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2)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네요.”
박금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서재에 앉아있는 남편에게 다가갔다. 유 회장이 저런 표정을 짓는 건 하나뿐이다. 바로 사위 문제다.
“이미 손주들도 다 컸는데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끙······ 그래야 하긴 하는데······.”
유 회장의 눈에 두 사위는 그의 마음에 차지 않는 사람이었다. 두 딸이 첫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못마땅해서 그렇게 닦달했었는데, 그 뒤로는 손주들을 봐서 그럭저럭 잘 지내왔다.
하지만 재산 정리 과정에서 사위의 못난 모습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니 간헐적으로 짜증이 솟구쳤다.
“그렇다고 안 줄 수도 없고······.”
유 회장은 마음 같아서는 회장직을 빨리 아들에게 넘기고 편안하게 골프나 치며 여생을 보내고 싶었다. 두 딸에게도 부족함 없이 물려 주고 싶지만, 사위 때문에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고 보니, 비서들과 마찰이 있는 거 같아 보이던데······.”
“그건 어떻게 알아요?”
“그쪽 소문이 좋지 않던데요.”
박금주는 그룹 내 이런저런 소식통이 있었다. 그런 박금주가 있기에 유 회장도 마음 놓고 회사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에게서 들은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듣기로는 오래 함께했던 비서에게 소리치고 물건을 던져서 폭행한 거 아니냐는 소문까지 있다고······.”
“뭐라고요?”
유 회장이 벌떡 일어났다. 저 사람 혈압 걱정해야 하는데······ 박금주는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설마 그러겠어요? 다들 당신 재산 물려받으려고 혈안인데.”
“후우······ 그렇겠지.”
“아무튼, 소문이 그리 좋지 않은가 봐요. 무슨 일 있나······.”
“쯧, 더 얘기하지 말아요.”
유 회장은 못마땅한 듯 고개를 돌렸다. 배포가 큰 척하지만 소심하고 겁이 많은 사위는 은근 음흉한 구석이 있었다. 의도적으로 자신을 낮추고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가서 얘기를 좀 해 봐야겠어요.”
“얘기를 왜 해요?”
“당신이 못 하니 내가 하는 거잖아요. 당신이 너무 뭐라고 하니까 그렇게 된 건지 누가 알아요?”
“그러면 이혼시켜야지!”
“우리 딸 의견은요?”
반박할 수 없어서 유 회장은 입을 꾸욱 다물었다. 박금주가 아니었으면 딸들은 진작에 이혼 서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유 회장도 옛날 사람의 사고방식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딸이 이혼녀가 되는 건 또 싫었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이만 쉬어요.”
박금주가 서재를 나왔다. 백서준과 박정호가 유은호와 유연서 형제 몰래 ‘머리’에 근접했고, 박금주는 기꺼이 미끼를 자청했다.
“그게 사실······ 제가 일 처리를 못 해서······.”
“저런, 그렇다고 다 들릴 정도로 고함치시면 안 되죠.”
황승준 비서가 무능한 놈이라 구박받고 사무실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을 때, 박정호는 황승준에게 의도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누구신지······?”
“박 관장님의 비서입니다.”
이미 ‘꼬리’를 통해 ‘머리’가 누군지는 짐작하고 있었다. 게다가 황 비서는 그 사건 전부터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던 사람이라 시기상으로도 알맞았다.
박금주의 비서라고 하니 황 비서의 눈빛이 찰나의 순간 달라지는 것을 보였다. 누구에게 몸을 의탁할지 저울질하고 있었는데, 마침 딱 좋은 후보 중 하나가 먼저 다가온 것이다.
“고민이 있으면 가감 없이 연락하세요.”
“가, 감사합니다.”
황 비서는 우선 작은 호의부터 시작했다.
“저런, 괜찮아요?”
그리고 박금주는 박정호와 장단을 맞췄다. 박금주는 직원들 사이에서 인망도 두터웠고, 두 사위를 자주 챙겨주기도 했었다. 일을 제대로 처리 못 해서 구박받는 황 비서의 앞에 박금주는 우연인 척 다가가서 호감을 쌓았다.
‘부디 쓸만한 정보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황 비서 회유 작전은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박정호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달싹이기도 했다.
박정호는 일에 열중하는 백서준을 보며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이래도 되겠습니까?”
“뭐가요?”
“전무님과 도련님에게 말씀 안 드려도요.”
“진작에 이랬어야 했어요. 너무 깊게 개입했잖아요. 정신적으로 좋지는 않죠.”
박정호도 공감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모든 게 밝혀졌을 때의 원망은 오로지 백서준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도 그걸 알아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얘기 좀 잘해주세요. 이게 다 걔들을 위한 건데······.”
“알겠습니다.”
“······설마 나랑 연을 끊지는 않겠지?”
유은호는 몰라도 유연서 걔라면 가능할지도? 백서준은 피식 웃으며 화면에 몰두했다.
***
영화제 일정을 마친 유연서는 조용히 귀국했다. 벤자민 프라이스와 크리스토퍼 마틴뿐만 아니라 각국의 영화인들과 교류하고 돌아온 그는 공항으로 마중 나온 이태겸을 보고 자신의 여행 가방을 굴렸다.
“왔냐? 노룩패스 뭔데.”
“왔다.”
그걸 자연스럽게 받은 이태겸이 주차장으로 앞장 섰다.
“별일 없었어?”
“없었지. 너 정말 차기작 안 정했냐는 연락만 하루에 백번 넘게 받는 거 빼고?”
“넌 좋겠다? 내가 쉬면 너도 쉬잖아.”
헤일로 미디어에서는 특별 조항이 있었다. 유연서의 지랄 맞은 성격 때문에 생겨난 것인데, 한 마디로 유연서 전용 매니저는 건들지 말라는 조항이었다.
소속사 다른 매니저의 땜빵을 안 매꿔도 됐었고, 그냥 유연서가 연예계 활동할 때만 도와주면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임승현도 따라 다니니 불편한 게 없었고.
“그래서 말인데······ 그냥 너 쉬는 동안에도 따라다니면 안 되냐? 내가 뭐 할 거 없어?”
게다가 매니저의 월급 절반은 유연서의 지갑에서 나왔다. 다른 매니저들보다도 훨씬 많이 받았다. 이태겸은 유연서가 칸에 가 있는 동안 자발적으로 실장들의 일을 돕긴 해도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보냈었다. 그게 가시방석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서준이 형도, 승현이 형도 바쁘던데 나도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분위기로 보건대, 중요한 분기점 같았다. 유연서가 친모 살해범을 쫓는 것도 알고, 슬슬 성과가 나오는 거 같은데 혼자만 연예계 일없다고 쉬는 것도 이상했다.
‘나도 뭐, 나름 친구인데. 이런 건 좀 도와줘야······.’
그리고 그 의도를 알아차린 유연서가 의외라는 듯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쳐다봤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술렁이는 게 느껴졌다.
“······뭐냐?”
“뭐. 사람 몰리기 전에 빨리 가자.”
이태겸은 볼을 긁적이며 모른 척했다.
“너도 염치를 알긴 아는구나.”
“그 말을 너한테서 들으니까 좀 기분이 이상한데······.”
“우리 애가 벌써 이렇게 크다니······ 임승현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걸 네가 말하는 건 좀 양심 없지 않냐?!”
“야, 주변에 다 듣겠다.”
유연서는 씩씩거리며 앞장서는 이태겸의 등을 찌르며 놀렸다. 노예가 자발적으로 노예 짓 하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다.
“서준이 형한테서는 연락받은 거 없어?”
“글쎄, 바쁜 거 같던데.”
“그래?”
임승현도 별말은 안 하던데, 아직 건진 게 없나? 그럴 리가 없는데. 느낌이 싸했다.
“아무튼 잘 됐다. 앞으로 내 운전기사나 해라.”
“쉬는 동안 집에만 있는다며?”
사실 집에서 남은 기억을 동기화하고 영혼 조정에 박차를 가하려 했었다.
“큰 미끼를 던져야지.”
민성철이 제 발로 찾아오게끔.
그리고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었다.
“여긴 웬일이냐?”
대뜸 저택에 찾아온 손자를 보며 유 회장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유연서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요.”
“······네가? 혹시 어디 또 아픈 게야?”
“그런 거 아닌데요, 사실 제 방에서 찾을 게 있어서요.”
그렇게 말하니 유 회장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아니, 손자가 오랜만에 애교 좀 부렸다고 저런 반응이야? 그렇게 경호원을 붙이고 싸고돌더니, 막상 보면 이런다.
“늦었으니 자고 갈게요.”
“그러거라.”
뒤돌아선 유 회장의 광대뼈가 볼록 솟아 있었다. 말은 툴툴 내뱉어도 기분은 좋은가 보다.
‘이쯤이었던 거 같은데.’
모두가 잠든 새벽, 유연서는 유건민의 비밀 기지로 향했다. 문은 당연히 잠겨 있었지만, 힘으로 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이 강제로 열리는 소리에 누가 깰까 봐 움찔했지만, 다행히 인기척은 없었다.
“콜록······.”
먼지 때문에 저절로 기침이 나왔다. 그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천에 감싸여진 것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이희서의 신문 기사를 모은 스크랩북도 있었고, 영화 포스터와 팸플릿도 있었다.
“많이도 모으셨네.”
이희서가 출연한 모든 영화와 드라마의 판권을 산 계약서도 발견했다. 아마 유건민은 이 물건을 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눈에 띄는 곳에 두기에는 버거웠겠지.
‘우선 이거부터 봐 볼까.’
그는 ‘행복한 작별’의 DVD를 매만졌다. 크리스토퍼 마틴을 홀린 연기가 뭔지 궁금했다. 그는 방에 있는 모든 영상물을 가지고 제 방으로 돌아왔다.
그가 이 시대에 온 2018년에는 ‘유연서’를 연기해야 했지만, 이제는 이희서를 연구해야 할 때다.
***
“여길 자주 지나간다고?”
“그렇다니까.”
창가 쪽 자리에 앉은 두 여성이 은밀히 속닥거렸다.
“그런데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거야?”
“뭐 어때. 우리가 사생처럼 쫓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는 길에 잠깐 보는 건데.”
그들은 요즘 이 근방에서 유연서가 자주 목격된다는 알계의 정보를 보고 무작정 카페에 들어가 대기하고 있었다.
“어! 저기!”
조금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유연서가 걸어왔다. 두 사람은 숨을 멈추고 점점 다가오는 유연서를 감상했다.
“와, 진짜네.”
“요즘 헬스장 꼬박 간다더라. 늘 이 시간이면 지나친다던데?”
“와 미쳤다. 멀리서도 개 잘생겼어.”
두 사람이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호들갑을 듣던 다른 손님들도 밖에 보이는 유연서를 보며 핸드폰을 들었다.
“헉, 이쪽으로 오는데?”
유연서가 카페 안으로 들어와 커피를 주문할 동안, 그들은 우연히 연예인을 만난 척 사진을 찍었다.
‘소문이 꽤 났나 본데?’
유연서는 그 시선을 즐기며 피식 웃었다. 창가에 앉은 두 사람은 오늘 처음 보지만, 카페 내 다른 사람들은 눈에 익은 사람들이었다. 소문을 듣고 미리 대기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 정도면 그쪽 귀에도 들어갔겠지.’
사실 알계의 정체는 유연서 본인이었다. 일부러 그의 하루 루틴을 퍼뜨렸다.
[일반적으로 스토킹 범죄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병적인 소유욕과 집착을 드러내죠. 그게 망상 장애로 이어지는 게 보통입니다.]민성철은 이희서를 자신의 연인으로 여겼고, 자신을 버리고 유건민과 결혼한 그녀에게 증오를 품고 있었다. 그게 살해로 이어졌으니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유연서를 자기 아들로 착각하고 있었고.
[저라면······ 스토커가 가진 판타지를 이용할 것 같습니다.] [먼저 집착했던 대상이요. 사건의 첫 시작은 그 사람 아니겠습니까?]첫 집착의 대상은 이희서, 마침 그의 얼굴도 이희서와 많이 닮았다. 나에게서 이희서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면 네가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마침 베타가 준 ‘통찰’의 느낌 때문인지, 요즘 들어 뒤통수가 따끔했다.
‘보고 있다면,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고.’
그는 민성철이 지척에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가 행동을 취하기까지, 덫을 놓는 사냥꾼의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