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9)
“내가 이 물비린내 난다고 다른 거로 사 오라고 했지!”
“죄, 죄송해요. 형.”
씩씩거리던 배우는 기어코 매니저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발차기가 꽤 셌는지, 매니저가 주저앉으며 짧은 비명을 내뱉었다.
“억!”
“너 지금 소리 냈냐? 내가 참으라고 했어, 안 했어?”
심지어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아픈 거 못 참았다고 갈구고 있었다. 배우가 또 정강이를 차자, 매니저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유연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태겸이 이걸 봤어야 했는데.’
나 정도면 좋은 고용주 아닌가? 하지만 이태겸은 소속사로 돌아가 유연서에게 온 선물을 뜯어 보고 있었다. 혹시 ‘그 사람’이 또 이상한 것을 보낼까 봐 확인하라고 지시한 일이었다.
‘근데 저거 계속 놔둬야 하나?’
문제는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봐도 모른 척 제 할 일을 하기 바빴다. 유연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또 저러네······.”
근처에 있던 스태프 중 몇몇이 불쌍한 듯 탄식했다. 유연서가 그 뒤로 조용히 섰다. 인기척 없는 움직임이라 스태프들은 뒤에 누가 붙었는지 알지 못했다.
“저거 물 어제랑 다른 건데?”
“진짜 물비린내 나서 그러겠어요? 그냥 우리한테 불만인 거 매니저한테 푸는 거지.”
대체 여기 촬영장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빙의 후에는 화기애애하고 생동감 있던 분위기의 촬영장만 겪었던 그는 이런 분위기가 생소했다.
아, 생소한 건 아니다 ‘비상’ 때는 그가 저 배우의 위치에서 감독에게 온갖 진상을 부렸었지.
‘그건 감독 그 새끼도 선을 넘었었지.’
아직 동기화가 덜 됐지만,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유연서는 덩달아 모자를 쓰고 잠입한 차윤호에게 속삭였다.
“원래도 저랬나 보죠?”
“네, 저 배우는 업계에 소문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오래전부터요.”
배우의 얼굴은 익숙했다. 그러니까······ 오진성. 나름 이름이 알려진 40대 남자 배우. 영화계 캐스팅 2순위에는 꾸준히 드는 배우다. 매체에서는 얼굴과는 다르게 다정하고 신사적인 이미지였는데, 역시 사람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어떻게 안 좋은데요.”
“저런 일로요. 꽤 유명합니다. 피해자도 많고요.”
차 비서의 고갯짓이 향한 끝에는 다른 배우에게 화를 내는 오진성이 있었다. 신인 배우인지 돌아서서 눈물을 찔끔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작품은 계속 들어가네?”
나야 돈과 최유진이라는 뒷배가 있으니 그렇다 쳐도, 오진성은 신기하게 여러 작품에 얼굴을 보였다.
“연기가 꽤 괜찮아서요. 캐릭터 해석도 좋고. 마스크도 개성 있고······.”
“아아······ 알겠네요. 저런 비리 잘 저지를 거 같은 얼굴은 잘 없지.”
“여담이지만,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은 장예준 씨 엿 먹이기 위해서라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다고 합니다. 오진성이 신인 감독 작품에 들어갈 급은 아니거든요. 그렇게 자존심을 굽힐 성격도 아니고.”
꼬박꼬박 존칭을 사용했던 차 비서는 오진성에게는 붙이지 않았다. 제작사 말단 직원에서부터 현장 일을 익혔다고 했었나? 오진성에게 쌓인 게 있었나 보다.
그럼 저 행동은 신인 감독에 대한 반항인가? 유연서는 모자챙을 숙여 근처를 지나가는 스태프의 시선을 피했다.
“사이가 좋지 않은가 보네.”
“막상 만나면 별말 안 하는 거 같은데······ 라이벌 같은 거죠. 이사님과 진수호 씨 같은, 물론 지금은 아니시지만요.”
유연서는 배우 데뷔 초부터 비슷한 환경의 진수호와 라이벌로 엮였지만, 소처럼 일하고 여러 히트작을 촬영했던 진수호가 더 앞서나가면서 라이벌 구도는 깨졌다.
지금은 굳이 급을 따지자면 동등했다. 세간에서도 라이벌로 엮지도 않고 그냥 두 명의 탑 배우, 그리고 이해는 못 하겠지만 배우계 절친으로 묶였다.
‘그 형이랑 별로 친하지 않은데.’
빙의 후 그나마 보여 준 배우 친목이 진수호밖에 없어서 그런가······ 유연서는 다른 생각을 접고 다시 촬영 현장을 살폈다.
‘그런데 둘이 이미지가 다르지 않나?’
장예준이 관심을 보인 작품과 ‘다만’은 같은 시놉이다. 그런데 장예준을 견제한다고 같은 작품에 같은 배역을 연기한다? 장예준과 오진성의 이미지는 상반됐다.
차 비서의 곁으로 같은 회사 직원이 다가섰다.
“윤호 씨, 왔어요?”
“네, 이쪽은······.”
“안녕하세요.”
그는 차윤호의 옆에 있는 사람이 유연서라는 것을 눈치채고 눈을 크게 떴다. 유연서는 그를 바라보고 검지를 입에 댔다.
“쉿. 저거 좀 설명해 줄래요?”
한참을 씩씩거리던 오진성이 대본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어······ 오진성 씨가 원래 원한 배역은 그러니까, 주인공 역할이었는데요. 이미지가 안 맞아서 악역으로 캐스팅됐거든요.”
오로지 장예준을 견제하기 위해 원하는 주연 자리를 포기하고 조연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이 작품이 데뷔작인 신인 감독 작품에. 참 대단한 집념이다.
“근데 오진성 씨 연기 스타일이 감독 말을 잘 안 들으시는, 그런 거라······.”
직원은 혹여 뒷담화로 보일까 봐 말끝을 흐렸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진성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감독님, 왜 자꾸 이상한 말씀 하시죠?”
“진성 씨······ 캐릭터 해석은 잘하셨는데, 그래도 대본은 따라가셔야죠.”
아하, 알겠다. 저건 그러니까······ 스타병이 아니다. 명배우 병이다.
모든 배우가 대본대로,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건 아니었다. 물론 시키는 대로 최대한 보여주는 배우도 있다. 보통 이런 배우는 감독이 좋아하기 때문에 구설에 휘말려도 계속 작품이 들어온다.
하지만 배우 성향에 따라서 과한 애드리브를 섞기도 하고, 캐릭터 해석을 아예 다르게 해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문제는 그게 좋은 방향으로 먹힌다면 다행이지만, 오진성의 경우는 다른 것 같다. 자기가 옳다고 믿으며 무조건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었다.
저런 짓도 박승환 같은 배우가 해야 먹히지, 오진성은 그럴 정도는 아니니까······.
‘잘하고 있군.’
하지만 이정훈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유연서가 뒤에 내가 있으니 알아서 잘해보라고 미리 언질을 준 덕분이었다.
“진성 씨, 감독은 저예요.”
오진성의 말에 따박따박 반박하면서 지지 않고 맞서고 있었다. 이런 일이 하나씩 차곡차곡 쌓인 오진성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애꿎은 매니저에게 화풀이한 거고······.’
그것도 보여주기식으로. 신인 감독인 이정훈은 촬영에 관해서는 언제든지 간섭할 수 있지만, 오진성이 자기 매니저 조인트 까는 걸로 시위하고 있다고 해도 막을 수는 없었다.
“예전에는 저렇게 심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아마 이번 영화를 끝으로 자주 못 보일 거 같네요.”
아무도 안 써줄 테니까. 차 비서는 기분이 좋아졌다.
“친한 투자자도 없나 보죠?”
“네. 저 성격에 투자자한테 굽신거리겠습니까?”
소문은 빠르게 퍼진다. 가뜩이나 폐쇄적인 영화계라면 더더욱. 마치 예전의 유연서처럼.
아무리 이정훈이 신인 감독이라고 해도 촬영장에서 이런 식으로 자신의 성격 더러움을 전시한다면, 조만간 오진성을 써주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
유연서는 여기서 이상함을 느꼈다.
“저 사람 같은 배우, 많죠?”
“많죠.”
“몇 년 전의 나 같은?”
“에이, 이사님은 약과죠. 게다가 돈도 투자했는데, 물론 ‘비상’ 때는 조금 위험하시긴 했지만······.”
유연서는 차 비서의 대답이 단순 아부성 발언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상하네······.’
그가 여태껏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촬영이 아다리가 맞아떨어진 것은 애초에 제작 논의 단계부터 그를 위주로 굴러가서 그랬다는 것을 알았다. 동료 연예인들도 그의 뒷배를 봐서 친절하게 굴었지, 오진성 같은 인간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이나 차 비서의 얘기를 들을 때는 달랐다. 배우끼리의 숨 막히는 신경전도 있었고, 오진성처럼 패악을 떠는 연예인도 몇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했던 일에 비해서 원래 유연서가 했던 일은 그냥 애교 수준인 것도 있었다.
‘내 소문, 너무 과장된 거 같은데.’
아무리 감독을 들이받았다고 해도, 그 이전부터 공공연히 떠들던 소문들 말이다. 뒷배가 워낙 견고해서 새싹부터 견제하려고 했나? 그럴 수도 있지. 그는 생각을 떨쳐 냈다.
“모처럼 왔으니 이 감독 얼굴이나 보고 가죠.”
내가 잘 키워보려는 감독인데 눈앞에서 저런 취급 당하는 것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막말로, 이정훈이 정다희처럼 대박을 터뜨릴지 누가 아나?
“하아······ 일단 다음 씬 갑시다.”
이정훈은 오진성과의 의미 없는 논쟁을 끝내고 촬영으로 회피하려 했다.
“감독님.”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이정훈이 당황해서 벌떡 일어났다. 유연서는 푹 눌러쓰고 있었던 야구 모자를 벗고 눌린 머리를 손으로 탈탈 털어냈다. 드러나는 잘생긴 얼굴에 곳곳에서 감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연서 씨.”
“우리 이 감독님, 잘하고 있어요? 곧 크랭크업이죠?”
평소라면 이정훈 씨라고 말하며 하대하던 유연서는 기를 세워주기 위해 환하게 웃으면서 감독님이라는 존칭을 썼다.
“어······ 어, 네.”
각본 잘 쓸 줄이나 알지 연기력은 부족하네. 유연서는 얼떨떨한 이정훈을 뒤로하고 오진성에게 미소 지었다.
“오진성 선배님. 안녕하세요.”
“아이고, 안녕하세요. 드라마 잘 봤습니다.”
오진성의 험악한 얼굴에서 푸근한 미소가 띠어 올랐다. 이정훈 앞에서는 그렇게 기고만장하더니, 바로 굽신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전형적인 강약약강이다.
“저도 선배님 필모 잘 봤습니다. 근데 구석에서 다 들었어요.”
“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일 끊기기 싫으면.”
어차피 내가 나서지 않아도 저절로 침몰할 거지만. 오진성은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상반된 의미가 담긴 말에 네? 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유연서는 이정훈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저는 잠시 감독님이랑 얘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그를 끌고 촬영장 구석으로 향했다.
“저 사람, 촬영 처음부터 저랬어요?”
“어······ 하하, 네.”
“왜 가만히 있어요? 들이받아 버리지. 촬영장 실세는 이정훈 씨에요. 쟤가 아니라.”
그래, 이래야 유연서지. 부드럽게 웃는 것에서 특유의 뚱한 표정으로 돌아온 그를 보고 이정훈의 긴장이 풀렸다.
“아니, 지금 실세는 난가? 요즘 갑질을 안 했더니······.”
그는 제작 단계에서 자신을 들들 볶았던 유연서가 트라우마로 남았었다. 하지만 지금 이러는 게 나름의 격려 방식이라는 것도 안다. 이정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는 괜찮습니다.”
“이정훈 씨, 이렇게 무르니까 시나리오 강탈당하는 거예요.”
“진짜 괜찮은데······.”
“그럼 됐고요.”
유연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개봉 때까지 사고만 안 쳤으면 좋겠어요. 요즘 난리잖아요.”
그가 ‘국새’ 촬영에 집중할 때, 연예계에서는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학폭 논란이 터지면서 연달아 폭로자가 나타났고, 숨겨진 아이가 있는데 양육비를 안 주는 일이 벌어진 데다가 음주 운전 등 사회적 물의를 빚는 연예인이 속출했다.
문제는 그들이 출연하려고 했던, 그리고 방영이 예정되어있던 모든 작품이 멈춘 것이다.
-이미 2회까지 방영했는데 어떡함?
-방영 중단하고 배우 교체한대!
-내배우 영화는 개봉 취소되고 ott로 튼대ㅠㅠ 제작사 망하기 일보직전이래ㅠㅠ
-지금 난리 난 드라마 손실 메꾸려면 PPL 때려 박거나 유연서 데려오는 수밖에 없는듯ㅋㅋ
└ㄹㅇ우리드 살릴 방법은 유연서밖에없어
└유연서 우리드 소취
이 상황에서 주가가 오른 것은 유연서였다. 예전과는 다르게 연기력도 좋으면서, 개인적으로 투자할 의향과 돈이 넘치고, 그가 출연을 결정하면 손실된 제작비를 메꾸고도 남을 광고 협찬사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사고 쳐도 잘 묻어버려야죠. 개봉해서 영화 내려갈 때까지.”
“연서 씨는 러브콜 많이 온다면서요, 안 해요?”
“귀찮아요.”
정작 유연서는 다른 문제에 정신 팔려서 시큰둥했지만.
“아무튼, 얼굴 봤으니 됐네요. ‘다만’ 대박 나야 합니다. 알죠?”
“부담 안 준다면서요.”
“부담이 아니라 격려인데?”
이정훈의 어깨가 축 늘어지는 것을 본 유연서는 그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툭 때렸다.
“영화사 구상 쪽에는 연락 없었고요?”
“네. 신기하게 조용하네요.”
영화사 구상은 ‘다만’의 크랭크인 이후에도 집요하게 연락하며 애원 및 협박을 했다고 한다.
별일 없겠지. 유연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차 비서, 알아서 정리하고 퇴근하세요.”
“네, 이사님.”
신난다, 조기 퇴근이다! 차 비서는 싱글벙글해서 크게 외쳤다.
“이사님이 고생하시는 ‘다만’ 여러분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유연서는 스태프들의 환호성을 뒤로하고 차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