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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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유연서 맞는데;;
‘가상 현실’의 첫 촬영을 앞두고 있을 때, 유연서는 2019년을 맞이했다.
그것도 화장실에서.
“윽······.”
몸에 무리 가지 않게 약하게 하고 있건만, 어째 피를 토하는 건 그냥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얻은 기억이 쓸모 있었냐 하면 아니었다. 이번 기억은 그냥 학교에서 수업받는 짤막한 기억이 전부였다.
‘기분 나빠.’
어느 기점으로 기억 동기화를 하면 이상하게 심장 소리가 크게 떨렸다. 기분 좋게 떨리는 건 아니고, 마치 공포 영화에서 깜짝 놀라는 장면을 봤을 때의 떨림이었다.
비틀거리며 침대에 누운 유연서는 다른 곳으로 신경을 분산시키려고 핸드폰을 켰다.
(임승현) 도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예) 야 새해복
12시가 지나자마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임승현은 그렇다 쳐도 이태겸은 이런 거 안 챙길 줄 알았는데 의외네.
(박민우) 연서 형!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백호함’ 이후로 친해진 박민우는 유연서가 성의 없게 대답해도 꼬박 연락했다. 유연서와는 두 살 차이밖에 안 되는데, 싹싹하고 주변 사람 잘 챙기는 것은 자신보다 나았다.
그 외에는 업계 인들의 성의 없이 복사 붙여 넣기 한 인사치레 연락이었다. 그래도 연락이 온다는 것은 아마 내 뒤에 있는 배경 때문이겠지.
베타-9의 말에 유연서가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요즘 인간 학습이 잘 되고 있나 보지?
‘제대로 놀아본 적이 있어야 놀든 말든 하는데······.’
2207년에는 놀게 더럽게 없었다. 가끔 지상으로 나와도 역겨운 괴물이나 잡고 자원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지 모래 폭풍 때문에 보이지도 않는 지상에서 여행한다? 있을 수 없다.
‘몰랐는데, 내가 원래 집돌이였구나.’
게다가 다인 이상 모이질 못하니 인간관계도 좁았고, 해 봤자 술집에서 맛도 없는 술을 마시며 포커를 치는 것밖에 없는데······ 도박은 취향이 아니었다. 신발장만 한 집구석에 들어가 과거의 미디어 유산을 보는 게 강진후의 낙이었다.
‘바다는 가 보고 싶긴 해.’
사실 혼자 노는 건 자신 있다. 본체의 성격으로 보건대, 친구? 백 프로 없다. 근데 겨울 바다를 봐서 뭐 해. 들어가지도 못할 거.
유연서가 몸을 돌렸다. 누워 있어도 눈앞이 핑글 돌았다.
‘그러고 보니······.’
친구는 없어도 팬은 있잖아. 유연서는 자신의 공식 카페라는 곳에 들어갔다. 개인 SNS는 팬 아닌 사람도 볼 수 있고, 무엇 보다 외국인 댓글이 너무 많아서 팬이랑 소소하게 놀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우리 편지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배우님도 레터님도 새해복많이받으세요!
-올해는 배우님 많이 보고싶지만 건강이 우선이니까
└맞아요ㅠㅠ 사고만 안 나길ㅠㅠ
유연서가 적당한 게시판을 눌러 글쓰기 버튼을 눌렀지만, 등급이 낮아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건조한 팝업 메시지가 떴다. 그가 볼 수 있는 게시판도 한정적이었다.
[가입 인사] 안녕하세요. 유연서입니다.여기는 처음이네요. 다들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도 이 새벽에 화력 좀 있던데 댓글이 얼마나 달릴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새로 고침을 눌렀다.
└?
└리자님 이거 삭제해주세요
예상했던 반응이 아닌데? 그는 다시 새로 고침을 눌렀다.
“어?”
배우 유연서 공식 팬클럽 [러브 레터] 에서 강퇴당했습니다.
내가 내 팬카페에서 강퇴당하다니. 어째서! 유연서는 기억 동기화의 후유증도 잊고 벌떡 일어났다. 다시 가입하려 했지만, 이미 강퇴당해서 재가입이 불가능했다.
멍하니 있던 그가 다른 팬 커뮤니티를 들어갔다. 익명이고 아무나 글을 쓸 수는 있지만 그래도 관리자는 있어서 선을 넘는 어그로는 잘 차단되고 있는 게시판이었다.
‘조금 성의 있게 적어볼까?’
카페에 올린 글은 너무 짧긴 했어.
-안녕하세요 유연서입니다.
올해는 복학할 거라서 작품으로는 많이 찾아뵙기 힘들겠지만..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감사합니다.
└?
└지랄
└어디서 예의없게 존댓말이냐
└니가 유연서면 난 진수호다ㅋㅋ
어라? 또 삭제됐다.
‘왜지?’
유연서는 한참을 핸드폰을 부여잡고 고개를 기우뚱했다. 임승현은 요즘 너무 부려 먹은 거 같아 연말 휴가를 보냈고, 남은 사람은······.
“야 이태겸 뭐하냐?”
(뭐야 이 시간에.)
“너 어차피 게임하느라 안 자잖아.”
정곡을 찔린 이태겸이 헛기침을 했다.
(그래서, 뭔데?)
“나 팬 카페에 글 올렸는데 삭제됐어. 이거 왜 이래?”
(으엉?)
생각하느라 잠시 말이 없던 이태겸이 설마 하는 심정으로 넌지시 물었다.
(······너 설마 그냥 글만 올렸냐? 네가 네가 맞다는 걸 증명할 거를 같이 올려야지.)
“아.”
(글만 올리면 네가 어그로인지 찐인지 모르잖아. 바보야.)
이 새끼, 복귀하면 두고 봐. 요즘 너무 안 굴리긴 했지? 유연서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그리고 팬 카페는 회사에서 관리하는 배우 인증 계정이 따로 있어. 적어둔 게······ 밴에 두고 내렸다. 내일 알려줄게.)
그런 거였어?
유연서는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을 새로 고침했다.
-오늘따라 갤주 사칭글 많은데 어그로 ㅂㅁㄱ 알지?
└근데 사칭 너무 성의 없는거 아니냐ㅋㅋ
└ㅇㅇ 공부 안한티 나더라
└갤주는 우리한테 존댓말이라는 걸 쓰지 않는다고ㅋㅋ
유연서가 헛웃음을 지었다. 자기 팬한테도 싸가지 없게 대한 건가? 난 아직 본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구나.
-나 진짜 유연서 맞는데;;
내가 원래 이런데 안 왔어?
└꺼져
└느그갤로
└아이피보니까 아까랑 똑같은 ㅇㄱㄹ같은데
└진짜 유연서면 사진ㄱ
추가로 올린 글도 빠르게 삭제됐다. 유연서는 불신에 가득 찬 사람들의 반응에서 내가 진짜였다고 밝히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졌다.
‘어 근데 나 지금 옷 안 입었는데.’
피가 묻을까 봐 상체에 걸친 게 아무것도 없었다. 몰라, 얼굴만 잘 찍으면 되겠지. 피를 쏟아서 창백한 피부는 오히려 신비로워 보였다.
-인증
(사진)
나 맞다고
연말이라 휴가를 받은 임승현은 오랜만에 가족들이 사는 집에서 며칠 묵고 있었다.
“꺄아악!”
늦은 시간이라 자려고 누웠던 그는 동생의 비명에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아무것도 아니야!”
“엄마 아빠 자는데 너무 소리치지 마라.”
임혜주는 대답도 없이 자신의 방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라면을 끓여 먹던 임승현의 형이 고개를 저었다.
“냅 둬, 쟤 원래 저래.”
“그래?”
“그······ 주성, 유연서 한테 미쳐가지고 뭐 뜨면 저러고 발작하더라.”
임승현의 동생, 임혜주는 진성 러브 레터였다. 임승현은 유연서를 맡게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유연서를 왜 좋아하냐고.
[얼굴!] [성격은? 팬한테는 잘 해줘?] [그 싸가지 없는 성격 때문에 좋아하는 거야. 재벌이 취미로 연예인하는 거에 발린다니까? 그리고 오빠가 몰라서 그렇지 은근 츤데레임.]내 동생이지만 취향 한 번 독특하다. 임승현은 임혜주의 문틈 사이를 슬쩍 바라봤다.
‘우리 도련님이 뭔가를 한 거 같은데······.’
임혜주는 아주 열정적으로 키보드를 치고 있었다.
-진짜야?
-저 사진 못보던사진인데
-아 어떡해 갤주인거 모르고 글삭했어ㅠㅠ
-와 사진도랏다 ㅁㅊ
-근데 셀카에 간절함이 없어졌는데
-연서야 사랑해
-인증2
(사진)
사실 아까 팬카페 갔다가 강퇴당하고 여기옴
아무튼 새해복많이받아
셀카에 간절함이 좀 없어져도 타고난 본판은 바뀌지 않는다. 임혜주가 앉은 상태에서 발을 빠르게 움직이며 기쁨을 삼켰다.
“악!”
그 이상한 몸부림을 지켜본 임승현이 기괴한 무언가를 보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도련님 수행 비서라는 건 절대 들키면 안 되겠는데······.’
***
유연서, 팬 커뮤니티에 인증 글 올려 ‘화제’ 뱀파이어 느낌 물씬
팬에게 새해 인사 남긴 유연서···침대에 누워 나른한 셀카
이 시대는 별걸 다 기사로 만드네. 유연서는 새벽 동안 팬들과 어울려 놀았다. ‘ㅇ’ 하나만 올려도 좋다고 반응하는 팬들을 보면 기분이 꽤 좋았다. 이래서 사이비 교주가 되는 건가.
그는 이태겸이 내민 커피를 마시며 대본 리딩 현장으로 들어갔다. 그는 제 앞에 있는 단역 배우에게 습관적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 헉!”
그 유연서가 먼저 인사를 했다는 사실에 놀란 것 같았다. 기자들이 유연서가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셔터를 눌렀다.
‘내가 들어올 때랑 온도 차가 너무 다른데?’
조연으로 출연하는 윤하늘은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유연서의 사고 이후 첫 드라마라서 기자들이 많이 와 있었다.
“대본 리딩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감독님과 작가님 소개를······.”
“안녕하세요 ‘가상 현실’의 책을 쓴, 황미정이에요. 좋은 감독님과 배우님들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처음 시도하는 SF 판타지로······.”
황미정이 일어나 여유롭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정다희보고 최대한 애태우라고 했는데, 역시 기자들 앞이라 그런가 표정 관리 하나는 배우 못지않았다.
‘아니면 정다희 쯤은 가뿐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거나.’
그건 좀 더 재수 없는데. 자신의 차례가 된 유연서는 일어서지도 않은 채 마이크를 들었다.
“유연서입니다.”
무슨 배역을 맡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립 서비스도 없었다. 하지만 유연서니까 허용되는 간결함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조연출이 대본을 넘겼다. 어차피 오늘은 홍보를 위한 리딩이기 때문에 1~2회의 주요 장면만 짤막하게 진행될 예정이었다.
유연서는 편하게 앉으며 대본을 넘겼다. 언뜻 건방져 보이기도 한 자세에 사람들은 없던 기대도 더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회장님 혼수상태에서 빼내줄 기억 해결사, 신류원입니다.”
하지만 유연서의 안정된 목소리 톤과 발음에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유연서를 쳐다봤다.
“이이를 어떻게 깨울 거죠?”
“저희만의 방식이 있죠. 사모님 게임 좋아하십니까?”
상대 배우의 대사에 유연서는 여유롭게 고개를 꺾으며 자신의 대사를 소화했다.
‘뭐야? 그 국어책 유연서가 맞아?’
‘자연스러운데?’
기자들의 손이 빨라졌다.
“실장님, 나 분량 너무 없지 않아?”
“그래?”
“나 이거 좀 불만인데······ 분량 좀 어떻게 늘려달라고 할 수 없어?”
“하지만 그 황 작가님인데······.”
“한번 말이라도 해 봐.”
잠시 쉬는 시간, 윤하늘은 자신의 엔터 실장을 재촉했다. 그는 유연서에게 경쟁 심리를 불태우고 있었는데, 사실 유연서에게 들었던 모욕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쯧, 천박하게······.]그래서 유연서가 ‘가상 현실’에 주연을 맡는다고 하니 냉큼 조연 자리를 꿰찼다. 배경으로는 못 이기지만, 연기로는 가뿐히 이길 수 있으니까. ‘우리들의 순간’처럼 주연을 밀어낸 조연으로 존재감을 키울 생각이었다.
‘연기 레슨 좀 받았다고 달라지기는. 그 국어책 유연서가 아니던데······.’
하지만 오늘 리딩 현장을 보니 자신의 계획이 틀어질 것 같았다. 이전 연기가 너무 발연기라서, 조금만 잘해도 극적으로 변하는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내 분량은 왜 이리 적어?’
거의 유연서 원탑이었다. 그가 최대 투자자니까 눈치를 본다고 일부러 분량을 키운 것이다. 윤하늘과 소속사 팀장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았다.
“감독님! 제작 팀장님도, 마침 여기 계셨네.”
제작사와 배우의 소속사는 작품 내용이 심각하게 예민한 내용 아닌 이상잘 개입하지 않는다.
대신 배우가 소속사에 이거 하기 싫다고 바꿔달라고 요청하면 배우 쪽 소속사가 개입하는 때도 있다.
그리고 한 곳에서 개입된 순간부터 그들의 태도가 바뀐다. 제작사와 감독 그리고 소속사의 화려한 정치질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본은 황 작가님 권한인데요.”
“그러니까 우리 팀장님이 잘 말씀해 주시면······.”
“근데 당장 촬영 앞두고 대본 수정하는 걸 기다릴 수가······.”
작가를 대변하는 제작 팀장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감독, 그리고 분량을 확보하기 위한 윤하늘의 소속사 실장의 미묘한 신경전.
‘어차피 탈주할 건데 뭐.’
그리고 그걸 몰래 엿듣고 있던 유연서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곳을 벗어났다.