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0)
화면 속 유연서는 거침없는 액션 연기를 보여줬다. 숨 막히는 액션 장면이 끝나고, 이마에 피를 흘린 채 스네이크의 수뇌부를 제압했다.
(날 잡는다고 끝일 거 같아?)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
한유준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그리고 화면이 바뀐다. 한유준이 소리를 읽어 단서를 잡고, 오태성이 그 증거를 잡았다.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에 스네이크와 연관된 사람들이 모조리 매스컴을 탔다. 그리고 그들의 활약으로 마약 3팀은 한 계급 특진까지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거기에 한유준은 없었다. 그는 진급을 거부하고 경찰 신분증을 반납했다.
(이제 뭘 하실 거예요?)
(어떡하긴요, 계속해야죠. 스네이크의 잔당도 다 잡지 못했고······.)
(어떻게요?)
마약 수사를 위해서는 다른 신분이 필요했다. 한유준은 마침 보이는 검찰청 건물을 보고 씨익 웃었다.
-와 미쳤다 유준아ㅠㅠㅠㅠ
-유연서 무쌍찍네ㅋㅋ
-야 연출누구냐 영화보는줄
-근데 저거 진짜 스턴트 안씀?
-스네이크 비하인드 떴다ㄱㄱ
‘스네이크’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 성황리 종영
‘스네이크’ 유연서, 와이어 없는 액션 투혼 펼쳐 명장면 탄생
‘스네이크’ 무삭제판 OTT 통해 공개 예정···10주 연속 1위
그렇게 ‘스네이크’ 마지막 회를 다 보고 채널을 돌리니, 마침 그와 이태겸이 나왔던 ‘매니저 24시’가 재방송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예능을 잘 안 한다던 유연서가 나온다는 소식에 시청률도 전보다 훌쩍 뛰었다고 들었는데······ 드라마가 종영해도 사골까지 우려 먹히고 있었다.
‘쟤도 저러니까 화면발이 잘 받네.’
화면 속 어색하게 웃고 있는 이태겸을 보며 유연서는 저걸 찍었던 녹화 날을 생각했다.
***
유연서가 ‘매니저 24시’의 스튜디오 녹화를 위해 늘 가던 샵에 들렀다. 얼굴은 워낙 건드릴 게 없어서 선크림만 발랐다. 머리도 살짝 컬을 넣어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거울을 통해 뒤에 앉아있는 이태겸을 바라봤다. 음······ 뭔가 신경 쓴 티는 나는데, 여전히 후줄근하다.
“야, 이태겸. 너도 앉아.”
“내, 내가 왜?”
“방송 나오잖아. 그 꼴로 나갈 거냐?”
“나 이거 나름 드라이 한 건데?”
유연서는 입을 다물고 이태겸을 지긋이 쳐다봤다. 마치 ‘그게 한 거냐?’라는 비웃음의 시선도 담겨 있었다. 이태겸은 굴욕적임을 느끼며 거울 앞에 앉았다.
“얘도 좀 만져주세요.”
“네.”
헤어 디자이너가 냉큼 빗을 들었다. 이태겸은 뻣뻣이 굳어서 거울 속 자신을 어색하게 응시했다.
“왜 이래, 머리 처음 잘라보냐?”
“네가 몰라서 그런데 이 샵 아무나 못 들어오는 곳이거든.”
너네 팬들 사이에서 소문났단 말이야······ 라고 중얼거리자, 그의 머리를 만져주던 헤어 디자이너가 드디어 알아주는 사람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옆에서 뚱하게 팔짱을 낀 도련님은 이런 거는 그냥 일상이라서 알아주질 않으니까.
“얼굴에 뭐 좀 발라 드릴까요?”
“네, 그러세요. 근데 너 옷이 그거밖에 없어?”
당사자가 입을 떼기도 전에 유연서가 대신 대답했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이태겸이 고개를 뒤로 빼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 그렇게까지 해?”
“난 내 매니저가 이렇게 없어 보이는 행색으로 방송 나오는 거 별로야.”
“야 나를 신경 쓰겠냐? 다 너나 신경 쓰지. 나한테 이럴 바에 승현이 형이나······.”
“임승현 씨는 이미 알아서 잘하고 다니거든.”
이태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임승현은 유연서의 수행 비서라고 주름 하나 없이 반듯한 정장 차림에 자세도 어디서 교정받은 듯 꼿꼿했다. 자기가 하는 행색이 결국 모시는 사람의 얼굴이기 때문이라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그건 주성의 전략 기획실에서 교육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거야 그 형은 대기업 소속이니까······.”
“시간 좀 남았지? 어디 들렀다 가자.”
“아니, 그럴 필요 있냐?”
“맞고 갈래? 그냥 갈래?”
제 손가락을 튕기는 유연서를 보고 이태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누굴 죽이려고.”
“안 죽어.”
가끔 촬영 대기할 때 심심하면 가위바위보 해서 딱밤 맞기 같은 소소한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 유연서의 딱밤은 가히 폭력적이었다. 이마에 피멍이 들 정도였다.
“근처 백화점으로 가.”
“아이고 황송해라.”
“알면 잘하던가.”
“네네, 폐하.”
하긴, 돈이 썩어 넘치게 많은 분이니 매니저 옷 한 벌 사주는 것쯤이야 괜찮겠지. 하지만 유연서의 고급 취향을 잠시 잊고 있었다. 가격표에 길게 쓰인 숫자에 질겁했지만, 녹화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억지로 입어야 했다.
‘에이 씨, 부담스러운데.’
예전이라면 좋다고 받았을 것이다. 유연서는 원래 매니저를 갈아 치우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어차피 유연서의 매니저를 맡는 것도 잠시뿐일 거라는 가벼운 생각이 있었다. 어차피 짤릴 텐데 받을 거 다 받아야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받은 만큼 일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태겸의 반응을 보고 유연서가 속으로 웃었다. 사실 반쯤은 이렇게 괴롭히려고 사주는 거다.
M 사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이미 MC와 패널들이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다. 유연서는 일단 고개를 숙였다.
“어머, 연서 씨! 안녕하세요!”
“조금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딱 맞춰 오셨어요.”
그들과 간단하게 인사하고, 바로 마이크를 착용해 카메라 앞에 마련된 소파로 향했다. 유연서와 이태겸이 중앙에 앉고, MC와 패널들이 날개처럼 두 사람의 옆에 앉았다.
“네! ‘매니저 24시’ 드디어 거물 게스트 분을 모셨습니다!”
“이분의 일상을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을 텐데요······.”
MC의 오프닝 인사가 끝나고, 드디어 게스트를 소개하는 차례가 왔다.
“안녕하세요, 유연서입니다.”
눈을 따갑게 만드는 조명과 수많은 카메라와 스태프가 앞에 있는데도 유연서는 여유롭게 웃으며 인사했다. 멍하니 있던 이태겸은 제 팔뚝을 툭툭 치는 유연서의 손길을 느끼고 카메라를 바라봤다. 근데 어딜 바라보면 되지?
“저기, 불 들어오는 카메라 보시면 됩니다.”
“어······ 유연서 매니저 이태겸입니다.”
시간을 끈 것 같아서 속사포로 인사했다. 그러자 패널들이 웃었다.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이런 매니저의 어색한 반응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색하시죠? 다들 그러세요.”
“네, 제가 이런······ 자리에 앉은 게 처음이라······ 제 자리는 저쪽이었거든요.”
이태겸은 카메라 뒤편을 가리켰다. 원래라면 저기 서있는 임승현의 옆에 서서 유연서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했었다.
“오늘만큼은 매니저님이 주인공입니다. 긴장 푸시고요. 연서 씨 매니저를 맡은 지 몇 년 됐나요?”
“음······ 4년은 넘었을 겁니다.”
중간에 잠시 맡았다가 관둔 기간까지 합치면 대략 5년은 됐을 거다. 이태겸은 긴장한 티가 났지만, 그래도 대답은 막힘 없었다.
“두 분 동갑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서로 허물없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던데요.”
“네, 매니저라기보다는······ 그냥 친구나 마찬가지죠.”
“······너 핸드폰에 나 뭐라고 저장했더라?”
“노예. 아, 이건 편집 좀 해 주세요.”
유연서의 대답에 다들 농담으로 알아듣고 하하 웃었다. 아닌데, 진짜 노예라고 저장했는데. 그렇다고 인상을 찌푸릴 순 없어서 이태겸도 어색하게 웃었다.
“두 분이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기대되네요.”
“그럼 바로 관찰 카메라 볼까요?”
MC의 진행에 다들 화면을 쳐다봤다.
시작은 이태겸의 집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부터였다. 이태겸은 침대에 걸터앉아 태블릿 패드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지금 뭐 하시는 건가요?”
“아, 곧 작품 들어가니까 제가 할 일이 많아져서요.”
그냥 시간 맞춰 촬영장에 내려주고 불편한 거 봐주는 줄 알았는데, 사전에 준비할 게 꽤 되나 보지? 유연서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이태겸을 바라봤다.
(저는 이만 자보도록 하겠습니다······.)
몇 번을 스케쥴을 검토한 이태겸이 침대에 누웠다. 잠시 검은 화면이 끝나고 아침 일찍 밖으로 나와 차에 시동을 건 이태겸이 나왔다.
(와, 차에도 카메라가 있네.)
(음······ 슬슬 출발하겠습니다.)
운전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다시 유연서의 매니저를 맡은 지 1년 뒤, 그는 이사했었다. 마침 근처에 유연서가 소유하고 있는 오피스텔의 빈집으로 말이다.
“어? 다른 매니저분은 그냥 문 따고 들어가시던데, 태겸 씨는 벨을 누르시네요?”
“집에 얘만 사는 게 아니라서요.”
이태겸의 대답에 패널들이 다시 화면을 쳐다봤다.
(형, 안녕하세요.)
(왔어? 연서는 아직 자.)
문을 연 사람은 유은호였다. 스튜디오에 있는 패널들이 술렁거렸다. 특히 여성 패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연서 씨 형이시죠? 두 분 같이 사세요?”
“아침인데도 빛이 나네요.”
“목소리는 어떻고요? 진짜 이기적인 유전자야.”
넥타이를 묶으려다가 벨 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던 유은호는 넥타이를 마저 묶고 시계를 채우면서 유연서의 방문을 흘끔 바라봤다.
(급해? 깨울까?)
(아뇨, 제가 좀 일찍 왔어요. 형 커피 안 드셨으면 드실래요?)
(그래.)
아무래도 유연서의 건강을 염려한다거나 범인을 잡는 것에 협조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인가, 이태겸과 유은호는 편하게 말을 놓을 정도의 사이까지 발전했다.
이태겸은 주방 한쪽에 마련된 홈바에서 능숙하게 원두를 갈고, 물을 데웠다.
“되게, 익숙하시네요.”
“얘가 까다로워서요. 회사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유연서 전용 커피 레시피가 있을 정도예요.”
“어쩐지 내 입맛에 맞더라.”
유연서는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댔다. 사실 그도 아는 사실이지만, 방송이니 처음 듣는 척 대답했다.
화면 속 이태겸이 커피를 내려 우선 유은호에게 건네고, 다른 잔을 꺼낼 때 유연서의 방문이 열렸다.
(일어났냐?)
(······왔어?)
유연서가 잠에 취한 얼굴로 비척비척 걸어 나와 소파에 눕듯이 앉았다. 하지만 타고난 얼굴이 있어서인지 패널들이 작게 감탄했다.
“와, 방금 일어난 사람 맞아요?”
“근데 얼굴이 되게 피곤해 보이시네요. 아무래도 작품 들어가기 전이라 그런가 봐요.”
아, 그래. 저 때 기억 동기화를 했었다.
“이거 방송되면 난리 나겠어요.”
저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방송에서 보는 건 거의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 방송이 나왔을 때, 역시 팬들은 이 모습을 보고 귀엽다고 좋아했고, 하도 빛이 나서 남신인 줄 알았는데 저러는 모습을 보니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주접도 떨었다.
(커피? 밥은?)
(······안 고파. 지금 몇 시야?)
(7시 30분.)
(올 시간 됐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벨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이태겸이 대신 문을 열었다.
“이번엔 누구죠?”
한 패널의 질문은 밑에 뜨는 자막이 대답했다.
“오, 스튜디오에도 계시네. 저기 서 계신 분 맞죠?”
“네.”
사실 원본은 라고 쓰여 있었는데, 임승현도 싫다고 하니 다 지우라 했다. 잠깐 나오는데 그렇게 자세히 적을 필요가 있을까?
아마 임승현의 아나운서 같은 외향과 남다른 직책을 보고 어그로를 잘 끌 거로 생각해서 그랬을 것이다.
(형, 오셨어요? 커피?)
임승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유연서의 앞에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도련님, 지시하신 일은 어제 작업 끝냈습니다.)
(네, 고생했어요. 내가 알아야 할 일은?)
(주가 변동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페이지 넘기면 리포트 있습니다.)
제 머리를 두 번 정도 쓸어올린 유연서는 언제 잠에 취했냐는 듯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순식간에 업무 상태로 돌입해 태블릿 화면과 서류를 번갈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이쪽 자산은 빼서 다른 쪽에 넣죠.)
(그럼 이건 어떻게 할까요?)
(그건······.)
두 사람 사이에서 어려운 금융 용어가 오가고, 스치듯 말하는 금액의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누가 보면 배우가 아니라 어디 실리콘 밸리의 성공한 사업가로 보겠어요.”
“근데 성공한 사업가도 맞지 않나요?”
“갑자기 옆에 앉으신 분과 거리감이 느껴지네요.”
누구는 평생 만져보지 못할 금액을 말 한마디로 움직이는데, 유연서는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그것에 지켜보던 패널들이 역시 유연서라며 작게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