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mperature difference between the woman and the man RAW novel - chapter 73
또 떠나려는 줄 오해하고 화가 나서 말도 섞기 싫은 건가 싶었다.
“그런 게 아니라⋯.”
“사유는 밝힐 필요 없습니다.”
단호하게 말을 끊은 승준은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 얼음장처럼 싸늘한 태도에 울컥한 초원은 눈물을 꾹 참으며 밖으로 나왔다.
“썩을 놈, 흑⋯. 뭐? 사유는 밝힐 필요 없습니다? 재수 없어.”
침대 위에 앉아 엉엉 울던 초원은 끄윽끄윽 숨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울게 만든 남자를 욕하는 걸 잊지 않았다. 다리 사이에 낀 파인트 사이즈의 아이스크림 통은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삼대가, 아, 아니지. 내 새끼 저주할 뻔했네.”
눈물을 닦은 그녀는 아이스크림 통에 꽂힌 밥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한 숟갈이 입속으로 사라졌다.
“드럽고 치사해서 진짜. 내가 혼자 키운다.”
어찌나 찬바람이 쌩쌩 불던지 애도 낳기 전인데 뼈가 시릴 정도였다.
“나중에 애 한 번만 안아 보자고 무릎 꿇고 싹싹 빌어도 허락해 주나 봐라.”
이를 갈며 북받치는 설움을 눌렀다. 텅텅 빈 아이스크림 통 바닥을 숟가락으로 박박 긁던 초원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남자 그냥 화가 난 걸까 아니면 정말로 정이 이 아이스크림처럼 똑 떨어져 버린 걸까?
“흑, 그럼 어떡해?”
그새 또 울음이 터졌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썩이던 초원은 난데없는 꼬르륵 소리에 윗배를 문질렀다. 혼자 파인트 한 통을 다 먹었는데 돌아서니 또 배가 고팠다.
‘하긴, 아이스크림은 녹으면 물이지.’
이젠 매콤하고 새콤한 게 땡겼다.
‘그 망할 남자 집 앞에 있는 족발집 막국수 먹고 싶다.’
한번 먹고 싶다고 생각하니 입에 침이 마구 고이면서 참을 수가 없어졌다. 초원은 벌떡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못 먹으면 미칠 것 같던 막국수와 족발을 손에 든 초원은 승준의 아파트 입구 앞에 섰다.
‘이거 갖고 가서 같이 먹자고 해 볼까?’
‘아냐, 먹는 거는 나한테나 통하지.’
‘아우 씨, 그냥 문자로 확 초음파 영상 보내 버릴까?’
속으로 떠들던 그녀는 꺼림칙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뭐야, 저 여잔?’
마스크로 얼굴을 덮고 후드까지 푹 눌러쓴 젊은 여자가 입구 옆 벤치에 앉아 초원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매서운 눈빛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여자는 기분 나쁠 정도로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자의 발치에 놓인 등산 가방이 낯익었다.
‘뭐지? 어제 병원에서 마주친 여자랑 다른 사람인데⋯.’
노려보는 듯한 여자의 시선이 불편해진 초원은 입술을 깨물며 불 켜진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승준은 바닥을 드러낸 잔에 소주를 채웠다. 이 싸구려 같은 기분은 이 싸구려 같은 술로 잊어 줘야 했다. 내일 아침이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숙취를 느끼며 또 해가 떴다는 아픔을 잊을 수 있을 터였다.
‘독하다, 독해.’
소주 따위는 비교도 안 되게 독한 여자였다. 그것도 그렇게 발그레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이동 신청서를 내밀다니⋯.
그저 옆에만 있어 주길 바랐는데 끝내 떠나고야 말 심산인 모양이었다. 일부러 부담 느끼지 않게 거리를 두어 줬는데도 마주치는 것조차 그렇게 불편했던 걸까?
‘밉다, 진짜.’
쓰디쓴 소주를 입속으로 털어 넣고 빈 잔을 테이블 위에 탁 놓았다.
‘설마 그놈이랑 아무 거리낌 없이 사귀려고 떠나는 건⋯.’
무릎 위에 팔꿈치를 짚고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이미 지난 짝사랑인데 자신을 못 믿냐던 초원의 말을 믿고 싶었지만 이미 끝난 사이에 그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소주병을 들어 올리던 그는 난데없는 벨 소리에 손을 멈췄다.
‘허? 뭐지?’
인터폰 화면을 본 승준의 마음속에서 또 미련한 기대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었다. 회사도 아니고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사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게 분명했다.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무슨 일로?”
“팀장님⋯.”
역시 기대는 접는 게 좋은 걸까. 여기까지 와서도 초원은 그를 팀장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회사에서 얘기하면 안 되는 일입니까?”
사무적인 말투에 초원은 뚱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눈을 휘며 웃었다.
“들어가서 얘기하면 안 될까요? 다리 아파서⋯.”
승준은 마지못한 척 한숨을 쉬며 문을 열어젖혔다.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초원은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었다.
헤어진 지 고작 한 달 남짓. 벽을 허무는 데에는 참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더니, 그 벽은 내버려 둔 지 한 달 만에 잡초처럼 솟았나 보다.
“내일 출근해야 하지 않나?”
승준의 만류에도 초원은 어렴풋이 눈웃음만 지을 뿐, 와인 병을 기울이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와인 잔으로 검붉은 와인이 쏟아져 내렸다. 바닥을 보이는 다른 잔에도 와인을 따른 그녀는 테이블에 병을 내려놓았다.
“앗!”
서툴게 내뻗은 손끝에 밀려 초원의 와인 잔이 넘어졌다. 승준이 재빠르게 낚아챈 덕에 잔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쏟아진 와인에 테이블이며 카펫이 엉망이 되었다.
“죄송해요.”
“괜찮아.”
“닦을 거라도⋯.”
승준은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주방으로 향했다.
‘대체 뭘 하려고 온 거야?’
찾아온 걸 보고 설렜던 것도 잠시, 초원의 말투와 행동에서 지독한 거리감과 위화감이 느껴졌다. 하고 싶다던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고 와인 잔만 기울이고 있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었다.
‘취해야만 할 수 있는 말인 건가.’
붙잡고 묻고 싶었다. 그렇게 독하게 내쳤으면서 여긴 왜 왔냐고. 좋은 이야기라면 사람 피 말리지 말고 당장 말하라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면 그냥 가 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충동을 꾹꾹 억누르며 키친타월을 집어 거실로 돌아갔다.
그새를 못 참은 건지 초원의 손에는 승준의 와인 잔이 들려 있었다. 레드 와인이 위태롭게 찰랑이는 모습에 그는 한숨을 쉬었다.
“또 쏟으려고⋯.”
초원이 피식 웃더니 잔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쏟아진 와인을 대충 닦아 낸 승준은 소파에 털썩 앉았지만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초원이 또 와인 병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됐어요. 내가 해 줄게요.”
승준은 병을 빼앗아 빈 잔을 채워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 초원이 씩 입꼬리를 올리더니 잔을 눈앞으로 들어 올렸다.
“짠 해요.”
승준은 피식 웃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잔을 집어 들었다. 쨍그랑 유리잔이 부딪치고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머금은 그는 그 씁쓸함에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일이라도 있나 보네.”
“흠, 축하할 일이 있긴 있죠.”
“뭔데?”
“나중에, 이거 다 마시면 말할게요.”
초원이 승준의 잔을 얼른 비우라는 듯 밀었다.
“왜? 지금 말하면 안 되는 건가?”
승준의 고집에 그녀의 입에서 못마땅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거 다 마시고 침대로 가요.”
침대로 가자는 말에 그는 눈만 깜빡였다. 그때 주방에서 승준의 핸드폰이 짤막하게 울렸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왜? 이번에는 어떤 놈 이름을 부르려고?”
뭐가 우스운 걸까? 초원은 온몸을 들썩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혔다. 굳어 가는 승준의 표정을 뒤늦게 눈치챈 듯, 그녀는 옆으로 다가와 살갑게 팔짱을 꼈다.
“아니, 사과하려고 온 건데 좀 받아 주면 안 돼요?”
“제멋대로도 정도가 있지.”
“제발, 응?”
초원은 여전히 손에 들려만 있는 와인 잔을 입가로 밀어 올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승준이 잔을 단숨에 비우자 그녀는 팔짱을 풀고 벌떡 일어섰다.
“같이 씻을래요?”
뭐가 그리 좋은지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었다.
“먼저 올라가 있어요.”
승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눈앞의 이 난장판부터 치워야 했다. 초원이 2층으로 사라지고 그는 와인 잔과 병을 집어 주방으로 향했다.
싸늘한 적막을 긴 한숨이 가로질렀다. 기뻐야 할 것 같은데 기쁘지가 않았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왜 저러지? 한 잔밖에 안 마셨는데 벌써 취했나?’
이러다 내일 돌변하면 승준만 비참한 신세가 될 터였다.
붉게 물든 키친타월을 쓰레기통에 쑤셔 넣고 계단으로 향했다. 내딛는 걸음이 어색했다. 어지러워진 그는 난간을 붙잡았다.
‘나도 벌써 취했나?’
2층으로 올라가자 드레스 룸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승준은 한 발짝 안으로 내디디다 말고 얼어붙었다. 목 뒤의 솜털이 하나씩 곤두서고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
“진짜 왜 이렇게 다 꼬였나 몰라.”
초원은 식탁 앞에 앉아 막국수를 뒤적이며 투덜거렸다.
“쉬운 게 없네.”
그냥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나 임신했어요.”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못할 줄 알았던 임신도 했겠다 다 잘 풀릴 줄 알았더니⋯.”
한숨을 푹푹 쉬던 초원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배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아냐, 괜찮아. 우리 조랭이는 걱정 말고 족발 맛있게 먹고 쑥쑥 크기나 해.”
조랭이. 어젯밤 잠자리에 누워 한참을 고심하다 지은 태명이었다. 처음 보자마자 떠올린 게 조랭이떡이었고 마침 성도 조 씨이니 이보다 딱인 태명도 없지 않은가.
족발 한 조각을 입에 넣은 초원은 식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열었다.
“우리 예쁜 조랭이나 봐야지.”
이미 수십 번도 반복한 손가락 놀림으로 초음파 영상을 틀었다. 이게 비디오테이프였다면 테이프가 너덜너덜 늘어지고도 남았을 거다.
손가락을 빠는 장면은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 너무 예쁘다. 벌써 예쁘네.”
이렇게 아기를 보고 있으면 모든 게 잘될 것만 같으면서도 이 작은 아이를 무사히 키울 수 있을지 두려워졌다. 그래도 아이 아빠와 함께라면 두려울 것 없다고 초원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같이 보면 좋을 텐데⋯.’
화면 위로 손가락을 들고 잠시 망설이던 초원은 채팅 앱을 열어 승준의 이름을 눌렀다.
“에잇, 모르겠다.”
냅다 영상 보내기 버튼을 눌러 버렸다. 전송된 메시지를 바라보는 가슴이 마구 콩닥거렸다. 1이 언제쯤 없어질까 기다리는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정말 끝나지 않을 모양이었다.
‘벌써 자나?’
한숨을 푹 쉬고 먹다 남은 음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남은 걸 냉장고에 넣으려 일어서던 초원은 얼어붙은 듯 멈췄다.
“승아 씨?”
승아가 초원의 자취방으로 찾아온 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여긴 무슨 일로⋯.”
방을 가로질러 코앞까지 다가오는 승아에게서 절박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이 초원에게까지 전해지자 그 섬뜩함에 몸이 떨렸다. 승아가 승준의 아파트를 벗어났던 적은 딱 한 번뿐이었다. 승준의 목숨이 위험했을 때.
“안 돼!”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
살짝 열린 욕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것은 노란 불빛만이 아니었다.
쏴아아.
물소리. 그 세찬 물소리에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땀 한 줄기가 그의 뒷덜미를 타고 내려가 셔츠를 적셨다. 거칠어지는 숨소리를 죽이며 승준은 조심스레 욕실로 다가갔다.
문을 조용히 열어젖혔다. 욕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욕조 가장자리에 앉아 물에 손을 담그고 있던 여자가 돌아보는 순간, 승준은 참았던 숨을 뱉어 내며 몸을 돌렸다.
뛰었다. 아니, 뛰어야 했다. 하지만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권총, 권총 어딨어?’
권총을 신발장 구두 상자에 넣어 뒀다는 게 생각 난 그는 구르다시피 계단을 내려갔다. 온몸이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뒤따라 계단을 내려오는 가벼운 발소리가 소름 끼쳤다. 주방을 지나치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전화나 잡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주인의 의지와는 달리 긴장이 풀려 가는 몸을 이끌고 겨우 신발장에 다다랐다. 등 뒤로 발소리가 타다닥,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망할, 둔한 것도 정도가 있지.’
다급한 손짓으로 신발장 안을 뒤지는 움직임이 익숙하고도 낯선 목소리에 뚝, 멈췄다.
“팀장님, 뭐 하세요?”
승준을 향하는 그 미소가 역한 피비린내를 풍겼다.
“초원 씨는 어쨌어?”
신발장 밖으로 불쑥 나온 손에 권총이 쥐여 있었다.
“팀장님, 왜 그러세요?”
초원의 모습을 한 침입자의 등 뒤로 벨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울리고 있었다. 누가 경고라도 해 주려는 걸까? 그런 거면 이미 늦었다.
“너 초원 씨 아니야.”
승준은 흐릿해지는 눈을 애써 깜빡이며 놈에게 총구를 겨눴다.
‘약 탔구나.’
놈이 흔들고 있던 와인 잔이 생각났다. 와인을 쏟은 것도 다 그의 주의를 돌리려 일부러 꾸민 짓이었을 거다.
“정체가 뭐야?”
“이야, 섭섭하네. 우리가 어떤 사인데,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너는 알아채야지.”
이 말투, 설령 초원의 목소리라도 이 잊을 수 없는 말투는 그놈이었다.
“너 어떻게 탈출했어?”
“하하, 내가 탈출한 것도 몰랐냐? 씨발, 공무원 새끼들 빠져서⋯. 나라 꼴 잘 돌아간다.”
“초원 씨 어쨌어? 무슨 짓을 한 거야?”
놈은 죄책감도 양심 따위도 없는, 쾌감만을 위해 살인하는 괴물이었다. 그런 놈이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 초원으로 변신해 왔다. 해코지라도 한 건 아닐까. 그 끔찍한 생각에 총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 씨발⋯. 네 놈이랑 그년을 두 달이나 쫓아다니면서 준비한 건데⋯.”
승준의 절박한 물음에도 놈은 머리만 긁적이며 제 생각에 바빴다.
“뭐?”
두 달이나 쫓아다녔다니. 그동안 제4격리소는 뭘 했으며 그는 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어떻게 알았냐?”
놈이 아쉽다는 듯 입을 쩝쩝거렸다.
욕조. 물 공포증이 있는 초원은 생일날 밤 후로 단 한 번도 욕조를 쓴 적이 없었다. 샤워하며 눈 감는 것조차 불안해하던 여자가 욕조에 물을 받을 리가.
“초원 씨는 어쨌냐고!”
놈은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말을 돌리고 있었다. 미칠 듯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자 승준은 점점 이성의 끈을 놓아 가고 있었다.
“대답해!”
성큼 다가간 그는 놈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댔다. 사랑하는 여자의 것과 꼭 닮은 눈동자에 공포심이 스치자 승준은 움찔했다.
‘아냐, 이건 초원 씨가 아냐.’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