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8)
한유준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손진호를 어려움 없이 들쳐메고 그의 신분증에 있는 주소로 향했다.
삑, 삐빅삑!
(바보야. 그거 아니야. 번호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따로 손진호에게 묻지 않아도 현관 비밀번호를 캐는 건 쉬웠다. 이런 능력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악용할만한 사람에게 갔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그가 문을 열자, 소리가 범람했다. 한유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또 술 먹었네?)
(얘는 맨날 꽐라야.)
(좀 봐주라. 왜 저러겠어, 자기 살자고 딸도 버리고 도망쳤잖아!)
(그래서 이혼도 당했었지?)
정리가 안 돼 어지럽혀진 거실에는 거리감이 느껴지던 팀장님에 관한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한유준은 기분 나쁘게 웃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손진호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이런 식으로 하면 범인 못 잡아.] [왜 안 되는데! 네가 못 하면 수사는 끝이야!]사실 한유준은 손진호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꼈었다. 자신을 강압적으로 대했던 아버지와 비슷한 느낌이 나서였다.
‘터널 사고가 스네이크랑 연관되어 있었구나······.’
하지만 집의 소리를 통해 들은 정보, 그동안 터널 사고를 조사했다는 사실, 그리고 딸과 찍은 사진 액자에는 먼지가 없는 것을 보고 연민을 느꼈다.
***
예상보다 높은 시청률로 시작된 드라마 ‘스네이크’는 중간에 잠깐 주춤하더니 다시 소폭 상승해 안정권에 들었다.
기자들은 드디어 유연서의 작품 보는 눈도 끝났다며 깎아내기 기사를 올렸지만, 드라마 자체는 이미 해외 판매로 드라마 방영 전부터 흑자였다. 오로지 유연서의 이름값 때문이었다. 이래서 주연을 섭외할 때 한류 스타를 1순위로 두는 게 이유가 있었다.
-와 근데 저 상황에서도 케미느껴지는거봐ㅋㅋ
-여기서도 국새코인타네;; 너무 심한거아냐?
-신예원 영화찍느라 바쁜데 그사이에 특출?? 진짜 사귀는거 아냐?
└망붕 꺼지고
└응~ 드라마국장 인맥이래
-마플탈거면 너네게시판에서 해 여기서이러지말고
신예원이 특별 출연으로 나왔을 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신예원의 특별 출연으로 관심을 끌고, 유연서와 신예원이 나오는 거 때문에 ‘스네이크’ 시작했는데 나름 재밌다며 점점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또 너무 노렸다. 또 망붕 생성하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와 근데 약쟁이 속마음 연출 너무 기괴해서 깜짝놀람
-예고에 나온 경찰제복 본 사람?
-유연서 경찰제복 박제해 권총홀스터 박제해
-근데 제복 왜입지? 누구 죽나?
-솔직히 유연서 작품보는눈은 인정임
그래서 평타는 치는데 너무 평타만 치는듯 유연서 생각하면 대박작 얼마 없지 않냐?
└작가 역량이 딸리는것도 있을듯
└필모가 아쉬운건 사실임ㅇㅇ
└플 뭐야? 스네이크 망했음?
└└ㄴㄴ 안망했음
└근데 유연서 하면 작품 몇개 생각나는것도 대단한거 아니냐? 비슷한 남배중에 그렇게 대박친 배우는 없잖아?
└└진수호 : ?
└└유연서라서 잣대 더 심한것도 있는듯 진짜 탑이긴 탑인가보다 어디서 자꾸 후려치네
자잘한 마약 사범을 잡아넣고, ‘스네이크’의 실마리를 잡았다. 그리고 2부 격에 해당하는 회차가 방영되었다.
김대성 작가는 ‘백호함’에서 보여줬듯, 액션에 강했다. 드디어 원 없이 차량을 터뜨리고, 총격전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감독과 스태프의 손에서 실사화됐다.
-와 미친 액션 쩐다
-다음주 언제 오냐ㅋㅋ
-미친 피땀눈물 가나요
-뭔데? 왜갑자기 장르가 느와르가되는데요
***
(인포경찰서, 과잉 수사 논란? 마약 수사 도중 용의자 사망)
박우준의 돌연사로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뜬금없는 기사가 포털 사이트를 채웠다.
“뭐야, 누가 흘린 거야?”
“우리 이거 기밀 아니었어요?”
안 그래도 중요 참고인이 사망한 것에 대해 의욕이 꺾였던 마약 3팀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마약 3팀, 수사 종료하세요.”
(건수를 아주 제대로 만들어 주는군.)
“하지만, 검사님.”
“저도 안타깝지만, 위에서 내려온 지시입니다.”
(쯧, 인제 그만 손 떼는 게 좋은 건 줄도 모르고······.)
한유준은 겉과 다른 속마음에 고개를 기우뚱했다. 역시 박기훈 검사는 수사를 방해하러 온 인물이었다. 다만, 검사가 마약 조직과 연관되어 있다? 그렇다면 ‘스네이크’가 윗선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과 같았다.
박 검사가 나가고, 남은 팀원들이 술렁였다.
“팀장님, 진짜 이대로 끝내실 겁니까?”
“경식이 형님 죽음은 밝혀야······.”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그들의 눈에는 손진호가 굳은 표정으로 턱을 괴는 모습이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한유준의 귀에는 숙취로 고생하는 속마음만 들릴 뿐이었다.
“당연히 이대로 접을 순 없지.”
하지만 그도 딸과 전 동료의 복수를 그만두지 않았다. 하지만 마약 수사 권한은 검사에게 있다. 그들은 요청을 잘 받아준 다른 검사에게 찾아갔다.
“이아현 검사님, 저희 좀 도와주십시오.”
“······저도 도와드리고는 싶은데. 아시잖아요.”
이아현 검사는 대뜸 제 사무실을 찾아온 두 경찰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저희가 박 검사님까지 책임지겠습니다.”
“그게 될 거라고 보세요?”
“같이 수사하면서 이상한 점 느끼지 않으셨습니까?”
박기훈 검사라면 소리를 읽어서 약점을 잡아내면 된다. 이아현은 입을 꾸욱 다물었다. 두 사람이 용의자를 심문할 때 이아현 검사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건······.”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용의자의 마음을 끌어내는 것에 재주가 있었다. 마치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확신에 가득 찬 한유준의 눈동자를 응시하던 이아현이 한숨을 쉬었다.
“아셨죠? 확실하게 잡아넣을 게 필요하다는 거. 잘못하면 저랑 여러분 모가지가 날아가요.”
“네.”
어렵게 이아현 검사를 설득한 마약 3팀은 해체되어 각자 원래의 팀으로 돌아가도 물밑으로는 ‘스네이크’의 뒤를 쫓기 위해 조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따로 사무실을 마련해 조용히 ‘스네이크’를 조사하던 한유준은 의심스러웠던 박기훈 검사를 조사한 끝에 드디어 ‘스네이크’의 본거지를 잡게 된다.
“작전 시행일은 오늘 밤 8시다. 그때까지 쉬고들 있어.”
만반의 준비를 마친 팀원들이 잠들고, 한유준은 지쳐서 키보드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오태성에게 담요를 둘러주었다.
“야, 한유준.”
“네.”
그는 손진호에게 다가갔다. 옆에 앉으라는 말에 앉았고, 손진호가 내미는 맥주캔을 공손히 받았다. 처음에 마주쳤던 반항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손진호를 믿고 따르는 느낌이었다. 그 모습에 손진호가 피식 웃었다.
“만약에 우리가 ‘스네이크’를 잡으면 말이야······.”
“네.”
“마약 수사는 하지 마라. 원래 있던 팀에 계속 있어.”
뜬금없는 소리에 한유준이 고개를 기울였다.
“이 일은 너무 위험해. 몸 쓰는 일도 많고, 입만 열면 거짓말인 사람투성이야.”
그건 다른 동료들의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마약 사범은 어떻게든 자신이 결백하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심지어는 거기에 넘어갈 뻔한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검사하고 보면 다 양성 반응으로 나왔다.
게다가 약에 취한 범죄자는 위험했다. 당장 한유준도 칼을 든 박우준을 잡느라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았는가.
“저는 이미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요.”
“하긴, 그렇지······ 그래서, 어떻게든 계속하겠다 이거구나.”
“네, 적성을 찾은 거 같거든요.”
손진호는 그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하긴, 전직 특수부대원에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천직인 건 맞았다.
하지만 그가 자신과 똑같은 길을 걷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속마음을 한유준이 계속 읽고 있었다.
“그러면 팀장님은 복수를 끝내고 뭘 하실 겁니까?”
“너 내 소리 들었냐?”
“술 드시고 다 말씀하시던데요.”
사실, 집에서 읽은 정보가 더 많지만, 모른 척 말하지 않았다. 손진호가 고개를 푹 떨궜다.
“은퇴해야지. 원래 쉬려고 했어.”
“······.”
“능력도 너에게 갔으니, 이제 나도 쓸모없지 않겠냐.”
“능력이 없어도 팀장님 능력 좋으시잖아요.”
“그건 네가 있어서 그렇고.”
“그럼 옆에서 계속 지도해 주시죠, 저는 아직 부족해서요.”
손진호는 고개를 들어 진지한 표정의 한유준을 살폈다. 소리를 읽는 능력이 사라졌음에도 한유준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뭐랄까, 제자를 키우면 이런 느낌일까? 손진호가 능력이 있을 때는 저절로 인간 불신이 생겼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을 하도 마주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능력을 잃은 지금도 똑같았다. 저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할까? 저절로 그려졌지만, 그가 겪은 한유준은 늘 똑같았다. 우직하고 정의로웠다.
“······눈 좀 붙여. 오늘 피곤할 테니까.”
그래서 한유준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그 순수한 눈빛이 기꺼웠다.
그렇게 ‘스네이크’의 본거지를 찾아 급습하기로 한 마약 3팀은 각자 구역을 나눠서 잠복하기로 했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죠? 설마 저희가 온다는 걸 들킨 걸까요?”
“그럴 리가······ 찾았다.”
손진호는 어딘가로 급하게 뛰어가는 사람을 발견하고 한유준에게 무전을 치라 지시했다. 하지만 한유준은 딱딱히 굳어서 뛰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왜 그래?”
“저 사람······.”
지금 거리에서라면 확실히 들려야 했다. 하지만······.
“소리가 안 읽힙니다.”
“뭐?”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진호와 한유준이 있던 곳에 여러 소리가 중첩됐다. 손진호의 귀에는 고요했지만, ‘소리’는 마치 손진호가 제게 했던 면접 방식처럼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마치 그가 사람의 마음속을 읽는 것을 아는 듯한 느낌이었다.
“······윽.”
손진호는 갑자기 제 귀를 틀어막고 신음을 흘리는 한유준의 어깨를 짚었다. 손진호의 눈빛이 뭔가 깨달은 듯 반짝였다.
이건······.
“함정이다.”
귀에 들어오는 소리의 숫자가 점점 더 커졌다. 한유준이 다시 신음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손진호는 사방을 쳐다봤다. 맨눈으로 확인되는 숫자가 꽤 많았다. 그들은 포위당했다.
“그때 말려줘서 고맙다.”
“네? 뭐라고요?”
손진호와 눈이 마주친 한유준이 숨을 들이켰다. 그의 소리가 들렸다. 누구를 의심하는지, 그리고 지금 어떻게 행동하려 하는지.
“네가 살린 목숨이지만,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
“잠시만요, 팀장님······!”
한유준이 다급히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손진호는 앞으로 뛰쳐나가 미끼를 자처한 지 오래였다.
소란을 느낀 동료들의 무전이 계속됐지만, 한유준은 손진호의 뒷모습에서 그의 소리를 끝까지 들었다.
***
“연서 씨 준비됐나요?”
스태프의 질문에 유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네이크’의 마지막 액션 장면을 위해 검은 터틀넥과 방탄조끼를 입은 그는 소품용 권총을 매만졌다.
“······잠시만요.”
얘가 갑자기 무슨 일이지?
베타는 그가 기억 동기화를 할 때만 나타나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 형식적인 염려 인사를 남기기만 했지, 그 외에는 조용해서 사실 그 자신도 존재를 잊을 때가 많았다.
관리 서버? 전언? 미래에서 내게 올 게 뭐가 있지? 유연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베타가 좋은 소식으로 내게 말을 거는 건 아닐 거 같다.
뭔가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