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82)
“진짜 안 할 거야?”
박승환이 살짝 흔드는 감각에 정신을 차린 유연서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 형이 아직도 포기를 안 했나.
“아 안 해.”
“왜! 시놉이 별로야?”
“별로면 애초에 투자를 안 했겠지?”
“그거는 감사한데······ 이거 주인공 할 사람 너밖에 없어. 너 생각해서 쓴 것도 있고······.”
천만 타이틀을 밥 먹듯 따고, 연출로도 성공한 대배우이자 모든 후배 배우들이 연을 만들고 싶어 하는 박승환은 유연서 앞에서 우물쭈물했다.
‘와, 저 박승환을 가지고 노네.’
‘저럴 사람 연서 씨밖에 없지.’
박승환이 아무리 난다긴다해도 유연서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유연서도 천만 정도는 우습게 찍을 수 있는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주연 출연 외에도 제작에 투자까지 손대는 것마다 대박을 터뜨리니 다들 유연서와 어떻게든 연을 만들고 싶어서 난리였다.
“형!”
그 때문인지 유연서와 오래전부터 알았던 모임의 일원들은 원치 않는 연락에 시달려야 했다. 오늘분의 촬영을 마친 진수호가 식당 안으로 들어오자, 김이준과 이한결이 그를 반겼다.
“늦었네요?”
“오늘 연서 만나러 간다니까 다들 자기도 가면 안 되냐고 붙잡아서······.”
“형도? 우리도 요즘 모르는 사람이 연락 오던데. 어디서 목격담이 떴나 봐.”
유연서와 원세븐 전원이 옛 숙소 근처 식당에서 회동했다는 목격담은 기사로 나올 정도였다. 그 뒤로 모르는 사람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김이준은 그걸 다 무시했다. 안 그래도 오해해서 버린 시간도 있어서 괜한 발목 잡기 싫었다.
(우리를 버렸으면 잘나가기라도 해야지.)
유연서가 갑자기 그룹을 탈퇴하고 속으로 많이 욕했던 때도 있었다. 유연서가 한창 욕먹을 때는 예능에 나와서 갑작스러운 멤버 탈퇴 심경을 밝혀야 했다. 그래야만 불러주는 데라도 있었으니까.
‘내가 괜히 뭐라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래봤자 달라질 것 없는 것을 깨달은 그는 유연서가 하도 욕을 먹어서 괜히 쉴드 댓글을 달 때도 있었다.
대가리 깨진 러브레터냐는 댓글을 받았을 때는 엄청 당황해서 글을 삭제했었지. 김이준은 그때가 생각나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행복해 보이네.’
이한결은 진수호와 눈짓으로 인사하는 유연서를 바라보았다. 박승환에게 시달리는 것과는 별개로 현재의 유연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다.
“SF는 별로 안 끌려.”
“너 전에 ‘지혜의 바다’는 뭔데?”
“그건 특별 출연이었잖아.”
주연 진수호와의 인연으로 특별 출연한 ‘지혜의 바다’는 한국 최초 유인 화성 탐사선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다룬 영화이다.
유연서는 영화 초반부 우주 미아가 되어 연락이 끊긴 조종사로 탐사선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로 짧게 등장했는데, 지구로 귀환할 때 필요한 조종사가 행방불명되어 영화 초반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이었다.
“진짜 어떻게 안 되겠니?”
“시놉 자체는 진짜 괜찮아 근데 미래 시대는 별로 안 끌린다니까. 형, 신인 중에서 골라봐. 요즘 잘하는 사람 많던데.”
“걔 중에도 너만 한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눈동자를 굴렸다.
‘미래 시대는 별로 안 끌린다 이 말이지? 흠, 사극은 어떨까? 한복 잘 어울리던데, 화제도 될 거고······.’
‘특수 효과 들어가는 게 싫나? 그동안 영화 많이 찍었으니 드라마 쪽으로 할 때 됐는데······ 어디 보자, 내 제자 중에 누가 괜찮은 시놉을 가지고 있더라?’
‘음······ 그 시놉은 안 되겠고, 다른 시놉으로 한 번 찔러볼까?’
다들 유연서가 자신의 작품에 출연하길 바라는 작가와 감독들이었다. 유연서는 주변인들의 복잡한 생각을 모른 채 질척이는 박승환의 어깨를 밀었다.
-선배를 미네?
-와 싸가지없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박승환까지 막대하네ㅋㅋ
만약 이런 모습을 사람들이 봤다면 좋은 반응은 없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말이다.
-역시 유연서ㅋㅋ 박승환도 가지고 노네ㅋㅋ
-솔직히 꿇릴거 없지
-요즘 유연서 사모임 개쩐다던데 둘이 진짜 친한가보다ㅇㅇ
하지만 지금은 그와 관련된 사소한 거라도 모두 기사화가 됐다. 반응은 늘 좋았다. 물론 그가 잘나갈 때마다 과거 행적이 주기적으로 끌어올려졌지만, 이때싶 올라오는 거 봐라 슈스는 슈스구나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현재의 유연서는 업계 전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서 인망이 두터웠다.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외국에서도 팬덤이 큰 걸로도 유명했다.
“차라리 오디션을 봐. 아예 신선한 얼굴로.”
“주연을? 그러면 티켓 파워가······.”
“투자자인 내가 괜찮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이것도 큰 결정 한 거다?”
“크흑, 감사합니다.”
결국 말씨름에서 져버린 박승환은 고개를 숙였다. 유연서를 주연에 꽂는다고 제작 일정도 미뤄버렸는데, 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밀어붙이기도 애매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라서 미련이 뚝뚝 넘치는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유연서는 그 시선을 무시하고 식당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원래 이렇게 많았던가?’
설마 모르는 사람까지 껴들어서 이렇게 많은가 싶었지만, 얼굴을 보니 적어도 몇 년은 된 인연들이었다. 유연서는 내가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을 알았던가 새삼스러워졌다.
요새 이상한 꿈을 꿔서 그런지 자연스레 예전 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혹시 모를 반란 때문에 단체로 모이는 게 금지당했던 터라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주인공으로 있을 때는 없었다.
“다희야!”
“늦은 거 아니죠?”
“아니야. 아직 광고 중이야.”
“그래요? 광고가 되게 기네요.”
“연서 씨 예능이잖아.”
유연서와 관련된 업계 사람들은 다들 승승장구하더니 업계에서 그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장해서 어려 히트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연서 씨! 오랜만이에요.”
“오셨어요?”
멀리 앉았거나 늦게 온 사람들은 유연서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때, 광고 순서까지 미리 알아 온 이재학이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연서 씨! 곧 시작하는데 일어나서 한마디 해 주세요!”
“하아······.”
주변 사람들의 환호에 유연서는 마지못해 일어났다. 다들 환호를 내지르며 손뼉을 쳤다.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음, 이렇게 모인 것도 오랜만이네요. 다들 잘 지내셨죠?”
“네!”
“오랜만이에요!”
그러자 곳곳에서 대답이 터져 나왔다.
“궁금한 게······ 대체 저걸 왜 다 같이 보자는 건데요?”
“혼자 보면 재미없잖아. 다들 너한테 관심도 많은데.”
“하아······.”
하필 이렇게 단체로 스케쥴이 비는 날이 ‘유씨 형제’의 첫 방송 날이었다. 몇 명이 같이 보자고 계획했던 게 불어나더니 결국 모든 인원이 모이게 되었다. 유연서도 그때 오실 거냐는 여러 연락을 받아서 어쩌다 보니 참석하게 되었다.
“예능은 핑계고 그냥 마시고 싶어서 이러는 거죠?”
“어떻게 아셨어요?”
“어차피 돈은 승환이 형이 내는 거니까 마음껏 드세요.”
“내, 내가?”
조금 당황한 박승환은 흥에 겨워서 그래! 내가 쏜다! 라고 외쳤다. 다들 환호를 내질렀다. 유연서야 이 정도 인원의 식사비를 대준다고 통장에 변화도 없지만, 다들 유연서가 사주는 밥 먹자고 모이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
그냥 오랜만에 만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유연서도 내심 가지고 있었다.
“오, 한다.”
“와······ 무슨 섬이······.”
짧은 기다림 끝에 ‘유씨 형제’의 인트로가 시작됐다. 주성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섬 그리고 맑은 바다가 드론 카메라로 담겼다. 그리고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형제의 모습이 보였다. 저 장면은 두 사람이 대화하고 난 뒤였다.
“이야, 부회장님도 몸매가······.”
“그분은 안 오신대요?”
“형은 정적인 걸 좋아해서.”
이윽고 형제의 해외여행 그리고 업무를 바꿔 출근하기 두 사람 지인들의 뒷모습 등등이 짤막하게 지나가면서 앞으로 방영할 프로그램의 기대치를 높였다.
“완전 본격적이었는데요?”
“재밌었겠다.”
“우리 이렇게 모인 김에 예능 찍어요.”
“출연료 감당이······ 되나?”
섬 외에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휴가를 즐겼는데, 치안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었다. 그들을 감싸는 경호원의 수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행이 여행이 아니게 된 것 같지만, 나름 쾌적하고 즐거웠다.
이윽고 전신을 훑는 유연서의 모습이 나왔을 때 반응은 더없이 폭발적이었다.
“멋있다!”
“잘생겼다!”
“결혼합시다!”
“박 감독님 유부남이잖아요!”
“아내 자리는 품절이지만, 남편 자리는 남아 있거든요?”
중간중간 이상한 드립을 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 주변엔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만······.”
“에헤이, 좋으시면서.”
“맞아요. 요즘 얼굴 폈던데?”
그건 예전에도 그랬는데요. 유연서는 애써 입꼬리를 내렸다. 그가 비로소 완전해진 이후 자주 듣던 말이었다. 그 반응이 가끔 적응이 안 된다. 괜히 쑥스럽기도 하고.
“반응은 어때요?”
“말해 뭐해요. 장난 아니지.”
이재학이 한 커뮤니티의 실시간 반응 창을 슬쩍 보여주었다. 유연서는 그것을 대충 보고는 다시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형제의 진솔한 대화는 그가 편집에 관여해서 많이 삭제됐다. 이재학이 아쉬워서 눈물을 흘렸지만, 방송을 이용한 건 유연서였다. 괜히 쓸데없는 추측이라던가 동정을 받고 싶지 않았다. 이건 가족의 일이니까.
“가게?”
“어.”
“하긴 기분이 좀, 그렇지? 잘 가라.”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그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모습을 보고 박승환과 진수호 등 몇몇 사람들이 잘 가라고 속삭였다.
“더 안 있어도 돼?”
“이 정도 있었으면 됐지.”
그는 이태겸이 운전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
“혀엉.”
“왔냐?”
예전부터 자신을 쥐어뜯는 누나보다는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었나? 진짜 이웃에 사는 사촌이 되어 버린 박선우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밖에서 먹자.”
“그러든가.”
유연서도 일을 안 하는 날에는 집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거나 아는 지인을 만나거나 했다. 그중 가까운 박선우를 만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참에 은호 형까지 끼어서 더 좋은 데로 이사하자는 박선우의 말을 유은호도 유연서도 나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고 있었다.
“일하는 건 어때?”
“죽겠어. 우리 그룹 신조가 로열이라도 봐주지 말자! 가 있는 건지 여기저기서 들들 볶는 거야.”
“그거 왠지······.”
“응?”
박선우의 누나인 박유정이 관여한 거 같지만 유연서는 일부러 말해주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야망이 철철 넘쳤던 박유정은 어머니인 유선영의 뒤를 차근차근 이어받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았는데 마침 입사한 동생 놀리기에 신난 거 같았다.
“너는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 회사 생활하겠어?”
“뭐, 뭐야. 내가 뭘 놓친 건데?”
“야, 박선우.”
“엉?”
입 안에 터질 듯이 샐러드를 밀어 넣고 있던 박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너는 어릴 때 내가 이상하게 군 거 괜찮았냐?”
“아, 그거. 이미 다 지난 일인데 뭐.”
박선우는 단순해서 그런지 이미 다 잊었다. 지금 잘 지내는 게 중요하지, 그런 걸 신경 써서 뭐하냐는 말에 유연서는 웃었다. 이럴 때 보면 박선우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었다.
“설마 그걸 마음에 담아둔 거야? 형 은근 감성적이다?”
“그럼 배우가 감성적이어야지.”
“나 감동해도 되는 타이밍이야?”
“그래. 조금 신경 쓰였어.”
“허어업······.”
유연서의 인정에 박선우는 뒤늦게 제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몸을 스르륵 일으켰다.
“형······!”
“왜, 왜 일어서?”
“한 번만 안아보자.”
“아, 꺼져!”
갑자기 유연서의 자리를 습격한 박선우가 두 팔을 벌렸다. 유연서는 그걸 아프지 않게 밀었다.
그 뒤로 유연서의 삶은 단조로웠다.
가끔 회사에 가서 차윤호에게 일거리를 던져주고, 마음에 드는 대본이 있으면 출연하고 제작을 맡았다. 자주 쳐들어오는 박선우의 뒤에는 유은호가 끼어 있기도 했다. 마음껏 돈을 쓰다가도 가끔 힘든 일이 있다면 속을 터놓을 사람들도 있었다.
‘이게 일상이라는 거겠지.’
하고 싶은 걸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는 이제 작품 선택에서 다양한 직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삶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유연서라는 한 인간의 삶이 더 좋았으니.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유연서는 문득 테라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관리가 잘 된 펜트하우스의 정원, 나무 사이로 해가 뜨고 있었다.
‘······들어가자.’
유연서는 그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