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93)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93화(93/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93화
그랜드 로터스(18)
잠깐 있었던 일은 유성우에 의해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결계팀은 무사히 3차 결계를 펼쳐 검은 나무의 봉인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고, 수십 명의 군인은 죄다 무릎 꿇린 채 마법으로 포박했다.
“다행히 네 대가리가 그냥 장식이 아니라 제대로 기능한다는 걸 증명했군.”
지휘관의 이름은 이소령, 육군 대위의 남자였다.
이름은 소령인데 계급은 대위인 슬픈 군인.
이소령은 북한산에서 일을 벌이는 다이버들을 제재하라는 명령을 받고 북한산 인근에 주재하는 제56보병사단에서 3개 소개를 끌고 왔다.
이들의 목적은 다이버들을 이끌고 산에서 내려가는 것이었다.
현재 북한산에서 벌어지는 일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는 게 그들의 명분이었다.
북한산은 국립공원, 국가의 소유였으니 막을 만한 이유도 있었고.
게다가 그들에게는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건 좀 치졸한데? 이 씨팔 새끼들이…….’
이 멍청한 윗대가리 새끼들은 군인들의 명령이면 들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총까지 들이미는데 아무리 다이버라도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없겠지, 그런 심리일 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이버 입장에서 정부와 일은 크게 만들기 싫었고, 이번 일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건 몇 없었다.
그래서 괜히 싸우려 들지 않았다. 그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번 일을 윗분들이 어떻게 생각할 거라고 하나?”
이소령이 소심한 반항을 시작했다.
자신들이 붙잡혔으니, 윗사람들을 거론하는 멍청한 짓이었다.
유성우는 그의 말에 인상을 굳혔다. 이소령은 그게 한 발짝 물러난 거라고 생각했는지 나불거렸다.
“이건 명백히 국가 반역 행위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으면 당연히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따르기는커녕 도리어…….”
그 모습을 쳐다보던 홍서화가 유지우에게 소곤거렸다.
“쟤 스승님이 죽이기 전에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오빠가 알아서 하겠죠. 사실 저도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고요.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요?”
갈 데까지 갔다.
이게 유지우의 생각이었다.
유성우라는 든든한 방주가 아니었다면 탈 생각도 하지 못했을 배였기에, 그녀는 어떤 흐름을 타던 조용히 이득만 취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배가 조금 미쳤다는 게 흠이기는 했다.
브레이크도 없고.
제 오빠에게 미친놈이라는 표현을 쓰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유성우가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온 게 꼭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 뭐, 내가 아까 국회의원 쫓아낸 것도 있고 하니, 자존심 좀 세워 보겠다, 그것도 있고.”
유성우는 일생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이소령의 앞에 검을 팍 박아넣으며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런데 생각을 좀 해 봐라 병신아, 윗분들이 아무리 멍청해도 S급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려고 하겠나? 그러면 언제 자기 목 날아갈지 모르는 건데. 그냥 멍청한 대위 새끼 짜르고 말지.”
더군다나 유성우는 현재 온갖 매스컴에 전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뿌려진 다이버였다.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 곧 해외에서 많은 이가 찾아오리라.
그것만으로도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도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중진들이 줄을 설 테고.
한국은 그가 한국을 떠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수준, 그 정도였다.
이번 일도 적당히 근방에 사는 주민들 때문에 사실 확인만 하고, 경고만 할 생각이었겠지만, 공을 세우겠다는 이소령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유성우의 추측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리 과격한 방법으로 척을 지려고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명령의 확대해석.
그게 바로 이소령이 저지른 일이었다.
“이름 때문에 그러나? 대위가 아니라 소령으로 올라가고 싶었나? 꿈도 깨라 멍청한 새끼…… 이제 불명예 전역해서 연금도 못 받겠네.”
“…….”
유성우의 말에 이소령은 입을 닫은 채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대화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제 눈앞에 박혀 있는 시뻘건 검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일생에서 흘러나오는 서늘한 귀기(鬼氣)가 이소령의 몸을 서서히 감쌌다.
“내가 너보다 두 배는 더 살았다. 네 빽이 뭐, 국방부장관쯤 되는 게 아니라면 모가지는 확실하겠지. 그런데 빽이 국방부장관이었으면 흠, 대위가 아니라 소령이었겠군.”
유성우는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일생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왼편으로 들이밀었다.
“인내심 슬슬 바닥나려고 하니까 나와라.”
“……일부러 숨은 것은 아닙니다. 무례에 사죄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나무 뒤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 군인은 아니었다.
일반 군인들은 다이버들이나 입을 법한 전신 슈츠 차림이 아니었으니까.
유성우가 그들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자, 뒤쪽에 있던 백우현이 작게 말해주었다.
“다이버관리부 직속 부대입니다. 어깨의 문양으로 봐서는 대초능진압팀 같습니다.”
“다이버 잡는 놈들이라 그거지?”
“예.”
“잘 알고 계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유성우 다이버님. 대초능진압 1팀 팀장 최아연입니다.”
자신을 최아연이라 소개한 긴 갈색 머리의 여자가 유성우를 향해 손을 내밀며 그리 말했다.
유성우가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마라. 잡은 상태에서 손목 날리는 건 일도 아니니까.”
최아연이 마력을 운용하려던 것을 강제로 멈추었다.
악수를 빌미로 살짝 더듬어나 보려 했는데, 눈앞의 귀환자는 그리 녹록지 않았다.
“할 말이나 하고 꺼져.”
그가 퉁명스럽게 내뱉자 최아연 뒤쪽의 다른 팀원들의 표정이 덜덜 떨리는 게 보였다.
범죄를 저지른 다이버들을 때려잡는 다이버니, 자부심이 굉장할 법도 했다.
게다가 지금 그들은 영락없이 범죄자들을 잡으러 온 모양새였고.
유성우가 가볍게 손을 놔주자 최아연은 제 손을 가슴께로 끌어당기며 내려다보았다.
‘……진짜 잘리는 줄 알았네.’
척 봐도 지금 무척이나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조금의 도발만으로도 터져버릴 것만 같은 얼굴이었기에, 그녀는 숨을 길게 토해내며 콩닥거리는 심장을 잠재웠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냉철한 얼굴로 허리를 깊이 숙였다.
“사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들을 죽이지 않아서.”
“그래. 이번 일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이 모든 일은 이대위 소령…… 아니, 이소령 대위의 독단입니다. 상부에서 내린 명령은 ‘북한산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조사’였습니다. 절대로 억압이 아니라.”
“그런데 저쪽이 우리한테 먼저 총구를 들이댔고, 발포까지 했지. 여기 바닥에 박힌 총알 보이나?”
유성우가 발로 바닥에 굴러다니는 총탄을 툭 찼다.
총탄이 튀어 올라 뒤쪽에서 아니꼽게 꼬라보는 한 남자의 이마에 기분 나쁘게 툭 얻어맞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눈깔아. 파버린다.”
그의 태도가 점점 동네 양아치가 되어가고 있었으나, 무시무시한 힘을 가졌다는 사실이 그 누구도 나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최아연이 절대 나서지 말라고 손짓으로 만류까지 해댔다.
“나 분조장 있다.”
진짜 양아치다운 말을 하는데, 최아연은 도저히 그를 양아치로 볼 수가 없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총기들에서 보이는 균일한 절단면.
모두 한 사람이 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총알도 여럿이었다.
‘날아오는 여러 발의 소총탄을 쳐내고 총을 전부 베어냈다는 거지 이거.’
상상 이상의 괴물이다.
그래도 같은 S급이니 어느 정도 비벼볼 수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말도 안 된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귀환자는 다 이런 건가?’
잡생각이 점점 깊어진 최아연의 앞에서 유성우가 다시 말했다.
“분조장 있다니까.”
“아, 죄송합니다. 이소령 대위는 이대로 연행해 군사재판에서 엄중히 다스릴 겁니다. 선제발포를 했음에도 넓은 아량을 베풀어 정당방위를 취하지 않은 것도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그래, 칼로 총은 못 이기니까 이거 열심히 휘둘러 봤자 다행히 정당방위였겠지.”
“……농담 센스도 좋으시군요.”
그녀가 구부리고 있던 허리를 펴고는 뒤쪽의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소령 대위는 체포하고, 현장을 수습해라. 군인들은 부서진 무장을 들고 귀환할 준비를 해라.”
부하들은 빠릿하게 움직였으나, 군인들은 머뭇거렸다.
그들을 향해 최아연이 다시금 소리쳤다.
“빨리 움직여라!”
마력이 실린 강렬한 외침에 군인들이 벌떡 일어나 부서진 총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최아연이 다시금 허리를 숙인 뒤 몸을 돌리려 할 때, 유성우가 그녀를 붙잡았다.
“어딜 가?”
“예? 저희는 이제 일이 끝나서…….”
“그럼 다음 담당자는 언제 오나?”
“……무슨 말씀이신지.”
“피해 보상받아야지. 저희가 죄송했습니다, 하고 끝날 일인가 이게? 군인이 착각해서 총질까지 했는데? 우리가 다이버라지만, 저기 오색무당회에는 일반인도 섞여 있고, 국민이 아닌가? 여기에 엮인 길드만 몇 개인지 알아?”
유성우가 손가락을 접으며 그 숫자를 세었다.
메테오 인더스트리, 적룡, 본국검회, 오색무당회, 마탑…… 적룡과 본국검회의 산하 길드에다가 S급 힐러 채미령까지.
“한 손으로는 부족한데, 네 손 좀 빌리지.”
유성우가 일생을 들었다.
최아연은 당황해서 황급히 제 손목을 숨기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 부분은 다음에, 상세히 논의하겠습니다! 제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래? 흠, 그럼 엘프들이 재밌는 걸 들고 있던 건…….”
“그건 무슨 뜻이죠?”
“오, 모르나? 엘프 새끼들이 활질 말고 총질도 하던데? 궁금하면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봐라.”
유성우가 그리 말하며 일생을 돌려보내곤 손가락으로 숲 안쪽을 가리켰다.
이전에 유성우가 엘프들과 부딪쳤던 북한산성이 있는 방향이었다.
그의 말에 최아연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말했다.
“너희들은 먼저 산에서 내려가라. 나는 한 가지만 확인하고 가겠다.”
반박 따위는 받지 않겠다는 듯한 살벌한 말투에 팀원들은 허겁지겁 현장을 수습했고.
유성유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 일은 끝났다. 이제 내려가자. 나머지는 알아서들 하겠지.”
그리 말하며 유성우가 먼저 산 아래쪽으로 걷기 시작하자, 다른 이들이 뒤를 따랐다.
유지우가 그의 옆으로 따라붙으며 말했다.
“그냥 저렇게 보내줘도 되는 거야? 엘프들이 쓴 총, 그거…….”
“원래 오가는 게 있어야지. 이것만으로도 저쪽은 더럽게 고마워야 해야 할 거다.”
유성우는 혀를 쯧 차며 숨을 길게 토해냈다.
하루가 뭐 이리 긴지.
다행히도 저 최아연이라는 여자의 반응을 보면 그리 부패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엘프들이 사용하는 총기가 국군의 총기와 같은 모델이라는 걸 알면 이래저래 깨닫는 것도 있을 테니.
그는 앞으로 불어오기 시작할 폭풍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그러다 이내 가로저었다.
지금 생각해야 할 건, 검은 나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였다.
“슈아넬은 와 있겠지.”
“응, 언니가 데려왔댔어.”
“그럼…… 논의를 좀 해봐야겠군. 저놈을 어떻게 갈라 먹을지.”
그리고 잠도 좀 자고, 밥도 좀 먹고, 똥도 좀 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