급 하나가 혼자서 2급 어비스를 어떻게 공략하냐?”
기자들은 그리 떠들어댔다.
아무리 측정 모든 최고기록을 갈아치운 S급이라도, 홀로 2급 어비스를 공략하는 것은 무리라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 그들이 모인 곳은, 공략되지 않은 2급 어비스 중에서도 준1급에 달하는 곳이었으니까.
북한산 근처, 은평구의 외곽에 자리한 ‘백색 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2급 어비스는 새하얀 세상이었다.
눈이 내린 것이 아닌, 백색의 재로 뒤덮인 세계.
집중하지 않으면 적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데다가, 어비스의 코어조차 찾지 못했다.
그런 곳을 단신으로, 한 시간 이내에 공략해 보이겠다고 선언한 것이었으니 기자들의 비웃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치고 짜는 거겠지.”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미리 정리된 어비스를 유성우가 막타만 치는 거라고.
모종의 방법으로 어비스의 코어를 발견했을 테니 들어가서 시간만 때우고 오는 거라고.
그렇게 기자들이 메테오 인더스트리와 그들과 함께한 적룡과 본국검회를 한창 헐뜯을 때쯤.
유성우가 유지우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탄탄하게 자리 잡은 근육과 날카로운 얼굴.
유지우도 미인이었다.
다이버의 강함이 아닌, 인기로 줄을 세우면 상위권에 꼭 카운트되는 그녀였다.
하지만 유성우는 그녀와는 궤를 달리하는 미인이었다.
전신에서 뿜어지는 압도적인 분위기와 꿈쩍하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이 공간을 집어삼키는 것만 같았다.
오늘이 처음으로 매스컴에 공개적으로 나가는 날이라, 아침부터 샵에 다녀온 결과이기도 했다.
그가 느긋한 걸음으로 야외에 마련된 간이 기자회견장으로 올라감과 동시에 그를 향해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유성우가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두어 번 톡톡 두들기고는 말했다.
“이번에 새로 S급이 된 유성우라고 한다. 지금부터 2급 어비스를 공략할 거고, 예상 공략 시간은 1시간 이내다. 그것보다 더 빨리 나올 수도 있고. 질문받겠다.”
간단명료한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이라고 하기에도 우스울 정도의 말이었지만, 기자들은 섣불리 받아치지 못했다.
유성우의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확신과 자신감.
맹수의 저주파와 같은 살짝 낮은 목소리가 그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기자 중 한 명이 용감하게 손을 들고 물었다.
“매일다이버의 주호운입니다. 이번에 공략하시게 될 어비스는 악명이 높기로 유명한 2급, 백색 숲인데요, 따로 마련한 공략 방법이라도 있으십니까?”
“백색 숲에 관한 정보는 머릿속에 넣어두었다. 어떤 위협이라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굴할 수밖에 없겠지.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
“그게 어떤 방식으로…….”
“지금 설명하지는 않겠다. 전투 보조가 아니라, 촬영만 하는 카메라맨이 한 명 같이 들어가 직접 촬영한 뒤 나올 테니 그걸 보고 판단하면 좋겠군. 다음.”
“오마이다이버의 이주현입니다. 유성우 씨는 귀환자라고 하시던데, 맞으십니까? 그리고 원래는 D급이셨다고도.”
“그래. 귀환자다. 지구에 돌아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라이센스 등록을 하라길래 했지.”
“그렇다면 처음에 등록한 것은 허위로 등록하신 것이셨습니까?”
“그래. S급이니 뭐니, 등급이 높으면 소란스러워질 것을 생각해 일부러 허위로 등록했다. 심신의 안정이 필요해서 말이다. 누가 귀찮게 건드리기라도 하면 죄다 죽여 버릴 것 같았거든.”
거짓말이 아닌 살벌한 눈빛이었다. 불법이라고 입을 뗐다가는 당장에라도 목을 쳐버릴 것 같았다.
이주현이 당황한 눈으로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왜…… 다시 S급으로 갱신하셨습니까?”
그리고 올 질문이 왔다.
유성우는 생각해 두었던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애국을 위해서다.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니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 새끼들이 있는 것 같아서, 직접 잡아다가 죄다 매달아 버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