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82)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82화(82/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82화
그랜드 로터스(7)
“국뽕 작전?”
“그래. 국뽕 작전이다.”
작전에 돌입하기 전, 유성우는 유지우와 함께 최종적으로 작전의 방향성을 결정했다.
유성우의 입에서 나온 건 생각지도 못한 ‘국뽕’이라는 말이었다.
애국심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제 오빠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본 그녀는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유성우의 표정은 진지했다.
“원래 일을 칠 때 가장 중요한 건 명분이다. 내가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더라도 그냥 힘만 가진, 알 수 없는 위협적인 놈으로 비치면 반쪽짜리 성장에 불과하다.”
“그래서 국뽕?”
“그래. 예나 지금이나 애국심은 잘 먹히는 부류니까.”
이계에서도 그랬고, 지구에서도 그럴 터였다.
특히나 나라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가야 하는 한국은 더더욱 말이다.
옛날부터 애국심은 별로 없으면서 다른 나라가 침공하면 애국열사가 되어 모이는 국민으로 가득한, 그런 한국이었으니까.
그는 틀림없이 이 작전이 제일 잘 먹히리라 생각했다.
나라를 위해서.
이 커다란 힘을 휘두르겠다.
내가 어긋나버린 것들을 힘을 통해 바로잡겠다.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레퍼토리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결과, 잘 먹혔다.
단어 선택이 좀 세서 그렇지, 기자들은 술렁거리면서도 노트북 자판을 두들겼다.
이제 곧 온갖 포털의 기사면이 ‘새로운 S급 다이버 유성우, 애국심을 내보이다.’ 등의 헤드라인으로 가득 차리라.
유성우가 노리는 바였다.
처음부터 애국심을 강조해서, 무슨 일을 벌이든 나라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의 이기심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라에 이득이 될 테니까.
말하자면, 편하게 눕기 위한 해충구제였다.
누울 자리에 벌레들이 돌아다니면 기분이 나쁘지 않겠는가.
유성우에게는 딱 그 정도의 인식에 지나지 않았다.
“혹시 매국노라는 게 누구를 지칭하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말해주면 한국에서 튈 테니 잡기 전까지는 다물고 있겠다.”
유성우의 발언으로 인해 해외로 튀는 놈이 있으면 매국노라는 뜻이 되기도 했다.
매국노라는 의심을 받기 싫으면 이제 한국에서만 있어야 하리라.
그리고 이제 막 그가 어비스에 들어가려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후 두 시, 오 분 전.
그가 어비스의 앞에서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채,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기다렸다.
금방이라도 그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심연.
그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사람들은 의아해했으나, 이내 궁금증은 충격으로 바뀌었다.
어비스의 앞으로 차량 여러 대가 들어오며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S급 다이버 두 명, 백우현과 홍서화가 차에서 내렸고, 뒤이어.
S급 두 명이 더 모습을 드러냈다.
본국검회의 장로, S급 다이버 성운룡과 ‘성녀’라는 이명을 지닌 채미령이었다.
그리고 알 만한 A급 다이버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전에 1급 어비스로 격상했던, 불야성을 함께 공략했던, 그의 신위를 눈으로 목격했던 이들이었다.
한 자리에 S급 여섯 명이 모였다.
그 외에도 A급이 십수 명.
“왔군.”
“늙은이를 오라 가라…… 에잉, 쯧쯧.”
“오랜만에 뵙네요. 정말로요.”
성운룡과 채미령이 유성우와 인사를 나누고는, 다른 S급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고는 어비스 근처에 준비된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아예 어비스 공략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는 기자들은 다시금 깨달았다.
이 사람들도, 친분을 과시하러 온 것이라고.
1급 어비스도 공략할 수 있는 전력이 한 자리에, 그저 한 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모였다.
유성우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를 적대하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적으로 돌리는 게 아닌가?
S급 여섯 명에게 찍히면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기는 어려울 터.
그러니까 이번 일은, 단순히 유성우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자리임과 동시에 경고이기도 했다.
건들 수 있으면 건드려 보라는.
“시간이 됐군.”
그리고, 시간이 되었다.
유성우가 어비스로 발을 들이자, 카메라맨 역할인 백우현이 카메라를 들고 뒤따랐다.
사람들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성우가 들어간 뒤 몇 분 후, 갑작스레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쳤다.
“뭐, 뭐야?!”
“갑자기 바람이!”
맹렬한 돌풍.
그것들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즈음, 건물 위에서 뛰어내린 로브를 입은 이들이 어비스 속으로 들어갔다.
“마, 막아야!”
“앉아 있거라. 괜찮다.”
A급 다이버의 외침에, 성운룡이 진정시켰다.
이것도 유성우의 계획 중 하나였다. 자신이 대놓고, 어비스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죽이려 드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S급들이 모여 있기에 막으려면 간단히 막을 수 있었겠지만, 유성우는 막지 말라고 하였다.
미리 언질을 들은 S급들은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는 중이었다.
“바, 방금 뭐였어?”
“뭔가 어비스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기자들이 의문을 표했으나, 일반인인 그들의 눈으로는 엘프의 움직임을 좇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어비스 공략이 시작되었다.
* * *
“반갑습니다 여러분, 본국검회의 S급 다이버 백우현이라고 합니다.”
“뭐 하냐?”
“인사 멘트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꼴값…….”
유성우의 말에 백우현이 시무룩해졌다.
“영상이나 잘 찍으라고.”
“옙.”
백우현이 다시 카메라를 단단히 고정하고, 유성우의 뒤를 따랐다.
카메라의 풍경에 담기는 것은 백색의 세계였다.
마치 흰 도화지와 같은, 사물의 구분이 겨우 가능한 세계.
백색의 재가 가득 덮인 이곳은 한 치 앞의 시야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설산에서 몰아치는 블리자드로 인한 화이트 아웃 현상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정말로 카메라만 들어도 되는 겁니까?”
“그래. 카메라만 들고 있어라.”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트집을 잡지도 못할 테니까.
유성우는 백색의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이곳에서 구분할 수 있는 건 간간이 솟아 있는 이파리 없는 흰색 나무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마치 길이 어딘지 알고 있는 것처럼 거침없이 움직였다.
백우현은 유성우가 남기는 붉은 오러의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그의 뒤를 잘 따라가지 않으면 길을 잃고 말 테니까.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괴물들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2급 어비스, ‘백색 숲’에서 등장하는 괴물들은 ‘백색 구울’이었다.
백색의 재에서 태어난 길쭉한 언데드들은 하얀 나무의 뒤에서 의태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다이버들을 습격했다.
의태 능력이 뛰어나 기민한 마력감지 능력이 없는 이들은 눈 뜨고 습격당할 수밖에 없는 놈들이었다.
“……별 같잖은 짓을.”
유성우의 손에서 일생이 형태를 갖추었다.
섬뜩할 정도로 붉은 검신이 일순간 번뜩이더니, 유성우의 손이 천천히 횡으로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나무가 베여서 쓰러진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무가 아닌 백색의 구울들이었다.
키가 3미터가 넘는 언데드들이 단 한 번의 칼질에 몸뚱어리가 반으로 잘려 바닥에서 바르작거렸다.
백우현은 자신이 직접 카메라로 찍고 있음에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계속 간다.”
유성우가 재차 발걸음을 옮기며 앞으로 나아간다.
백우현은 침을 꿀꺽 삼킨 채 그를 주시하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정말로, 그가 말한 대로 그는 카메라만 들고 있기만 해도 괜찮았다.
앞이건 뒤건, 위건 밑이건 유성우의 검은 정면을 긋는 것으로 모든 적을 참살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무슨 능력을 쓴 것 같지도 않았다.
유성우 본인에게 듣기로도 그는 초능력을 가진 인간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기술과 힘을 키워 성장한 초인이었지.
“흠.”
그렇게 나아가던 중, 유성우가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자신과 백우현의 위치를 바꾸고는 카메라로 뒤쪽을 촬영하게 했다.
지금까지 그들이 지나온 자리였다.
“……습격자군요.”
“그래. 올 것 같았지.”
유성우가 휩쓸고 온 백색의 숲을 질주하는 십수 명의 로브를 쓴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는 얇고 긴 칼날을 가진 사람이 한 명.
유성우는 그러한 형태의 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백우현, 뒤에서 잘 보고 있어라. 소드마스터가 왔다.”
“소드마스터 말입니까?”
“그래. 엘프의 소드마스터. 네가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적당히 할 테니까, 보고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다면 배워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숫자가 좀 많은데, 가세할까요?”
“아니. 잔챙이부터 제거하고 시작할 거다.”
그리 말한 유성우가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 마치 납검한 검을 뽑으려는 형태를 취했다.
백우현은 이 모습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었다.
극단적인 하단세.
얼마 되지 않은 과거, 불야성의 어비스를 공략하기 위해 정찰을 나갔을 때.
발검술-폭풍 가르기
언데드의 대군을 일격에 쓸어버렸던, 전대미문의 발검술이었다.
발검술이란 적을 선제공격하기 위한 최속의 공격.
광역기가 아니다.
그런데 유성우는 그것을 광역기로 쓰는 사람이었다.
유성우가 검을 뽑는 순간, 눈앞이 번쩍였다.
붉은 파도가 넘실거리며 백색 세계를 물들였다.
흰색 도화지에 새빨간 물감을 들이붓듯이, 시야를 붉은 오러가 가득하게 채워나갔다.
각성으로 인한 초능력이 아닌, 인간이 스스로 쌓아 올린 힘.
유성우의 뒤편에 있으면서도 백우현은 카메라를 놓치지 않기 위해, 본인도 날아가지 않도록 두 다리를 땅에 단단히 박아넣어야 했다.
붉은색으로 물들었던 세계가 다시금 백색을 되찾는다.
한 번의 검격으로 일어난 광경은 믿을 수 없었다.
부채꼴의 모양으로 대지가 파헤쳐져 있고, 솟구쳤던 백색의 재가 눈처럼 하늘에서 내려왔다.
백우현은 카메라를 굳게 붙잡은 채 전방의 상황을 촬영했다.
방금까지 달려오던 십수 명의 습격자 중 살아남은 것은 단 한 명뿐.
선두에 서 있던, 얇고 기다란 검을 들고 있던 자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전부 유성우의 발검술에 휩쓸려 토막 난 채 새하얀 바닥에 붉은 피를 뿌렸다.
어떻게든 막으려 한 모양이지만 유성우의 발검술은 그들의 검과 마법마저 부숴버린 듯했다.
“크, 크헉.”
선두에서 막아낸 이도 멀쩡한 모습은 아니었다.
강제로 벗겨진 로브의 안쪽에서 드러난 것은 금발의 엘프였다.
하지만 오른쪽 귀는 반쯤 잘려 나갔고, 전신 곳곳에서 검상으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모두가 정예…… 였는데.”
“세이작, 나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정예가 아니라 전부 소드마스터로 데려왔어야지.”
입가에서 피를 흘리던 세이작이 이를 악물며 땅을 박찼다.
그를 중심으로 온갖 정령들이 몰아치며 보조를 시작했다.
물과 바람이 동시에 몰아치며 대지를 뒤덮고, 땅이 흔들린다.
바닥에서 나무뿌리들이 솟구치며 유성우를 향해 몰려들었다.
유성우는 그것들을 가볍게 뛰어 돌파하며, 세이작과 부딪쳤다.
세이작이 검에서부터 커다란 오러를 피워올리며 유려한 검술을 내보였다.
베고, 찌르고, 베고, 찌르고.
엘프의 부드럽고 우아한 검술이 넘실거리는 녹색의 오러와 함께 펼쳐지며 유성우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펼쳐지는 검막.
유성우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검격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백우현이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릿하게 움직였다.
저런 느린 움직임으로 엘프의 검을 피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유성우가 검을 뻗었다.
-쨍!
귓가를 두들기는 파열음.
그리고 다음 순간, 엘프의 가슴이 훤히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