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98)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98화(98/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98화
검은 신목(5)
마녀란 무엇인가.
마녀의 유래를 알기 위해서는 오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신을 배반하고 악마와 계약해 그들의 힘을 부리는 자들.
주술이나 약물을 통해 역병을 퍼트리는 등, 중세 유럽 불행의 상징.
사람들은 묘약을 만들어내거나 점을 치거나, 의료 행위를 행하는 여성들을 그들을 ‘마녀’로 지정하고 사냥했다.
그런 그들은 정말로 악한 존재들이었을까?
그저 자신들이 모르는 ‘미지(未知)’가 두려워 박해하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현대인들은 모르는 알력 다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현대인들은 과거에 있었던, 숨겨진 비사(秘史)를 알지 못하니, 그저 기록만으로 판단할 뿐이었다.
당사자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거나, 깊은 숲속으로 은거해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이 진실을 파악하는 건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지금의 마녀회, 과거에는 그저 집회에 불과했을 집회는 한 단계 나아가 길드란 형태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마녀회를 이끄는 마녀들의 올바른 선택이었다.
오랜 시간 여러 신분으로 사람들 속에 섞여 살거나 하던 그들이라, 자신들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마녀회, 발푸르기스는 유럽을 아우르는 신흥 길드로 열두 명의 장로를 필두로 여러 활동을 펼쳤다.
“예전에는 기이한 힘을 쓰는 사람들을 남자는 마법사라고 불러주면서 숭배하고, 여자는 마녀라고 부르면서 사냥했죠. 본질은 다를 바 없는데 말이에요.”
“힘든 시절이었겠군.”
“……무척이나요. 남자가 다루면 신비한 힘이고, 여자가 다루면 사술이라며 무장한 이단심문관들이 찾아오는 시대였으니까요.”
잔느는 유성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마녀회에 데려갈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투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묵은 푸념을 유성우에게 늘어놓았다.
대충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 같으니, 과거에 어떤 취급을 받았다는 둥, 케케묵은 푸념이었다.
“마녀회의 규모는 어떻게 되지?”
“장로가 저를 포함해 열둘. 중대사는 장로들의 회의로 결정하고, 그 아래에 다른 마녀들이 칠십이 조금 넘어요.”
“꽤 많군.”
“……시간에 비하면 적은 숫자죠.”
시간에 비하면 적은 숫자.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녀회는 적어도 수백 년 동안 활동해 온 것 같은데, 그 숫자는 칠십 언저리.
마녀라는 게 그리 많이 나타나는 건 아닐 테지만, 세월에 비하면 무색할 정도로 적다.
“물론 전부 죽은 건 아니겠죠. 숲에 틀어박힌 마녀, 인간들 틈에 섞여 살아가는 마녀는 많으니까요.”
“마녀 말고도 그런 이들이 꽤 있겠군.”
“……많죠. 저희가 전부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요.”
그녀의 말에 유성우는 혀를 쯧, 하고 찼다.
각종 전설이나 신화, 일화 등이 진짜 실화가 기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아무튼, 유성우는 잔느를 데리고 어비스 안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일을 같이하게 될 테니 세 명에게 미리 소개해 주기 위함.
잠시간을 걸어 도착한 곳에는 세 명이 둘러앉은 채 슈아넬에게 무언가 강의를 듣고 있었다.
“마력은 순환해야만 하는 힘이지. 단순히 소모하는 것만으로는 최대의 효율을 내지 못해.”
그녀는 마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잠깐 들어보니, 재밌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런 건 유성우성우도 설명하지 못하는 일이지. 그놈은 이론의 영역이 아니라 본능의 영역에서 그런 일을 해내고 있으니.”
“그런데 당신은 왜 스승님을 유성우성우라고 부르는 건가요?”
“엘프들의 특별한 호칭법이지.”
“개소리는 그쯤 해라.”
뭔가 더 이상한 말이 나오기 전에 유성우가 잔느와 함께 등장하며 제재했다.
슈아넬이 잔느를 보고는 말했다.
“또 어디선가 여자애를 주워 왔구나. 이런 난봉꾼 같으니라고.”
“집에서 쫓겨나고 싶나?”
“미안하다.”
잔느는 살짝 어색하게 미소 짓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세 명을 향해 고깔모자를 벗으며 인사했다.
“반가워요. 마녀회, 발푸르기스, 성전의 마녀 잔느예요.”
“잔느?”
“……마녀회의 장로?”
잔느라는 이름에 앉아있던 세 명이 엉거주춤 일어나고는 자신을 소개했다.
마녀회의 장로는 길드마스터에 준하는 직함이었다.
유럽의 마법계 길드 중, 세 개를 꼽아보라고 하면 반드시 들어가는 길드였으니까.
게다가 유성우가 모를 뿐이지, 잔느는 마녀회 장로 중에서도 대외활동이 활발한 편이었다.
“저희 오빠가 실례가 많았죠?”
“별일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실례였죠.”
유지우는 능숙하게 영어로 대화했다. 홍서화나 백우현도 어느 정도 영어는 가능했기에, 딱히 통역 마법은 필요 없었다.
유지우와 백우현은 그렇다 쳐도, 홍서화까지 영어가 가능한 건 의외였다.
유성우만이 손에 구슬을 쥔 채 통역 마법에 의존해야 했다.
“실물로 뵙는 건 처음인데, 정말로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시는군요. 마녀회 장로분들이 대부분 그렇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유지우가 잔느의 모습을 살피며 그리 말했다.
아무리 많이 쳐줘도 고등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외관이었다.
마녀회의 대부분이 그런 인형 같은 외형이었기에, ‘화원(花園)’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얘가 몇 살인데 그래?”
“아마 대외적으로 알려진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나? 그럴걸.”
유성우의 물음에 유지우가 대답해 주었다.
스물아홉이라는 말을 들은 그가 잔느를 잠깐 미심쩍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실제 나이는.
‘스물아홉보다 10배는 더 많겠군.’
아무리 그래도 수백 년 전 사람이 살아있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닐 수는 없는 법이라.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듯했다.
마녀회의 다른 장로들도 마찬가지일 테고.
“이번 북한산에 자라난 나무를 공략하는 데 제가 도움을 드리기로 했어요. 잘 부탁드려요.”
“마녀회의 장로께서 함께하신다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참고로 무슨 역할을 맡으셨는지?”
“저는 유성우 다이버와 함께 나무 안으로 진입하기로 했어요.”
“예?”
잔느의 대답에 유지우가 유성우를 쳐다보았다.
유성우는 나무 안으로 진입하는 건 너희들 수준에선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라 설명하며 혼자 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동행자를 구해왔다.
유성우 나름의 생각이 있을 테니 태클은 걸지 않았지만, 조금 그런 감이 있기는 했다.
그녀가 보기에는 잔느는 연약해 보이는 마법사에 가까웠으니까.
마법계 다이버들은 대부분은 체력이 그리 좋지 않기도 했고.
그런 유지우의 걱정을 알아챘는지, 잔느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 몸 하나를 지킬 정도의 실력은 충분하니까요.”
“제가 S급 다이버인 잔느 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닌데…… 저희 오빠 성격이 좀 그렇잖아요?”
“…….”
잔느는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첫 대면에서 칼을 들고 자신을 죽이려 하던, 그 공포스러운 모습이 아직 머릿속에 박혀 남아 있었다.
과거에 마주쳤던 그 어떤 이단심문관보다 두려웠다.
‘오빠, 이미 저질렀구나.’
대체 무엇을 당했길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덜덜 떠는 걸까…….
멱살이라도 붙잡혀서 흔들리기라도 했을까…….
그것보다 더 심한 걸 당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유지우였다.
유지우는 그런 잔느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저희 오빠 대신 제가 사과드릴게요. 이계에서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든요. 과도한 신경과민증에 분노조절장애까지 생겨버린 안타까운 성격의 오빠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이해해 주세요.”
“오라버니 되시는 분에게 그렇게 심한 말씀을 하셔도 되는 건가요?”
“원래 남매라는 건 태어날 때부터 서로 죽이라고 설계된 존재니까요. 저랑 오빠는 나이 차이가 좀 있어서 덜하긴 했지만.”
연년생으로 태어났으면 아주 끔찍했을 터였다.
친구 중에 한 살 많은 오빠가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하루가 멀다고 싸우다가 어느 날은 빡쳐서 오빠의 앞니를 날려버렸다든가.
아무튼, 그녀는 잔느를 도닥이며 진정시켰다.
그런 모습을 유성우가 눈살을 찌푸린 채 보고 있었다.
“성우성우야, 저 여자는 조금 께름칙한 느낌이 든다.”
“무슨 느낌이 드는데.”
“섭리를 거스르는 자들의 느낌.”
“정확하게 풀어서 설명 좀 해봐라. 아니다, 딱 나눠서 말해. 죽여야 하는 놈이야, 안 죽여도 되는 놈이야?”
“너를 적대하지 않는다면 괜찮겠지.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면 그것이야말로 엄청나게 귀찮아질걸.”
“왜?”
“저들이야말로 주술과 저주의 고인물들일 테니까. 거스른 섭리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네 고통을 빌게 되겠지.”
“그건 좀 귀찮겠군.”
유성우는 거의 저주 면역에 가까운 몸이기는 했다.
이계의 마녀들이 누구의 죽음을 가장 많이 빌었을까?
당연히 유성우였다.
그는 마녀가 보이는 족족 썰어버리고 다니는, 마녀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은 사냥꾼이었다.
그러다 수많은 저주를 몸으로 받아내며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마신과의 전투에서도 저주 수십 개를 달고 싸울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저기, 이분은……?”
잔느가 유성우 쪽으로 다가와 슈아넬을 바라보았다.
슈아넬은 어비스에서 온 이계의 존재.
따라서 통역이 되는 ‘그러려니’하는 공식 덕분에 대화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무엇을 숨기랴, 이 몸은 위대한 그레이트 세피로트 아래에서 태어난 무엇보다도 가장 높은 가지, 하이엘프 슈아넬이다.”
‘이 새끼 진짜 게임을 너무 많이 한 거 아니야?’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어비스에서 봤을 때는 내성적인 것 같았는데, 지구에 오고 나서 그냥 제정신이 아니게 되었다.
하이엘프라는 말에 잔느가 그녀의 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가, 가만히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헛, 하고 작게 기침하더니 말했다.
“고명하신 요정을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에요.”
“음, 지구에는 엘프가 없었나? 신화에도 나오잖나.”
“있었기는 했죠. 가끔 마녀회와 교류를 하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모습을 감췄어요.”
잔느는 씁쓸하다는 듯이 말했다.
목소리에서 회한이 느껴지는 걸 보아, 무슨 일이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슈아넬은 그래도 잔느가 좀 께름칙한지 유성우의 뒤쪽으로 숨어서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뭔가 불리한 것 같으면 나오는 슈아넬의 전매특허.
어쨌든.
유성우는 잔느를 내려다보다, 이내 말했다.
“그럼 이제, 몇 가지 확인해야 할 게 있다.”
“확인이요?”
“그래, 확인. 앞으로 하루 뒤에는 서로의 등 뒤를 맡기고 싸우게 될 텐데, 함께할 동료의 능력을 정확하게 모르면 안 되지. 이의 있나?”
“맞는 말씀이시네요.”
내일이면 검은 나무로 들어가 치열하게 싸울 터였다.
그런데 함께하는 동료의 능력을 잘 몰라서, 합이 안 맞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녀가 유성우의 의견에 동의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까 지금부터…….”
그러자 그는 중얼거리며 한 손에 일생을 뽑아 들었다.
시뻘건 검신이 서늘함을 내보이며 자신을 뽐냈다.
어비스 앞에서 일어났던 일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잔느가 당황한 표정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그가 말을 이었다.
얼굴에는 살짝 비열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한 판 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