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31)
“사실 어릴 때부터 정신 상태가 좋지는 않았어요.”
화면은 주성 미술관 광장에서 했던 ‘故 이희서 사망 25주기’ 추모 행사를 보여주며 그 원인이 친모의 사망 때문이라고 암시했다.
검은 정장을 입고 형과 나란히 서서 묵념하는 유연서의 모습이 화면에 한가득 담기고, 소리는 잔잔한 피아노곡을 띄웠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리고 화면은 유연서가 윤호영을 찾아 심리 상담을 하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그동안 그가 속으로 담아왔던 진실을 덤덤하게 풀어나가는 모습에서는 어떠한 연출도 들어가지 않았다.
-아ㅠㅠㅠㅠ
-맘아파 미친ㅠㅠㅠㅠㅠㅠ
-아 나 맴찢이야ㅠㅠㅠㅠㅠㅠㅠ
과거 보도 자료와 최근의 재수사로 밝혀진 게 많아서 그가 어떻게 이희서를 발견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범인을 의심했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입으로 듣는 건 달랐다. 어릴 때부터 겪었던 정신적 문제, 그리고 무언가를 본다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청소년 시기에 그분에 관해서 기억을 못 했던 때가 있었는데······.”
“······진짜요?”
“네. 충격 때문인가, 아무튼 그랬었죠.”
어릴 때 크게 발작한 뒤로는 이희서에 관한 기억은 잠시 잊었던 시절이 있다.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이라도 할 수 있었지, 그 당시에는 답답했다. TV에 나오는 저 사람이, 허공에 뜬 저 사람이 내 친엄마라는데,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학교나 집안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 ‘아, 네가 걔구나.’라고 불쌍해하던데 난 제대로 기억도 못 하고 있었거든요? 갑자기 짜증이 나더라고요.”
“······.”
“그래서 좀, 막살았어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화와 짜증 때문에 한때 망나니라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유연서는 다리를 꼬고 자세를 바꿨다.
“아무튼, 그래서 연예계가 궁금했어요. 대체 그 사람이 뭐길래 나를 볼 때마다 이러지?”
“그게 연서 씨가 데뷔한 계기인가요?”
사실 다른 이유도 있긴 했다. 친모가 아이돌 시절로 활동했을 때의 영상을 보고 궁금해서 해보고 싶어서도 있었다.
“사람을 시켜서 당장 데뷔할 수 있는 기획사를 물색했어요. 그리고 대뜸 거기로 찾아갔죠.”
유연서는 웃음기를 띄며 말하고는 무거웠던 분위기를 풀었다. 이재학 피디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오······ 그래서, 됐나요?”
“한 번에 됐죠. 혹시 안 받아주면 돈을 좀 쓰려고 했고.”
AST 엔터가 두 번 정도 튕겼으면 원세븐은 풍족한 환경에서 데뷔했을 것이다. 그 돈이 100% 원세븐으로 갈 거 같지는 않았겠지만, 아무튼 AST 엔터는 유연서를 보고 단번에 그를 연습생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또 데뷔하니까 그분을 아는 사람이 너무 많던데요? 자꾸 비교하고 뭐라고 하던데, 나도 제대로 기억 안 나서 짜증 나서 또 성질부렸고. 아, 이건 편집해 주세요.”
하지만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나더라고요. 그 뒤로는 사람들이 아는 그대로죠. 몰래 범인을 찾았고, 이렇게 됐네요.”
덤덤하게 말하는 것조차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 우럭ㅜㅜㅠㅠㅠ
-근데 진짜 대단하다 저런거 밝히기 쉽지 않은데
-ㄹㅇ 공인이라고 해서 다 공개할 이유는 없잖아 그동안 무슨 일인지 공개하라는 기레기ㅅㄲ도 있었고
-하 진짜 고생 많았다ㅠㅠㅠ
-솔직히 연쓸걱 연쓸걱이러는거 좀 불편했음ㅠ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를 거 아님ㅠㅠ
ㅠㅠㅠ로 가득 찼던 실시간 반응은 점점 다양한 반응이 올라왔다. 유연서와 이희서의 사건이 궁금했던 사람들은 반응을 보고 뒤늦게 TV를 틀었다.
“아마 할머니가 말씀하신 실수는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 외면했던 일 같은데, 그때 할머니도 많이 아프셨으니까.”
“박 관장님을 원망하진 않나요? 어릴 때의 안 좋은 기억은 오래가잖아요.”
“이미 사과도 하셨고,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계셔서요.”
유연서는 괜히 아랫입술로 윗입술을 꾹꾹 누르더니 의연한 듯 대답했다.
“어릴 때는 조금 서럽긴 했는데, 언제까지 과거 기억에 시달리겠어요. 이제 원망할 사람은 따로 있기도 하고.”
유연서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튼, 할머니도 저도 그동안 마음에 상처가 많았어요. 이런저런 루머도 많았고.”
재벌 3세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인간적인 고통을 나눴다. 그러자 실시간 반응이 터졌다. 그리고 방송 전 불타올랐던 논란은 다른 곳으로 튀었다.
-아까 욕하던 애들 어디감?
-어제 분탕치던애 글삭하고 튐ㅋㅋㅋㅋ
-유연서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애들 어디 안가지ㅋㅋ 진짜 커뮤 환멸오져
그리고 다시 나오는 상담 장면, 한 인간으로서의 나도 당신들과 다르지 않다. 그저 병에 걸린 것뿐이고 치료를 하면 된다는 말. 그리고 기부 얘기에서는 자막과 음향 연출을 더 해 감동적으로 만들었다.
-아ㅠㅠㅠㅠ
-오늘부로 난 러브레터다 팬클럽가입안끝났지?ㅠㅠㅠ
-앞으로 응원해야지
-연서야ㅠㅠㅠㅠㅠ
“그래도 가족들이 뒤에서 도움 많이 주셨죠. 어머니도 그렇고······.”
“우리 보스 말이죠?”
“네, 회장님이요.”
그러고 보니 이렇게 대놓고 말한 적은 없었지? 유연서는 괜스레 뒷머리를 긁적였다.
할아버지가 연예계 활동을 반대해도 뒤에서 많이 봐준 것을 안다.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형을 챙긴 것도, 그가 그렇게 밀어내도 웃으며 다가와 준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립고 가끔 슬프지만, 이제 가슴에 묻어야죠. 이미 어머니도 계시고······.”
이재학 피디는 인터뷰 초반에 방송 욕심을 부린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이미 유연서와는 친분을 많이 쌓아서 인간적인 걱정도 들었다. 그는 목을 큼큼 가다듬고 유연서에게 질문했다.
“이런 마음고생을 방송을 통해 밝히는 건 사실 어려운 결정이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글쎄······ 다신 그분 같은 사건이 나오지 않게 해야죠. 피해자 가족 중 나보다 유명한 사람은 없을 거 아니에요.”
우연의 일치인지 방송 날짜가 적나라한 공익 광고로 욕을 먹던 시기랑 겹쳤다.
“계속 찾고 있어요. 나의 영향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
그래서 그런지 공익 광고 논란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유연서가 드라마 광고에서 스토킹 피해자로 나왔던 이유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유씨 가문’ 유연서의 솔직한 심정 “나의 영향력을 어떻게 써야 할까”
‘유씨 가문’ 유연서, 故 이희서 사망 사건에 관한 솔직한 심정 털어놓았다
기사는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고, 반응도 발 빠르게 올라왔다.
-생각해보면 유연서 복귀 진짜 빠르지 않음?
-솔직히 방송용 연출이라고 해도 이렇게 자기 속마음 다 까고 말하기 쉽지 않을텐데 대단함ㅇㅇ
-근데 진짜 요즘 과열된건 맞음ㅇㅇ 좋은 취지의 광고였는데 왜 처맞았는지 이해를 못하겠더라
-이때싶 논란 탑승해서 조롱하던 애들 어디갔냐?
여론은 쉽게 바뀌었다. 그동안 비난 여론에 편승해 과하게 까던 사람들에게 이미 증거 자료 수집했다며 으름장을 놓았고,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유연서에 감정을 이입했다.
“저도 이 방송이 가족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그럼 할아버님은 어떠신가요?”
“할아버지는······ 제가 연예인 하는 거 싫어하셨죠. 그거로도 엄청 싸웠어요.”
“오, 진짜요?”
그렇게 드디어 유연서와 유창호가 가문 선산에서 지내는 영상이 시작되었다. 처음은 그들이 지내게 될 별장의 사전 답사 영상이었다.
“그건 그때 네가 하도 고집을 부리니까!”
“결국 이렇게 예능도 찍으실 거면서. 네?”
조심스러운 박금주와는 다르게 유창호와 유연서는 티격태격하면서 사이가 나쁜 듯 좋은 조손 관계를 보여주었다.
-아 온도차 대박ㅋㅋㅋㅋㅋ
-아버님은 언제 나오심? 셋이 붙으면 더 재밌겠는데ㅋㅋㅋㅋ
관리인의 사연을 보여주어 주성 그룹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유연서가 갈색의 큰 개와 노는 화면을 그림 같은 필터를 이용해 청량하게 보여주었다. 팬들을 위한 서비스 컷이었다.
“새로운 작품은 무슨 이야기냐?”
유연서는 ‘연좌제’에 관한 얘기를 했고, 박선우 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유창호는 서툴게 손자의 등을 쓸어내리며 잘했다고 칭찬했다. 어색한 행동만 봐도 그동안 칭찬에 인색하게 굴었던 듯 보였다.
그리고 화면은 그루터기에 앉아 단독 인터뷰를 하는 유창호를 잠깐 보여주었다.
“칭찬이 어색하신 것 같아요.”
“크흠······ 내가 애들한테 좀 많이 엄했습니다.”
유창호는 변명 없이 깔끔하게 인정했다.
“우리 그룹을 잘 이끌어 가려면 어쩔 수 없었죠.”
“그래서 다들 훌륭하신 것 같아요.”
“크흠,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다 우리 애들이 알아서 잘 큰 거죠.”
자식 손주 얘기에는 근엄한 표정이 풀어지는 게, 제 아들들을 보는 유건민과 닮아 있었다. 제작진은 두 사람의 표정을 2분할로 띄우고 (팔불출은 역시 유전······?)이라는 자막을 띄웠다.
“방송에 나오기로 한 계기가 있을까요?”
“연서가 그러더군요, 다른 은퇴한 노인네들처럼 지루하게 골프나 치지 말고 자기랑 일 좀 하자고.”
뒤에서 개와 놀고 있던 유연서가 크게 외쳤다. 아직 영혼 조정이 끝나지 않아서 귀가 밝았다.
“아니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요?! 그건 할아버지가······!”
“그리고 쟤가 나랑 같이 출연하고 싶다고 사정 사정을 하길래······ 어쩔 수 없이 출연한 겁니다.”
“아니 내가 언제!”
유창호는 유연서의 말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방송에서는 유연서의 말이 자막으로 띄워졌다.
“마음 같아서는 병원에 집어넣고 싶은데······.”
“예?!”
그 말에는 인터뷰를 진행하던 이재학 피디가 놀랐다.
“아니, 쟤가 아직 건강이 좋지 않은데 방송을 하겠다고 나서니까.”
“아······ 하하. 그렇죠.”
“내가 감시라도 해야지, 안 되겠습니다.”
이재학 피디는 웃음을 삼켰다. 이미 유연서가 같이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했을 때, 유건민처럼 표정이 풀어진 것을 봤다.
(그렇게 시작된 어색한 조손의 동거······ 괜찮을까?)
“이 방은 할아버지가 쓰실 거죠?”
흰 커튼을 보고 잠시 멈칫한 유연서가 제 방으로 향하고, 남겨진 유창호가 한숨을 쉬었다.
“에휴······ 저걸 어쩌나.”
사실 유연서의 건강상 문제가 걱정돼서 한 말이었지만, 방송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막막하다는 식으로 편집했다.
-오늘 유씨가문 눈물 줄줄ㅠㅠ
-진짜 잘컸다…
-그래도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움ㅠㅠㅠㅠ
-나 우울증으로 몇년간 약먹고 있는데 이번 방송보고 위로받았음..
-애들아 이따가 자정에 광고 풀버전 올라온대!
‘유씨 가문’의 방송 이후 논란의 공익 광고는 기관의 경고만 받고 종결됐다. 차윤호는 자신이 불을 지핀 건 맞지만, 이렇게 폭발적으로 타오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사님, 죄송합니다.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됐어요. 어차피 내가 엮이면 조용히 안 넘어갈 줄 알았으니까. 벌금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요?”
하지만 유연서는 다 예상하고 있었다.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커뮤니티에서나 불타오르지, 실제 오프라인에서는 논란 기사를 보고 많이 찾아봤으니까.
‘그래도 좀 마음에 걸리네······.’
그는 핸드폰을 켰다. 뭐라고 쓸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내 막힘없이 손가락을 두들겼다.
유연서, SNS서 광고에 상처받은 피해자를 지원하겠다 나서
유연서, 계속 되는 기부 세례 “선한 영향력”
덕분에 넘치는 돈을 쓸데가 또 생겼다. 뭐,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 중에 ‘진짜’가 몇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 이런 얘긴 그만해야지.’
그동안 방송에서 이렇게 다 털어놓아도 되는가에 관한 고민은 끊임없었다. 하지만 막상 전파를 타니 묘하게 후련했다. 타고난 관심 종자 성격 때문인가, 그동안 고생했던 걸 누가 알아주길 바랐나······ 이젠 잊기로 했다.
‘앞으로 작품에나 신경 써야지.’
게다가 영혼 조정도 끝내 놔야 했다. 기간이 늘어났다고는 해도 그게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마침 진수호가 관심 가졌던 시놉을 보려던 유연서는 제 방문이 노크 없이 열리는 것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야, 너는 그동안 왜 말을 안 했냐.”
“아.”
방송을 보고 답답해서 쳐들어온 유은호가 있었다. 유연서는 실없이 웃고는 시놉을 덮었다. 아마 형을 설득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