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86)
사람들의 환호를 뒤로하고 차에 올라탄 유연서는 불만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별로네······.’
사실 그때도 그다지 즐기지는 않은 거 같다. 과거의 나는 불쑥불쑥 치밀어오르는 화를 달랠 게 필요했고, 그냥 불우이웃 돕기 한다 치고 돈이나 뿌렸다.
그 당시 나는 돈 욕심이 많았는데, 생돈 날리는 것을 내 손으로 하고 있으니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졌었다.
‘나치고는 제법 얌전했는데 말이야.’
그때는 유연서에 관한 여론이 비호감의 끝을 달리고 있어서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을 무시하다가 계속해서 전화 거는 사촌 동생의 집요함을 끝내 받아줬다.
“뭐야?”
(형! 형형! 그런 일 할 거면 나랑 같이하지!)
박선우는 그가 통화를 무시한 게 익숙한지 본론부터 말했다. 소식도 참 빠르다. 아마 SNS에 떠도는 목격담을 바로 발견한 듯했다. 유연서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형, 지금 어디야?)
“집 가려고.”
(나도 근처인데, 만나자! 정확히 어딘데?)
사실 박선우와 마주치는 건 껄끄러워서 거리를 두려 했다. 아무래도 ‘머리’가 두 고모부로 좁혀져서 그런지 사촌들과 마주치는 건 별로였다. 친모를 죽인 범죄자의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자식들은 잘못 없는데 괜히 사건 사고에 휘말리게 두는 것 같아서였다.
“싫어 집 갈 거야.”
(아 왜! 형 내 졸업식 안 왔으니까 만나자고!)
“······너 졸업했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얘가 나보다 일찍 졸업한다고? 유연서는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는 스케쥴 때문에 반 학기 다니고 쉬고 하다 보니 아직 졸업도 못 한 상태였다.
(와, 어떻게 이렇게 무심할 수가 있어?)
“네가 기절 몇 번 해 봐라. 주변 생각이 나나.”
유연서는 피곤해서 눈을 꾹꾹 문지르며 말했다. 지금 몸도 좋지 않으니 적당히 끊으라는 말이었다. 어차피 그의 몸이 이상하다는 건 친지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고, 고모들이 그렇게 호들갑 떨었으니 얘도 얼추 알겠지.
박선우가 숨을 들이켰다. 사촌 형의 몸이 이상하다는 건 그도 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그가 화면을 흘끔 쳐다봤다. 물음표와 우는 이모티콘으로 가득한 채팅창,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
(어, 어어······ 그랬어?)
박선우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뭔가 낌새가 이상한데······ 유연서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너 설마 방송 중이야?”
(어어······ 그렇긴 한데······.)
얘는 이 중요한 걸 이제 말해? 유연서는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내가 널 안 만나야 할 이유가 늘었다. 그렇지?”
(아, 잠깐만······ 형!)
“끊어.”
앞으로 얘랑 엮이지 말아야지.
***
[안녕하세요. S가 예능팀입니다. 마이튜버 ‘이윤서’님이시죠?] [저희 프로그램에 나와 보실래요? 채널 홍보도 되고 좋을 거 같은데······.]자칭 마이튜버이자 SNS 인플루언서 그리고 요즘 인터넷에서 핫한 남자인 이윤서는 방송 섭외 전화로 기분이 좋았다.
[유연서 닮은 남자로 토크 나와 주시면 되는데······ 가능하시겠어요?]거절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방송 컨셉도 좋았다. 좋든 나쁘든 그가 입소문을 탄 것도 그와 유연서를 엮어서 그랬으니까.
유연서, 느닷없는 현금 살포에 “기분이 별로라 불우이웃 돕기를 했을 뿐”
└불우이웃돕기ㅋㅋㅋㅋㅋ
└하긴 유연서에 비하면 나 불우이웃 맞으니까 내 주머니에 현금빵해줬으면 좋겠다
└조만간 유창호 재산도 얼마 물려받는다며
└└그것도 세금 때문에 1차로 받는거임 앞으로 받을거 더 많을듯
└└└대박
└앞으로 계타려면 번화가 2층카페 존버해야하냐
‘나는 어떻게 따라 하지?’
실제 현금을 살포할 돈은 없으니 장난감 지폐를 뿌리는 것도 좋겠다. 곧장 인터넷 쇼핑몰에 제일 싼 머니건을 주문한 그는 유연서와 관련한 다른 기사를 찾았다.
유연서, LA 자선 행사에서 찍은 인맥 화제···역시 ‘로열패밀리’
유연서, SNS서 건강 이상설 아니라고 밝혀
그가 관심 있는 건 오로지 유연서였다. 관심에 목말랐던 그가 유연서를 엮을 생각을 한 것은 1년 전 SNS에 올린 게시글의 댓글 때문이었다.
└헐 님 유연서 닮았다
└└어 그러게ㅋㅋ 1초 유연서
일부러 유연서 닮게 사진을 보정한 것도 있었지만, 누가 알아봐 준 것은 그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 뒤로 본격적으로 자신의 사진을 유연서와 똑같이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계정주님~ 배우 유연서님 진짜 닮으셨네요! ‘유연서 닮은꼴’로 저희 카드이슈에 소개를 해도 괜찮을까요?)
요즘 인★에서 핫한 남자 무려 ‘유연서’ 닮은 꼴로 화제
채널 홍보를 위한 어그로의 제물로 삼은 거겠지만, 이윤서는 마다하지 않았다. 각종 이슈 채널에서 그의 사진을 퍼다 나르며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의 계정이 점점 노출되자, SNS 팔로워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는 이 흐름을 타고 각종 협찬을 받았고, 마이튜브 채널에 광고를 삽입했다.
└오 쫌 닮음
└약간? 진짜 0.3그램 정도?
└보정한 거 아니야? 포샵 티 다 나는데ㅋㅋ
└지금껏 유연서 닮은꼴로 나온 사람중에 제일 닮긴함
└존나 안닮았는데ㅋ
관심은 그의 행동을 더욱 과감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미 유연서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이름도 본래 이윤서가 아니었지만, 유연서와 비슷하게 개명했다. 마음 같아선 성씨까지 똑같이 바꾸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이 씨, 박 씨라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근데 요즘 유연서 댓글반응 좋지 않냐?
배우 본체가 본업 점점 잘하는건 알겠는데 억까들 어디감?
└주성에서 3세들 인터넷 여론 관리하는 거로 알고 있음 특히 유연서ㅇㅇ
└└ㄹㅇ?
└└└ㅇㅇ 3세들 다 유명하니까 쓸데없는 루머 청소하라는 유창호 특별지시
└와 회장님 악플 좀 다 잡아가세요 ㅅㅂ
└그걸 어케암? 관계자임?
└진작에 이랬어야 했는데ㅠ 연기 좀 못한다고 국민비호감된거 너무 억지였어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지ㅋㅋㅋ 수저빨로 주연 맡은건 어쩔건데
└└└회장님 여기에요!!!
‘그렇단 말이지?’
주성이 유연서 관련해서 모니터링한다는 제법 관계자 같은 댓글을 본 뒤로는 일부러 자신의 채널을 삭제하고 복구하는 척했다.
Y___Yoonseo
아 갑자기 내 마이튜브 채널 정지먹었어요ㅠ 왜지? 누가 견제하나?
마치 주성 그룹이 유연서의 닮은꼴로 관심을 이끄는 자신을 견제하려고 이러는 거 아니냐고 의심하는 글을 올렸다.
나는 그 정도로 유연서를 닮았고, 대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손을 뻗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대단하지 않으냐. 어쩌면 유연서보다 화제성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지랄도 가지가지ㅋㅋ
└존나 뻔뻔하네
└이러고 살면 안쪽팔리나?
└얘 너무 징그러움ㅠㅠ
└개인적으로 좀 불쌍하다.. 누군가의 닮은꼴로 살아가려는게.. 자기 인생에 자기는 없는거잖아ㅠ 애잔ㅠ
└유연서 팬들 고통스럽겠다
이젠 이런 댓글 반응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미 유연서 그 자체가 되었다. 이거로 어그로를 끌어서 번 돈도 상당했다.
돈을 만지게 되니 점점 뻔뻔해졌다. 이게 다 내가 잘나서 그렇지. 질투도 참 과격하게 한다. 그는 포털 사이트를 새로 고쳤다.
‘이건 뭐지?’
방금 올라온 기사였다.
유연서 “기절 몇 번 했다”에 마이튜버 박선우 ‘당황’
건강 이상설 아니라던 유연서, 사촌 방송에서는 다른 말로 누리꾼 ‘시끌’
└기절? 기절이라고?? 내가 잘못 들은거 아니지?
└아니 뭐때문에 기절까지ㅠㅠ
└아진짜 걱정되게ㅠㅠ
└연서야 아프지마ㅠㅠㅠㅠㅠ
그는 다른 기사에서 쓴 제목을 드래그했다.
‘병약한 미남이라······ 좋은데?’
하긴, 배우 팬들이 좋아하는 게 피땀 눈물이라고 하던데······ 조만간 나도 병원에 입원해야겠어. 이것도 체크.
유연서에 관한 거의 모든 기사와 커뮤니티 반응까지 낱낱이 살펴본 이윤서는 만족스러운 듯 노트북을 닫았다. 내일은 그가 ‘유연서 닮은꼴’로 나오는 5번째 방송이었다.
“방송에서는 뭐 입고 가지?”
최대한 유연서처럼 꾸며야 하는데······ 내일 샵에 들러서 화장도 조금 창백하게 해달라고 해야지. 그는 거울을 바라보고 유연서처럼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그의 누나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
차기작만 없을 뿐이지 이미 계약된 광고 일정은 착실히 수행해야 했다. 유연서는 유럽 영화제 일정으로 출국하기 전에 이 스케쥴을 다 끝내고 가기로 했다.
“몸은 어때? 여기 커피.”
“그냥, 똑같지······ 너는 나 없는 동안 뭐 했냐?”
광고의 추가 촬영이 있는 날, 이태겸과도 오랜만에 만났다.
“그냥 박 실장님 따라서 회의록 쓰고 너한테 오는 선물들 거르고······.”
“그래?”
이태겸은 유연서 전용 매니저로 계약되어 다른 소속 연예인의 일을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나와서 일을 배운다고?
놀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쳐다보니 이태겸이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는 말을 돌렸다. 날씨가 제법 좋았다.
“오늘 촬영은 주택에서 한다더라? 정원에서 자연광 받기 딱 좋네.”
“······혹시 말이야. 이런 촬영도 작정하고 알아볼 수 있나?”
박경원과 양홍식을 갈궈서 ‘머리’를 알아낸다 해도 민성철이 걸린다. 그는 이희서의 살해와 관련된 모든 이를 잡고 싶었다.
그 스토커 때문이구나······ 제법 눈치가 빨라진 이태겸은 유연서가 말하는 대상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글쎄······ 너랑 촬영한다고 하면 티 내고 싶어 안달하는 관계자가 있지 않겠냐?”
“그런가······.”
“근데 그건 왜?”
유연서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생각에 잡혔다. 드라마 촬영장까지 잠입해서 나랑 가까워지려고 했던 놈이다. 나를 미끼로 하는 작전이 아직 잘 먹히지 않을까?
“네 추측이 맞은 거 같아서.”
이태겸은 먹던 베이글을 떨어뜨렸다.
“······진짜?”
“그 스토커가 ‘스네이크’ 촬영장 정보를 사서 나랑 부딪친 적 있더라.”
“워, 시발 미친 새끼······.”
이태겸은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엄마로도 모자라서 자식한테까지 집착하는 스토커라니, 분명 정신세계가 이상한 놈일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오늘 촬영에 수상한 사람 보이면 일단 잡아 봐.”
“쓰읍, 너한테 사람 엄청나게 몰려서 일부러 외진 주택에다 하는 거 같던데······ 일단 알겠어.”
그 또라이를 잡으라니······ 무섭긴 하지만 어차피 촬영 장소에는 임승현도 함께 할 거니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장에 도착한 유연서는 익숙한 환대를 받았다.
“허억······.”
“······와 진짜.”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숨을 들이켜는 사람들, 익숙한 반응이었다. 유연서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와 실물이 진짜 더 잘생기셨네요!”
유연서는 파우더 룸에 앉혀져 얼굴에 뭐 바를 거 없다고 극찬을 들었고, 옷을 갈아입고 광고 컨셉 설명을 들었다.
“야, 태겸. 가서 커피 좀 사다 줘.”
“······뜨거운 거?”
“아무거나.”
유연서는 밖에서 파는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는다. 아마 주변을 살피라는 뜻이겠지. 임승현과 밖에 나온 이태겸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주택가 한복판이라 주민 외에 드나드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미국은 어땠어요?”
“그냥 똑같았지.”
“그······ 사건은요?”
“백 형사님이 잘해주고 계시지, 아마 곧 잡을 거 같던데.”
“와, 진짜요?”
진짜 자살이라니······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믿을 수 없었다. 임승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그는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어머, 유연서 씨 매니저 아니세요?”
“네?”
그는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을 유심히 살폈다. 한참 박 실장의 미팅을 따라가면서 일을 배울 때, 유연서는 아니고 헤일로 미디어 소속 배우의 예능 미팅에서 본 적이 있었다.
“S사 류 작가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 근처에 광고 촬영이 있어서요······.”
“광고 촬영이라면, 유연서 씨요?”
류 작가의 눈이 번쩍 빛나는 건 착각일까? 이태겸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렇긴 한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마침 저희도 근처 카페 대관해서 촬영 중이거든요. 그럼 혹시······.”
“출연이라면 안 됩니다.”
“에이, 눈치 빠르시긴. 연서 씨한테 한번 말이라도 해 보시면 안 돼요? 마침 이번에 나온 게스트 분이 유연서 씨 닮은 꼴로 나오는데······.”
“닮은꼴이요?”
그 찌그러진 사람을 말하는 건가? 라고 말하려던 이태겸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작가 앞에서 매니저란 사람이 이러면 안 되지······.
(그 새끼 존나 짜증 나! 닮지도 않은 게 내 배우로 어그로 끌고 있어 뒈지려고!)
(오빠네 회사에서는 뭐 대처 안 한대?)
(오빠? 뭐 말 좀 해 봐.)
(오빠!)
동생을 통해 시달리던 임승현도 표정 관리가 안 돼서 인상을 팍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