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99)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99화(99/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99화
검은 신목(6)
유성우는 궁금했다.
이계는 여러 마법과 검술을 익혀 숨기기보다는 내보이는 세계였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곳이기도 했으니, 당연했다.
그렇다면 예전부터 이 땅에서 살며, 그 힘을 축적해 온 자들은 얼마나 강한가?
이 기회에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분명 마녀회 말고도, 힘을 숨긴 채 살아가던 이들은 더 있을 테니.
잔느는 스스로를 소개하기를 성전(聖戰)의 마녀라 하였다.
이명에 전쟁이 들어가는 만큼 싸움은 익숙하다는 뜻이리라.
“어… 정말 진심으로 하면 되나요? 전력으로요?”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면 어디에 써먹을지도 헷갈리잖나.”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결국 잔느는 유성우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앞을 몇 수 내다본 결정이었다.
만약 유성우를 무사히 마녀회에 초대해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 일하게 될 거라면.
잔느 쪽에서도 유성우의 무력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함께 나아갈 동행자로서 필요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말이다.
‘알려진 것보다 얼마나 강할까.’
유성우의 힘이 매스컴에 알려지기는 했으나, 그건 단편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의 진정한 힘.
저 몸뚱어리 안에 품고 있는 괴물이 무엇인지, 확인해 볼 기회였다.
“그, 그 대신… 다른 분들은 좀 물려주시는 게.”
“그거야 상관없지.”
유성우는 슈아넬을 포함한 네 명에게 저 멀리 사라지라며 손짓했다.
그들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비스 바깥으로 나갔다.
마법계에서도 손에 꼽는 다이버의 실력을 확인할 기회였는데.
슈아넬은 나가기 싫다고 버텼지만 결국에는 유지우의 손에 들려 끌려나갔다.
네 명이 전부 나간 걸 확인한 유성우가 몸 여기저기를 쭉쭉 늘리며 몸을 풀고는 일생을 들었다.
“그럼 시작해 보자고.”
“후우우…….”
숨을 길게 내뱉은 잔느가 푸른 눈동자로 유성우를 직시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에게서 막대한 양의 마력이 뿜어지기 시작하더니 일대를 짓눌렀다.
“…성전의 마녀, 잔느. 지금부터 전투에 임합니다.”
나지막이 중얼거린 잔느의 몸이 이내 빛에 휩싸이더니, 서서히 그 형태가 바뀌었다.
고깔모자와 로브의 형태가 좀 더 둔탁한 형태로 바뀐다.
손에 들려 있던 고목 스태프가 길고, 얇게 늘어지더니 이내 창기가 되었다.
깃발이 둘둘 말려 있는 창기의 끝이 뾰족하게 빛났다.
유성우는 그 모습을 보고는 어이가 없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마녀라더니.
영락없는 전사의 모습이 아닌가.
전신에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중장갑을 둘렀고, 한 손에는 제 키의 두 배는 되는 창기가 들려 있다.
전쟁의 선봉에 서도 이상할 것 없을 분위기에 그녀가 어째서 ‘성전’의 마녀인지 이해했다.
“갈게요.”
변신을 끝낸 잔느가 땅을 박찼다.
그와 동시에 울려 퍼지는 굉음이 사방을 가득 채우며,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유성우에게 도달했다.
기다란 창기의 끝이 유성우를 꿰뚫어 버리기 위해 다가왔다
유성우가 강하다는 것을 알기에, 봐주는 것 없이 전력으로.
유성우는 제게 다가오는 창기를 보며 일생을 비스듬하게 뻗었다.
창기의 끝과 검이 충돌하며 불꽃을 튀겼고, 창기가 튕겨 나갔다.
그러나 튕겨 나간 창기의 반대편에서 작은 마법진이 떠오르더니 강제로 방향을 바꿔 다시 유성우에게 돌진했다.
마법을 통한 무식한 방향 전환.
유성우가 몇 번인가 창기를 튕겨 냈으나 같은 방법으로 창기가 빠르게 짓쳐 들었다.
일 초에 수십 번, 검과 창기가 부딪힌다.
유성우는 잔느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법의 기척을 느꼈다.
전신을 감싼 온갖 강화 마법과 창술을 보조하는 마법들.
그것들은 한데 모여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것만 같은 기예를 만들어냈다.
그런 마법과 창을 다루는 잔느의 실력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좀 아플 거예요.”
잔느가 중얼거렸다.
투구의 바이저 속에서 푸른 안광이 솟구치더니, 유성우의 발밑에 새파란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기를 휘두르며 어느새인가 설치해 둔 마법진이었다.
괜히 마녀가 아니라는 듯, 근접전에도 익숙하며 와중에 마법마저 수준급으로 섞어서 썼다.
‘이 정도면…….’
따지자면 이건 유지우의 완성형 전투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가 만나본 S급 다이버 중에서는 제일 강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별로 거론되지 않았다는 건 힘을 숨겨왔던 걸까.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발밑에 만들어지는 마법진을 그가 눈치를 못 챘을까.
유성우는 오러를 한껏 담은 발을 굴러 마법진을 깨부쉈다.
그러고는 곧장 검을 뻗었다.
잔느가 창기를 휘둘러 방어했으나, 유성우의 검은 기묘한 각도로 휘어지더니 어느새 목 끝에 닿았다.
중장갑의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들어 목젖 부근을 툭.
그것으로 끝이었다.
“한 번.”
한 번 죽었다는 뜻이었다.
유성우가 검을 거두자 잔느는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고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방금 뭐였지?’
검이 기묘하게 움직였다.
궤도를 읽을 수가 없었다. 마치 뱀처럼 창기를 타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완전히 손해 봤어.’
상대가 유성우기에, 그녀는 나름의 전력으로 상대했다.
보통 일이 아니면 쓰지 않는 중장갑도 꺼내고, 창기도 열심히 휘둘렀는데 유성우가 보여준 건 검 몇 번 휘두르는 게 끝이었다.
그의 진정한 힘은 끌어내지도 못했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저 속에 갇힌 짐승이 엿보였는데…….
이 정도로는 다다르지도 못한다는 걸까.
물론 모든 패를 꺼낸 건 아니었기에, 진짜 전력으로 상대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한 번 더 해요.”
“좋지.”
잔느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유성우는 이제는 느긋하게 검을 어깨 위에 올린 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땅을 박찬다.
이전과 같은 양상의 전투가 이어졌으나, 잔느는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마법을 선보였다.
유성우는 그녀가 펼쳐내는 마법을 보며 분석했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펼치는 것과는 다르군.’
아마도 오래전부터 이 땅에 전해져오던, 좀 더 원시적인 마법이 아닐까 싶었다.
바닥이 순식간에 진창으로 변하고, 나무뿌리가 솟구쳐 손발을 묶으려 들었다.
오러를 담은 발로 마법진을 깨부수는 것도 한두 번이었기에, 그는 일생을 재빠르게 휘둘러 나무뿌리를 자르고, 검 끝으로 진창의 진흙을 튕겼다.
잔느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노리고 날렸으나 그녀는 창기를 둥글게 휘둘러 막아내곤 공격을 매섭게 이어 나갔다.
창격이 쏟아져 내린다.
창은 튕겨 내면 곧장 방향을 바꿔 다가온다.
이전보다 더욱 빠르고, 매서워진 공격에 유성우는 일생을 더욱 굳게 쥔 채, 오러를 끌어올렸다.
지금까지 내보이지 않았던 붉은 오러가 드러나는 순간, 잔느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오러 속에 담긴 살의가 그녀의 본능을 자극한 덕분이었다.
“여, 여기까지 하죠.”
그래서 잔느는 꼬리를 내렸다.
왠지 더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재빠르게 중장비도 다시 로브와 고깔모로 되돌리곤, 창기도 원래대로 만들었다.
유성우는 흥이 팍 식었다는 듯이 일생을 돌려보내고는 말했다.
“제대로 된 힘을 보여주지는 않는군. 끝까지 숨기고 있어.”
“여러모로 제약이 많은 힘이라서요. 마녀들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고요.”
“퍽이나 그러겠군.”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내뱉고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만 나가자는 표시였다.
* * *
시간은 금방이었다.
검은 나무를 공략하기 위해 수십 명의 사람이 북한산에 모였다.
멤버들의 구성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줄었다.
첫 번째로 오색무당회와 마탑에서 지원 나온 숫자가 줄었다.
결계나 봉인에 능한 이들이 아니라 전투에 능한 이들만이 남았다.
이번에 해야 할 일은 봉인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니.
그 외에는 당연히 홍서화와 백우현, 유지우.
그리고 그들의 길드원과 혹시 몰라 슈아넬을 남겨두기로 했다.
다른 이들 앞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위험한 일이 벌어지면 조금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건 마녀회의 장로인 잔느였다.
세계에서 유명한 다이버인 잔느가 이번 북한산에서 벌어지는 공략전에 참가하기로 한 건 여러모로 큰일이었다.
유럽의 마녀회가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파악하려는 집단은 지금쯤 골머리를 싸매고 있으리라.
마녀회, 발푸르기스는 유럽을 아우르는 길드.
무려 열두 명이 넘는 S급 마법계 다이버가 속한 곳이었으니까.
그들은 아시아에는 별로 손을 뻗지 않았다.
연관이 없는 지역이기도 하고, 유럽을 총괄하는데도 바쁘기 때문에.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 직접 장로가 와서 접촉을 시도한 것이었다.
그걸 또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잔느가 직접 참전하겠다 선언했고.
“나는 이제 오빠가 무서워.”
“그게 원래 여동생의 참된 마음가짐 아니겠냐.”
“빌어먹을…….”
“유능한 오빠가 있어서 좋다고 말해. 지금 당장.”
“씨X이라고 하고 싶은 거 참고 있으니까 건드리지 마라.”
“이미 해버린 것 같은데…….”
그녀는 유성우의 정강이를 걷어찼다가 제 발이 더 아파서 낑낑댔다.
그 모습을 본 홍서화가 제 옆의 백우현에게 말했다.
“내가 형제자매가 없어서 그런데, 원래 가족 있으면 다 저렇게 유치해지냐?”
“음, 아마도 그러지 않겠습니까? 가족 앞에서는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는 법이니까. 당신은 뭐 버릴 체면도 없긴 하지만.”
“이 새끼가!”
백우현과 홍서화가 싸움이 났다.
유성우는 그걸 보며 말했다.
“저 새끼들은 왜 맨날 싸우냐? 안 싸우는 날이 없어 새끼들이…….”
“그런 것 치고는 오빠 표정이 별로 안 나빠 보이는데.”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다. 저렇게 허구한 날 싸우는 새끼들이 하도 많았어야지.”
“준비 끝났습니다!”
홍서화와 백우현의 싸움이 서로 죽빵을 한 대씩 갈겼을 즘, 마법팀에서 준비가 끝났다는 사인이 떨어졌다.
공략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기도 했다.
유성우는 잔느와 함께 여전히 조용히, 봉인되어있는 검은 나무 앞으로 걸어갔다.
“아, 지금 저희가 곧장 봉인을 해제할 테니…….”
“필요 없다.”
그의 옆에 선 마법사가 나무의 봉인을 해제하려 했지만, 유성우는 그를 뒤로 물리며 일생을 뽑아 들었다.
봉인을 해제하려면 또 시간이 걸릴 테니까.
유성우는 당장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어 달아오른 상태였기에, 삼정을 꺼내 들었다.
그의 손에 커다란 대검이 쥐어졌다. 감람석으로 이루어진 듯한 녹색 빛의 대검.
몇 사람들은 그의 커다란 검을 처음 보았다.
옆에 선 잔느도 마찬가지고.
유성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한 불꽃을 피워올렸다.
정령들의 힘을 이용한, 세이작을 대파시켰던 거대한 불기둥.
누가 보아도 크고 아름다운 불기둥에서 뿜어지는 열기는 사람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후읍.”
작은 기합과 함께.
유성우는 불기둥을 그대로 아래로 내리쳤다.
그의 불꽃이 닿은 결계가 끝부분부터 서서히 타들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깨부수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마법사와 무당들은 ‘설마 저런 불기둥으로 결계를 깰 수 있겠어?’ 같은 생각이었으나.
그들의 생각을 전면에서 부정하는 크고 아름다운 불기둥이었다.
그의 검은 이내 나무에 닿았고, 모든 것이 불타기 시작했다.
세계가 불꽃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