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89)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89화(89/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89화
그랜드 로터스(14)
유성우는 한낱 검사였다.
소드마스터에 도달했다는 것만으로 재능은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소드마스터였던 건 아니었다.
처음 칼을 쥐었다고 어찌 철검으로 바위와 나무를 벨 수 있겠는가.
기본조차 되먹지 못한 이들은 제 칼을 깨뜨려 먹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유성우도 처음에는 칼을 많이 깨뜨려 먹었다.
제대로 휘두를 줄도 모르면서 적을 죽이겠다고, 마구잡이로 휘두른 결과였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그런 그를 소드마스터의 경지까지 이끌었는가?
그것은 처절함과 간절함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비참해서 위로 올라가고자 하였고,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간절함이 그의 재능과 맞물렸다.
평범한 현대에서 살았다면 절대로 개화할 리 없는 재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모습을 드러냈다.
간절함이 담긴 검은 그를 높은 곳으로 이끌었다.
위로, 더욱 위로.
흙탕물을 몇 번이고 굴렀는지 모른다.
타인의 피를 몇 번이나 뒤집어썼는지 모른다.
괴물의 피를 몇 번인가 들이마시고 콜록댔는지 그 횟수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유성우는 수십 년간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며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것이 자신이, 소드마스터에 닿은 비결이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소드마스터로 향하는 길을 알려달라 한다면, 그는 기꺼이 전쟁터로 향할 것이다.
투쟁과 쟁취의 산물…….
그것이 유성우라는 이름의 소드마스터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성우가 커다란 마력의 기둥을 제 힘으로 베어낼 수 있었던 건 같은 이치였으리라.
눈앞에 무엇이 있든 베어내고야 말겠다는 집념과 간절함.
지구로 돌아온 뒤에도 그의 간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한 열망을 품게 되었다.
평화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커다란 싸움이 없는 평온한 생활이었다.
사람들의 작은 시시비비나 그런 것까지는 막을 수 없는 노릇이니.
적어도 전쟁이 없는 세계를 원했다. 그런데 별 이상한 놈들이 설치고 있으니…….
그의 열망이 더욱 강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콰아아아아…….
피어오른 거대한 붉은 오러가 하늘을 가른다.
그 가운데 있는 것은 베이오르간이 만들어낸 마력기둥과, 삼차원적인 마법진이었다.
붉은 선이 그 모든 것들을 가른다.
유성우의 기술과, 여전히 그 형태를 유지한 붉은 검은 예전에 신을 갈랐듯이 하늘을 갈랐다.
무릇 소드마스터란 검 한 자루로 산과 하늘을 가르는 자.
그것을 스스로 증명해 낸 셈이었다.
오러를 한껏 뽑아내 가공할 만한 기술을 펼쳐낸 유성우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쳤다.
마법이 부서짐에 따라 전신을 짓누르던 왜곡도 사라졌다.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죽었으리라.
‘딱 봐도 이건 대인용 마법이 아니라 괴수용 마법이다.’
그것도 커다란 놈에게 사용하는, 일대를 완전히 싹 쓸어버릴 그런 마법이었다.
준비가 조금 부족했는지 한정된 공간, 즉 자신 주변에밖에 전개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만약 마법이 제대로 전개되었다면 일대가 완전히 가루가 되었으리라.
그때는 유성우 자신도 버텨낼 수 있을지, 조금 의문이었다.
“그만, 그만, 그만…….”
유성우가 검을 털어내며 앞을 바라보았다.
베이오르간은 유성우가 보여준 신위에 덜덜 떨며, 몇 가지 어휘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자신하던 마법이 단번에 부서졌다. 그저 칼질 한 번에 말이다.
마법사들은 검사들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었다.
칼 좀 잘 휘두를 줄 아는 놈들이라며 말이다.
베이오르간은 인간을 얕잡아보는 엘프였고, 정령사였고, 동시에 마법사였다.
자신이 마법을 전개한 순간 유성우는 찢어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쌓인 울분을 모두 풀어낼 기회였다.
하지만 유성우는 그런 베이오르간의 희망과 열등감을 통째로 베어냈다.
엘프들을 희생해가며 쌓아 올린 커다란 탑은 사실은 모래성이었던 것이었다.
희생으로 쌓인, 희망으로 향하는 잿빛 나선의 탑은 하늘에 닿지 못했다.
자조하듯 중얼거리던 베이오르간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고는 악의 섞인 말을 와다다다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장까지 토해내듯이 있는 말 없는 말을 죄다 내뱉는다.
유성우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가 인정하지 못한 채 내뱉는 저주였다.
잠깐은 들어줄 용의가 있었기에 잠자코 서 있다가, 이내 일생을 높이 들었다.
검신이 갈라진 먹구름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받아 붉게 반짝였다.
그리고 베이오르간의 목숨을 끊기 위해 내려치려는데, 갑자기 느껴진 강대한 힘에 그는 검을 옆으로 휘둘러 방어하는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마력의 폭력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베이오르간처럼 마법으로 구현해 낸 것이 아닌, 그저 강력한 마력의 폭력이었다.
불시에 다가온 마력포에 일생을 들어 방어했으나, 발을 디디고 서 있기는 어려웠다.
그는 그대로 뒤로, 나무 몇 그루를 부수며 날아갔다.
“베이오르간, 괜찮으십니까?”
유성우가 날아가고, 절망하던 베이오르간의 곁에 한 명의 사람이 내려앉았다.
흰색 로브를 두른 채, 얼굴에는 눈구멍조차 없는 흰색 가면까지 쓴 수상쩍은 자였다.
그는 베이오르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제가 늦었군요.”
“……네놈.”
“하하, 그리 보지 마십시오. 그래도 완벽하게 완성해 왔으니.”
베이오르간이 남자의 손을 잡고 일어서자, 그는 로브의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검은 씨앗이었다.
“자, 베이오르간, 이것이 그대를 위해 완성된 승천의 씨앗입니다.”
“이것이, 아아, 이게 바로…….”
“그랜드 로터스의 신성이 응축된 것이죠. 저도 탐이 날 만큼 아름답게 완성되었습니다.”
남자의 말에 베이오르간이 인상을 팍 쓰더니 그의 손에서 씨앗을 빼앗으려 들었다.
그러나 남자는 씨앗을 순순히 넘겨주지 않았다.
도로 품에 넣으며 말할 뿐.
“당신의 승천을 위해서 치워야 할 장애물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저것부터 치워버리고, 당신의 승천을 준비합시다.”
“크윽…….”
남자가 나무가 무성한 숲 쪽을 바라보았다.
몇 그루의 나무가 부서졌고, 마력포의 흔적이 남아 있다.
보통 인간이라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텐데.
마력포를 얻어맞은 인간은 사라지기는커녕…….
“이 개새끼가…….”
조금 옷 상태가 엉망이 됐을 뿐이지, 멀쩡한 상태로 저벅저벅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오싹함을 느꼈다.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인간의 유전자, 본능적인 부분에서부터의 공포가 도사리려 들었다.
‘저게…… 바로 소드마스터?’
그에 대한 정보는 베이오르간에게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소드마스터라고 해봤자 인간 수준에 불과할 테니까.
하지만 그를 마주하는 순간 남자는 그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소드마스터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경계도를 조금 높인 그는 양팔을 벌리며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습니다, 성우 씨. 저는 승천교의 사제, 안드로라고 합니다. 조금 대화를 나누시지 않겠습니까?”
“대화? 대화 좋지.”
숲속에서 걸어 나오던 유성우가 그리 중얼거림과 동시에 땅을 박찼다.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승천교의 사제, 안드로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대화다.”
유성우의 일생이 휘둘러진다.
눈으로 좇을 수 없는 속도로 다가온 검은 안드로의 가슴을 갈라버리려 들었다.
그러나 검이 그에게 닿기 전에 생성된 방어벽이 검을 멈춰 세웠다.
끼긱, 하는 소리와 잠시 멈춘 일생은 이내 방어벽 채로 베어버리며 전진했다.
허나, 검이 안드로의 가슴팍을 갈라버리지는 못했다.
검이 멈춰 섰던 짧은 순간 안드로는 단거리 순간이동으로 자리를 피했다.
제 검이 허공을 가르자 유성우는 혀를 쯧 차며 말했다.
“대화하자며? 어딜 튀는 거냐.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없나 보군.”
“이런 이런, 몸의 대화를 말한 게 아니었습니다만…….”
“그래? 그렇다면…….”
안드로의 말에 유성우는 고개를 돌려 베이오르간을 쳐다보았다.
아까와는 달리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서 있기는 했지만, 미처 도망가지는 못했다.
승천교의 끄나풀로 보이는 놈이 직접 왔으니, 이제 베이오르간은 필요 없었다.
그의 손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베이오르간의 목이 몸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방어벽이 쳐졌다.
미리 쳐둔 것인지 거의 즉발에 가까웠다.
“아직 그를 죽이는 건 안 됩니다. 중요한 일이 남아 있거든요. 소드마스터.”
“이런 늙어빠진 엘프를 어디다 써먹으려고? 하이엘프도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부모나무를 저버린 패륜아 새끼를…….”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더군요. 개똥도 약에 쓰려면 그만한 게 없다고.”
“이놈이 좀 개똥 같기는 하지.”
개똥이라는 말에 베이오르간이 이빨을 뿌득 갈았으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안드로가 친 방어벽 안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것밖에는.
그가 공중에 뜬 채, 유성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소드마스터, 저희와 손을 잡지 않으시겠습니까? 당신이라면 그 누구보다 더욱 빠르게, 승천에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안드로!”
“베이오르간, 화내지 마십시오. 승천을 위해서라면 적과 손을 잡아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나를 배신하는 것이냐!”
“그게 아니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무튼…… 소드마스터, 대답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유성우는 안드로를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저놈은, 강했다.
신성을 얻은 메이너드와 비교하자면 그건 또 아니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놈이었다.
얼굴을 꽁꽁 가리는 가면에 백색 로브를 입은 놈만큼 미친놈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사교도 새끼들은 레퍼토리가 전혀 변하지 않아 시대가 좀 지났으면 한 번쯤은 변주를 줘야 할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한두 번 들어본 게 아니었다.
유성우는 소드마스터.
자신의 세력에 편입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때마다 유성우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뒈져, 새끼야.”
한순간 일생이 붉은 오러로 넘실거리더니, 빛을 뿜어냈다.
베이오르간의 마법을 베어냈던 그때의 신위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며 창공을 갈랐다.
안드로가 양손을 펼치며 마력을 최대한으로 뿌렸다.
그렇게 완성된 커다란 마력의 방어막이 유성우의 검기를 멈춰 세웠다.
그러나, 그런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여파만으로 주위의 나무들이 죄다 뽑혀 나가고, 아직 부서지지 않은 성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안드로의 후드가 뒤로 넘어가며 로브 곳곳이 찢어졌다.
아무런 장식도 없던 백색 가면에 쩌적 금이 갔다.
안드로는 마력을 쏟아부은 뒤에야 유성우의 검기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일 줄이야!’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었다.
방금과 같은 참격이 연달아 날아왔다.
제게 다가오는 압도적인, 항거할 수 없는 폭력.
그 광경을 전신으로 느낀 안드로는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건.
분명한 괴물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