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mperature difference between the woman and the man RAW novel - chapter 29
아이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순순히 문을 열어 주었다. 방 안에 족적을 남기기가 꺼려져 발을 발코니에 걸친 채로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 미친.’
무릎이 쪼개질 듯 아팠다. 찔끔 나오는 눈물을 소매로 훔치고 무릎 아래 박힌 걸 끄집어 내어보니 블록 조각이었다.
‘슬개골 다 나가겠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에게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지금부터 조용히 얘기해야 해. 알겠지?”
집 안에 있는 누군가 듣지 못하게 아이를 조용히 시켜야 했다. 아이는 다행히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시온이 맞지?”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눈에는 어떻게 알았냐는 의문이 서려 있었다.
“아빠 보고 싶지 않아? 이모가 아빠한테 데려다줄 테니까 갈래?”
어째선지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빠한테 가자고 하면 좋아서 따라나설 줄 알았더니.
“왜? 여기서 사는 게 좋아?”
그 말에도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어쩐지 이번에는 낯빛에 두려움이 얼룩져 있었다.
“⋯여기서 나갈 수 있어요?”
그게 이 아이의 첫 마디였다.
“그럼.”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방문 밖에서 나무 삐걱이는 소리와 둔탁한 발소리가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초원은 재빨리 아이에게 속삭였다.
“나 여기 있다고 말하면 안 돼. 이건 비밀이야.”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유리문을 닫고 발코니 화분 뒤에 숨었다.
‘제발 여긴 확인하지 말아라.’
갑자기 방이 밝아지며 발코니도 덩달아 밝아졌다. 발코니에 드리워진 아이의 그림자 옆으로 기다란 검은 그림자가 비치더니 유리문 너머로 젊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어, 너 안 자고 뭐 해?”
“심심해서⋯.”
“잘됐네. 목사님이 너 지금 오래.”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불이 꺼졌다. 잠자코 기다리던 초원은 무거운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고 발소리가 멀어지는 걸 들으며 좌절했다. 흘끗 들여다본 방은 비어 있었다.
‘왜 하필 지금!’
“홍 주임님.”
“알아요.”
“따라갈까요?”
초원은 대답 대신 발코니 난간을 넘었다.
젊은 남자와 아이는 초원이 왔던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초원과 으뜸은 자동차와 건물 뒤로 숨으며 멀찍이 떨어져 따라갔다.
두 사람이 발길을 멈춘 곳은 아까 목사라는 사람이 나왔던 건물이었다. 남자와 아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초원은 건물 주변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 시간에 애는 왜 데리고 가는 거지?’
으뜸이 망을 보는 사이 초원은 창문으로 건물 안을 엿보았다. 첫 번째 창문 너머에는 병원에서 볼 법한 의약품 냉장고와 의료 장비가 가득했다.
어떻게 봐도 기도원에 있을 법한 물건은 아니었다. 신도들을 위한 진료소를 운영한다 해도 산소통과 수술 장비는 왜 필요한 걸까?
초원은 고개를 갸웃하며 환기구가 달린 다른 창문을 확인했다가 그대로 굳었다.
야전 병원 수준으로 어설픈 수술실에 좁은 수술대가 여럿 늘어서 있었다. 그 위에 누운 사람들은 피로 물든 채 산소마스크를 쓰고 잠들어 있었다. 창문 앞 수술대에 누운 남자의 복부에는 J자로 칼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더니 목사와 꼬마가 들어왔다.
아이는 이 참혹한 광경이 너무나 익숙한 듯 거리낌 없이 가까운 수술대에 누운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 뒤로 수술복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장기 운송용 박스를 나르고 있었다.
‘간 밀매 조직이었구나.’
간은 부분 이식이 가능한 장기였다. 신도들을 속여 간을 일부 떼어 낸 다음, 떼어 낸 간은 하나에 몇억을 받고 팔고 잘린 부분은 아이가 다시 회복시켜 주면 이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이 없었다.
‘사악한 천재구나.’
초원은 사람들에게 손짓으로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목사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아까 남자가 말한 ‘장사’가 뭘 뜻하는지 알게 되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끼며 건물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으뜸이 숲속으로 들어가 병훈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동안, 수풀 뒤에 숨어 건물 입구를 감시하던 초원은 바다 위도 아닌데 속이 울렁거리는 걸 느꼈다.
‘⋯여기서 나갈 수 있어요?’
왜 아이가 아빠는 보고 싶지 않지만 여기선 나가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을 팔아 버린 엄마, 지켜 주지 못한 아빠. 아이는 이미 부모가 기댈 곳이 못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저렇게 어린데⋯.’
왜 신은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불임으로 만들고 부모 자격 없는 이들에게 아이를 내리는 걸까? 다음에 사무실에서 삼신할매를 마주치면 좀 따져야겠다.
으뜸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초원은 젖은 눈가를 재빠르게 소매로 훔쳤다. 마침 건물 문이 열리더니 젊은 남자와 아이가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이 다시 전원주택으로 향하는 걸 본 그들은 거리를 벌려 천천히 따라갔다.
아이 방 발코니 너머로 다시 불이 켜졌다 꺼지고, 1분 정도 기다린 초원은 다시 발코니 난간을 넘어 아이의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있던 아이가 그녀를 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시온아, 가자. 여기서 꺼내 줄게.”
옷장 문고리에 걸려 있던 재킷을 가져와 아이에게 입혔다. 잠옷만 입혀서 바다를 건널 순 없었다.
“아롱이도 데려가도 돼요?”
“아롱이?”
초원의 물음에 아이는 옷을 입으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으려 애쓰던 강아지 인형을 들어 보였다.
“그럼, 당연하지.”
계속 풀이 죽은 표정이던 아이가 그제야 옅은 미소를 지었다.
“조용히 해야 하는 거 알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를 안아 올렸다.
발코니 너머로 으뜸에게 아이를 넘겨주고 초원도 도움을 받아 내려왔다. 둘은 그런 식으로 아이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담을 넘고 숲으로 들어갔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모든 게 순조롭게 되어 가고 있었다.
양말밖에 신지 않은 아이에게 축축하고 고르지 않은 숲속을 걷게 할 순 없었다. 으뜸이 아이를 업고 걷기 시작했지만 작은 두 손으로 인형을 쥐고 어른의 목덜미에 단단히 매달리는 게 어려웠나 보다. 얼마 가지 않아 인형이 바닥에 떨어졌다.
“앗!”
“쉬잇⋯.”
초원은 아이를 조용히 시키고 땅바닥에 떨어진 인형을 집어 들었다. 흙먼지가 묻은 곳을 탈탈 털고 괜찮다는 듯 아이에게 인형을 흔들어 보였다.
“아롱이는 이모가 안아 줄게. 됐지?”
후드 집업의 지퍼를 내려 인형을 안에 넣고 다시 지퍼를 올렸다. 그제야 아이는 안심했는지 으뜸의 어깨에 얌전히 고개를 묻고 매달렸다.
어두컴컴한 숲속에서 방향을 가늠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따금 GPS 장비를 꺼내 위치를 확인하며 가자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홍 주임, 어디야?]무전기 리시버 너머로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박 주임님, 다 왔으니까 대기해 주세요.”
파도 소리가 가깝다 싶더니 으뜸의 어깨 너머로 검은 바다가 넘실대고 있었다.
우거진 수풀을 넘자 깎아지른 바위 아래로 자갈 해변이 펼쳐졌다. 모터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를 땅바닥으로 내린 으뜸이 먼저 바위 아래로 뛰어 내려가더니 위를 향해 팔을 벌렸다. 초원은 아이를 들어 올려 으뜸에게 넘겨주었다.
‘앗!’
오늘 계속 담이며 발코니를 타고 오르내리느라 무리한 건지 오른쪽 어깨가 갑자기 타는 듯 아팠다.
“홍 주임님, 괜찮으십니까?”
얼굴을 찡그리는 걸 본 으뜸이 아이를 안아 올리다 물었다.
“괜찮으니까 빨리 가요.”
초원은 어깨를 문지르며 바위 가장자리에 앉은 다음 자갈 위로 뛰어내렸다.
어느새 으뜸과 아이는 보트 위로 오르고 있었다. 뒤따라 오른 초원은 미리 준비해 뒀던 아동용 구명조끼를 아이에게 입히고 인형을 꺼내 넘겨준 다음, 조끼를 입기 시작했다.
“꼭 잡아.”
병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보트가 해변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초원은 보트 옆 손잡이를 붙들고 다른 손으론 보트 가운데에 앉은 아이를 단단히 붙잡았다.
“고생했어, 두 사람.”
보트를 조종하던 병훈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초원은 뿌듯하게 웃고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
검은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이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서워서 그러나?’
아이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멀미할 것 같으면 얘기해.”
아이는 여전히 보트 너머 바다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초원은 뒤로 고개를 돌려 멀어지는 섬을 바라보았다. 이젠 손톱만 해진 섬을 향해 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해냈다. 아이를 무사히 구출했다. 이제 서울로 가 선배에게 데려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곧 멀미가 찾아오면서 기쁨의 환호성은 절규로 바뀌었다.
“안 들켰지?”
“네.”
“캬, 우리 팀 환상의 호흡! 끝내준다.”
병훈과 으뜸이 자축의 하이파이브를 했다. 병훈이 초원에게도 손바닥을 내밀었지만 아이와 보트를 붙들고 있느라 남은 손이 없었던 그녀는 웃으며 어깨만 으쓱했다.
사실 하이파이브를 할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울렁울렁 멀미에, 거센 바람까지⋯. 가출하려는 혼을 겨우 부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팀장님께 전화드려야 하는데.”
병훈이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너무 늦은 시각 아닙니까?”
으뜸의 말에 초원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세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빠져나오면 시간 상관없이 바로 전화 달라고 하셨거든. 아, 근데 나 지금 정신없다. 홍 주임이 전화할래?”
보트를 몰며 통화를 하는 건 무리라며 병훈이 핸드폰을 넘기려 했지만, 초원은 지금 남는 손이 없단 걸 다시 보여 주며 고개를 저었다. 핑계가 그럴듯했던지 그는 으뜸에게 핸드폰을 넘겼다.
손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형식적인 말만 하면 되는 통화라 해도 일대일로 대화를 하는 건 불편했다. 그날 이후로 오늘까지 그는 그날의 언쟁을 두고 별말이 없었다. 대신 더는 말리려고 하지 않고 작전을 짜는 걸 꼼꼼히 감독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구해다 주었다.
초원은 고맙단 말은 했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아직도 못했다. 사과할 생각이었지만 그건 서울로 올라가서 모든 걸 끝낸 후에 할 일이었다.
‘사과할 생각이라니⋯.’
저도 참 뻔뻔하다 싶었다. 일부러 잔인하게 상처 주고 그래도 받아 줄 거 다 아니까 뻔뻔하게 사과하고.
‘팀장님은 이런 내가 어디가 좋은 걸까?’
“아, 팀장님. 이으뜸입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초원은 저도 모르게 휴대폰 너머로 승준의 목소리가 들리진 않을까 귀를 기울였지만 모터 소리가 너무 컸다.
“네, 무사히 임무 완수했습니다. 네, 부상자도 없습니다. 아, 아직 육지로 가는 중입니다. 40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네? 아, 신경 쓰겠습니다. 네, 도착하면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병훈에게 핸드폰을 넘긴 으뜸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멀미하는 사람 있다고 신경 써 달라시는데요.”
“멀미하는 사람? 난 멀미 안 하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초원을 바라보았다.
‘아, 쓸데없이 저런 소린 왜 한담?’
초원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못되게 굴고 왔는데도 이 남자는 그녀가 멀미할까 걱정하고 있다니.
‘대체 내가 뭐라고⋯.’
마음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올라오려 했다.
초원은 코를 훌쩍이다 무심결에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일곱 살치고는 너무도 조용한 아이. 저처럼 멀미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얼굴에는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그저 무심하게 검은 바다만 내려다보고 있을 뿐.
“시온아, 우리 이제 육지로 가면 차 타고 서울로 갈 거야.”
아이는 인형을 꼬옥 그러쥐기만 할 뿐 달리 반응이 없었다.
“괜찮아?”
아이는 여전히 바다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이 이렇게 거센 데도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바닷속에 괴물이라도 있을까 봐 그러는 건가? 저 검은 바닷속에 괴물이 있는 건 유경험자로서 잘 아는 바였지만 오늘 누군가가 그들을 공격하거나 방해할 이유는 없었다.
“무서워?”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때 아이가 꼭 끌어안고 있는 강아지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시온아, 얘는 왜 아롱이야?”
그제야 아이는 고개를 들고 자그마한 입술을 오물거렸다.
“할머니 집 멍멍이가 아롱이예요.”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치유 능력을 쓴 대상이 할머니 집 강아지라는 게 기억났다. 보고 싶냐고 물으려던 초원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강아지가 아직 살아 있는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지 초원으로선 알 턱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풀이 죽은 듯한 아이를 더 우울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시온이가 아롱이 아픈 데 고쳐 줬다며?”
아이가 뿌듯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 대단하다. 아롱이가 정말 좋아했겠네.”
씨익 웃던 아이가 입술을 잠시 달싹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아롱이 보러 가고 싶어요.”
“그래, 곧 보러 갈 수 있을 거야.”
초원은 구명조끼를 붙들었던 손으로 아이를 살살 다독였다. 순간 거센 파도가 보트 가장자리를 때리면서 손등에 물이 튀었다.
“아!”
손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아이를 토닥이던 손을 급히 들어 보니 손등 가장자리에 긁힌 자국이 나 있었다. 수풀을 넘다가 긁힌 모양이었다.
“아파요?”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초원을 올려다보았다.
“아냐, 그냥 좀 긁힌 거야.”
“내가 고쳐 줄까요?”
초원을 향해 몸을 돌려 앉은 아이가 두 손을 그녀의 얼굴로 뻗었다.
“아니, 괜찮아. 별로 안 아파.”
가로젓던 얼굴이 아이의 작은 두 손에 붙들렸다. 아이가 고개를 든 채로 눈을 감았다.
‘나도 눈을 감아야 하나?’
“다 고쳤어요.”
“뭐? 벌써?”
“네.”
아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 초원의 다리 사이에 놓았던 강아지 인형을 집어 들고는 정면을 응시했다.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빨간 상처가 사선을 그리던 곳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뽀얀 새살이 돋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만 해도 아팠던 어깨가 지금은 멀쩡했다. 얼얼했던 무릎도⋯.
‘그럼 혹시⋯.’
왼쪽 귀 뒤,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넣었다. 수술 흉터가 있어야 할 자리가 매끄러웠다. 감각도 돌아와 있었다. 여기서 머리가 나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겠지.
“고마워, 시온아.”
아이는 씨익 웃더니 다시 먼 바다를 응시했다.
죽음이 언제든 코앞까지 들이닥칠 수 있다고 20년 넘게 끝없이 상기시켜 주던 그 상처가 겨우 몇 초 만에 이 아이의 손안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벅찬 감격을 겨우 ‘고마워.’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부족한 표현력이 야속했다.
초원은 아이를 붙든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현우를 정말로 살릴 수 있다는 확신에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올 때보다 파도가 거셌다. 멀미도 멀미였지만, 보트를 찰싹찰싹 때리는 파도에 엉덩이와 등이 젖기 시작했다.
“얼마나 남았어요?”
초원은 그 찝찝한 느낌에 얼굴을 찡그리며 병훈을 돌아보았다.
“10분 정도.”
“아직도?”
육지의 불빛이 보이길래 거의 다 온 줄 알았더니. 10분 동안 이러고 가면 헤엄쳐서 간 거나 다름없는 꼴이 될 게 분명했다.
‘아, 갈아입을 옷 안 가져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