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4)
“도련님.”
“왔습니까?”
임승현이 조심스레 옆에 다가왔지만, 유연서의 시선은 카메라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순순히 백서준에게 이끌려 감금당한 민성철은 뭐가 그리 웃긴 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음을 흘렸다.
“병원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다행히 아무 이상 없다고 합니다. 후유증이 있을지 모르니 우선 입원시켰습니다.”
“다행이네. 잘 봐주세요.”
이태겸은 병원에 실려 가는 와중에도 유연서의 비싼 차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그깟 차쯤은 버려도 된다. 덕분에 민성철을 잡았으니까. 이태겸은 비싼 1인실에서 호화스러운 요양을 즐기면 된다.
“구경꾼이 좀 있던데······ 인터넷에 사진 같은 게 떴나요?”
“목격 사진이 올라왔지만, 도련님의 얼굴은 확인할 수 없어서 아마 조작이라고 넘어갈 겁니다.”
그러면 다행인데······ 유연서는 미동도 없이 자리에 앉은 민성철을 유심히 관찰했다.
“너무 쉬운데······.”
“네?”
“이렇게 빨리 잡힐 수 있나?”
“글쎄요······ 그만큼 저쪽도 절박한 거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유연서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내가 먼저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몰라.’
일부러 잡혀준 건가? 나랑 대화하려고? 유연서는 제 얼굴을 봤을 때 황홀감에 젖어가던 민성철의 얼굴이 잊히지 않았다.
임승현은 유연서가 얼마나 민성철 잡기에 열중했는지 알아서 조심스레 입을 뗐다.
“······안 들어가셔도 되겠습니까?”
“일단 저 형한테 맡겨보려고요.”
만약 일부러 잡혀준 게 맞는다면, 그리 쉽게 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애태우고 애태워서 진실을 저절로 내뱉게끔 해야겠다.
(민성철 씨?)
(······.)
(왜 여기 오신지는 아시죠?)
백서준은 민성철이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아도 묵묵히 자료를 그의 앞에다 두었다. 양홍식과 박경원의 사진 그리고 죽은 최남윤까지.
(이분들은 아시죠? 1999년 5월 12일에 본 적 있잖아요.)
(······.)
(최남윤, 당신이 죽였습니까?)
(아니, 난 죽이지 않았어.)
드디어 입을 여는군. 백서준은 등받이에서 몸을 떼고 민성철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당신이 죽이지 않았으면 누가 죽였는데?)
(나는 살짝 귀띔을 해줬을 뿐이야. 지레 겁먹어서 사람을 죽인 건 다른 쪽이지.)
그리고 민성철은 다시 입을 꾹 다물고 백서준의 질문을 무시했다.
(내 아들을 데려와.)
민성철의 목적은 오로지 유연서를 보는 것이었다.
***
유연서가 칸 영화제 일정 때문에 프랑스로 갈 무렵, 황승준 비서와 친해진 박정호는 오늘도 어김없이 한 술집에서 황 비서를 만났다.
“이마에 멍든 건가? 어디 부딪치기라도 했어?”
“······.”
황 비서는 말없이 술을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박정호도 황 비서의 상처가 어디서 났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래 함께해온 비서를 구박한다는 소문으로 밑에 있는 직원들 심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적당히 커피만 사줘도 줄줄 불었다.
‘평정심을 잃은 건가?’
아마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이미 다 끝난 사건을 파헤친다는 것을 알고 점점 제 성격이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박정호에게는 좋은 상황이다. 벼랑 끝에 몰린 황 비서가 변수를 내주었으면 좋겠는데······.
박정호는 황승준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묵묵히 그의 술자리에 어울려주었다. 그러자 긴 침묵 끝에 황승준이 입을 열었다.
“형님은 박 관장님 모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글쎄······ 거의 40년은 된 거 같군.”
박정호는 감회가 새로워졌다. 벌써 박금주를 모신지 그렇게 됐나······. 황승준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엄청 오래되셨네요.”
“이쯤이면 주성에 평생을 다 바친 거나 마찬가지군. 나도 놀랐어.”
“박 관장님은 잘 대해주십니까?”
질문의 저의가 궁금했지만, 얼핏 알 것도 같다. 황승준은 자기 상사에게 대우를 못 받고 있다. 그렇다면······ 살살 긁어줘야지. 박정호는 입꼬리를 올렸다.
“잘해주시지. 관장님이 사주신 분당 집값이 많이 오른 것만 봐도······.”
“집을 사주셨다고요?”
“일한 지 20년 됐을 땐가? 아마 그랬을 거야. 팔아서 돈 좀 벌었지.”
“그런데도 일을 계속하신다고요?”
“내가 우리 관장님 뒤에 아니면 어디 서겠나.”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였다. 박금주는 오래 일한 만큼 박정호를 챙겨줬고, 박정호는 묵묵히 박금주를 위해 일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박정호의 여유로운 모습에 황승준의 눈에 선망이 담겼다.
“그런데, 자네도 오래되지 않았어? 사장님 뒤에서 몇 번 본 거 같은데······.”
“저도 한······ 20년은 넘긴 했죠.”
변변치 않은 대학 출신에 아무 스펙도 없는 그를 갑자기 찾아와 자기 밑에서 일하라 했었다.
[할 일이 있는데, 너밖에 할 사람이 없어.]그 당시에는 그 제안이 기뻐서 곧바로 따라가겠다고 했는데······ 곱씹어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했다. 그가 처음 맡은 업무는 바로 이희서의 사망 사건이었으니까.
“그렇군. 그 정도면 신뢰 관계 아니겠나?”
“······제가 일 처리를 잘하지 못해서.”
“아무리 못해도 그렇지······ 20년쯤 됐으면 자네를 꽤 신뢰하는 거 아니겠나? 그런데 요즘은 왜 그러시는 건지······.”
황승준은 자신 대신 화내주는 박정호가 고마우면서도 울분이 차올랐다. 다른 로열 비서와 비교해 봤을 때, 자신의 처우가 너무 박한 것 같았다.
“아니면······ 골칫거리를 맡기려고 채용했나?”
“형님.”
“참 공교롭구먼······ 회장님이 그런 식으로 사람을 부리셨지. 우리 관장님 아니었으면 다 짤렸을 거야.”
황승준의 의심을 능구렁이같이 빠져나간 박정호는 점점 황승준에게 의심을 심었다. 얘기를 듣던 황승준도 점점 마음이 기울었다.
‘가만, 그 일을 시키려고 날 채용한 게 맞잖아.’
온갖 더러운 일은 자신에게 맡기고 뒤로 쏙 빠져 있었으면서 이제 와 너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협박하는 모양새라니······ 황승준은 못내 억울해졌다.
‘초조해하는 거 보면 누군가 그 일을 조사하고 있나? 이러다가 잡히면 어떡하지?’
만약, 그와 상사가 제거하려던 양홍식과 박경원 그리고 민성철이 이미 잡힌 거라면, 그래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고 있는 거라면······ 이러다가 꼬리를 잘리는 쪽은 황승준 자신이 될 수도 있다.
그 심정을 꿰뚫어 봤는지 박정호는 황승준을 살살 구슬렸다.
“너무 힘들면 나에게 말해. 자네 정도면 우직하니 할 일도 잘하겠고······ 우리 관장님께 잘 말씀드려 보지.”
“형님은요?”
“나는 이제 은퇴해야지. 이 나이 돼서 아직 현역인 것도 노인 학대라네.”
황승준은 멍하니 박정호의 얼굴을 쳐다봤다. 꼬리가 잘리기 전에 내부 고발자가 되어서 형량을 깎고 대가를 받는 쪽이 좋지 않겠나? 여차하면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는 자신도 어디서 변사체로 발견될지 모르는 마당에.
“내 추천이라면 관장님도 흔쾌히 수락해 주실 거야.”
박금주의 인망은 두터웠다. 아랫사람에게 잘해서 직원들도 박금주의 밑으로 가고 싶어 했으니까. 그래도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간접적이긴 해도 그 사건의 가담자를 곱게 봐줄까?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게 정말 자네가 저지른 잘못일까?”
“예?”
“명령에 따른 거라 하지 않았었어? 자네가 술김에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는 잘 모르지만.”
내가 술에 취해 거기까지 얘기했었나? 황승준이 긴가민가할 때 박정호는 정말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면 괜찮지 않겠어? 뭐, 자네는 잘못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던가······.”
미끼는 유연서만 던진 게 아니었다. 박정호와 박금주도 큰 미끼를 던졌다.
“언제든 말하게.”
그는 고개 숙인 황승준을 향해 인자하게 웃었다.
그리고 민성철이 잡힌 지 얼마 안 됐을 때, 드디어 성과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형님.”
(무슨 일이야? 이렇게 갑자기.)
“급하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결심한 듯 목소리를 내리까는 황승준의 전화에 박정호는 드디어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내가 가겠네.)
“아뇨, 제가 주성 미술관으로 가겠습니다. 관장님에게 직접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요······ 용서를 구할 일도 있고요.”
황승준이 미끼를 물었다.
***
[······갑자기 뜬금없는 얘기를 하길래 기억에 남았어요.] [역시 사람은 이름값을 해야 한다고······.]양홍식과 박경원은 박정호가 준비한 사진 속에서 한 사람을 지목했다.
[대리인이 혹시 이 사람입니까?] [어, 어어······! 맞아요!]바로 황승준 비서였다. 백서준과 박정호는 이미 ‘머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도련님이 직접 잡았다고요?)
“정확히는 걔 매니저가 교통사고를 내서 잡았죠.”
(허······ 그래서, 성과는 있었습니까?)
“아직요. 연서 걔를 보려고 일부러 잡혀준 거 같은데······ 걔가 있어야 입을 열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도 유연서에게 비밀로 한 것은 이 이상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까이 두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정작 민성철은 유연서 없으면 결정적인 증언을 하지 않겠다 하니······.
(잠시만, 황승준에게서 전화가 오는군. 느낌이 좋은데?)
“받으세요. 저한테 바로 알려주시고.”
그래야 바로 출동해서 다 잡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 백서준은 드디어 끝이 보이는 것을 느꼈다. 민성철이 자백하지 않더라도, 황승준의 증거가 쓸만하다면 곧바로 모든 관련자를 잡아들일 준비가 됐다.
“네, 여보세요?”
(황승준이 다 불었네.)
“······증거는요?”
백서준은 주먹을 꽉 쥐었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박정호는 증거를 확인하면서 참담함에 한숨을 쉬었다.
(······아주 상세하더군. 누가 보면 뒤통수를 치려고 모아둔 줄 알겠어.)
“저한테 보내주세요.”
(황승준의 말로는 윗선과 딜을 하다가 실패한 모양이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이미 상대는 최남윤을 죽였는데, 간도 크다. 늦었다간 증거를 인멸하려 할 수도 있겠는데?
제 자리로 돌아온 백서준은 제 팀원들을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아귀에 있던 핸드폰이 크게 진동했다.
‘뭔가 불안한데.’
요즘 들어 유연서의 촉이 날카롭다. 계속해서 추궁하는 게······ 백서준은 일단 전화를 받았다.
“어, 여보세요? 연서야 형이 지금 좀 바쁜······.”
(박경석이지?)
백서준이 놀라서 숨을 삼켰다.
“너, 그걸 어떻게······.”
(민성철이 다 불었어. 증거까지.)
그새를 못 참고 민성철과 대면했구나. 그런데, 어떻게 민성철의 입을 열게 한 거지? 백서준은 저절로 제 이마를 짚었다.
“야, 일단 내가 잡아 올 테니까 너는······.”
(이미 늦었어.)
“······너 설마.”
박경석 찾아간 건 아니지? 그리고 통화는 뚝 끊겼다.
“연서야? 야! 유연서!”
백서준이 다급히 전화를 걸었지만, 유연서는 받지 않았다.
“이런 씨······!”
백서준이 제 팀원을 향해 손짓했다. 대기하고 있던 팀원들이 벌떡 일어났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제 팀장이 큰 사건을 조사한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주소 보내줄 테니까 거기서 사람 좀 잡아 와. 세 명이다.”
“네 알겠습니다.”
“너는 나 따라와. 주성 H&C로 간다.”
숨죽여 그 상황을 엿듣고 있던 백서준의 옆자리 동료, 곽치훈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백서준과 그의 팀원들의 뒤를 멍하니 쳐다봤다.
‘유연서 얘기는 왜 나왔지?’
주성 H&C는 또 뭐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곽치훈은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는 곧바로 복도로 빠져나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한 기자님? 지금 백 형사 밖으로 출동했는데요······ 이거 특종의 냄새가 납니다. 유연서 얘기를 했어요. 네.”
백서준에 관한 정보를 넘기면서 한몫 챙긴 그는 이 상황을 빠짐없이 말했다.
“주성 H&C, 거기에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