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49)
“무슨 일 있으면 나나 승현이 형님한테 바로 전화 때려라.”
“알았다고. 네가 내 보호자냐?”
“매니저면 준 보호자 아니냐? 너는 걱정해 주면 좀, 어? 받을 줄 알아라.”
“허······ 너 많이 컸다?”
같이 피시방에 다녀온 이후로 둘은 꽤 허물없어졌다. 그러니까, 이게 다 게임 때문이다. 심지어 지기까지 했는데 이런 소리를 다 듣는다.
유연서는 주머니에 꽂은 손을 들어 이태겸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내밀었다.
“노예님, 빨리 꺼지세요.”
“안 그래도 꺼질 겁니다. 주인님.”
이젠 지지않고 말대꾸하는 것까지 늘었다. 진짜 철들었나? 그래서 그런지 놀리는 맛이 사라졌다. 유연서는 아쉬워서 혀를 찼다.
이태겸이 뒤돌아 엘리베이터로 향하다가 가만히 서 있는 유은호의 모습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연서 무슨 일 있었습니까?”
“아, 아뇨. 뒤풀이 끝나고 바로 와서 피곤할까 봐요. 저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생했네, 들어가세요.”
유연서가 현관문을 열기 전에 유은호가 먼저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러고 보니······ 생일을 비밀번호로 하는 건 보안상 안 좋다고 상의 후 바꾸기까지 했다. 이게 내 집이야 형 집이야.
“잘하고 있나 보네.”
“이태겸, 쟤가?”
“어.”
유연서는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 마치 제집처럼 냉장고를 여는 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근데 여긴 왜 왔어.”
“왜 오긴, 퇴근했으니까 왔지.”
“······나 촬영 간 동안 계속 여기 있었어?”
“짐이 여기에 다 있어서.”
그러니까······ 내가 촬영 간 사이에도 본인 집에 안 가고 여기에 계속 눌러살았다? 유연서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형은 형 집 안 가?”
“여기도 내 집이지.”
제법 뻔뻔한 대답까지. 유연서는 어이가 없어서 계속 헛웃음을 내뱉었다.
“적어도 범인 찾을 때까지는 여기 있어야지. 서준이 만나기도 좋고.”
그건 맞는 말인데······ 결국 체념한 유연서가 소파에 털썩 누웠다.
“밥은 먹었냐?”
“아직 안 먹었긴 한데······.”
“안 피곤하면 나가자.”
결국 집에 오자마자 다시 나오게 된 유연서는 형을 따라 고급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워낙 인기가 많아 예약이 몇 달 정도 밀려있는 곳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가게였는데, 예약은 필요 없었다. 종업원은 그들 형제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자리를 안내했다.
“올해 창립 기념일 행사 있어.”
“아, 그런 행사가 있었지······.”
유 회장의 재산 정리 작업은 몇 년에 걸쳐 횟수를 나눈다. 세금만 조 단위를 훌쩍 넘으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 동안 친척들은 할아버지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할 것이고, 서로 신경전을 벌일 것이다.
‘조금만 떼어 줘도 어마어마할 텐데 더 가지려고 하는 건 귀찮지······.’
내가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유 회장이 주는 재물에 관심 없던 유연서는 그 광경을 볼 생각 하니 벌써 재밌었다. 하긴, 그동안 사이가 너무 좋긴 했지.
“올해는 80주년이라고 크게 하려나 봐.”
“벌써 80주년이나 됐나······ 근데 원래 이런 거 조용히 지나가지 않았어?”
당장 10년 전인 70주년에도 주성이 이렇게 큰 건 국민 덕분이라고 성대하게 기부를 하면 했지, 별다른 행사를 하지는 않았었다. 유 회장이 그런 겉치레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선 행사 같은 비교적 큰 행사는 박금주가 개최해서 인맥을 다졌다.
‘할머니 없으면 어쩔 뻔했나.’
그래서 주성 그룹이 본격적으로 성장세에 오를 때 박금주의 인맥 덕을 봤었다고 한다.
“아버지 입지 굳히려고 그러는 것 같더라.”
“아아······.”
그룹 승계 작업도 막바지였다. 아마 내년 혹은 내후년 초에는 유건민이 회장직에 오를 것이다. 유창호 회장은 주성과 대한민국 경제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주역이었다. 그에 반해 유건민은 유능하긴 하지만 선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묻히는 감이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그냥 아들 덕질하는 사람으로 알지.’
예전에도 꾸준히 그러긴 했지만, 그거야 가족들 사이에서나 좀 화제였지. 최근 3년 동안은 그 정도가 심했다. 심지어 개인 SNS 활동을 아주 활발히 하고 있었다.
“아마 큰할아버지 가족들도 올 거야.”
“······설마 그 사람 중에 있을까?”
“모르겠다. 그러길 바라는데, 바라도 될지 모르겠어.”
가까운 사람보다는 연락도 닿지 않았던 사람이 ‘머리’인 게 더 낫긴 했다. 만약 진짜 가까운 사람이 ‘머리’라면 정신적 충격이 꽤 심할 것이다.
“그나저나, 거기서 굶었어?”
“형이 거길 가 봐야 해. 먹을만한 데가 없어.”
촬영장에서의 밥은 한정적이었다. 주변에 식당도 별로 없었고, 가족들이 보낸 밥차가 오긴 했지만, 자주는 아니었다. 근처에 호텔이 있을 리 만무했고, 가끔 요리가 취미인 박승환이 밥을 해주기는 했다.
“서준이 형은 어때?”
“최남윤 통화 기록에서 단서를 발견했대. 곧 조사한다고 하더라.”
“······잘하고 있네.”
유연서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백서준이 조사하기 쉽게 기억을 동기화 받아서 하루빨리 공범을 떠올리는 게 나았다.
“촬영은 어땠어?”
“빨리도 물어보네. 그냥, 똑같지.”
유연서는 ‘비속 살해’ 촬영을 위해 집에도 잘 들르지 않고 숙소에서 머물렀다. 유은호도 회사 일 때문에 바빠서 이렇게 마주 앉는 건 오랜만이었다.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뭐가?”
“울상인데, 아까부터.”
유연서는 손을 들어 제 얼굴을 지압하면서 근육을 풀었다. 사실 뒤풀이 때도 묘한 감각 때문에 그렇게 즐기지는 못했다. 1차만 참여하고 대충 카드나 던져 주고 올라온 것이다.
“이번 작품 내용이 뭔 줄 알아?”
그는 덤덤하게 ‘비속 살해’의 줄거리를 말했다. 형이 유출할 사람도 아니고 어차피 책임자는 자신이다.
“어제 촬영이 다리 위에서 울면서 끝나는 장면이었거든.”
“그래서 지금까지 울고 싶은 거야?”
“어, 이번엔 배역에서 벗어나는 게 좀 힘드네. 이게 배역 때문인지 엄마가 생각나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어.”
유은호의 손이 움찔 떨렸다. 유연서가 이렇게 제 마음을 터놓고 말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아무렇지 않게.
“배역 때문일 거다. 범인 있는 거 확인했잖아.”
“하긴, 느낌 이상하더라.”
그는 유연서, 그리고 강진후의 기억과 황민재의 감정이 혼재된 상태였다. 지금 그의 기분을 설명하자면 마치 풍선이 부풀었다가 푸시식 바람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몇 개월간 쉼 없이 달려온 촬영이 어제부로 끝났다는 것에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나른했다.
유연서는 불과 어제 찍었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손자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스스로 떠난 황대식, 그걸 직접적이진 않지만 발견하게 된 황민재.
‘그때도 많이 슬펐었지.’
그가 이희서의 참상을 발견했을 때 말이다.
범인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을 때는 스스로 떠났으면서 환영으로 남아 자신을 괴롭히는 이희서가 슬프고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화를 밖으로 풀었다.
뒤늦게 범인을 떠올렸을 때는 그 화살이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끊임없이 자신을 자책하면서 점점 아래로 추락했다.
문득, 범인에 대해 아예 몰랐던 형은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형은 어땠어?”
친모를 의미한다는 것을 눈치챈 유은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유연서를 쳐다봤다. 동생이 오지말라 사수한 끝에 시신은 보지 못했다. 아마 그걸 함께 봤다면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오래 걸렸을 것이다.
“너랑 비슷했겠지.”
“지금은 어떤데?”
처음에는 하염없이 슬펐지만, 이희서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발작하는 동생 그리고 안절부절못하는 아버지와 망가진 분위기. 그런 집안 환경을 보면서 돌아가신 분을 향한 원망도 품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냥, 워낙 오래됐잖아.”
“······.”
“시간이 해결해 주는 거지.”
덤덤하게 대답한 유은호가 잔을 내밀었고, 유연서는 그 잔에 제 잔을 부딪쳤다. 그래,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
‘······동기화는 내일부터 할까.’
집으로 다시 와서 침대에 누운 유연서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오늘은 좀 쉬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다음 날이 돼도 이상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박승환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똑같다며, 아직 배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라고 말했다. 이상하네······ 정신은 멀쩡한 거 같은데.
‘안 되겠다. 빨리 차기작이라도 들어가든가 해야지.’
그 김에 유연서는 오랜만에 소속사를 찾았다.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들어온 그를 보며 한 대표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앉기 편하게 의자를 돌려주었다.
“우리 이사님 왔어? 앉아라.”
그 모습을 보고 유연서는 놀리는 맛이 사라졌다며 속으로 혀를 찼다. 이태겸도 그렇고 한 대표도 재미없어졌다.
사실 한 대표는 자기 의자를 사수하는 것에는 이미 체념 상태였다. 게다가 유연서가 좋은 조건으로 헤일로 미디어를 인수한다고 제의해서 더욱 공손해졌다.
“혹시 내가 홀드하고 있는 작품 있어요?”
“너? 있지, 많지.”
한 대표는 박 실장을 시켜서 빠르게 작품 목록을 가져왔다. 보아하니, 대부분 신인이었다. 마지막 희망으로 내게 직접 제의를 넣은 것일 텐데, 그마저도 묶어 놓고 안 풀어주고 있으니 꽤 희망 고문이었을 것이다.
“근데 그건 왜?”
“이제 놓아 줘야지.”
“네가? 의외네······.”
새삼스럽게 바라보는 한 대표를 무시하고 그는 목록에 있는 시놉을 빠르게 훑었다. 역시 과거의 나. 잡아둔 것도 많다. 쓸만한 작품이 보이면 제작 지원 정도는 해주고 나머지는 방생해야지.
“잘 생각했다.”
“이러는 배우가 별로 없나 보네요?”
“다들 잊고 살지. 저쪽도 작품 버린 셈 치고. 맞다, 너 백산 갈 거지?”
“가야죠.”
유연서는 2022년 백산예술대상에서 드라마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에 후보로 올랐다. 2021년을 휩쓴 드라마가 ‘국새’이다 보니 당연하다.
“대상 후보에 못 든 게 아쉽긴 한데······ 최우수 넣은 거 보니까 수상은 확실한 것 같다.”
“아직 모르지.”
“아무튼, 너 오늘 잘 왔다. 이따 오는 사람이랑 밥 같이 먹자.”
“누구?”
그 말과 동시에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대표실의 문을 똑똑 두들겼다.
“이 친구는 노크할 줄 아는 상식인이네!”
“그럼 나는 상식인이 아니고?”
“너는······ 너어는······ 하, 말을 말자.”
한 대표는 유연서의 대답을 무시하고 문을 열었다. 앞에는 머리가 짧아진 이한결이 서 있었다.
의외의 인물에 유연서는 등받이에 기댔던 상체를 일으켰다. 온다는 사람이 이한결이었어? 근데 왜 왔지?
“안녕하세요, 대표님.”
“어서 와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는 이한결을 보자마자 헤벌쭉 웃은 한 대표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누구와는 다르게 예의도 바르고 말이야. 어?
유연서는 팔짱을 끼고 그 광경을 관전했다.
“오랜만이네.”
“뭐야, 휴가 나온 거야?”
“어, 말년 휴가.”
“벌써?”
유연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형이 여길 왜 와? 휴가면 집에 갈 것이지.”
“곧 전역이니까 슬슬 소속사 알아봐야지.”
유연서가 몰래 지원했다는 것, 그리고 그 돈을 몰래 빼돌린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원세븐은 AST 엔터에 신뢰를 잃었다. 그들은 계약 만료가 되는 즉시 빠져나왔고, 유연서가 과거 일로 논란이 생기자 계약도 끝났겠다 다 밝혀버린 것이다.
“다시 한 식구 되겠네.”
그 말에 한 대표가 헤벌쭉 웃었고 유연서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