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mperature difference between the woman and the man RAW novel - chapter 32
‘세상에나⋯.’
초원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엎드려 누웠다.
“안 돌아누울 거예요?”
그의 못마땅한 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원은 매트리스에 묻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옆으로 눕든가.”
또 주저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피식 웃는 소리가 초원의 어깨를 간질이더니 다리 사이를 다시 그 성난 짐승이 가르고 들어왔다. 여린 목덜미에 고개를 묻은 그가 중얼거렸다.
“사람 정말 안 변하네.”
“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승준을 바라보았다가 대답을 듣기는커녕 입술만 빼앗겼다. 입술이 얼얼해질 정도로 빨던 그가 나른한 눈빛으로 초원의 눈을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내 말은⋯ 귀엽다고⋯.”
미심쩍은 눈초리에도 별말 않고 코끝에 입만 맞춘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속도를 냈다. 이미 달궈질 대로 달궈졌던 초원의 몸이 곧바로 격렬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미치겠다. 현실이 꿈보다 더하네.’
‘날씨 탓인가?’
초원의 마음을 대변하듯 창밖은 우중충하기 그지없었다. 유리창을 때리는 빗방울을 멍하니 바라보며 소파에 엎드려 누운 그녀의 손에는 맥주 캔이 들려 있었다.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벌인 정사 후, 머릿속의 비명 소리는 잦아들었지만 이제는 알 수 없는 불편한 감정이 꾸물꾸물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무엇이 불편한 걸까? 자제력을 놓아서? 팀장과의 관계가 초원이 그어 둔 궤도를 이탈해서? 아니면 지금 커피 테이블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자신을 동물원 원숭이인 양 관찰하고 있는 저 혼령 때문에?
“혼자 사신다던 분 집에 여자 귀신이 있네.”
초원이 영을 감지하는 줄은 몰랐을 귀신이 그 말에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점심을 먹은 후 승준이 볼일이 있다며 나가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난 이 처녀 귀신이 자꾸 초원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보통 간이 크지 않고서야 특관청 직원을 따라다니는 귀신은 없는데, 이 여자는 좀 독특했다.
그래도 딱히 해코지하려는 속셈은 아닌 듯해 모른 척하려 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입은 거라고는 후드 티에 팀장에게서 빌려 입은 남자 팬티 하나뿐인데⋯. 아무리 같은 여자끼리라도 저 호기심 어린 시선이 불편해 초원은 계속 후드 티를 아래로 당겼다.
“아가씨, 미안한데 나 느낄 줄만 알지 보고 말하는 건 못하거든요.”
초원이 영매라도 되는 줄 알았는지 코앞까지 다가왔던 귀신은 그 말에 실망한 기운을 역력히 냈다.
“미안해요.”
초원은 귀신의 얼굴이 있을 법한 허공을 향해 멋쩍게 웃고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손에 들린 맥주 캔이 점점 미지근해져 갔다.
‘진짜 비슷해.’
꿈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본 적 없는 몸인데 꿈이 어떻게 그렇게 정확할 수 있었을까?
‘나 설마 없던 능력이라도 생겼나?’
그 찜찜한 생각에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렸다.
삑삑삑삑.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이어 덜커덩 문 열리는 소리가 거실을 가로질렀다. 초원은 거실로 들어오는 남자를 향해 고개를 들고는 이 집의 지박령이라도 되는 듯 굴었다.
“어서 오세요.”
정작 이 집의 진짜 지박령은 승준이 들어오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승준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집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도 기뻤지만,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아슬아슬한 차림의 초원이라는 건 꿈만 같았다.
“안녕.”
허리를 굽혀 살포시 입을 맞췄다. 쑥스러워하는 얼굴이 귀여워 한 번 더 살짝 입을 맞추고는 손에 든 봉투를 내밀었다.
“뭔데요?”
초원이 부스스 몸을 일으켜 앉더니 봉투를 받아 들었다.
“연고.”
초원이 고개를 갸웃하자 어느새 옆에 앉은 승준은 그녀가 입은 후드 티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어제는 어두워서 몰랐는데 아까 보니까 옆구리에 멍들었던데.”
손을 떼어 내며 옷을 다시 끌어 내리던 초원이 잠잠해졌다. 손끝이 옆구리를 훑기 시작하자 그녀는 몸을 살짝 비틀었다.
“아파요?”
“그냥, 약간요.”
“이거 좀 벗어 봐요. 약 발라 줄 테니까.”
남자 팬티 하나 달랑 걸치고 남의 거실에 앉아 있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옷에 연고를 묻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초원은 머뭇머뭇 후드 티를 벗어 끌어안으며 가슴을 가렸다.
‘멍이 언제 든 거지?’
보트 위에서 꼬마가 다친 데를 다 고쳐 주었으니 그전에 생긴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구조하러 온 어선에 오를 때 생긴 모양이었다. 등 뒤에서 연고를 발라 주던 승준이 느닷없이 신세 한탄을 시작했다.
“초원 씨는 참 손이 많이 가는 여자야. 내가 살다 살다 타박상 연고만 세 번 사다 준 사람은 초원 씨가 처음이네.”
초원이 허리를 비틀어 뒤로 살짝 돌아보더니 눈을 흘겼다.
“가만히 좀 있어 봐요.”
다른 손이 옆으로 쑤욱 들어와 초원의 아랫배를 붙들었다. 그녀는 옷을 붙잡고 있던 손 하나를 내려 승준의 손을 떼어 내려 했다.
“아, 뱃살 만지지 마세요.”
“만지고 싶어도 없는데, 뭐.”
그 말에 풋 웃은 초원은 손을 거뒀다.
“근데 설마 이거 사러 나갔다 오신 건 아니죠?”
미안한 마음에 묻고 보니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연고 하나 사는데 두 시간 넘게 걸릴 리가.
“응? 겸사겸사.”
뭘 하고 왔는지 자세히 묻지 말라는 어투인 것이 걸렸다.
‘설마 그 선녀?’
정사가 끝난 후, 샤워를 하고 나온 초원은 속옷을 빌리려다 본의 아니게 승준의 전화 통화를 엿듣게 됐다. 드레스 룸 맞은편, 서재의 닫힌 문에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단어 몇 개를 주워들은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선녀님?’
승준은 분명 전화 너머의 상대를 그렇게 불렀다. 설마 그 팀장이 전화로 사주 상담을 받고 있을 리는 없고, 이건 진짜 선녀라는 소리였다. 저승에서 저승사자들이 외근 오듯, 천계에서 선녀들이 청에 외근을 오곤 했다. 그럼 설마 일 중독자 팀장이 주말에도 일을 하는 걸까? 하지만 들리는 단어들이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꽃밭이니 꽃이니 뭐니.
‘뭐야⋯.’
조금 전까지는 초원을 침대에서 못 나가게 하려고 기를 쓰더니 정사가 끝나자마자 딴 여자랑 통화라니.
‘알 게 뭐야. 팀장님 사생활인데.’
초원은 마음속에서 고개를 드는 묘한 감정을 억눌렀다. 사랑이 아닌 섹스를 원한 주제에 다른 여자를 신경 쓰는 건 모순이니까.
“다 된 거 아니에요?”
등 전체가 멍이 들었을 리도 없는데 손가락이 계속 이곳저곳을 훑고 있었다.
“또 멍든 데 있나 봐야 하니까⋯.”
핑계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속아 주기로 했다. 허리를 쓰다듬던 손이 불쑥 아랫배로 오더니 그녀의 몸을 끌어당겼다. 눈 깜짝할 사이에 초원은 승준의 허벅지에 앉은 꼴이 됐다.
“뭐 하시는 거예요?”
후드 티를 뺏으려는 그를 초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밀어냈다.
“앞쪽도 확인해야지.”
“여긴 멍 없어요.”
“그럼 이건 뭐죠?”
승준은 가슴골이 시작되는 부분의 작고 불그스름한 자국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내려다본 초원의 얼굴이 붉어졌다.
“키스 마크는 멍 아닌가요, 홍 선생님?”
“⋯의학적으로는 멍이긴 하죠.”
씨익 웃은 승준이 순식간에 몸을 가린 후드 티를 빼앗아 소파 너머로 던졌다. 그냥 두면 사라질 자국에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말려도 하나하나 찾아 약을 바르더니 이제는 아무 상관 없는 그녀의 입속을 혀로 확인하고 있었다.
“으읍, 아직 맥주 덜 마셨는데⋯.”
승준을 겨우 밀어내고 입술을 뗀 초원이 협탁 위의 맥주를 핑계랍시고 가리켰다.
“이따가⋯.”
이미 달아오른 남자에게 그런 저렴한 핑계가 통할 리가 없었다.
“김빠지잖아요.”
“새 거 따면 되지.”
초원은 더 반박하지 못했다. 그의 뜨거운 혀가 그녀의 붉은 젖꼭지를 부드럽게 휘감기 시작하자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건 신음밖에 없었다.
“아흣⋯.”
승준은 탐스러운 가슴을 입에 가득 문 채로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주는 야릇한 감각에 한껏 취해 숨이 넘어갈 듯 고개를 젖힌 초원을 보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일도 없었다.
커다란 손이 속옷 속으로 파고들어 오기 시작하자 초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에 해 놓고 또 하자니⋯. 이 남자 대체 얼마나 굶은 거야?’
팔 하나가 초원의 허리를 휘감고 끌어 올리더니 속옷을 끌어 내리려 했다. 이대로 하면 마주 보고 해야 할 게 뻔했다. 초원은 속옷을 다시 위로 끌어 올리고 몸을 일으켰다. 소파 아래로 내려간 그녀는 승준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남자에게 한 번 생긋 웃어 준 초원은 그의 벨트 버클을 풀었다. 이내 잔뜩 흥분한 그의 분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원은 굵은 기둥을 한 손으로 쓸어내리다 끄트머리를 할짝할짝 핥아 보았다. 보드라운 혀가 뜨거운 머리에 닿는 순간 승준의 허벅지가 움찔거렸다.
‘재밌네, 팀장님 반응.’
잡아먹히는 입장에서 잡아먹는 입장이 되는 건 색달랐다. 자신감을 얻은 초원은 고개를 살짝 들어 승준에게 눈을 맞췄다. 그렇게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서서히 뿌리부터 끄트머리까지 혓바닥으로 쓸어 올렸다. 그 노골적인 혀 놀림을 지켜보던 승준이 긴장한 얼굴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가슴이 크게 들썩이고 있었다.
초원은 다시 그의 다리 사이에 고개를 숙였다. 머리 위로 흩어지는 뜨거운 한숨을 느끼며 끄트머리만 조심스레 입에 머금었다. 손을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입술과 혀로 머리를 부드럽게 빨고 간지럽혔다. 그러자 한숨이 점점 거친 숨소리로 변해 갔다.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승준의 굵은 손가락이 얽혀 들어왔다. 그걸 신호로 받아들인 듯 초원의 머리가 아래로 깊숙이 내려가자 애틋하게 머리를 어루만지던 손이 점점 속도를 잃기 시작했다.
그와 반대로 초원의 머리는 서서히 속도를 내고 있었다. 입속 깊이 그의 버거운 분신을 머금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한동안 턱에 무리 가는 건 못 먹겠네.’
“하아⋯.”
한숨 같은 신음 소리에 위를 살짝 올려다본 초원은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한창 좋을 때일 텐데 갑자기 승준이 어깨를 뒤로 밀며 멈추게 했다. 고개를 든 그녀는 그의 분신을 아이스크림이라도 되는 듯 입에 문 채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얼굴로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물건을 물고 있는 그 광경에 승준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위로⋯ 올라와요.”
그는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렸다. 초원의 뜨겁고 촉촉한 입속이 선사하는 느낌은 황홀하기 그지없었지만 이렇게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초원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지 욕구를 풀자는 게 아니었다.
승준의 말을 뻔히 이해해 놓고도 모르는 척 고개를 갸웃한 초원은 눈을 나른하게 뜨더니 입속의 혀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 아찔한 감각에 잠시 승준이 할 말을 잃고 멈칫하는 순간, 다시 고개를 숙인 그녀가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이 여자 진짜 사람 미치게 하네.’
이 여자, 영악하다는 걸 잠시 잊었다. 승준은 결국 포기하고 초원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는 그를 슬쩍 올려다본 초원은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요즘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었는데 적어도 이 남자한테는 쓸모 있네.’
사무실에서는 만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모르는 남자가 그녀의 손안에서 자신을 놓고 쾌락에 몸을 내맡기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 작은 손에 붙들린 뿌리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내 머리 위에서는 한숨 같은 신음이, 그리고 초원의 입속으로는 뜨거운 액체가 터져 나왔다.
꿈틀거림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린 초원은 천천히 그의 분신을 핥았다. 혀가 스칠 때마다 절정에 취해 가만히 숨을 고르던 승준의 허벅지가 움찔거렸다.
숨죽여 웃는 초원을 승준은 위로 끌어 올려 허벅지 위에 앉혔다. 이제야 얌전히 앉아 그가 원하는 대로 입술을 맞춰 주던 초원이 속삭였다.
“좋았어요?”
“좋았냐가 아니라 괜찮냐고 물어야지.”
승준은 초원의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왼쪽 가슴에 놓았다. 그녀의 작은 손 아래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기세로 뛰고 있었다.
“좋은 부하 직원이 되는 게 이렇게 쉬운 건 줄 몰랐네요, 팀장님.”
주방에 서서 수건으로 입가의 물기를 닦던 초원은 2층에서 내려오는 승준을 보고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다음 평가 때 잊지 말고 참작해 주세요.”
피식 웃은 승준은 냉장고를 여는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은 부하 직원이 아니라 사랑받는 부하 직원이지.”
‘사랑’이라는 단어에 초원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등 뒤에 서 있던 그는 보지 못했다.
“받기만 하니까 미안한데, 내가 뭘 해 주면 좋을까?”
뒤에서 끌어안았지만 초원은 맥주 캔을 따는 데만 관심이 쏠려 있었다.
“응?”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으며 재차 물었다.
“뭐 해 주실 건데요?”
“초원 씨가 원하는 거면 뭐든지.”
“진짜요?”
승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초원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럼 연봉 올려 주세요.”
“그건 안 됩니다.”
“칫⋯.”
부루퉁한 얼굴로 맥주를 들이켜는 초원을 끌어안고 승준은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웃었다.
“이쪽으로 와 봐요.”
맥주 캔을 들지 않은 손을 승준이 잡아끌었다. 아일랜드 카운터를 등지고 선 순간, 초원의 몸이 위로 번쩍 들리더니 카운터 끄트머리에 걸터앉은 꼴이 됐다.
“앗!”
그 바람에 찰랑거리던 맥주가 손 위로 넘쳐 흘렸다. 그 찝찝한 느낌에 초원은 눈을 찡그렸다.
“금방 새 맥주 땄는데 진짜 이러기예요?”
카운터 가장자리를 양손으로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인 승준이 장난기 넘치는 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그 청량한 미소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남자 이렇게 웃을 줄도 알아?’
당황한 초원은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맥주 캔을 카운터 위에 놓았다.
“맥주 아깝게 다 흘렸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승준이 그 젖은 손을 붙들더니 손가락을 하나씩 빨았다. 말랑한 혀가 부드럽게 손가락을 휘감았다. 시선을 떼지 않고 자신의 손가락을 입속으로 집어넣는 그를 보자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초원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벌리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됐죠?”
손을 놓자마자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그녀의 얼굴을 붙든 승준은 입술을 겹쳤다. 끈적하게 얽혀 드는 혀끝으로 씁쓸한 맥주의 향이 감돌았다.
한참 혀를 섞던 그는 눈을 슬며시 뜨고 초원의 반응을 살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입을 맞추는 그녀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살포시 눈을 뜬 초원은 자신을 줄곧 들여다보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해 곧바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승준은 그녀의 눈 속에 깊이 새겨진 갈증을 놓치지 않았다.
갑작스레 입술이 떨어지자 초원의 몸이 휘청했다. 엉덩이로 손이 파고들더니 초원이 미처 저항을 하기도 전에 속옷을 끌어 내렸다. 맥주는 한 캔도 제대로 못 마셨건만 취한 듯 정신이 몽롱해진 그녀는 얌전히 그의 손길에 몸을 내맡기고 다리를 벌렸다.
“아흣⋯.”
계곡의 초입으로 갈 줄 알았던 혀가 곧바로 가장 깊숙한 샘을 파고들었다. 보드랍고 말캉한 혀가 안쪽을 헤집는 그 생소하고도 황홀한 감각에 초원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 온몸이 말랑말랑하게 녹아내렸다. 더는 버틸 수 없어진 그녀는 천천히 카운터에 몸을 눕혔다.
혀가 여린 속살을 핥을 때마다 엉덩이가 움찔거렸다. 그런 그녀의 하체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이 점점 위로 올라오고 그에 맞춰 혀도 꽃잎을 훑으며 서서히 돌기를 향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쉬워하던 것도 잠시, 뜨거운 두 손이 옷 속을 파고들어 와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촉촉한 입술이 민감한 돌기를 머금었다.
“앗⋯.”
짧은 신음을 토해 낸 초원은 입술을 깨물고 몸을 비틀었다. 가슴을 주무르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돌기를 살살 빨아대던 입술이 멈추더니 혀가 마구 훑어대기 시작했다. 그 압도적인 자극에 몸이 부서질 것 같았던 초원은 혀가 돌기를 쓸어 올릴 때마다 입술 사이로 야릇하게 새어 나가는 신음을 막을 겨를이 없었다.
“아흣, 팀장님⋯.”
‘좀 더’와 ‘그만’을 동시에 외치고 싶은 느낌이 계속됐다. 이러다가 정말 몸이 재가 되어 부서져 내릴 것 같았던 초원은 파르르 떨리는 손을 들어 승준의 머리를 밀었다.
“왜? 싫어요?”
싫을 리가 없다는 건 승준도 이미 알고 있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과 헐떡이는 숨소리, 애타게 뻐끔거리기 시작하는 입구가 말해 주고 있었다.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죽을 것 같아서⋯.”
초원의 다리 사이로 파스스 부서지는 웃음소리가 한껏 예민해진 꽃잎을 간질였다.
“이 정도로는 안 죽어요.”
“아앗⋯.”
혀가 다시 격하게 살점을 헤집더니 긴 손가락 하나가 안쪽으로 파고들어 왔다. 잔뜩 달아오른 목소리가 다시 주방을 울리기 시작했다.
절정을 만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초원은 남의 집 주방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다리를 벌린 채 누워 숨을 헐떡였다. 그런 그녀를 덮치듯 몸을 숙인 승준이 가볍게 입을 맞추며 괜찮냐고 물었지만 초원은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떨림이 잦아들자 서서히 정신이 든 그녀는 승준의 도움을 받아 다시 바닥에 발을 디뎠다.
“괜찮아요?”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제대로 설 수 없었던 초원은 승준에게 몸을 기댔다. 그러다 아랫배에 닿는 그의 몸이 단단하게 부풀어 있는 걸 느끼고 못 믿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승준이 바지 주머니에서 네모난 포장지를 꺼내 들었다.
“소파로 갈래요?”
‘아, 이 남자 진짜. 휴가 나온 군인도 아니고⋯.’
한숨을 쉰 초원은 아일랜드 카운터 가장자리에 팔꿈치를 얹고 엉덩이를 뒤로 쭉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