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08)
“가지가지 한다.”
우리의 마마보이 유연서 씨는 몇 살까지 엄마를 찾았어요?
최대한 상황을 유쾌하게 넘기려 해도 몸은 그렇지 못했다. 사지가 벌벌 떨리고 오한이 들었다. 어쩐지 요새 귀가 거슬리더라. 설마 이게 원인일 줄 몰랐지. 그는 애써 다른 생각을 하며 이것이 지나가기를 빌었다.
[연서야.]“왜!”
다시 들려오는 환청에 그가 버럭 소리쳤다. 넓은 집안이 약간 울렸다. 그리고 당연히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가슴 아래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이게 피를 덜 토해서 그런가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와 진짜 나한테 왜 이러냐······.’
유연서는 바닥에 주저앉아 두 귀를 꽉 막았다. 이윽고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그가 따로 의도하지 않았는데, 몸에 익은 행동처럼 자연스러웠다. 아마 본체가 자주 하던 동작인가 싶었다.
[왜 그랬어.]“······뭐가요.”
대체 나한테 왜 이러시는데요. 그동안 마음껏 괴롭히셨잖아요.
[너 때문에.]그게 왜 뭔데, 뭐가 나 때문인데.
몸을 웅크리고 귀를 꽉 막고 있어도 그 목소리는 귓가에 속삭이듯 가까이서 들려왔다. 그는 심호흡했다. 말이 심호흡이지 숨을 헐떡이고는 곧 숨이 멈출 것처럼 보였다. 까딱하다가는 본체의 감정에 휘말릴 것 같았다.
“뭐야······.”
그러기를 몇 분, 뇌를 찌를 것 같은 이명이 사라지고, 샹들리에에 매달린 그것은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몸에 힘이 쭉 빠진 그가 멍하니 집안을 바라봤다.
‘시발.’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결국, 그렇게 거실 맨바닥에 정신을 잃었던 유연서는 그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다.
“얼굴 안 좋네.”
“어, 그냥 좀 피곤해서.”
그는 어김없이 자신을 데리러 온 형의 차를 타고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기억 동기화가 진행될수록 환영이 보이는 시간이 꽤 잦아졌지만, 그 시간만 버티면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문제가 생기니 골치 아파졌다.
‘이 상태에서 그 집에 또 가야 한단 말이지······.’
이 원인 모를 손 떨림도 아마 가족들과 있으면 심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마 원래의 유연서가 가족을 만날 때마다 왜 그렇게 날이 서 있었는지, 결국 가족모임에도 별로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근데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을 텐데······.’
아무리 가족이 아는 것을 꺼린다고 해도, 이렇게 심각할 정도였으면 진즉 병원에 갔을 거다.
그러니까 수전증이나 이런 증상들은 영혼과 몸의 충돌 때문에 이렇게 심해진 거라 이거지······.
‘아, 몸을 잘못 골랐어.’
애초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한숨을 쉬고 창밖을 바라봤다. 유은호는 그런 동생을 흘끔 바라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걸었다.
“너 병원 갔었다며.”
“그걸 어떻게 알아?”
“······나 검진하다가 들었어.”
사실 제 비서를 시켜 뒷조사한 거지만, 유은호는 표정도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을 했다. 유연서는 별 의심 안 하고 넘어갔다. 하긴, 직장인은 해마다 건강검진을 하니까.
[도련님이라면······ 딱히 문제없었습니다. 빈혈 증상이 있지만, 심각하지는 않았고요.] [근데 수행원으로 보이는 분이 표정이 안 좋긴 했습니다. 혹시 지금은 아무 이상 없으십니까?]검사 상 아무것도 안 나왔는데 임승현이 그 정도로 걱정할 게 뭐가 있을까······. 유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별거 아니었어.”
“그래?”
할아버지 댁에 다 와서 차를 정차한 유은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제 동생을 빤히 바라봤다.
“뭐야.”
“······.”
“더 할 말 있어?”
유연서는 괜히 찔려서 먼저 입을 열었다. 빤히 동생의 얼굴을 쳐다보던 유은호가 무언가를 결심했을 때,
“사실······.”
그의 말은 제대로 끝맺질 못했다. 밖에서 조수석을 똑똑 두들긴 박선우가 해맑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
“야, 잠깐 기다려 봐.”
지금 형님들이 중요한 얘기 하려는데 눈치 없이. 형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유연서는 박선우를 향해 닥치라고 손을 휘저었다.
“왜 안 내려, 형! 오랜만이야!”
“아 저게 진짜······.”
사실 본체가 박선우에게 거리를 둔 것은 이런 성격 때문이지 않을까? 유연서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유은호가 못 말린다는 듯 피식 웃었다.
“됐다. 나중에 하자.”
뭐야,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닌가. 유연서는 일단 차에서 내렸다. 두 형제가 차에서 내리자, 박선우의 핸드폰이 촬영음으로 요란하게 울렸다.
“우리 사진은 왜?”
“내 계정에 올리게.”
“우리의 허락은?”
“형들도 공인이니까 얼굴 팔려도 되잖아. 봐봐, 잘 나왔네.”
고급 승용차에서 내린 두 형제가 무슨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찍혀 있었다. 오, 이건 인정. 유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진짜 인플루언서 다 됐구나.”
“기본이지.”
박선우는 손가락을 빠르게 놀리면서 개인 SNS에 올릴 게시글을 써내려갔다. 그는 여전히 핸드폰에 시선을 둔 채로 말했다.
“근데 연서 형 얼굴이 왜 이래? 무슨 일 있어?”
박선우가 눈치챌 정도면 거의 모든 가족이 알 수 있다고 봐야겠는데? 유연서는 제 턱을 쓸어내렸다.
사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최대한 별채 쪽에서 시선을 멀리하고 빠른 걸음으로 본채 현관에 도달했다.
“요새 잠을 못 자서.”
“그래? 회사 일이 바쁜가······ 외숙모님이 그렇게 굴리는 타입은 아니지 않아? 형이라면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러실 텐데.”
“너무 그러셔서 문제지.”
최유진은 시간이 날 때마다 전화를 걸거나 찾아왔었다. 그러고는 뭐 더 필요한 거 없냐, 사람 더 붙여줄까? 하면서 뭐 하나 더 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JSENM에서는 ‘부회장이 이사실을 자주 드나들고, 유연서를 엄청 아껴서 곧 회사까지 통째로 줄 거 같더라’라는 식의 소문이 퍼졌다.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사이가 좋다는 것을 과시해 최상진 쪽의 신경을 긁는 거쯤은 유연서도 다 파악했다. 어머니도 은근 유치한 구석이 있었다.
“일찍 왔구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유 회장이 세 손자를 반겼다. 골칫덩이던 둘째 손자의 문제가 해결되니까 표정이 날로 좋아지고 있었다.
“할머니는요?”
“······또 비행기 타셨다.”
“그래요?”
유연서는 뒤이어 집안으로 들어오는 고모 가족들을 맞이하면서 유 회장의 귀에 속삭였다.
“저 피하는 거 아니시고요?”
유 회장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것을 본 유연서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사람 너무 원망하지 마라.”
“원망 안 해요.”
원망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거 아닌가. 그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동기화 받을 때 든 생각은 배신감, 원망 등이었지만, 이제는 체념 단계였다. 관계 회복을 할 의지도 전혀 없었다.
“할머니도 사정이 있겠죠.”
다만, 이렇게 마주치는 것을 꺼리는 걸 보니 빚을 지우는 건 확실히 된 모양이다. 나중에 정말 필요할 일이 생기면 박금주의 손이라도 벌려야겠다.
“그래. 네가 드디어 철이 들었구나.”
“이제 29살 됐는데 철 안 드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유 회장은 손자의 속도 모르고 대견하다는 듯 웃었다.
“네 나이대에 이만하면 훌륭하지. 다른 기업 손주들 봐라. 그놈의 마약에 음주운전에······ 쯧.”
처신 똑바로 하라고 하지 않으셨나? 처음 이 몸으로 왔을 때 봤던 태도와는 전혀 달랐다. 뭐지? 조금 섭섭하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 회장은 친척을 맞이하는 둘째 손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잊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근데 저 녀석, 기억이 점점 돌아온 건가?
유 회장은 집요하게 유연서의 모습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많이 상했다. 설마 예전처럼 돌아오는 건 아니겠지?
‘저렇게 의젓한데 설마······.’
그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일단 문제를 외면했다. 드디어 맞물린 가족 간의 평화가 깨지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떡국을 먹었다. 다른 재벌가는 제사를 중요시해서 일 년에도 몇십 번씩 모였지만, 주성은 이희서의 사고 이후로 제사를 축소했다. 그나마 있어도 선대가 묻힌 선산에 가서 짤막한 인사를 드리고 오는 게 전부였다.
“은호 전무 승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서로 근황 얘기가 짧게 오갔다. 유은호의 승진 소식에는 유건민이 몸을 들썩이며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난 표정을 지었었다. 유 회장의 날카로운 시선에 다시 근엄한 부회장으로 돌아왔지만.
“연서도 큰일 맡았다며? 바쁘겠구나.”
“제가 뭐 하나요, 다 대신해주는 사람이 있지.”
“그래도 요즘 열심히 회사 다니던데? 그거 때문에 얼굴이 반쪽이 됐네.”
역시 다들 그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연서는 대충 거짓말로 넘겼다.
“뭐, 그렇죠. 아무래도 작품 영향이 큰가 봐요.”
“아 맞다. 배우들은 몰입에서 깨는 게 힘들다고 어디서 봤는데?”
“네, 그런 거요.”
그래, 본체의 감정에 몰입을 세게 했지. 벗어날 수도 없게끔 말이야. 그는 또 떨리는 손을 식탁 밑에 내려놓았다.
“그럼 아예 회사 일만 하는 거니? 나는 연서 네가 연기하는 것도 좋던데.”
“사실 작품 고르고 있는데······ 맘에 드는 게 없어서요.”
유연서는 유 회장을 흘끔 바라봤다. 별다른 행동이 없는 것을 보니, 그가 배우 일을 병행해도 뭐라 안 하려나 보다. 최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유연서에게 넌지시 물었다.
“맘에 드는 시놉이 없니?”
“네.”
“그럼 행사 한 번 열어야겠네.”
“행사요?”
“응, ‘필름의 밤’이라고.”
자신들이 하는 것과는 다른 분야의 흥미로운 소식이 들리자, 가족들도 저마다 대화하던 것을 잊고 최유진의 말에 집중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업계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는 ‘영화인의 밤’이라는 게 있어요. 그거 본떠서 만든 거에요.”
“거기서는 뭘 하는데요?”
“업계인 모여서 하는 친목 겸 비즈니스죠. 자기가 뭘 계획하고 있는지 피칭도 하면서 투자유치 받고······.”
박선우가 ‘나도 가보고 싶다······.’라고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JSENM에서 주최하는 ‘필름의 밤’은 제작사 당 몇 개 정도의 초대권을 보내고, 아무나 출입하지 못하게끔 한다고 한다. 배우도 아무나 참여하는 게 아니고, 투자자와 친하거나 높은 급의 배우들, 혹은 배우 소속사에 뿌리는 초대권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아마 재밌는 거 많이 할 거야. 우리도 이번에 열면 2년 만인가?”
“그런 행사도 있었구나······.”
“너도 매년 불렸었어.”
“그래요?”
그리고 유연서는 초대권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의 위치였다.
“사람 북적거리는 거 싫어했잖아. 그래도 혹시 몰라서 자리는 빼 뒀었지. 이번에는 전보다 크게 해야겠네. 우리 아들 자랑도 할 겸.”
“하하, 여기서 더요?”
“왜?”
이러다가는 아버지보다 더한 팔불출로 소문나시겠는데······ 어쨌든 좋은 소식이었다. 그가 기분 좋게 웃으며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을 때, 눈앞에 있는 형체를 보고 몸을 굳혔다.
“왜 그러니?”
“······저 잠시만요.”
그는 벌떡 일어나 식당 밖으로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