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ale of Swordmaster Roman RAW novel - Chapter 81
13차원과 27차원, 94차원의 지배자, 제왕 크락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차원에서 더는 가지고 놀 게 없자 심심해졌다.
그리고 어디로 놀러 갈지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옆 동네 차원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놀러가기 전에 관찰은 기본이다. 혹시라도 강한 녀석이 있으면 드잡이질을 할 수도 있으니.
크락탄은 차원을 뚫어보는 자신의 을 이용하여 쭈욱 차원을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단번에 깨달았다.
분명 개개인의 수준은 쓸 만해 보였다. 그리고 문명이란 것도 쓸 만한 수준으로 발전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개미들 수준에서 볼 때의 이야기이고, 크락탄 같은 절대자가 보기에는 한없이 미흡해 보였다.
게다가 저 동네는 강대한 존재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을 인간이라고 부르는 녀석들은 제 살길을 찾아 살기에 바빴고, 그 위에 지배하는 절대자, 혹은 절대강자의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
통령이니 왕이니 하는 녀석들이 있기는 했고, 또 꽤나 쓸 만한 수준으로 강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절대자를 자청하기에는 어림도 없다.
그 모습을 살펴본 크락탄은 결정했다.
절대자들이 가지는 취미 중 가장 고급스러운 취미는 차원정벌이다. 자신은 세 개의 차원만을 가지고 있지만 많이 가지고 있는 놈들은 수십 개에서 수백 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는 현재 666개의 차원을 보유하며 최다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자신은 그 정도로 열성적이진 않지만 적어도 옆 동네 녀석 보다는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이 난 크락탄은 망설일 것 없이 단번에 차원을 찢고 자신이 발견한 차원으로 넘어갔다.
아무래도 잡스러운 종족 없이 단일종족이 지배하고 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흥얼거리던 크락탄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한 사내를 보고 이채를 띠었다.
금빛과 은빛이 찬연하게 섞여 있는 칼 한 자루를 허리에 찬 사내는 칼집도 없는 칼을 달랑달랑 흔들며 터벅터벅 크락탄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곳 종족의 암컷으로 보이는 개체가 옆에 붙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같이 걸어오고 있었다.
걸어오는 한 쌍의 인간종을 본 크락탄은 마침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녀석들의 뇌를 먹으면 각종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니.
생각을 마친 크락탄은 우선 남자에게로 걸어갔다.
그 순간 크락탄이 걸어가던 방향에 서 있던 남자의 몸을 중심으로 기운이 차곡차곡 배열되면서 법칙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파텐을 통해 이 차원을 살핀 크락탄은 지금 남자가 하고 있는 짓이 무엇인지 아주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말하는, 이적이라는 학문을 인간종 남자는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크락탄 입장에서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남자의 수준을 보니 이쪽에서도 절대로 상류층이 아닐 것은 분명했다. 굳이 상대하는 자가 자신이라 하는 말은 아니었다. 자신이 살펴본 바로 저자가 시행하고 있는 이적은 이곳의 평범한 인간이라면 대부분이 쓰고 있는 수준이었다.
영파를 통해 남자에게 말을 건 크락탄은 남자가 이리저리 애를 쓰며 이적을 완성시키려고 하는 것을 귀엽게 지켜보았다.
이윽고 준비가 다 되었는지 남자는 크락탄을 향해 거세게 외치며 이적을 발동하였다 .
“흐압! 폭축!”
푸슈슈슈
크락탄은 눈앞의 남자가 웃겨 죽을 지경이었다. 남들 다 하는 이적을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더니 결국에는 불발이 났는지 꼬여가던 기운은 모조리 허공을 향해 날아가고 현세에는 단 한 줄기의 비틀림도 구현되지 않았다.
즐겁게 웃고 있는 크락탄을 보며 눈앞의 사내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제기랄… 또 실패네.”
그러자 옆에 있던 인간종 여성이 웃으며 말했다.
“시안, 이제 포기하는 게 어때? 천 년이나 수련했는데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남자는 그 말에 상처 받은 표정을 지었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이번엔 반드시 성공할 줄 알았습니다.”
“후흐흐… 안 돼, 안 돼. 말했잖아, 자기는 정말 재능 없다고. 라가오페도 그랬잖아.”
“그러고 보니 안 본 지 오래되었군요. 요즘 뭐하고 지낸답니까?”
“세 번째 전혼 기념으로 파티를 연다고 하던데. 그리고 이번에 출간 이벤트도 할 거래.”
“거참… 도대체 그 이야기로 얼마를 우려먹는 건지…….”
“왜? 그래도 주인공으로 나오잖아, 인류의 구세주로. 세린도 그 이야기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어이구… 라가오페 씨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니까, 이 녀석이…….”
자신을 무시하고 떠드는 두 남녀를 보니 슬그머니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한 크락탄은 이 두 녀석은 죽이고 다른 녀석들의 뇌를 먹기로 결심했다.
남녀를 향해 손가락을 내뻗은 크락탄은 세계에 했다. 절대 상위권능 중 하나인 . 간편하면서도 강대한 위력을 가진 이 권능은 크락탄이 가장 즐겨 쓰는 권능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죽으라고 명한 두 남녀는 멀쩡히 서서 서로 농지거리를 주고받으며 계속해서 크락탄을 무시하고 있었다.
이 기현상에 크락탄은 당황했다.
당황한 크락탄은 재차 언령을 시도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이곳의 세계가 자신의 힘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자신이 명한 언령은 그대로 발현되었다. 단지 저 둘에게 먹히지 않았을 뿐.
그제야 크락탄은 무언가가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느꼈다.
크락탄이 당황하는 사이 그제야 남자는 대화가 끝난 듯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는 크락탄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영파로 물었다.
다짜고짜 하는 질문에 크락탄이 의아하여 되묻자 남자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태도에 크락탄은 당황한 와중에도 열이 뻗쳐 올랐다. 이 자식이 지금 권능 하나 안 먹힌다고 자신에게 고자세로 나오는 것이다. 보아하니 한 가지 재주가 있는 모양인데 녀석은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주특기는 언령이 아니다. 언령은 하급한 놈들을 간단하게 쓸어버릴 수 있기에 애용하는 것이고 자신을 세 차원의 지배자로 만들어 준 것은 비할 데 없이 강대한 자신의 육체와 그를 기반으로 한 박투술이다.
크락탄은 뿌드득 주먹을 쥐며 눈앞의 빤질빤질한 면상을 후려쳐 가며 외쳤다.
쿠아아!
주먹이 지나간 공간이 종잇장처럼 찢어지며 우그러들었고 그 주먹은 정확히 시안이라고 불린 남자의 얼굴을 가격했다.
턱.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소리에 크락탄이 잠시 당황한 사이 남자, 시안은 옆의 스틸을 보며 말했다.
“대학살이랍니다. 적어주세요. 흐휴… 어째 찾아오는 놈들이 이렇게 천편일률적인지. 루시퍼란 놈도 그렇고, 케키루라는 놈도 그렇고… 지배, 점령, 지옥재림… 단어만 다르지…….”
“뭐… 여기 오는 녀석들 목적이 다 비슷하지. 시안, 근데 얘 이름을 몰라.”
“음? 그러고 보니 이름을 안 물어보았군요.”
그리고 시안은 당황하고 있는 크락탄을 향해 이름을 물어왔다.
크락탄은 점점 더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것을 느꼈지만 거칠게 주먹을 뽑아내며 다시 한 번 남자를 후려쳤다.
쿠아아아!
턱!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다시 한 번 잡힌 자신의 주먹을 보며 크락탄이 패닉에 빠져 있을 때 시안은 덤덤하게 옆의 스틸을 보며 입을 열었다.
“세 개 차원의 지배자, 크락탄이랍니다. 적어주세요.”
스틸은 허공에 나타난 반투명한 무언가에 슥슥 무언가를 적으며 이미 적혀있는 목록을 확인하고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역시 정리해 놓으니 편하네. 워낙 많이 들어오니 안 해놓으면 복잡해서. 참… 그나저나 이거 호칭은 비슷한 건가? 저번에 케키루라는 녀석도 세 차원의 지배자니 어쩌니 그러더니.”
“그래도 허세는 없어서 좋네요. 저번에 루시퍼라는 녀석은 666 어쩌구 그러다가 두들겨 맞고 울면서 가더니. 세 개 정도면 아주 양호하군요.”
“그러게. 보자… 3041년… 11월 7일… 크락탄… 목적 대학살… 그나저나 목적이 대학살이면 7일이야.”
스틸은 허공에 떠있는 반투명한 종이를 슥슥 넘기며 무언가를 적더니 그 아래의 목록을 확인하고 시안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시안이 엄청나게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으아… 7일간이나 이 짓을 해야 한다니.”
“그래도 올 때마다 그 짓을 해야 하는 것보단 낫잖아. 7일은 두들겨 패야 안 온다는 건 알고 있잖아.”
“후… 그건 그렇지요.”
“아니면 아예 나가서 쓸어버리고 와.”
“…그건 됐습니다. 집이 좋아요.”
말을 마친 시안은 허리춤에 대롱대롱 매달고 있던 칼을 뽑아들었다. 칼은 금빛과 은빛이 조화롭게 섞여 있어 굉장히 아름다운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그 칼을 허공에 붕붕 휘두르고 있는 시안을 본 크락탄은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녀석의 왼손에 잡힌 주먹을 빼내려고 했지만 마치 중압차원에 갇힌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크락탄을 보며 시안이 중얼거렸다.
뻐억!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빛나는 칼의 검면이 그대로 크락탄을 후려쳤고 이윽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크락탄의 전신을 골고루 다지기 시작했다.
크락탄은 비명도 못 지르고 두들겨 맞으며 아까 말한 7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절망했다.
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를 더 깨달았다. 왜 무주공산 같은 이곳에 아무도 침입해 오지 않았는지.
침입해 오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루시퍼도 그렇고 케키루 녀석도 그렇고, 먼저 침입해 왔다가 자신처럼 두들겨 맞고 쫓겨나간 것이다. 단지 쪽팔려서 아무한테도 말을 못하니까 자신처럼 선량한 차원지배자는 소문을 못 듣고 이렇게 낚여 든 것이지.
저 멀리 보이는 수많은 목록이 개미지옥에 발을 담근 차원지배자들의 숫자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크락탄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끼며 어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길 빌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크흐흐… 나만 당할 순 없지. 절대로 어디 가서 말 안 한다…….’
뒤이어 낚여 들어올 녀석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이 광경을 보던 시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변태인가? 며칠 더 추가해야겠네.’
두들겨 맞으며 웃는 녀석은 정상일 리 없고, 그렇다면 좀 더 맞아야 다시는 이곳에 쳐들어 올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시안은 마음속으로 정신교육 일정을 7일에서 10일로 바꾼 후 다시 한 번 속으로 중얼거렸다.
‘후… 하여간 세상이 너무 넓고… 맞을 놈이 너무 많다.’
1174차원, 그곳에 사는 대괴수의 성을 딴, 차원명
그곳에는… 재앙의 검공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