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3)
이제는 익숙한 1인실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던 유연서가 침대 각도를 조절해 몸을 일으켰다.
‘베타?’
답이 없다. 아직 그 서버란 놈과 조율 중인 것 같았다. 유연서는 등받이에 머리를 편히 기댔다. 영혼을 송두리째 쥐어짜는 그 괴상한 감각이 잊히지 않았다.
‘근데 왜 하필 지금일까.’
원래대로라면 ‘유연서’는 2018년의 교통사고에서 생을 마감했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살아난 것부터가 시간 축에 영향을 끼쳤을 거 같은데······ 게다가 멀쩡히 작품 활동을 하고 친모를 죽인 범인을 찾는 것도 그랬다. 이미 그는 존재 자체로 정해진 미래를 벗어나고 있었다.
‘차라리 초반에 이랬으면 미련 가지지 않았겠지······.’
이미 이번 생에 적응했는데 이제 와서 이러면······ 일단 나중에 베타가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마침 작은 탁자에 올려진 제 핸드폰을 들었다.
유연서, 연말 일정 돌연 취소···건강 이상 설 유력
[단독]유연서, 한밤중 응급실 목격담···소속사 헤일로 미디어 “드릴 말씀 없다.”└여태 확인도 안하고 뭐함?
└진짜 일못한다
└소속사도 무슨 일인지 모르는거 아님?
‘난리 났네······ 어?’
유연서는 마침 눈에 띈 제목의 기사를 클릭했다.
[단독☆이슈] 유연서 건강 이상, 정신적 트라우마 때문이 아닐까?응급실 목격담이 올라온 유연서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연서는 주성 그룹 유건민 부회장과 세기의 아이돌 및 배우로 활약했던 故 이희서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로, 2011년 2월 14일 아이돌 그룹 ‘원세븐’으로 데뷔했다.
모친을 닮은 화려한 얼굴과 주성 그룹의 배경으론 단번에 주목을 받은 그는 돌연 그룹을 탈퇴하고 ‘둘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것도 집안의 반대에 못 이겨 한 결정이었고 갑자기 탈퇴한 책임은 다 진 상태였다. 이것은 후에 원세븐 멤버들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 그가 원세븐을 위해 투자한 내용이 밝혀지면서 간신히 ‘둘기’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
유연서가 고개를 기울였다. 문장에서 기자의 상상력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이건······ 지나치게 편파적인 기사였다. 아마 그를 찬양하면 클릭 수를 많이 유도한다는 것을 알아서 쓴 것일지도 모른다.
그 이후 유연서의 행보는 사람들의 주목을 샀다. 명문대인 한국대를 가볍게 입학, 여타 ‘로열패밀리’와는 다른 과감한 입대까지.
무슨 과감한 입대야, 그냥 가라면 가는 거지. 유연서는 이 개소리를 일단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돌연 친모를 따라 배우로 재데뷔한 그는 이런저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먼저 연기력 논란이다.
하지만 이건 논란의 여지도 없었다. 어차피 그가 참여하는 모든 작품은 전부 유연서 본인이 투자했었다. 본인이 본인 돈으로 작품 출연하겠다는데 말릴 리가?
가장 유명한 사건은 영화 ‘비상’의 촬영 중 감독과의 충돌, 그리고 돌연 잠적과 투자금 회수 문제였다. 필자는 당시 스태프를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 그거요? 그때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이희서 씨에 관한 얘기를 했을걸요?)
(저는 충돌할만했다고 봐요. 누가 패드립을 그냥 넘어가요?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그분 얘기 나오는 거 보니 좋은 소리는 안 나온 거 같던데······.)
(솔직히 그 감독 맘에 안 들었어요.)
촬영장에 참여했던 스태프들은 이를 두고 ‘이유 있는 갑질’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감독의 권한을 위협하는 것에서 논란의 여지는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필자는 ‘드리밍’ 촬영 때 협력했던 직원의 제보를 받았다.
(극 중 한 사례자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아이보리색 마네킹을 허공에 묶어서 살짝 지나가듯 보이게 하려고 했는데······.)
(유연서 씨가 갑자기 저거 지금 꼭 찍어야 하냐고 소리를 치셨었죠. 솔직히 그 당시에는 또 왜 저래? 싶었는데 나중에 가서야 깨달았죠.)
(아, 뭐가 매달리는 게 싫구나. 특히 사람 닮은 거.)
(그 뒤로 저희도 이해하고 비슷한 소품이 나오지 않게 조심했죠.)
과거 보도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시절, 故 이희서 씨가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방식으로 사망했는지는 기사로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건을 목격한 어린 아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졌는지도.
자세한 건 아래 이미지를 참고.
유연서는 과거 신문 기사는 빠르게 넘겼다. 이미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는데,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나저나, 촬영장 입단속이 안 되네. 다음 작품에서는 각서라도 받고 시작해야 하나······.
필자는 과거 유연서의 매니저를 맡았다는 한 사람과 연락이 닿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끔 허공을 멍하니 쳐다볼 때가 있었죠. 그것 때문에 촬영에 영향을 주기도 했고······.)
(다 좋은데 갑자기 화들짝 놀라서 짜증 내는 것 때문에 그만뒀어요.)
기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관한 증상을 자료로 첨부했다. 이런 정성으로 다른 걸 취재하지······.
이것으로 보건대, 유연서는 아직 친모 故 이희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연기력 논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연기력 논란을 간신히 벗었다고 해도, 그의 아픔은 사라진 게 아니다. 돌연 응급실에서 목격된 것도 아직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해 공황 발작이 일어난 것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갑자기 활동 중단한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그의 행보에 응원과 격려를 부탁한다.
에고 뉴스, 한진석 기자.
└기자 소설쓰네ㅋㅋ
└어디 커뮤에서 추측글 올라온거 짜집기했네
└야 이건ㅋㅋㅋ나도 유연서 관심있는 편이지만 너무 올려치기 아니냐ㅋㅋ
└근데 킹리적갓심이긴함
└이런것도 기자라고
음······ 거의 맞췄는데? 유연서는 허탈하게 웃었다. 뒤늦게 날짜를 확인하니 쓰러진 이후 사흘이 지나 있었다. 이러니 별별 얘기가 다 나오지.
-근데 저 기사 사실 아니겠지?ㅠㅠ
-왜갑자기 유연서플이야? 누가 또 날조기사 올렸어?
-진돌이 기사를 믿냐? 쟤 오보율 98%잖아
└2%는 뭔데?
└└어쩌다 얻어걸린거ㅋㅋ
-확실하지 않은 뇌피셜 기사를 믿는 사람 없지?
-갑자기 활동 중단한거 보면 어디 문제생긴 건 맞는듯
기사를 쓴 기자가 원래도 평판이 낮은 기자였는지 별로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행이다. 안 그래도 이미지 좋아져서 곤란한데 여기에 동정 여론까지 잡힌다? 상상하니 끔찍하다.
‘차라리 관심 종자인 게 낫지.’
유연서는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팔을 뻗었다. 동기화율이 높아져서 그런지 셀카 찍는 기술도 나날이 상승 중이었다.
“뭐 하냐?”
“셀카.”
아니, 그건 아는데······ 유은호는 정신 차리자마자 핸드폰에 대고 끼 부리는 동생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도저히 맨정신으로 볼 수 없는 내 혈육의 비즈니스였다.
Y__Yeonseo
멀쩡히 살아있음 #억측금지
팬들을 위해 짤막하게 생존 신고를 한 유연서는 언제 윙크했냐는 듯 무표정으로 형을 바라봤다. 그 변화에 유은호가 작게 웃었다.
“할아버지가 전용기 준비해 주셨다. 네가 마음먹으면 언제든 바로 출국할 수 있어.”
“나 아직 스케쥴 남았는데.”
“그건 이미 처리하신 거로 아는데.”
유연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공식] 유연서, 당분간 연예 활동 쉰다‘연예 활동 잠정 중단’ 유연서, 美서 요양할 예정
그래서 이런 기사가 나왔군······ 한진석이라는 기자의 기사가 신빙성을 얻는 거 아냐?
유연서는 한숨을 쉬고 화면을 껐다. 할아버지가 밀어붙인 거에 한 대표가 무슨 힘이 있겠나. 알겠다고 하고 따라야지.
“우리 노친네는 아직 내가 서른이 아니라 세 살인 줄 아나?”
“말조심해라.”
“넵.”
형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유연서는 냅다 대답했다. 아니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니고, 아픈 사람은 난데 왜 형이······.
“너무 대들지 말고 적당히 받아드려.”
“······나도 알지.”
괜히 반항만 해 봤자 유 회장에게는 안 통한다. 오히려 더 타오르겠지. 적당히 받아주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내빼면 되는 일이다. 마침 작품 촬영 중인 게 없어서 다행이었다.
유연서는 가족이 걱정하는 것을 이젠 완벽히 이해할 수 있어서 군말 없이 따르기로 했다. 일단은.
“나도 네가 더 큰 병원에서 검사받았으면 좋겠다. 이건 아버지랑 어머니도 동의했어.”
“그건······ 그래. 알았어.”
어차피 가서도 별다른 수확은 얻지 못할 거다. 이건 병이 아니니까······ 아니, 아무 이상 없는 게 더 문제인가?
게다가 가서 못 돌아올 가능성도 있었다. 그가 아는 유 회장이라면 둘째 손자쯤이야 계속 병원에 있게 하는 게 가능하다. 동생의 표정을 읽은 유은호가 덧붙였다.
“활동 금지는 너무 신경 쓰지 마. 네 말마따나 네가 애도 아니고······ 할머니가 설득하시니 조금 누그러드셨어.”
“······할머니가?”
유연서가 의아한 듯 형을 바라봤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할머니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억 동기화도 이제 75%가 넘었다. 그가 어린 시절에 박금주가 어떻게 대했는지도 점점 누적됐다는 소리다.
“너무 원망하진 마라.”
하지만 그녀가 붙여준 비서, 박정호가 이런저런 것을 도와줘서 범인에 근접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유 회장을 설득할 정도로 그의 편의를 봐주는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이다. 유연서는 일단 알겠다고 얼버무리고는 유은호를 등지고 누웠다.
‘그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왜 지금이지?’
‘내가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아서 이렇게 활동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시간 축에 영향을 주지 않나?’
아, 다중 우주로 빠지겠다? 이러면 할 말 없어지는데······.
‘뭐?’
병실 안에 있는 사람은 그와 형, 유은호뿐이었다. 그러니까, 원래였다면 내가 죽은 뒤에 형이 범인의 뒤를 캤다는 소리구나. 시간이 좀 걸리지만······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범인은 누군데?’
좋다 말았다. 유연서는 한숨을 쉬었다.
‘나 이전에 시간 여행 혜택을 받은 사람들도 이런 건 하지 못했나?’
유연서는 이미 ‘강진후’일적 신체 능력을 과감히 보여줬다. 고난도의 액션을 안전장치 없이 한다거나 꽤 단단하게 지었던 세트장을 박살 낸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게다가 그걸 목격한 사람도 꽤 많았다.
‘그거는 내가 조심히 행동하면 되는 거잖아?’
유연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남은 기한은?’
그러니까, 내가 유연서로 계속 살아가려면 어쨌든 영혼 조정은 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미 그의 선택지에 환생이라는 것은 남아 있지 않았다. 기억 동기화도 75%가 넘어가는데, 이미 그는 강진후가 아니라 유연서였다.
갑자기 시한부 인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